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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생각을 거두고 몸에 묻은 물기를 닦은 후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구승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띵동띵동.

누군가가 계속 메시지를 보내왔다.

구승훈은 인내심 없는 표정으로 힐끔 보더니 그 상대방에게 전화했다.

“네가 데려다줘.”

전화기 너머에서 안현우가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

“승훈아, 유라 씨 취하셔서 계속 너의 이름만 불러. 네가 자기를 안 좋아한다나 뭐라나. 혹시 싸웠어?”

구승훈은 담배 한 모금 빨더니 말했다.

“아니.”

송유라는 워낙 제멋대로 하는 성격이라 구승훈이 달래주기를 원하면서 가끔 오늘처럼 이렇게 행패를 부릴 때가 있었다.

송유라는 오늘 구승훈이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 말렸지만 그는 결국 제멋대로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빨리 와서 데려가.”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네가 데려다주기 싫으면 유라 집에 전화해서 기사님더러 데려가라고 해.”

안현우가 말했다.

“승훈아, 넌 뭐 때문에 바쁜데? 유라 씨도 나 몰라라 하기로 한 거야?”

안현우는 멈칫하더니 질문했다.

“지금 강 부장이랑 같이 있는 건 아니지? 승훈아, 어떻게 강 부장 때문에 유라 씨를 내버려둘 수 있어?”

구승훈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누구랑 함께 있든 나의 일이야. 네가 유라를 집까지 데려다줘.”

구승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더니 고개 돌려 강하리를 쳐다보았다.

“내일 임 변호사님한테 말해. 만약 정말 번역관이 필요하다면 밖에서 찾아보라고. 그 돈마저 아까우면 변호사 사무실 때려치우라고.”

강하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돈 때문인 것도 있고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사심 때문인 것도 있었다.

언젠가 자신의 꿈을 되찾고 싶었고 진정한 자신으로 거듭나기를 원했다.

구승훈이 바라는 강 부장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구승훈의 노리개가 아닌 진정한 자신 말이다.

“저는 하고 싶어요. 저희 계약서에 제가 아르바이트하면 안 된다는 사항은 없었잖아요.”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

“강 부장,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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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2화

    결국, 고개를 숙이고 강하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마음대로 하라지 뭐.’강하리가 계약 기간 동안 자신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담배 하나를 쥐고 있던 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안현우와 송유라를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룸 안에서 이들은 그저 서로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안현우가 속으로 생각했다.‘싸웠네, 싸웠어.’송유라는 이번에 정말 상심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안현우는 그런 그녀를 잡아당기더니 구승훈의 옆에 앉혔다.송유라는 많이 슬픈 모양이었다.“내가 하리 언니한테 술 먹여서 화났어요?”구승훈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말했다.“내가 화낼 줄 알았으면서. 이제부터는 그런 짓 하지 마.”송유라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저 때문에 일에 지장이 갔을까 봐 사과하고 싶을 뿐이에요.”“그래.”구승훈은 강하리 때문에 송유리와 화를 낼 수가 없어 그저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 여자애가 저녁 늦게까지 밖에 있으면 안 돼.”여느 때처럼 부드러운 말투에 송유라는 그제야 미소를 되찾았다.“알았어요.”송유라가 떠나고, 안현우는 구승훈의 옆에 앉더니 말했다.“승훈아, 무슨 생각이야? 유라 씨도 돌아왔는데 왜 화해하지 않았어?”구승훈은 고개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너나 잘하세요.”안현우는 머쓱하게 웃더니 말했다.“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잖아.”그러더니 잠깐 멈칫하면서 말했다.“설마 강 부장 포기하지 못해서 그래?”구승훈은 담배만 피울 뿐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안현우는 그가 무언의 긍정을 했다고 생각했다.“승훈아, 정신 차려. 강 부장 같은 여자랑은 잠깐 놀 수는 있지만,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돼. 그런 여자를 만나면 평생 불행할 거야. 그 여자는 돈밖에 모르거든.”구승훈은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피식 웃었다.“잘 알고 있나 본데?”안현우는 혀를 차더니 말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3화

