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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Penulis: 재인
송유라는 옆에 서서 눈시울을 붉혔다.

“현우 씨, 그만 해요, 난 그저 강 부장님의 화가 좀 가라앉으라고 그런 거예요. 누굴 책임지게 하려고 그러진 않았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안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라 씨, 유라 씨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송유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구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 부장님이 더는 화만 안 내면, 난 어떡해도 좋아요.”

구승훈은 아까부터 계속 어두운 눈빛을 하고 안색이 매우 나빴다.

그는 강하리를 쳐다봤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타협할 의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송유라 씨가 그렇게 사과하고 싶으시다면 하세요, 사과.”

그녀가 말을 마치자 송유라는 어안이 벙벙하여 눈을 크게 떴다.

송유라 뿐만 아니라 안현우도 멍하니 정신을 못 차린 듯 보였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강하리는 안현우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쳤다.

“아까 안 대표님이 제가 송유라 씨 사과를 안 받아들인다면서요. 그러니까 사과하시라고요, 사과하시면 받아줄게요. 그리고...”

그녀는 이번엔 고개를 돌려 송유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송유라 씨도 제가 화만 풀린다면 무엇이든 한다면서요. 그럼 사과하세요. 사과하시면 저도 화 풀릴 겁니다.”

“강 부장님...”

송유라는 강하리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다.

“정말 제 사과를 받으실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요? 송유라 씨가 또 저한테 미안해서 자해하는 일을 더 벌이기 전에, 사과하시라는 건데, 이것도 송유라 씨를 위한 일이 아닌가요?”

“강 부장님, 전 이미 다쳤어요. 더 이상 뭘 바라요?”

송유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불쌍한지, 사람이라면 다 가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을 만큼 마음을 측은하게 했다.

그에 비하면 강하리는 악랄한 요부 같았다.

그녀는 한 치도 물러설 기색이 없이 버티고 섰다.

안현우가 옆에서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구승훈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

“승훈아, 너 강하리가 유라 씨를 이렇게 괴롭히는데 보고만 있을 거야?”

구승훈의 어두운 눈빛은 송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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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풀려났다’고는 했지만 그 모든 시간 동안 구승훈의 외삼촌 여초천은 줄곧 구가 사람들의 감시 아래에 있었다.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여초연을 구씨 가문에 붙잡아두기 위한 장기적인 수였을 뿐이다.그리고 여초연이 구씨 가문을 떠나던 날, 그녀는 구초천을 구동근 손아귀에서 힘겹게 빼내어 국내에 남겨두었다.하지만 여초천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여초연은 그를 급히 남겨두고 치료만 맡긴 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 이후로 줄곧, 구승훈은 여초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임희주를 내세운 건 어디까지나 미끼에 불과했다. 정확히 말하면 임희주를 이용해 여초연의 계획에 틈을 만들고 결국엔 여초천의 위치를 노출시키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처음부터 임희주는 ‘진심’이 아니었다. 아무리 충성스럽다 한들, 그녀는 여초연에게 있어 하나의 도구일 뿐, 심지어 이미 의심까지 받고 있었기에 더욱이 버림받을 운명이었다.그러니 임희주를 제어한다는 건 보여주기일 뿐이고 정말로 여초연의 ‘숨통’을 쥐고 있는 건 여초천이었다.“외삼촌, 그렇게 흥분하실 것 없잖아요.”구승훈은 휠체어를 밀어 창가 쪽 테이블에 다가가 컵에 물을 따라 내밀었다.“물 마셔요. 괜히 화병 나시겠어요.”하지만 여초천은 그 잔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웃었다.“기막히군. 세상에... 그 지긋지긋한 놈 자식이 아직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구승훈의 표정엔 분노도 없었다. 다만 짧게,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외삼촌이 아직 살아계신 데 제가 먼저 가면 섭섭하죠.”“구승훈! 네놈이 죽었어야 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너야! 너 때문에 우리 여씨 집안이 망했고 네 엄마도 초연이도 이렇게 된 거야!”구승훈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침묵에 잠겼고 이내 서늘하게 웃음을 흘렸다.“제 탓이라고요? 그럼 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제가 엄마한테 날 낳아달라고 한 적 있습니까? 아니면 여씨 집안 사람을 한 번이라도 제 손으로 다치게 한 적이 있나요? 엄마가 가출하고 남자 따라다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5화

