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메뉴판을 꽉 쥐더니 말했다.“그래요? 제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구 대표님의 사람을 감히 건드릴 수나 있겠어요?”안현우는 박장대소를 지었다.“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승훈이가 그러는데 제가 하리 씨를 만나는 데 성공하면 하리 씨를 저에게 주겠다고 했거든요.”강하리는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지만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었다.“언제 그러셨는데요?”강하리는 전에 구승훈과 싸웠을 때 홧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구승훈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긴 해도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떠난다고 했으니 홧김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안현우랑 가도 된다고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안현우의 말 한마디에 이 모든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두 날 전에요. 제가 하리 씨한테 관심 있다고 말했더니 마음대로 하라더군요. 그리고 가격을 제시할 때 좀 더 올려보라고 하기도 했고요.”이때 메뉴판 날카로운 종이에 손이 베어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메뉴판을 꽉 잡은 채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안 대표님 저 편식한다는 거 잊으셨어요?”대놓고 거절했지만 안현우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고 갑자기 강하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강 부장, 지금은 가격 제시할 자격이 있다지만 승훈이한테 차이면 사람들한테 놀아나는 노리개일 뿐이에요. 그때 되면 값어치도 없어요.”그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강 부장,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음 스폰서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강 부장이 먼저 가격 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끝낸 안현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하리는 고개 숙여 자신의 피가 묻은 메뉴판을 바라보았다.비록 작은 상처였지만 깊숙이 파여 피가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이 더욱 아팠다.그동안 구승훈이 자신을 향해 보여줬던 소유욕 때문에
손연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전에는 강하리가 아이를 지우겠다면서 구승훈과 헤어지겠다고 말한 적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아이를 위해서인지 그 일을 다시 입 밖에 꺼낸 적 없었다.‘요즘 들어 승훈 씨도 언급하지 않더니. 오늘은 왜 이러는 거지?’“구승훈 그 개자식 또 무슨 짓을 했는데?”손연지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송유라 때문이야?”강하리는 고개를 흔들었다.“계속 생각해 왔던 일이야.”단지...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떠나지 못했던 것이다.강찬수 때문인 것도 있었고 엄마 치료비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였다.걱정되는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엄마의 치료비는 몇 달 치 모아두긴 했지만 임신한 후부터 구승훈을 떠나면 바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그리고 출산하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저축이 없이는 생활하기가 어려웠다.그래서 계속 구승훈의 옆에 남아있기로 한 것이다.구승훈이 송유라를 향한 부드러움을 지켜보면서도, 자신을 향한 차가움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구승훈과 송유라가 함께 자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나중에 멋있게 뒤돌아 떠나려고 했지만,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자신의 감정이 이미 마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구승훈이 자꾸만 그녀를 심란하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있었다.“정말 잘 생각했어?”손연지는 미간을 찌푸렸다.비록 늘 구승훈이 나쁜 놈이라고 욕했지만 그래도 그가 강하리한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아이한테는 온전한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강하리가 매달 4천만 원 정도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구승훈을 떠나면 의료비 때문에 숨을 못 쉴 거고 더욱이 아이도 키우지 못할 것이었다.그래서 강하리가 더는 구승훈을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자 손연지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최소한 아이는 구승훈
구승훈의 옆에는 늘 여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그중에는 연예인들도 많았지만, 종래로 어느 연예인과 스캔들이 난 적 없었다.그는 이런 장소에 참석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번이 처음이었다.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첫사랑은 다르네.’이렇게 대놓고 공식 석상에 선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안현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도둑처럼 비겁하고 파렴치하다고 느껴졌다....강하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먼 곳에 있는 강찬수를 발견했다.그는 손에 술병을 하나 든 채 어질어질한 상태로 동네 입구에 앉아있었다.그렇게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었다.“혹시 강하리를 아세요?”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뒤돌아 옆에 있던 나무 뒤에 숨었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왜 날 찾으러 온 거지? 2억 원 벌써 다 쓰셨나?’강하리는 나무 뒤에 숨어 한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꺼내 경비 아저씨한테 전화하려고 했다.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몇 번이고 내쫓았는데 안 간다고 대답했다.그리고 입구에서 강하리를 아는지만 묻고 다른 짓을 안 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나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신도윤의 전화였다.그녀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전화를 받았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이따 기사님이 데리러 오신다고 짐 정리 해놓으라십니다. B 시로 출장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B 시에는 무슨 일로요?”신도윤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저 오시라고 하셨습니다.”강하리는 가기 싫었다.‘유라와 함께 B 시 예술 페스티벌에 참석했으면서 왜 나보고 오라는 거야?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건가?’강하리는 이에 관심이 없었다.“저... 안 가도 돼요?”신도윤이 말했다.“대표님께서 만약 가기 싫으면 합리한 이유를 대라고 하셨습니다.”강하리는 할 말이