    강하리는 손연지의 말에 놀라더니 어이없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구승훈이 송유라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그가 유일하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송유라뿐이었다.송유라한테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왜 그럴 리가 없는데?”손연지는 여전히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강하리는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고 아예 화제를 돌렸다.“우리 함께 밥 먹은 지도 오라잖아. 뭐 먹고 싶어? 내가 살게.”음식 얘기에 손연지는 역시나 반응을 보였다.“어디 보자...”손연지는 결국 인기 레스토랑을 떠올리게 되었다.두 사람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안현우를 만나게 되었다.안현우의 옆에는 여자가 앉아있었다.강하리가 들어오는 것을 본 안현우는 동공이 흔들렸다.강하리는 그를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손연지와 함께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손연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안현우가 다가와 손연지의 자리에 앉더니 말했다.“강 부장, 이렇게 뵙네요.”메뉴판을 보고 있던 강하리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그러게요. 안 대표님, 저 못 본 척해주셔도 돼요.”안현우가 피식 웃었다.“강 부장, 왜 이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해?”강하리는 고개 들어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서로 가는 길이 다른 사람은 만나지도 말아야 된다는 거 모르세요?”“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전에는 우리 사이가 좋았잖아요.”강하리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 났다.구승훈의 친구라 예전에는 친하게 지냈었지만 구승훈과의 관계가 들통난 뒤로 안현우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강하리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만약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나를 계속 쫓아다녔겠지. 그런데 내가 돈만 보고 잠자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본성을 드러낼 거고.’안현우는 입으로는 강하리를 좋아한다면서 뒤에서는 그녀를 욕하고 다녔다.‘이런 모습은 부잣집 도련님들의 공통점이겠지. 나를 그저 노리개로 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4화

    강하리는 메뉴판을 꽉 쥐더니 말했다.“그래요? 제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구 대표님의 사람을 감히 건드릴 수나 있겠어요?”안현우는 박장대소를 지었다.“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승훈이가 그러는데 제가 하리 씨를 만나는 데 성공하면 하리 씨를 저에게 주겠다고 했거든요.”강하리는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지만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었다.“언제 그러셨는데요?”강하리는 전에 구승훈과 싸웠을 때 홧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구승훈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긴 해도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떠난다고 했으니 홧김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안현우랑 가도 된다고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하지만 안현우의 말 한마디에 이 모든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두 날 전에요. 제가 하리 씨한테 관심 있다고 말했더니 마음대로 하라더군요. 그리고 가격을 제시할 때 좀 더 올려보라고 하기도 했고요.”이때 메뉴판 날카로운 종이에 손이 베어 피가 뚝뚝 흘러내렸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메뉴판을 꽉 잡은 채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안 대표님 저 편식한다는 거 잊으셨어요?”대놓고 거절했지만 안현우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고 갑자기 강하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강 부장, 지금은 가격 제시할 자격이 있다지만 승훈이한테 차이면 사람들한테 놀아나는 노리개일 뿐이에요. 그때 되면 값어치도 없어요.”그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강 부장,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음 스폰서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는 강 부장이 먼저 가격 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말을 끝낸 안현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하리는 고개 숙여 자신의 피가 묻은 메뉴판을 바라보았다.비록 작은 상처였지만 깊숙이 파여 피가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이 더욱 아팠다.그동안 구승훈이 자신을 향해 보여줬던 소유욕 때문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5화

