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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하리는 메뉴판을 꽉 쥐더니 말했다.

“그래요? 제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구 대표님의 사람을 감히 건드릴 수나 있겠어요?”

안현우는 박장대소를 지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승훈이가 그러는데 제가 하리 씨를 만나는 데 성공하면 하리 씨를 저에게 주겠다고 했거든요.”

강하리는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지만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었다.

“언제 그러셨는데요?”

강하리는 전에 구승훈과 싸웠을 때 홧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구승훈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긴 해도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떠난다고 했으니 홧김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안현우랑 가도 된다고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현우의 말 한마디에 이 모든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

“두 날 전에요. 제가 하리 씨한테 관심 있다고 말했더니 마음대로 하라더군요. 그리고 가격을 제시할 때 좀 더 올려보라고 하기도 했고요.”

이때 메뉴판 날카로운 종이에 손이 베어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메뉴판을 꽉 잡은 채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안 대표님 저 편식한다는 거 잊으셨어요?”

대놓고 거절했지만 안현우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고 갑자기 강하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강 부장, 지금은 가격 제시할 자격이 있다지만 승훈이한테 차이면 사람들한테 놀아나는 노리개일 뿐이에요. 그때 되면 값어치도 없어요.”

그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강 부장,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음 스폰서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강 부장이 먼저 가격 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말을 끝낸 안현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하리는 고개 숙여 자신의 피가 묻은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비록 작은 상처였지만 깊숙이 파여 피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동안 구승훈이 자신을 향해 보여줬던 소유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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