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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 안의 숱한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봤다.

강하리는 이런 모습으로 그들의 주목을 받는 게 좀 거북했다.

“나 절로 갈 수 있어요.”

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걸을 수 있는 게 확실해?”

“네.”

구승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막 들어가려 할 때, 구승훈의 발걸음이 멈칫하였다.

강하리가 고개를 돌려보니, 엘리베이터 안에 송유라와 안현우가 있었다.

뜻밖에도 송유라의 팔목에는 거즈가 감겨 있었다.

구승훈은 그걸 보고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야?”

송유라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안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승훈아, 너 어젯밤 유라 씨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 어제 유라 씨가 다쳐서 우리가 데리고 병원에 왔잖아.”

구승훈은 송유라의 거즈로 감긴 팔목에 시선을 떨궜다.

“어떻게 다쳤는데?”

송유라는 눈시울을 붉히며 새침해서 말했다.

“그게 걱정되긴 한 거예요?”

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

“말하기 싫으면 안 물을게.”

“오빠!”

두 사람은 이렇게 강하리를 사이에 두고 한마디씩 대화가 오고 갔고, 중간에 끼어 있는 강하리는 민망할 따름이었다.

구승훈의 눈매가 부드러워진 걸 그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송유라의 팔목에 시선이 떨어질 때 그의 눈에 스치는 안타까움도 오롯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

그의 품에 안긴 사람은 그녀인데, 그의 눈에는 온통 다른 여자에 관한 관심뿐이었다.

그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것이 바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의 차이구나...

“대표님.”

강하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했다.

“내려줘요, 저 이제 걸을 수 있어요.”

혼자 애쓰며 버티고 서 있을지라도, 그 둘 사이에 끼어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아마 송유라한테 자신이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인지, 결국 그녀를 내려놓았다.

강하리는 벽에 겨우 버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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