    구승재는 안절부절못한 얼굴이었지만 손발은 놀랄 만큼 재빠르게 움직였다.그는 구승훈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차에 태운 뒤, 곧장 외곽 요양병원으로 향했다.요양병원은 도심 외곽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고 공기 맑고 조용한 데다 의료진과 시설도 최고급이었다.이곳은 원래 B시에서 육씨 가문이 운영하는 재단 계열 병원 중 하나였다.노민준은 구승훈의 검진 데이터를 들여다보다가, 이마를 살짝 찌푸렸고 그 표정을 본 구승재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형, 왜? 어디 많이 안 좋아?”노민준은 한참 말이 없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교통사고 자체는 그나마 괜찮아. 폐에 타박상이 좀 있어서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해. 문제는…”그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요즘 상태가 워낙 안 좋았잖아.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했고. 지금처럼 밤새 일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엔 그냥 ‘붕괴 직전’이었고 다음엔 진짜 무너질 수도 있어.”구승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내가 그걸 말린다고 그 말을 들을 형이 아니지. 형은 강하리말만 듣잖아.”노민준은 헛기침을 하며 입꼬리를 씰룩였다.“하리가 말리면 다를 줄 알았지. 근데 말이 안 되니까 지금 이 모양인 거고. 내 생각엔 아예 입원시켜 놓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어.”“좋아. 난 찬성. 민준 형, 힘내!”구승재는 웃으며 받아쳤고 노민준도 키득 웃었다.“농담 말고 일주일은 무조건 쉬게 해야 돼. 진심이야.”“알았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병실 안, 구승훈은 이미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침대 옆엔 준봉이 서 있었고 바닥엔 산산조각 난 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구승재가 들어서자 준봉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말했다.“승준 씨, 대표님 약 절대 안 드시려고 해요. 설득 좀 해주시죠. 전 임희주 쪽 가보겠습니다.”“잠깐만 그건 또 무슨 소리야?”구승재가 준봉을 붙잡고 물었고 준봉은 한숨을 쉬었다.“꽃이랑 케이크, 하리 씨가 다 병원 밖으로 내버리라고 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4화

    “여초연 쪽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금은 제가 어머니에게서 멀어질수록, 그 사람한테 더 좋은 거예요.”천아름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그렇게 잘난 사람이면 매일 밤 병실 앞에 숨어서 서성이는 건 또 뭔데요?”구승훈은 담배를 피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아름은 말을 내뱉고 나서 잠시 후회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구 대표님, 그날 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어차피 임희주랑은 다 쇼였잖아요. 그걸 알면서 왜 그렇게 망설이신 거예요?”구승훈은 묵묵히 담배를 피울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어요, 그 얘긴 안 할게요. 그 대신 하나만 물을게요. 임희주는요? 아직 살려두신 거 아니죠?”구승훈은 담배를 털며 말했다.“제가 처리할 거예요. 이 일에 더는 끼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천아름은 그 말에 묘하게 화가 났다.손에 쥔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꾹 밟아 끄더니 차에 올려뒀던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었다.“그래요. 그렇게 다 혼자 하실 거면 앞으로도 아무것도 부탁하지 마세요.”구승훈은 웃음만 지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천아름은 돌아보다 말고 그에게 짧게 쏘아붙였다.“진짜... 어떤 여자가 당신과...”그 말에 구승훈은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더니 무심히 물었다.“조시욱, 형 있지 않아요? 조명현. 이번에 설에 내려왔다고 들었는데.”그 말에 천아름은 걸음을 멈췄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구승훈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다 타버릴 때까지 서 있었다가, 조용히 자기 차로 돌아갔다.도심 도로의 눈은 대부분 녹았지만 외곽 지역은 여전히 두껍게 쌓여 있었고 지나는 차들은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구승훈은 차를 몰며 준봉의 전화를 받았다.“안현우는 안가 쪽으로 넘겼습니다. 전에 회삿돈으로 땅 사들인 건도 곧 터질 거예요.”“그래.”구승훈은 짧게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 준봉이 다시 물었다.“그럼 임희주하고 그 경호원은요?”“계속 심문해. 여초연 쪽에서 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3화

