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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지섭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돌아왔다. 근데 할 때마다 고작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나버리곤 했다.

나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으면서도 매번 그의 기분을 살피며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신음 소리를 흘리며 오르가슴을 느낀 척 연기해야 했다.

차 보닛을 열어두고 정비공은 점검 도구를 가지러 안으로 들어갔다.

지루함에 빠져 있던 나는 엔진 옆에 있는 하얀색 물탱크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열을 식히기 위해 뚜껑을 살짝 들어 올렸다.

“조심하세요!”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눈 깜짝할 새에 달려오더니 나를 덮쳐버렸다.

물탱크에서 뜨거운 증기가 거의 1분 동안이나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정비공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를 보호하려고 그의 팔에는 뜨거운 냉각수가 그대로 튀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채 피부가 벗겨진 그의 팔을 보며 나는 울먹이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 그저 뚜껑에서 김이 계속 올라오길래...”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 정도쯤이야 뭐 가벼운 부상이죠. 괜찮아요.”

“근데 누나가 약 좀 발라주셔야겠네요.”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보기에 20대 초반쯤 되는 것 같았고 누나라고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눈앞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 펼쳐졌고 공기 중엔 머스크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깔끔해 보이는 이미지에 순간 호감이 짙어졌다.

그러나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그는 문을 살짝 잠가버렸다.

“누나, 팔을 다쳐서 혼자 씻기 힘든데, 도와줄래요?”

정비공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를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자 나는 움찔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움켜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정말 샤워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 걸까? 그의 건장한 체격을 보니 내가 싱글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하기도 전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누나, 정말 귀여우시네요. 그냥 장난친 건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거예요?”

“게다가 어떻게 누나한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겠어요?”

기분 탓인지 굳이 마지막 한마디를 강조하는 듯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실망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었다.

“전 임재민이에요. 편하게 재민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는 민소매를 훌렁 벗어 던지며 상반신을 드러낸 채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은 반투명한 커튼으로만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몸매는 커튼 뒤로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괜히 아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누나, 저 바지를 깜빡했네요. 바지 좀 건네줄래요?”

나는 얼굴을 붉힌 채 침대 위에 놓인 바지를 건넸다.

마치 임재민은 일부러 그러는 듯 느릿하게 파고든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살짝 건드렸다.

순간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온몸에 짜릿함이 퍼졌다. 가까스로 진정된 마음은 고작 손가락 한 번의 터치에 뜨거운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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