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6화

작가: 재인
구승훈의 옆에는 늘 여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

그중에는 연예인들도 많았지만, 종래로 어느 연예인과 스캔들이 난 적 없었다.

그는 이런 장소에 참석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첫사랑은 다르네.’

이렇게 대놓고 공식 석상에 선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안현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도둑처럼 비겁하고 파렴치하다고 느껴졌다.

...

강하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먼 곳에 있는 강찬수를 발견했다.

그는 손에 술병을 하나 든 채 어질어질한 상태로 동네 입구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었다.

“혹시 강하리를 아세요?”

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뒤돌아 옆에 있던 나무 뒤에 숨었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왜 날 찾으러 온 거지? 2억 원 벌써 다 쓰셨나?’

강하리는 나무 뒤에 숨어 한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꺼내 경비 아저씨한테 전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몇 번이고 내쫓았는데 안 간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강하리를 아는지만 묻고 다른 짓을 안 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나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신도윤의 전화였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전화를 받았다.

“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이따 기사님이 데리러 오신다고 짐 정리 해놓으라십니다. B 시로 출장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B 시에는 무슨 일로요?”

신도윤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께서 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저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강하리는 가기 싫었다.

‘유라와 함께 B 시 예술 페스티벌에 참석했으면서 왜 나보고 오라는 거야?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건가?’

강하리는 이에 관심이 없었다.

“저... 안 가도 돼요?”

신도윤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만약 가기 싫으면 합리한 이유를 대라고 하셨습니다.”

강하리는 할 말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7화

    강하리는 동공이 흔들렸다.“대표님, 지금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강 부장 아직 잠 덜 깼어?”강하리는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 안 했으니까요.”구승훈은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왜, 가격이 마음에 안 들었어?”“저한테 가격 제시하라고 하면서 제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하셨어요.”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그러면 강 부장이 아직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야?”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면서 일부러 자연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제시하는 가격이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가격을 제시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놓아주더니 소파에 앉아 쳐다만 볼 뿐이었다.“가격을 제시하든 말든, 얼마를 제시하든 그건 너의 일이야. 나는 그저 강 부장이 계약을 어길지 말지에만 관심 있는 거고.”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말해 강하리는 가슴이 아팠다.진작에 이런 식의 떠보기는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려고 했다.이 남자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결국엔... 예상대로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러한 결과라고 해도 그나마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라고 생각했다.강하리는 생각을 멈추더니 말했다.“그저 물어봤을 뿐이에요. 대표님이랑은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기간에 다른 스폰서를 찾을 생각은 없었어요. 가격을 얼마로 제시하든 동의할 마음도 없고요.”구승훈은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강 부장 그래도 계약을 잘 지키는 사람이네.”비웃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질문했다.“대표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구승훈은 소파에 늘어진 채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려놓더니 말했다.“내일 F 국 고객을 만나야 하는데 강 부장 번역하는 거 좋아하잖아? 내일 나를 따라 번역일이나 해.”강하리는 그가 이런 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8화

    구승훈은 그녀를 밀쳐내고 다시 고개 숙여 자료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강 부장 질문이 너무 많아. 이제부터 유라와 관련된 일 묻지 마.”강하리는 소파에 앉아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네.”될수록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었다.“다시는 물어보지 않을 테니 화내지 마세요.”그러고는 또다시 차를 준비했다.구승훈 수중에 있는 자료는 내일 쓰일 자료인지 유난히 열심히 보고 있었다.강하리도 온밤 그의 옆을 지켰다.최근에 입덧은 좀 가라앉았지만 그 대신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고요한 방안, 자료를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찻상 앞에 앉아있던 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구승훈은 그녀를 들어 안아 침대에 눕혔다.“뭐 때문에 이렇게 피곤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구승훈의 중저음에 강하리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요즘 수면 질량이 안 좋아서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수면 질량이 안 좋다면서 아까는 잘만 자던데?”강하리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의 옆에서 늘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그녀는 오늘 결국 곯아떨어지고 말았다.편해져서인지 아니면 임신 초기 증상 때문인지 몰랐다.구승훈은 그녀를 안방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뒤돌아 욕실로 향했다.아직 잠이 덜 깨서인지 구승훈이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개를 돌렸을 때 구승훈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셔츠를 벗어 내리자 넓은 어깨, 넓은 등판, 완벽한 허리라인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이 순간 남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승훈 씨.”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고 구승훈은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결국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지금 이러는 것은 그의 부드러움에 혹했는지, 아니면 B 시에 온 이유가 송유라 때문이 아니라는 말 때문인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과 싸운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9화

