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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었고 임재민을 거절했다.

나한테는 아직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다.

강지섭을 떠올리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마침내 이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차를 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임재민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차 열쇠를 정비소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강지섭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막 요리를 하려던 참에 거실 통유리창을 통해 맞은편 집에서 얼굴이 붉어질 만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자극을 원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커튼을 닫는 것을 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긴 머리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의자에 누워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야채를 다 씻고 나니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야릇한 장면에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더 충격적인 건 여자의 배가 살짝 불룩해 있었고 임신한 지 최소 다섯 달은 되어 보였다.

‘자극적인 걸 추구하네.’

그런데 왜인지 갑자기 강지섭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보도 임신했으면 좋겠다. 임산부랑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밑이 더 조이지 않을까 싶어서..."

더 소름 돋았던 건 맞은편 집 남자가 입고 있는 스폰지밥 팬티였다. 강지섭도 똑같은 팬티가 있었는데 내가 사준 것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다.

나는 서둘러 강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지섭은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시 걸었을 때야 드디어 받았다.

“여보, 뭔 일 있어? 저녁에 급한 회의가 있어서 8시 이후에나 도착할 것 같아. 먼저 밥해놓고 기다려."

순간 내 마음은 찬물로 뒤집어쓴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어붙었다.

방금 맞은편 남자도 같은 시각에 전화를 받았다.

나는 계속해서 강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맞은편 남자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더니 무언가 클릭하고는 곧바로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

내가 다시 강지섭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전원이 꺼져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당장 맞은편으로 가서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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