강하리는 동공이 흔들렸다.“대표님, 지금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강 부장 아직 잠 덜 깼어?”강하리는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 안 했으니까요.”구승훈은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왜, 가격이 마음에 안 들었어?”“저한테 가격 제시하라고 하면서 제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하셨어요.”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그러면 강 부장이 아직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야?”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면서 일부러 자연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제시하는 가격이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가격을 제시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놓아주더니 소파에 앉아 쳐다만 볼 뿐이었다.“가격을 제시하든 말든, 얼마를 제시하든 그건 너의 일이야. 나는 그저 강 부장이 계약을 어길지 말지에만 관심 있는 거고.”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말해 강하리는 가슴이 아팠다.진작에 이런 식의 떠보기는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려고 했다.이 남자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결국엔... 예상대로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러한 결과라고 해도 그나마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라고 생각했다.강하리는 생각을 멈추더니 말했다.“그저 물어봤을 뿐이에요. 대표님이랑은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기간에 다른 스폰서를 찾을 생각은 없었어요. 가격을 얼마로 제시하든 동의할 마음도 없고요.”구승훈은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강 부장 그래도 계약을 잘 지키는 사람이네.”비웃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질문했다.“대표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구승훈은 소파에 늘어진 채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려놓더니 말했다.“내일 F 국 고객을 만나야 하는데 강 부장 번역하는 거 좋아하잖아? 내일 나를 따라 번역일이나 해.”강하리는 그가 이런 제
구승훈은 그녀를 밀쳐내고 다시 고개 숙여 자료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강 부장 질문이 너무 많아. 이제부터 유라와 관련된 일 묻지 마.”강하리는 소파에 앉아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네.”될수록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었다.“다시는 물어보지 않을 테니 화내지 마세요.”그러고는 또다시 차를 준비했다.구승훈 수중에 있는 자료는 내일 쓰일 자료인지 유난히 열심히 보고 있었다.강하리도 온밤 그의 옆을 지켰다.최근에 입덧은 좀 가라앉았지만 그 대신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고요한 방안, 자료를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찻상 앞에 앉아있던 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구승훈은 그녀를 들어 안아 침대에 눕혔다.“뭐 때문에 이렇게 피곤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구승훈의 중저음에 강하리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요즘 수면 질량이 안 좋아서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수면 질량이 안 좋다면서 아까는 잘만 자던데?”강하리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의 옆에서 늘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그녀는 오늘 결국 곯아떨어지고 말았다.편해져서인지 아니면 임신 초기 증상 때문인지 몰랐다.구승훈은 그녀를 안방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뒤돌아 욕실로 향했다.아직 잠이 덜 깨서인지 구승훈이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개를 돌렸을 때 구승훈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셔츠를 벗어 내리자 넓은 어깨, 넓은 등판, 완벽한 허리라인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이 순간 남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승훈 씨.”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고 구승훈은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결국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지금 이러는 것은 그의 부드러움에 혹했는지, 아니면 B 시에 온 이유가 송유라 때문이 아니라는 말 때문인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과 싸운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강하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을 받아 벌떡 윗몸을 일으키더니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열었다.인기 검색어에는 ‘송유라, 의문의 남자와 호텔을 드나들어’라는 검색어가 떡하니 있었다.강하리는 사진 속 의문의 남자를 보자마자 구승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전날 함께 찍힌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네티즌들도 그 남자가 구승훈이라는 것을 눈치챘다.「구승훈은 구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잖아요.」「에비뉴 주얼리도 갖고 있잖아요.」「이렇게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남자가 갓 귀국한 연예인을 만나다니, 스폰서로 만나는 거 아닐까요?」