    강하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을 받아 벌떡 윗몸을 일으키더니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열었다.인기 검색어에는 ‘송유라, 의문의 남자와 호텔을 드나들어’라는 검색어가 떡하니 있었다.강하리는 사진 속 의문의 남자를 보자마자 구승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전날 함께 찍힌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네티즌들도 그 남자가 구승훈이라는 것을 눈치챘다.「구승훈은 구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잖아요.」「에비뉴 주얼리도 갖고 있잖아요.」「이렇게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남자가 갓 귀국한 연예인을 만나다니, 스폰서로 만나는 거 아닐까요?」댓글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송유라는 에비뉴 주얼리 광고모델로서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이미지가 바닥나면 브랜드도 망할 수 있었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여러 가지 수습할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이때 안예서에게 전화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자 신도윤이 문 앞에 서 있었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모시고 오라십니다.”강하리는 멈칫하고 말았다.“인기 검색어 때문에 그러세요?”신도윤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고개만 끄덕였다.강하리는 더는 질문하지 않고 짐을 정리한 후 신도윤을 따라나섰다.현재 구승훈이 있는 호텔은 이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강하리가 도착했을 때 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 안에 앉아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구승재와 송유라의 매니저가 서 있었다.“대표님.”강하리가 노크하면서 들어왔다.“인기 검색어에 관해서는...”“너야?”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먼저 질문했다.그는 어두운 눈빛과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강하리는 나머지 하려던 말을 그대로 꿀꺽 삼키고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구승훈의 목소리에는 전혀 감정 기복이 없었다.“인기 검색어 네가 그런 거야?”강하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이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누가 감히 대표님을 기사에 올려? 그것도 모자라 사진까지? 예전에도 대표님 곁에는 늘 연예인이 함께했는데 파파라치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0화

    “강 부장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신도윤은 그녀를 위로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입을 다문 채로 조용히 강하리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강하리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았다.‘어제저녁에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대표님이 나한테 부드럽게 대한다고 느꼈었지?’이때 심장이 질식할 듯이 아파져 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예서한테서 전화가 왔다.“부장님, 수습은 어떻게 할까요? 송유라 씨 매니저한테 연락해 볼까요?”강하리는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상관 마. 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안예서는 멈칫하더니 알겠다면서 말했다.“부장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호텔.구승훈은 무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구승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형, 강 부장은 아닐 거야.”구승훈은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또 뭘 알고 있는 거야?”구승재가 피식 웃었다.“이렇게 해서 자신한테 아무런 도움이 없잖아. 그리고 강 부장은 몰래 이런 짓이나 꾸밀 사람이 아니라는 거 형도 잘 알잖아. 3년이나 함께 있었는데.”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이 점을 이용해서 한 짓이라면?”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이렇게 큰 리스크를 무릅쓸 이유가 있었을까? 형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낫겠지.’“제일 처음 이 기사를 퍼뜨린 기자를 불러봐.”구승재가 대답했다.“그래, 기자한테 물어보면 되잖아.”구승재가 입구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구승훈이 한마디 했다.“유라 몰래 알아봐.”구승재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알았어.”이 기사를 처음으로 퍼뜨린 기자는 30몇 살짜리 파파라치였다. 구승재한테 끌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어리둥절해하더니 구승훈을 보자마자 이렇게 질문했다.“혹시 구승훈 씨 맞으세요?”구승훈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포스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1화