    손연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전에는 강하리가 아이를 지우겠다면서 구승훈과 헤어지겠다고 말한 적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아이를 위해서인지 그 일을 다시 입 밖에 꺼낸 적 없었다.‘요즘 들어 승훈 씨도 언급하지 않더니. 오늘은 왜 이러는 거지?’“구승훈 그 개자식 또 무슨 짓을 했는데?”손연지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송유라 때문이야?”강하리는 고개를 흔들었다.“계속 생각해 왔던 일이야.”단지...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떠나지 못했던 것이다.강찬수 때문인 것도 있었고 엄마 치료비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였다.걱정되는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엄마의 치료비는 몇 달 치 모아두긴 했지만 임신한 후부터 구승훈을 떠나면 바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그리고 출산하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저축이 없이는 생활하기가 어려웠다.그래서 계속 구승훈의 옆에 남아있기로 한 것이다.구승훈이 송유라를 향한 부드러움을 지켜보면서도, 자신을 향한 차가움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구승훈과 송유라가 함께 자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나중에 멋있게 뒤돌아 떠나려고 했지만,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자신의 감정이 이미 마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구승훈이 자꾸만 그녀를 심란하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있었다.“정말 잘 생각했어?”손연지는 미간을 찌푸렸다.비록 늘 구승훈이 나쁜 놈이라고 욕했지만 그래도 그가 강하리한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아이한테는 온전한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강하리가 매달 4천만 원 정도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구승훈을 떠나면 의료비 때문에 숨을 못 쉴 거고 더욱이 아이도 키우지 못할 것이었다.그래서 강하리가 더는 구승훈을 떠나겠다는 말을 하지 않자 손연지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최소한 아이는 구승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6화

    구승훈의 옆에는 늘 여자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그중에는 연예인들도 많았지만, 종래로 어느 연예인과 스캔들이 난 적 없었다.그는 이런 장소에 참석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번이 처음이었다.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첫사랑은 다르네.’이렇게 대놓고 공식 석상에 선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안현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빼앗은 도둑처럼 비겁하고 파렴치하다고 느껴졌다....강하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먼 곳에 있는 강찬수를 발견했다.그는 손에 술병을 하나 든 채 어질어질한 상태로 동네 입구에 앉아있었다.그렇게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었다.“혹시 강하리를 아세요?”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뒤돌아 옆에 있던 나무 뒤에 숨었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다.‘왜 날 찾으러 온 거지? 2억 원 벌써 다 쓰셨나?’강하리는 나무 뒤에 숨어 한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꺼내 경비 아저씨한테 전화하려고 했다.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몇 번이고 내쫓았는데 안 간다고 대답했다.그리고 입구에서 강하리를 아는지만 묻고 다른 짓을 안 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나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신도윤의 전화였다.그녀는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전화를 받았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이따 기사님이 데리러 오신다고 짐 정리 해놓으라십니다. B 시로 출장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B 시에는 무슨 일로요?”신도윤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저 오시라고 하셨습니다.”강하리는 가기 싫었다.‘유라와 함께 B 시 예술 페스티벌에 참석했으면서 왜 나보고 오라는 거야?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건가?’강하리는 이에 관심이 없었다.“저... 안 가도 돼요?”신도윤이 말했다.“대표님께서 만약 가기 싫으면 합리한 이유를 대라고 하셨습니다.”강하리는 할 말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7화

    강하리는 동공이 흔들렸다.“대표님, 지금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강 부장 아직 잠 덜 깼어?”강하리는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답 안 했으니까요.”구승훈은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왜, 가격이 마음에 안 들었어?”“저한테 가격 제시하라고 하면서 제 소식을 기다리겠다고 하셨어요.”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그러면 강 부장이 아직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이야?”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면서 일부러 자연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제시하는 가격이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가격을 제시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예요?”구승훈은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놓아주더니 소파에 앉아 쳐다만 볼 뿐이었다.“가격을 제시하든 말든, 얼마를 제시하든 그건 너의 일이야. 나는 그저 강 부장이 계약을 어길지 말지에만 관심 있는 거고.”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말해 강하리는 가슴이 아팠다.진작에 이런 식의 떠보기는 자신의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려고 했다.이 남자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결국엔... 예상대로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이러한 결과라고 해도 그나마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라고 생각했다.강하리는 생각을 멈추더니 말했다.“그저 물어봤을 뿐이에요. 대표님이랑은 계약 기간이 아직 2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기간에 다른 스폰서를 찾을 생각은 없었어요. 가격을 얼마로 제시하든 동의할 마음도 없고요.”구승훈은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강 부장 그래도 계약을 잘 지키는 사람이네.”비웃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질문했다.“대표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구승훈은 소파에 늘어진 채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려놓더니 말했다.“내일 F 국 고객을 만나야 하는데 강 부장 번역하는 거 좋아하잖아? 내일 나를 따라 번역일이나 해.”강하리는 그가 이런 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8화