    하얀 병실. 귓가엔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대화가 아른거렸다.강하리는 천천히, 힘겹게 눈을 떴고 가장 먼저 마주친 건 백아영의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할머니.”쉰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부르자, 손을 뻗어 닿아보려 했지만 손끝조차 들어 올릴 힘이 없었다.백아영은 잠시 멍하더니 이내 눈에 반짝이는 기쁨이 스쳤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급히 두 번을 외치자, 저쪽에서 손연지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강하리가 눈을 떴다는 걸 본 의사는 곧장 다가와 진료에 들어갔다. 손연지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이놈의 계집애... 그래도 깨어날 줄은 알았네.’의사가 전신을 점검하고 별다른 문제 없다는 말을 남긴 뒤 병실을 나섰다.손연지가 백아영 곁으로 다가갔다.“할머니 이제 좀 쉬세요. 제가 하리 곁에 있을게요.”백아영은 쉽게 떨어지지 못했지만 마침 그녀 담당 주치의가 찾아왔다.백아영은 아쉬운 듯 손을 뻗어 강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편히 쉬고 있어. 할머니 검사 좀 받고 다시 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연지한테 말해. 집에 전화하게 할 테니까.”강하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백아영을 배웅했다.병실엔 조용히 둘만 남았고 손연지는 말없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강하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침묵 끝에, 강하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화났어?”손연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내가 뭘 화나. 네 목숨이 내 것도 아닌데. 다친 것도, 수술받은 것도, 병원에서 몇 번씩이나 위독 통보 받은 것도 전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말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예전에도 그녀는 무너진 적 있었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병을 얻었을 때도 흔들렸지만 그날 밤, 위급 통지서가 몇 장이나 연이어 나왔을 때만큼은 아니었다.그때만큼, 무섭고 혼란스러운 순간은 없었다.“너 정말 못됐다.”손연지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렇게 뛰어내리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다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2화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너 진짜 또 뭘 하려고 하는데!”주해찬은 온몸의 힘을 다해 구승훈을 붙잡았다.그제야 구승훈도 마치 정신이 번쩍 든 듯 돌아서더니 주해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주해찬이 그대로 반격하려는 순간, 조시욱이 급히 그를 막아섰다.구승훈의 시선은, 방금 막 차에 실린 사람에게 고정돼 있었다.손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손은 총을 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차 문이 쾅 닫히고 의료진은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수술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했다.심준호는 소식을 듣고 허둥지둥 도착했고 그 뒤엔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백아영이 따라왔다.손연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술실에서 걸어 나왔고 천아름이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상태 어때요?”손연지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아직 수술 중이에요. 안에 더는 못 있겠더라고요.”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렸다.“하리는... 하리는...”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의 손에 들린 한 장의 병세 위급 통지서가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렸다.백아영은 평생 숱한 풍파를 겪어온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그대로 실신해 버렸고 수술실 앞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강하리는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강가의 작은 어촌 마을로. 리시안셔스 꽃이 들판 가득 피어 있었고 붉은 노을 속에서 어머니의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다.하지만 그 자리에, 더는 구승훈은 없었다. 그 봄날, 벽 너머에서 조심스레 그녀를 부르던 소년도 없었고 고요한 여름날, 폭우 속에서 사탕을 들고 뛰어오던 그 사람도 없었다.그 가을엔 이별도 없었고 그 후의 긴 시간, 끝없는 그리움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녀는 생각했다.‘이대로라면 좋겠다. 정말... 좋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픈 걸까?’창백한 얼굴과 붉게 물든 눈,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승훈 씨... 슬퍼하지 마. 당신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1화