    호텔로 돌아온 강하리는 핸드폰으로 계좌이체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바로 그 1억 원이었다.강하리는 이 메시지를 보더니 곧바로 인기 검색어를 확인했다.역시나 기사 제목은 의문의 남자로부터 송유라의 첫사랑이라고 바뀌어 있었다.밑에 있는 댓글도 난리가 났다.축하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심지어 둘이 화해했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강하리는 잠시 후 에야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은 유라가 원하는 대로 관계를 밝힌 거야. 그리고 나는 어차피 돈을 목적으로 만났으니까 돈으로 입막음한 거지. 역시 대표님은 아주 냉정해.’강하리가 핸드폰을 거두려고 했을 때 신도윤한테서 연락이 왔다.“대표님께서 옷을 갈아입으시라고 하십니다. 잠시 후 고객님 만나러 데리러 오실 겁니다.”강하리는 침묵을 지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서운했지만 구승훈한테 서운하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강 부장님?”강하리가 대답했다.“네.”강하리는 전화를 끊은 후 구승훈이 전날 저녁에 사줬던 치마로 갈아입었다.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블루 계열의 치마였다.그녀는 환복을 마치고 메이크업까지 마쳤다.임신한 뒤로 메이크업한 적 없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메이크업하기로 했다.반 시간 뒤, 구승훈한테서 연락이 왔다.강하리가 1층에 내려오고, 구승훈은 차창을 내려 그녀를 보더니 눈썹을 움찔했다.블루 계열의 치마를 입으니 피부가 더욱 백옥같았다.“치마 괜찮네.”구승훈은 차창에 기대어 무심결에 한마디 내뱉었고 강하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고객님과는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했고 강하리는 구승훈의 곁을 따르면서 조용히 그가 하는 말들을 번역만 할 뿐 끝날 때까지 쓸데없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그래도 일이 원만히 끝나 상대방이 계속 합작하려는 의향을 보여주었다.차에 올라타고, 구승훈은 고개 돌려 강하리를 쳐다보았다.“화났어?”강하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대표님, 혹시 저희 관계 일찍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2화

    “아니요.”강하리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언제 막 나갔다고 그래?’“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저는 그저...”결국, 서운하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한테 서운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었다.그녀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복잡한 심경을 가다듬고 고개 돌려 구승훈을 쳐다보았다.“저는 그저... 유라 씨 돌아온 지도 오래됐는데 왜 아직 화해하지 않으시는지 이해가 안 되어서요.”구승훈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강 부장은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저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어 정말 괴로워요.”“강 부장.”구승훈은 분노한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자신의 위치, 신분을 잘 파악해. 내가 유라랑 무슨 상황인지 너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강하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 강하리는 처음부터 그저 애인일 뿐이었고 그들한테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 존재였다.‘내가 오지랖이 넓었네.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다고 생각했다니.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없는 거였어!’구승훈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차가 멈춰서야 강하리가 먼저 운을 뗐다.“대표님, 1억 원은 너무 적어요.”이렇게 된 김에 돈을 더 달라고 하려고 했다.‘1억 원으로 되겠어?’구승훈은 차를 길옆에 세우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강 부장은 얼마를 원하는데?”“2억 원이요.”구승훈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고개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완벽한 옆모습, 날렵한 턱선이라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조차 멋있어 보였다.“강 부장, 내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아? 돈을 갖고 싶으면 잘해보든가.”구승훈은 말을 끝내더니 의미심장하게 강하리를 쳐다보았다.강하리는 그의 숨은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대표님, 이것은 대표님께서 응당 저한테 줘야 할 보상이에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강 부장 기분 나빴던 거 1억 원으로 충분하잖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3화