    구승훈은 그녀를 밀쳐내고 다시 고개 숙여 자료를 쳐다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강 부장 질문이 너무 많아. 이제부터 유라와 관련된 일 묻지 마.”강하리는 소파에 앉아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네.”될수록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었다.“다시는 물어보지 않을 테니 화내지 마세요.”그러고는 또다시 차를 준비했다.구승훈 수중에 있는 자료는 내일 쓰일 자료인지 유난히 열심히 보고 있었다.강하리도 온밤 그의 옆을 지켰다.최근에 입덧은 좀 가라앉았지만 그 대신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고요한 방안, 자료를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찻상 앞에 앉아있던 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구승훈은 그녀를 들어 안아 침대에 눕혔다.“뭐 때문에 이렇게 피곤해?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구승훈의 중저음에 강하리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요즘 수면 질량이 안 좋아서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수면 질량이 안 좋다면서 아까는 잘만 자던데?”강하리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의 옆에서 늘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그녀는 오늘 결국 곯아떨어지고 말았다.편해져서인지 아니면 임신 초기 증상 때문인지 몰랐다.구승훈은 그녀를 안방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뒤돌아 욕실로 향했다.아직 잠이 덜 깨서인지 구승훈이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개를 돌렸을 때 구승훈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셔츠를 벗어 내리자 넓은 어깨, 넓은 등판, 완벽한 허리라인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이 순간 남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승훈 씨.”강하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고 구승훈은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결국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지금 이러는 것은 그의 부드러움에 혹했는지, 아니면 B 시에 온 이유가 송유라 때문이 아니라는 말 때문인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과 싸운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구승훈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69화

    강하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을 받아 벌떡 윗몸을 일으키더니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열었다.인기 검색어에는 ‘송유라, 의문의 남자와 호텔을 드나들어’라는 검색어가 떡하니 있었다.강하리는 사진 속 의문의 남자를 보자마자 구승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전날 함께 찍힌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네티즌들도 그 남자가 구승훈이라는 것을 눈치챘다.「구승훈은 구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잖아요.」「에비뉴 주얼리도 갖고 있잖아요.」「이렇게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남자가 갓 귀국한 연예인을 만나다니, 스폰서로 만나는 거 아닐까요?」댓글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송유라는 에비뉴 주얼리 광고모델로서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이미지가 바닥나면 브랜드도 망할 수 있었다.강하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여러 가지 수습할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이때 안예서에게 전화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자 신도윤이 문 앞에 서 있었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모시고 오라십니다.”강하리는 멈칫하고 말았다.“인기 검색어 때문에 그러세요?”신도윤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고개만 끄덕였다.강하리는 더는 질문하지 않고 짐을 정리한 후 신도윤을 따라나섰다.현재 구승훈이 있는 호텔은 이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강하리가 도착했을 때 구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 안에 앉아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구승재와 송유라의 매니저가 서 있었다.“대표님.”강하리가 노크하면서 들어왔다.“인기 검색어에 관해서는...”“너야?”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먼저 질문했다.그는 어두운 눈빛과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강하리는 나머지 하려던 말을 그대로 꿀꺽 삼키고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구승훈의 목소리에는 전혀 감정 기복이 없었다.“인기 검색어 네가 그런 거야?”강하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이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누가 감히 대표님을 기사에 올려? 그것도 모자라 사진까지? 예전에도 대표님 곁에는 늘 연예인이 함께했는데 파파라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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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5화