댓글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송유라는 에비뉴 주얼리 광고모델로서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이미지가 바닥나면 브랜드도 망할 수 있었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여러 가지 수습할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이때 안예서에게 전화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자 신도윤이 문 앞에 서 있었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모시고 오라십니다.”강하리는 멈칫하고 말았다.“인기 검색어 때문에 그러세요?”신도윤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고개만 끄덕였다.강하리는 더는 질문하지 않고 짐을 정리한 후 신도윤을 따라나섰다.현재 구승훈이 있는 호텔은 이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강하리가 도착했을 때 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 안에 앉아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구승재와 송유라의 매니저가 서 있었다.“대표님.”강하리가 노크하면서 들어왔다.“인기 검색어에 관해서는...”“너야?”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먼저 질문했다.그는 어두운 눈빛과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강하리는 나머지 하려던 말을 그대로 꿀꺽 삼키고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구승훈의 목소리에는 전혀 감정 기복이 없었다.“인기 검색어 네가 그런 거야?”강하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이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누가 감히 대표님을 기사에 올려? 그것도 모자라 사진까지? 예전에도 대표님 곁에는 늘 연예인이 함께했는데 파파라치한
“강 부장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신도윤은 그녀를 위로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입을 다문 채로 조용히 강하리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강하리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았다.‘어제저녁에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대표님이 나한테 부드럽게 대한다고 느꼈었지?’이때 심장이 질식할 듯이 아파져 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예서한테서 전화가 왔다.“부장님, 수습은 어떻게 할까요? 송유라 씨 매니저한테 연락해 볼까요?”강하리는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상관 마. 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안예서는 멈칫하더니 알겠다면서 말했다.“부장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호텔.구승훈은 무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구승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형, 강 부장은 아닐 거야.”구승훈은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또 뭘 알고 있는 거야?”구승재가 피식 웃었다.“이렇게 해서 자신한테 아무런 도움이 없잖아. 그리고 강 부장은 몰래 이런 짓이나 꾸밀 사람이 아니라는 거 형도 잘 알잖아. 3년이나 함께 있었는데.”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이 점을 이용해서 한 짓이라면?”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이렇게 큰 리스크를 무릅쓸 이유가 있었을까? 형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낫겠지.’“제일 처음 이 기사를 퍼뜨린 기자를 불러봐.”구승재가 대답했다.“그래, 기자한테 물어보면 되잖아.”구승재가 입구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구승훈이 한마디 했다.“유라 몰래 알아봐.”구승재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알았어.”이 기사를 처음으로 퍼뜨린 기자는 30몇 살짜리 파파라치였다. 구승재한테 끌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어리둥절해하더니 구승훈을 보자마자 이렇게 질문했다.“혹시 구승훈 씨 맞으세요?”구승훈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포스를
호텔로 돌아온 강하리는 핸드폰으로 계좌이체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바로 그 1억 원이었다.강하리는 이 메시지를 보더니 곧바로 인기 검색어를 확인했다.역시나 기사 제목은 의문의 남자로부터 송유라의 첫사랑이라고 바뀌어 있었다.밑에 있는 댓글도 난리가 났다.축하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심지어 둘이 화해했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강하리는 잠시 후 에야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은 유라가 원하는 대로 관계를 밝힌 거야. 그리고 나는 어차피 돈을 목적으로 만났으니까 돈으로 입막음한 거지. 역시 대표님은 아주 냉정해.’강하리가 핸드폰을 거두려고 했을 때 신도윤한테서 연락이 왔다.“대표님께서 옷을 갈아입으시라고 하십니다. 잠시 후 고객님 만나러 데리러 오실 겁니다.”강하리는 침묵을 지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서운했지만 구승훈한테 서운하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강 부장님?”강하리가 대답했다.“네.”강하리는 전화를 끊은 후 구승훈이 전날 저녁에 사줬던 치마로 갈아입었다.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블루 계열의 치마였다.그녀는 환복을 마치고 메이크업까지 마쳤다.임신한 뒤로 메이크업한 적 없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메이크업하기로 했다.반 시간 뒤, 구승훈한테서 연락이 왔다.강하리가 1층에 내려오고, 구승훈은 차창을 내려 그녀를 보더니 눈썹을 움찔했다.블루 계열의 치마를 입으니 피부가 더욱 백옥같았다.“치마 괜찮네.”구승훈은 차창에 기대어 무심결에 한마디 내뱉었고 강하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고객님과는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했고 강하리는 구승훈의 곁을 따르면서 조용히 그가 하는 말들을 번역만 할 뿐 끝날 때까지 쓸데없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그래도 일이 원만히 끝나 상대방이 계속 합작하려는 의향을 보여주었다.차에 올라타고, 구승훈은 고개 돌려 강하리를 쳐다보았다.“화났어?”강하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대표님, 혹시 저희 관계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