    강하리는 이 치욕스러운 단어 때문에 심장이 아파 났다.마음 같아선 이 돈에 몇만 원을 더해 면상에 뿌려주면서 수고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결국, 메시지를 한참보다 그제야 답장했다.「감사합니다, 대표님.」그래봤자 소용이 없었다.특히나 구승훈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한테는 더욱 소용이 없었다.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 문이 열리고 말았다.구승훈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피식 웃더니 말했다.“뭐가 고마워?”강하리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면서 말했다.“대표님 돈도 주시고 힘도 써주셔서요.”문에 기대고 있던 구승훈은 비웃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강 부장 상황 파악이 빠르네.”그는 밖으로 나가면서 한마디 했다.“일어나 뭐 좀 먹어.”강하리는 움직이기 싫었다.그럴 기분도, 체력도 없었다.“먹기 싫어요.”“같은 말 두 번 반복하게 하지 마.”단호한 그의 말투에 강하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옷을 입고 안방에서 나왔을 때 테이블 위에는 죽 한 그릇이 놓여있었다.그녀가 위가 아프다고 한 뒤로 구승훈이 유난히 죽을 많이 사다 줬던 것 같았지만 괜한 오해를 할까 봐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구승훈의 일은 꽤 순조롭게 끝났고, 두 사람은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B 시를 떠났다.비행장 귀빈실.두 사람이 귀빈실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승훈 오빠.”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송유라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오빠, 왜 두 날 동안이나 연락 없었어요?”구승훈은 눈썹을 움찔했다.“나한테 연락했었어?”“내가 연락 안 하면 오빠가 먼저 연락하면 안 돼요?”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말다툼하고 있는 커플과도 같았다.강하리는 그대로 뻘쭘하게 서 있더니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강 부장님도 계셨네요?”송유라는 그제야 강하리를 발견한 것처럼 말했다.강하리는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유라 씨.”송유라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화

    그 뒤로 송유라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은 줄 알았지만, 오늘 또 언급할 줄은 몰랐다.강하리는 일부러 태연한 척하면서 말했다.“대표님이랑 출장 온 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송유라가 웃으면서 말했다.“계속 건강이 안 좋았다면서요? 아픈 몸으로 출장을 다 오시고. 회사에 그렇게도 사람이 없었나?”강하리는 시선을 피했다.“요즘 많이 나아졌어요. 유라 씨한테까지 걱정을 끼쳤네요.”말을 끝낸 강하리는 바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고 그제야 숨을 쉴 것만 같았다.화장실에서 나온 송유라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똑같이 애교를 부리면서 구승훈의 옆으로 다가갔다.“승훈 오빠, 나 이따 오빠랑 같이 앉을래요.”구승훈은 눈썹을 움찔했다.“네 자리는 못 앉아?”송유라는 잠깐 심기가 언짢았다.“그냥 오빠랑 같이 앉고 싶어서 그래요. 왜요, 싫어요?”구승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강 부장한테 물어봐. 네가 앉고 싶은 자리가 강 부장 거라서.”구승훈은 또 강하리를 언급했다.강하리는 송유라와 눈이 마주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그래요, 유라 씨가 원한다면 바꿔드릴게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유라가 웃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 강 부장님.”*비행기 안, 송유라는 구승훈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강하리는 혼자 앉게 되었다.강하리는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송유라가 화장실에서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정말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 이제부터 더 조심해야 하겠네.’구승훈은 전화 받으러 밖으로 걸어가더니 차 옆으로 다가가서야 강하리한테 물었다.“왜 자리 양보했어?”강하리는 입을 움찔할 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대표님께서 그랬잖아요. 유라 씨랑 싸우지 말라고.”구승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 들었어?”강하리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구승훈은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렇게 말 잘 들으면 저녁에 파티에도 같이 참석하든가.”“안 가도 돼요?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6화