    돌아가는 길에 구승훈은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형...”구승재는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형과 주해찬이 나누는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형수님에 대한 이야기임은 분명했다.“형수님...”구승재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문득 형이 극도로 피곤한 듯 뒤에서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순간 구승재는 입을 다물었다.잠든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차마 방해할 수 없었다.그동안 강하리와 헤어진 후 지금까지 형은 극도의 피로로 고통을 잊으려는 듯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구승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강하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형수님, 방금 주해찬 씨가 우리 형을 괴롭혔어요.]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하리가 그 메시지를 보고는 미간을 꾹 누르며 주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해찬은 휴대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통화버튼을 눌렀다.“하리야, 아직도 안 잤어?”강하리가 대답하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해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나랑 구승훈이 너희 집 아래에서 싸운 것 때문에 그래?”강하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두 사람 싸웠어요?”주해찬은 여전히 아픈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그 사람 못 이겨.”강하리는 문득 그래서는 안 되지만 주해찬의 말에 안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구승훈의 몸에 있는 부상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날 응급실에서 본 구승훈의 몸 여러 군데에 상처가 가득했다.게다가 그날 아침 정안 건물에서 두 경호원이 업혀 나오던 것과 엉망진창인 구승훈의 모습을 봤을 때, 지금 몸에 남은 상처가 그날 응급실에서 본 것보다 절대 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선배, 미안해요.”주해찬이 웃었다.“미안하다는 말은 내가 해야지. 무턱대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으니까. 난 그냥 그 사람이 널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선 거야. 하리야, 네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강하리가 입술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4화

    “한 대 피울래요?”구승훈이 대답하지 않자 주해찬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켰다.구승훈도 마찬가지로 담배에 불을 붙였고 두 사람 사이에는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당신이 하리한테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을 위해 모든 걸 제쳐둔 채 온 힘을 다해 애쓰는 걸 보면서 다시는 걔한테 상처 주지 않을 줄 알았어. 그래서 나도 마음 놓고 떠났던 거야.”그렇게 말한 뒤 주해찬은 또 한 번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결혼식장에서 하리를 혼자 내버려둬? 구승훈, 대체 이유가 뭐야? 왜 매번 그런 식으로 자꾸만 하리에게 상처를 주는 건데?”구승훈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만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하리 사이에 벌어진 일에 주해찬 당신이 왜 끼어들어?”주해찬은 코웃음을 쳤다.“왜 끼어드냐고? 그러는 당신은 방금 아무 상관도 없는 날 왜 때렸는데?”주해찬은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난 가끔 정말 당신이 이해가 안 돼. 그렇게 하리에게 마음 쓰면서도 대체 왜 자꾸만 상처를 주는 거야?”구승훈은 엄지와 검지로 담배 끝을 잡고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자조적인 웃음을 드러냈다.“상처를 줄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믿을 건가?”주해찬은 말이 없었다.자신이 둘 사이를 비집고 끼어들던 때가 떠올랐다.그녀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깊은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사랑이란 게 이럴 때 보면 참 모순적이다.“날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주해찬도 고개를 들어 꼭대기 층을 바라보았다.“난 포기했어. 이젠 그냥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을 뿐이야. 하리 마음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관계가 있더라고.”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한밤중에 선물이나 주려고?”“난 단지 오늘 파티에서 구 대표님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다는 걸 들어서, 하리가 걱정되는 마음에.”구승훈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주해찬은 구승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3화