    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 영상을 본 순간부터 모든 감정이 사라졌고 그 이후의 행동은 모두 단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그동안 생긴 온갖 상처조차 그녀에겐 아무 느낌조차 없었다. 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그녀의 마음속엔 단 하나, 구승훈의 얼굴을 끝까지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아마도 단 한 순간의 망설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가 그녀에겐 긴 세월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순간, 강하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내가 구승훈의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구나.’그래서 결심은 오히려 단순했다. 그가 망설이는 대신, 자신이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고가 아래 도로는 이미 봉쇄된 상태였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들이 있어 안전 매트는 아직 완전히 깔리지 않은 상태였다.그 시각, 조시욱과 주해찬은 차량을 통제하며 진입을 막고 있었고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밤하늘을 가르며 붉은 드레스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동시에 피처럼 잔혹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강하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아졌는지, 그대로 지면에 부딪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떨어지던 순간,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구승훈의 창백한 얼굴과, 붉게 물든 그의 두 눈이었다.고통은 어쩌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통증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심장에서 시작해 온몸의 관절, 근육, 뼛속까지 천천히 퍼져가는 고통이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을 감기 전 눈가에 살짝 맺힌 온기를 느꼈고 그 뒤로는 완전한 어둠뿐이었다.구승훈은 짐승처럼 날뛰며 안현우의 목을 움켜잡았다.안현우는 강하리가 그렇게 스스로 뛰어내릴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저 형식적으로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뿐이었다.강하리가 떨어지는 순간,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친 듯이 웃어댔다.‘그년이 죽었다면 이 짓도 해볼 만했네.’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짓던 바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50화

    그때, 밖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운전석 유리가 산산조각 났고 곧이어 안현우의 손에서 피가 튀더니 비명이 터져 나왔다.제어력을 잃은 차량은 그대로 고가도로 방호벽을 향해 돌진했고 안현우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차량은 그대로 뒤집혀 강하리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머릿속이 핑 돌았다.곧이어 안현우가 그녀를 강제로 차 밖으로 끌어내 칼을 목에 들이댔다.피범벅이 된 채 절뚝이며 강하리를 끌고 고가도로 난간 쪽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구승훈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옷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한 강하리의 모습을 목격했다.그녀는 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 고가도로는 누군가가 일부러 막아둔 듯 넓은 도로 위엔 몇 대의 차량만이 멈춰 있었고 주변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구승훈은 여전히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맹렬한 바람이 불었지만 그 바람조차도 오히려 그를 더 차갑고 냉정하게 보이게 했다.강하리는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졌다.구승훈은 그녀와 평생 함께 걸어왔던 남자였다.그녀가 오랫동안 밤낮으로 생각해 오며 미워하면서도 지우지 못했던 남자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하리는 문득 깨달았다. 어떤 사람은 차라리 만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것을.“풀어줘.”차가운 날씨처럼 냉정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강하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 짧은 시선 속에서 구승훈의 가슴은 이유 모를 답답함으로 무거워졌다.착각일까?그녀의 눈에서 아무런 빛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하리야...”남자의 목소리는 쉰 듯 메마르게 그녀를 불렀지만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안현우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구승훈,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그가 말을 마치자 맞은편 도로에 차량이 멈춰 섰다.곧이어 한 남자가 임희주를 끌고 나타나 고가도로 반대편에 섰다.구승훈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그는 고개를 돌려 구승재를 향해 물었다.“노진우한테서 답장 왔어?”구승재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49화

    강하리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여자와 부딪쳤고 목덜미에 느껴진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그리고 눈을 떴을 때, 온몸은 욱신거렸고 정신은 흐릿했다.손은 꽁꽁 묶여 있었고,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얼굴을 돌려보니 자신이 차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게다가 좌석에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그 순간, 질주하는 차 안에서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망할 놈,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온 거야? 됐어. 전에 약속한 장소로 가. 내 일 망치기만 해 봐, 죽여버릴 거야.”전화를 끊자마자 강하리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안현우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운전석에서 돌아본 안현우의 눈빛엔 광기와 탐욕이 엉켜 있었다.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었다.“깨어났네?”강하리는 욱신거리는 통증을 참으며 앞좌석을 노려보았다.“날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요?”안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강하리 씨, 영상 하나 보여줄까요?”그는 휴대폰을 꺼내 재생 버튼을 눌렀다.곧 차 안엔 낯 뜨거운 신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강하리는 화면을 제대로 보지 않아도 어떤 영상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진짜... 미쳤네요. 지금 당신 완전 변태 같아.”그녀의 조롱 섞인 말에 안현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하지만 곧 비웃듯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 영상 끝까지 보고 나면 날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그는 휴대폰을 안전벨트 위에 툭 던졌고 화면은 강하리의 시야에 정확히 들어왔다.그 고통스러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등골을 타고 식은 기운이 흘러내렸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강하리의 눈에 정확히 들어왔다.거의 동시에 서늘한 한기가 온몸을 덮쳤다.이미 지쳐 있던 몸이 수천 개의 화살에 찔린 듯 깊은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여자는 최근 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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