    그런데 갑자기 진태형에게 친딸이 하나 더 생기고 그게 심씨 가문의 손녀일 줄 누가 알았겠나.이제 진시연의 처지가 어색해진 건 당연했고 사람들은 진시연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흩어졌다.진시연은 짙은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샴페인 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녀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못 본 척 걸음을 옮겨 구승훈에게 다가갔다.“구승훈 씨, 오랜만이네요.”구승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와인 잔을 들고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대답하지도 않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어 보이자 진시연은 그의 옆에 서서 우울한 표정으로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 씨, 내가 F 대륙에서 야생동물에게 공격당했을 때 날 구해주고 밤새 업고 병원으로 가 치료받게 해준 거 기억나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땐 개나 소나 다 구해줬을 겁니다.”진시연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졌다.그녀는 오랜 세월 기억하고 있던 것이 구승훈의 입에서 개나 소나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우울한 눈빛을 감춘 채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저한텐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에요. 구승훈 씨,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봐요, 네? 전 정말 그쪽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진시연 씨, 진심으로 살려줘서 고마우면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요. 내 아내가 날 오해하는 건 싫으니까.”진시연은 당황했다.“아내요? 두 사람 결혼해요?”구승훈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진시연 씨, 멀리하라고요. 못 알아들어요?”구승훈이 그렇게 말한 뒤 걸음을 옮겨 강하리에게 다가가는데 진시연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의 뒤에서 소리쳤다.“구승훈 씨, 강하리가 정말 좋은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쪽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서 주해찬이랑 알콩달콩 지내는데 정말 하나도 신경 안 쓰여요?”구승훈은 걸음을 멈추고 얼음같이 싸늘한 얼굴로 돌아보았다.“진시연 씨, 멀쩡히 진씨 가문에 남고 싶으면 얌전히 있어요. 아니면 심씨 가문도, 나도 그쪽 무사히 B시에 남겨두지 않을 테니까.”진시연의 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5화

    강하리는 결국 구승훈이 보내준 드레스를 입었다.파란 드레스에 네크라인과 치맛단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있어 여성스러우면서도 고상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오픈 숄더는 쇄골을 모두 드러냈고 새하얀 쇄골에는 투명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강하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진태형의 딸, 심씨 가문의 손녀라는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B시에 몇이나 되겠나.게다가...허리를 굽혀 강하리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는 구승훈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구씨 가문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모두가 안다.비록 구승훈이 구씨 가문을 처참히 무너뜨렸지만 그의 손에는 구씨 가문의 재산 90%와 B시 문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있으니 기존 구씨 가문보다 그 세력이 더 대단했다.모두의 시선이 여기로 쏠렸지만 구승훈의 눈에는 눈앞에 있는 여자만 보였다.몸을 살짝 굽혀 강하리에게 손을 내밀자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에 자기 손을 얹었다.심준호가 선물한 드레스를 아무 말 없이 찢어버린 구승훈에게 조금 화가 났지만 개자식의 소유욕이 발동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오히려 그런 그의 반응에 다시 예전 구승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동안 그녀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옅어지는 느낌이었다.구승훈의 눈가에 미소가 번지며 강하리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팔을 뻗었다.강하리는 그의 팔짱을 낀 채 사람들의 시선 아래 진씨 가문 저택으로 따라 들어갔다.“이게 우리 결혼식이면 얼마나 좋을까. 왠지 정말 결혼식 같지 않아?”구승훈이 강하리의 귀에 속삭이자 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나도 이게 우리 결혼식이었으면 좋겠어.”구승훈이 걸음을 멈칫하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서두르지 마, 결혼식 할 거니까.”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태형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강하리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아빠.”강하리가 낮은 소리로 부르고 곧이어 구승훈도 그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4화

    “언제 왔어?” 강하리가 구승훈을 바라보며 그의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에 시선이 향했다.지난 며칠 동안 구승훈은 이곳에 머물지 않았다.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요 며칠 구승훈은 많이 바빴고 모임이 끊이질 않아 근처에 미리 준비해 둔 별장으로 갔다.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지난 며칠 동안 잠은 잤어?”구승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품에 안았다.“잠을 못 자. 강 대표님이 와서 재워주면 안 돼?”강하리가 웃었다.“그래, 오늘 짐 챙겨서 그쪽으로 갈게.”구승훈은 멈칫하다가 이내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쉽게 승낙하니 다소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원래 상처들은 거의 다 나았지만 그가 요즘 매일 복싱장으로 가서 속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풀었기에 몸에 새로운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강하리가 정말 오면 그는 괴롭기만 할 거다.아내가 옆에 있는 데도 안지 못하는 그 기분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정말 올 거야?”강하리가 웃었다.“왜, 내가 가는 게 싫어? 아니면 다른 여자가 있는 거야?”구승훈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그럴 배짱이 있는 것 같아?”강하리는 그의 넥타이를 잡고 끌어당겨 허리를 굽히게 한 뒤 시선을 마주 보았다.“그러면 방 청소나 하고 나랑 연정이가 갈 테니까 기다려.”말을 마친 그녀는 구승훈의 넥타이를 놓아주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문에 기댄 채 웃음을 터뜨리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강하리를 거절할 수가 없다는 걸 인정했다.잠시 후 드레스룸에서 나온 강하리는 심플한 드레스를 입었는데도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하지만 구승훈은 그녀가 나오는 순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보낸 드레스는 어딨어?”강하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무심하게 대꾸했다.“너무 더워서 시원한 걸로 바꿨어.”구승훈은 강하리의 등 뒤로 훤히 뚫린 구멍을 바라봤다.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위로 끌어올리자 뒤쪽의 아름다운 나비 모양의 뼈가 드러났다.허리까지 훤히 뚫린 디자인의 옷을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3화