    주해찬은 이미 자리를 떠났지만 동네 입구에 다다랐을 때 주차된 차가 눈에 들어왔다.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차다.사고가 났을 때 자신을 향해 돌진했던 차가 바로 지금 앞에 있던 차와 거의 똑같았다.그는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고 차창을 내리자 놀랍게도 거기엔 구승훈의 경호원이 있었다.준봉도 주해찬을 보고 살짝 놀랐다.노민우 말로는 강하리가 한밤중에 주해찬 마중을 나갔다던데 주해찬도 이 밤에 그녀를 찾아올 줄이야.“준봉 씨, 맞죠?”주해찬이 웃으며 묻자 준봉이 적대시하며 대꾸했다.“주해찬 씨, 무슨 일이죠?”주해찬이 뒷좌석을 슬쩍 들여다보자 구승훈은 보이지 않았다.“그쪽 대표님 올라가셨나요?”준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해찬은 알 수 있었다.밑에서 기다렸을 때 구승훈이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건 구승훈이 그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뜻이었다.그가 2시간 넘게 기다렸으니 구승훈은 아마 3시간은 더 위층에서 기다렸을 테다.보아하니 그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게 분명했다.‘준봉이 떠나지 않았다는 건 구승훈도 아직 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그래서 그도 가다 말고 다시 돌아왔다.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구 대표님, 오랜만이네.”구승재는 주해찬을 보는 순간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무의식적으로 형을 힐끗 쳐다보았다. ‘오늘 또 싸우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놀랍게도 구승훈은 침착하게 그를 향해 말했다.“차에 가서 기다려.”구승훈이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이자 구승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형, 아직 몸 회복되지 않았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승훈이 그를 돌아보았다. 구승재는 곧장 입을 다물고 맞은편에 서 있던 주해찬을 흘깃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로 향했다.“주해찬 씨도 오랜만이네.”구승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담뱃재를 털었다.주해찬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가 갑자기 구승훈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슬쩍 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2화

    그때 그의 기분이 어땠던가, 아마도 행복했던 것 같다.하지만 옆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마음은 여전히 공허했다.그렇게 어느새 술병이 바닥을 드러냈다.침실 문에 기대어 저쪽 주방에서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는 구승훈은 이제야 마음이 꽉 찬 것 같았다.강하리는 부엌에 서서 계속 끓고 있는 냄비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후 심호흡을 한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구승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불을 끄고 국 한 그릇을 떠서 밖으로 나갔다.“마시면 가야 해?”“안 마시고 가도 돼.”국물을 손에 든 구승훈은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샤워하게 욕실 좀 써도 될까?”강하리가 눈을 흘겼다.“선 넘지 마.”구승훈이 그릇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나 좀 먹여줄래?”“얼굴에 확 부어줄까?”구승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강하리는 그를 무시한 채 돌아서서 서재로 들어갔다.전에 최하영과 의논했던 대로 안현우에게 함정을 파도 빈 껍데기만 둘 수는 없었다.그녀의 손에서 기획서가 차츰 구색을 갖춰갔다.그런데 구승훈은 여전히 침실 문 앞에 서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강하리는 조용히 컴퓨터를 닫았지만 밖에 있는 사람과 약속이라도 한 듯 서재에서 나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안팎으로 각자 떨어져 있었다.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기게도 편안함이 느껴졌다.초인종이 울렸을 땐 새벽 세 시였다.그 소리에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다가가려는데 서재 문이 열렸다.강하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곧장 문으로 향했다.“아주 바쁘네.”등 뒤에서 들리는 구승훈의 목소리엔 짙은 질투가 배어 있었다.“이 시간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강하리는 술에 취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며 무시한 채 다가가 문을 열었다.“보지도 않고 문을 여는 건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이란 뜻인데...”“형수님, 우리 형 어디 있어요?”구승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구승재를 향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넌 여기 왜 왔어?”‘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1화