    강하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건너편 사옥에 새로 회사가 들어왔다는 건 아는데 에비뉴와 정안 그룹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됐다.그렇지 않고서야 구승훈이 왜 회사 근처 식당에 나타났겠는가.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연성으로 안 돌아가?”구승훈의 눈동자는 온통 그녀로 가득 찼다.“너랑 아이가 어디 있으면 나도 함께 할 거야.”강하리가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했다.“나도 꼭 B시에 있을 필요는 없어. JM의 업무는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어쨌든 연성은 구씨 가문의 영역이었고 연성에 깊게 뿌리 박은 구씨 가문은 B시에서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구승훈이 시선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네가 다시는 가족과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네가 연인이든 가족이든 둘 다 가졌으면 좋겠어, 자기야.”두 사람 중에 적어도 한쪽은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니까.강하리의 코끝이 갑자기 시큰해지며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예물도 도착했는데 그러면 결혼할래, 구승훈?”멈칫한 구승훈은 씁쓸함이 가슴에 밀려왔지만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강 대표님, 그렇게 급한가?”강하리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나랑 결혼할 거야?”구승훈의 눈에 머금었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손가락이 강하리의 눈가에 닿았다.“자기야, 준비할 시간 좀 줘.” 강하리는 쓴웃음을 내뱉었다.“알았어, 기다릴게.”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곧장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복잡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회사 앞에 서서 얼굴을 찡그렸다.그가 돌아서서 길 건너편으로 걸어가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구승재는 진작 위에서 구승훈과 강하리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두 사람이 화해했는지 확인하려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하지만 아래에 내려오자 형이 찌푸린 얼굴로 걸어올 줄이야.‘쯧... 아직 화해 못 했네.’“형, 하리 씨가 아직 용서 안 해준대?”구승훈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눈가에 억눌린 짜증을 내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2화

    하지만 구승훈의 숨김과 솔직하지 못한 태도는 강하리의 마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구승훈은 강하리가 화가 났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뒤 강하리를 품에 안고 입을 열었다.“제 아내, 강하리에요.”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자 구승훈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체면 좀 살려주면 안 돼, 여보?”강하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여자의 시선이 반짝이더니 강하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안녕하세요, 사모님. 전 구승훈 씨 담당 정신과 의사, 여나경이라고 해요.”강하리는 멈칫하다가 구승훈의 불면증이 떠올라 그를 슬쩍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이 사람 상태 어때요?”구승훈의 눈동자가 살짝 어두워지고 여자는 눈치껏 웃으며 말했다.“복잡한 경우라 치료 과정도 번거로울 수 있지만 제가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강하리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여자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러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여자가 가고 구승훈은 힘껏 강하리의 허리를 꼬집었다.“정주현이랑 밥 맛있게 먹었어?”강하리는 곧장 그의 손을 떼어냈다.“다른 여자랑 밥 맛있게 먹었어?”구승훈이 웃었다.“그래도 강 대표님이랑 먹는 게 맛있지.”강하리는 능글맞게 웃는 남자를 보며 문득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어젯밤 혼자 발코니에 서 있을 때처럼 왠지 이 남자가 홀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구승훈, 당신 몸...”구승훈은 속으로 흠칫하며 조용히 강하리를 품에 안고 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강 대표님 걱정하는 눈빛을 보니 다 나은 것 같네.”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구승훈의 품에 기대어 안겼고 구승훈의 눈동자는 한층 어두워졌다.강하리가 걱정한다는 걸 잘 안다.예전 같았으면 걱정해 주는 그녀의 모습에 날 듯이 기뻐했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강하리가 알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지금은 감히 프러포즈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 약은 그에게 시한폭탄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1화

    강하리는 구승훈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더군다나 맞은편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앉아 있자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구승훈의 정상적인 사교 활동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다가가 묻지도, 방해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정주현이 그녀의 표정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강하리를 돌아보았다.“바람피우는 현장 목격한 건가요?”강하리는 다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아니요.”이런 면에서 강하리는 구승훈을 믿었다.다만 구승훈이 저 여성과 밥을 먹는 것이 그녀에게 숨기는 일과 관련이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뿐이었다.강하리는 사실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다른 사람들은 알아도 자신은 알면 안 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연정이 사건 때도 구승훈은 노진우를 믿을지언정 그녀를 믿지는 않았다.강하리는 눈가의 상실감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고 정주현은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여전히 저 사람에게 잘해주네요.”정주현의 말투에는 무의식적으로 약간의 서운함이 묻어났지만 그 역시 자신과 강하리 사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가지 않고 되물었다.“어떻게 지냈어요?”정주현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가 갑자기 사라졌다.요즘 어떻게 지냈냐고? 굳이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엉망이다.사실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그조차 모르겠다.정양철과 줄곧 사이가 돈독했던 그였고 정양철이 업무상 아무리 엄격하게 요구해도 그에겐 좋은 아버지였다.그래서 정양철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지만 증거까지 나온 이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정주현은 애써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냥 그렇죠.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그냥... 하리 씨 볼 면목이 없네요.”강하리는 잠시 정주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그쪽이랑 상관없어요.”정주현이 웃었다.“그럼 뻔뻔하게 친구 해도 돼요?”강하리도 웃었다.“당연하죠.”정주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고 두 사람은 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60화

    “당신 원하면 해.”구승훈은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자기야, 내일 침대에서 못 일어날까 봐 걱정되지 않아?”강하리가 웃었다.“할 거야?”숨이 멎은 구승훈이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았다.“아니, 우선은 강 대표님이 재워주는 걸 누리고 싶어.”말을 마친 그가 강하리를 안아 침대에 눕혔고 강하리는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잘 자, 구승훈.”구승훈은 웃었다.“잘 자, 자기야.”강하리는 구승훈의 품에 몸을 밀착했고 구승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꽉 안았다.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침실에서 강하리의 귀에는 구승훈의 심장 박동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두 사람은 더 말하지 않았다.고요한 방 안에서 구승훈이 고개를 숙여 강하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사랑해.”강하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을 떠 구승훈의 시선을 마주했다.“나도 사랑해.”언제 잠이 들었는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구승훈은 곁에 없었고 연정이도 누군가 안고 간 뒤였다.강하리는 침대에 앉아 구승훈이 누웠던 곳을 바라봤다.다소 구겨진 이불을 만지던 그녀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릴게.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 구승훈.”구승훈은 바쁜지 강하리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강하리도 굳이 묻지 않고 평소처럼 연정이에게 밥을 먹인 뒤 사무실로 갔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사무실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리시안셔스 꽃다발이 있었고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데 안예서가 뒤에서 은근하게 웃으며 말을 붙여왔다.“대표님, 곧 좋은 일 생길 것 같은데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굳어졌다. 구승훈은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래도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오늘 일정은 뭐야?”안예서는 서둘러 강하리에게 하루 일정을 알렸고 고개를 끄덕인 강하리는 꽃을 옆으로 치웠다.안예서가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대표님,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임명우 씨 기억하시죠?”강하리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59화