    익숙한 향기, 익숙한 체온, 익숙한 사람.강하리는 잠시 밀치는 것도 잊었다.구승훈은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조금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벌렸고, 구승훈은 그녀가 물러설 틈도 주지 않고 조급하게 파고들었다.강하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구승훈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한 손으로 목뒤를 감싼 채 다른 한 손은 니트 안으로 집어넣은 뒤였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린 강하리는 순간적으로 몸부림을 쳤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구승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고, 굳은살이 박인 손이 닿은 곳에서는 전율이 일었다.강하리의 몸이 순간 경직되고 구승훈은 그 틈에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남자는 그녀의 어깨 위로 얼굴을 파묻고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강하리는 화를 내며 남자를 옆으로 밀쳐내고 일어나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구승훈, 미쳤어?”구승훈은 웃음을 터뜨렸다.“응.”그는 반박하지 않고 놀랍게도 그냥 인정했다.어쩌면 정말로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혼 얘기를 꺼낼 때도 강하리 같은 여자에게 들이대는 남자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었다.하지만 막상 다른 남자와 웃고 떠들고 심지어 다른 남자의 선물까지 받는 그녀를 보며 그는 마음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하리는 짧은 대답에 말문이 막혀 할 말을 잃었다.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늦었어. 이만 가.”그러고는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앞으로는 여기 오지 마. 연정이 보고 싶으면 아주머니가 데리고 갈 거야.”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구승훈,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구승훈은 웃으며 일어나 강하리 앞에 섰다.“강하리, 임희주랑 나랑 있는 거 보면 조금도 질투 안 나?”강하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질투하겠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30화

    주해찬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됐어, 들어가. 며칠 뒤 동창회에서 보자.”강하리는 주해찬이 떠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뒤돌아 위층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현관에 연정이를 안고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연정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구승훈은 불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연정이를 안고 있었다.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구승훈이 이 시간에 연정이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그런데 구승훈은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방금 데이트하고 왔어?”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이 강하리의 손에 들려 있는 가방으로 향했다.“내가 주는 선물은 안 받으면서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은 받네?”강하리는 구승훈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가가 연정이를 안으려 했지만 구승훈이 피했다.“깨지 않게 내가 안고 들어갈게.”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굳이 한밤중에 데리고 올 필요는 없었어.”“아주머니가 요리하다 데어서 연정이를 돌보기 불편해.”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렸다.“많이 다치셨어?”“심각한 건 아니지만 며칠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연정이를 심씨 가문에 며칠만 맡겨두는 게 어때?”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구승훈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자 구승훈은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난 이제 강 대표님 집도 못 들어가나?”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문을 열었다.방 안의 불이 서서히 켜지고 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외투를 벗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주해찬이 준 선물은 현관에 있는 캐비닛 위에 올려놓은 채.구승훈은 그것을 보고 손을 뻗어 가방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강하리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현관에 서 있었다.“연정이 침대에 눕히고 그만 가.”하지만 구승훈은 문에 기대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슬리퍼 어디 있어?” 강하리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씩씩거리며 신발장에서 슬리퍼 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29화

    임희주의 입술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강하리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도와준다고?’임희주는 차갑게 비웃었다.“강하리 씨, 승훈 씨한테서 날 떼어놓으려는 건가요?”강하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이미 그쪽이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요.”임희주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하지만 남에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느낌이 무척 역겨웠다.“떠나고 싶은 건 맞는데 제가 왜 구승훈을 놔두고 그쪽을 믿겠어요?”강하리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믿지 않아도 돼요. 나도 강요할 생각 없으니까. 당신이랑 구승훈 사이도 딱히 관심 없어요. 하지만 날 건드리진 마요. 안 그럼 구승훈이 당신을 지켜줘도 난 여전히 당신을 이곳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임희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강하리 씨, 구승훈 씨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강하리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당연히 알죠. 안 그럼 그쪽이 어떻게 구승훈 옆에 붙어 있겠어요? 하지만 임희주 씨, 생각 잘해요. 당신이 B시에서 멀쩡히 지낼 수 있는 건 단지 구승훈을 돕고 있다는 이유 하나뿐이에요. 그러니 얌전히 구승훈에게 협조해요. 안 그럼 여초연이나 구승훈이 움직이기 전에 나와 심씨 가문이 당신 절대 살아서 B시 못 나가게 할 테니까. 구승훈에게 순순히 협조하면 우리도 여초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도와줄게요. 생각 잘해봐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그제야 임희주는 강하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내키지 않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강하리 씨,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구승훈 씨 옆에 있는 사람은 저예요. 당신이 뭔데 사모님 행세를 하면서 날 협박해요?”강하리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가는데 뒤이어 임희주의 말이 들렸다.“나랑 구승훈 씨가 이미 잤다고 하면 믿겠어요?”강하리의 걸음이 우뚝 멈추고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28화