    구승훈은 강하리의 입술을 깨물며 샤워기 아래로 그녀를 안고 갔다.머리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은 달아오른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원해? 자기야, 말해봐.”구승훈이 턱을 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머릿속이 윙윙거리던 강하리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그녀가 깨물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구승훈이 강하리를 들어 올려 벽에 밀쳤다.구승훈이 얼마나 그녀를 탐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모든 게 끝났을 때 강하리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안아 침대에 눕혔고 강하리는 몸을 뒤척이며 잠이 들었다.잠든 강하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구승훈은 입술에 뽀뽀한 뒤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은 이미 흠뻑 젖어 있는 자기 셔츠 단추를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풀었다.단추가 풀리면서 그의 몸에 난 상처가 드러났다.최면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고 그는 점점 더 마음속의 난폭함을 참기 힘들어졌다.마치 잠깐의 고통만이 마음속 짜증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구승훈은 무표정하게 웃옷을 벗고 샤워했다.차가운 물이 몸을 적시자 구승훈은 쓴웃음을 내뱉으며 자신의 욕망을 내려다보았다.그는 강하리를 원했다.하지만 지금 당장은 강하리가 기꺼이 응한다고 해도 그녀 앞에서 감히 옷을 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욕실에서 나온 구승훈은 침대에서 단잠을 자는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들고 뒤돌아 발코니로 갔다.휴대폰에는 노민준과 구승재에게 걸려 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있었고 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노민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왜 또 갔어?”구승훈은 개의치 않는 어투로 대꾸했다.“효과 없잖아.”노민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묻어났다.“효과가 없으면 치료 안 할 거야? 승훈아, 포기하지 마. 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구승훈은 담배를 한 모금 머금더니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물었다.“형, 확실하게 대답해 줘. 이 약으로 고칠 수 있어?”희망이 없다면 그도 더 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58화

    “그래, 우리 연정이에게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주자.”강하리는 구승훈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눈시울이 시큰거렸다.더 이상 주저하고 싶지 않았다.평생 이 남자와 얽혀야 할 운명이라면 차라리 빨리 서로를 곁에 붙잡아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삼촌이 말한 것처럼 서로 좋아하는 관계는 소중한 거니까.구승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별장으로 갈까? 콘돔 한 박스 샀는데 써보지 않을래, 강 대표님?”강하리는 깜짝 놀라서 재빨리 뻔뻔한 남자를 밀어내려는데 구승훈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한 번만 하고 돌아가는 건 어때?”강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구승훈은 직접 그녀의 손을 잡아 그곳에 갖다 댔다.“느껴져? 널 본 순간부터 원했어.”강하리는 단번에 손에 닿은 물건을 알아차리고 화가 나서 물건을 콱 잡았다.“참아!”며칠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그런 생각만 하다니, 어림도 없지!구승훈은 그녀의 귓불을 살며시 깨물며 옷 속으로 손이 파고들었다.“그러면 오늘은 내가 강 대표님을 모실게, 어때?”말을 마친 뒤 강하리에게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입술을 막았다.남자의 민첩한 손놀림이 그녀의 몸 곳곳에 불을 지폈고 그가 그녀의 허리를 쓸어내릴 때쯤 강하리가 갑자기 그를 밀어냈다.“일단 먼저 돌아가.”구승훈은 웃었다.“알았어, 그러면 오늘 밤에 강 대표님 제대로 모실게.”그녀가 원한다는 듯이 말하는 상대에 강하리는 얼굴이 타는 듯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강하리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았다.“젖었어? 어디 봐.”강하리의 얼굴에 또 한 번 홍조가 올라왔다.“닥쳐!”개자식!구승훈은 더 이상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시동을 걸어 차를 몰고 나갔다.별장으로 돌아오자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연정이가 보행기를 탄 채 달려왔고 구승훈의 곁에 도착하자 연정이는 작고 뚱뚱한 두 손을 쭉 뻗으며 구승훈을 향해 웅얼거렸다.누가 봐도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조르는 모습이라 구승훈은 연정이를 안아 볼에 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