    강하리가 웃었다.“싱글인 여자에게 커리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근데 우리 천아름 디자이너님을 모시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지.”주얼리 업계에서 천아름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게다가 그녀 본인의 브랜드도 있었기에 그런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자신이 데려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천아름은 잠시 침묵했다.“생각해 봐야겠어. 며칠 후에 대답해 줄게.”강하리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세 사람이 술집에서 나왔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졌다.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강하리는 차에 앉아 가정부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케이크 앞에서 구승훈은 연정이를 안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그녀는 조용히 대화창을 끄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초연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임희주는 여초연보다 강하리의 연락이 먼저 올 줄은 몰랐다.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결국엔 받았다.“강하리 씨, 무슨 일이죠?”임희주의 목소리는 병원 앞 카페에서 말할 때처럼 언제든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임 선생님, 나와서 얘기 좀 해요.”강하리의 목소리도 임희주와 비슷하게 들렸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녀에겐 고고함이 배어 있었다.그녀야말로 대결에서 이긴 승자 같았다.임희주는 이를 살짝 갈았다.그녀는 심씨 가문 아가씨고 진태형의 유일한 딸이다.구승훈이 없어도 여전히 B시 전체가 부러워하는 공주님이다.임희주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질투, 원망 같은 것들. 왜 상대는 태생부터 타고났는데 그녀는 자유조차 바랄 수 없는 것인지.하지만 뭐라 해도 지금 구승훈은 그녀의 곁에 있지 않나.“강하리 씨,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거죠? 구승훈 씨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 당신 얘기요.”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지만 길거리에는 여전히 커플들이 오가고 있다.강하리는 길가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 우유 한 잔을 주문했다.따뜻한 우유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27화

    구승훈은 바지에 크림을 잔뜩 묻혀놓은 꼬마 녀석을 내려다보며 마음이 녹아내렸다.허리를 숙여 연정이를 안아 든 그가 크림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뽀뽀를 해줬다.가정부가 나와서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연정이가 먹던 케이크를 가져가더니 아이의 손을 닦아주었다.“대표님, 옷 갈아입고 오세요. 저녁 준비 곧 끝나요.”짧게 대꾸한 구승훈의 시선이 방 곳곳을 훑어보았다.보고 싶은 사람이 보이지 않자 형언할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왔다.가정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사모님께선 저와 아가씨를 여기로 데려다주고 가셨어요. 아가씨랑 함께 생일 보내라고 말씀하셨어요.”구승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휴지로 연정이 얼굴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었다.“다른 말은 안 했나요?”가정부가 웃으며 답했다.“맛있는 음식 많이 하라고 하셨어요. 대표님 건강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았어요.”“그래요?” 구승훈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 사람 최근에... 주해찬과 자주 연락합니까?”가정부가 멈칫했다.“주해찬 씨는 해외로 가지 않았나요? 돌아왔어요?”구승훈의 입꼬리가 남몰래 올라갔다.서산 퍼스트 빌리지에 웬일로 사람 냄새가 났다.강하리는 차에 앉아 저 멀리 별장의 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자기야, 나와서 한잔해.”입술을 달싹이던 강하리는 사실 나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돌아가면 잠을 못 이룰 것 같아서 그냥 나갔다.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손연지는 손에 음료를 들고 있고, 평소 술에서 손을 떼지 않던 천아름도 오늘은 음료만 홀짝이니 강하리가 웃으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천아름은 눈썹을 치켜뜬 채 그녀를 바라보며 음료를 손에 쥐어줬다.“자, 취하기 전엔 집에 안 가.”강하리가 손연지와 잔을 부딪쳤다.“대단하신 천아름 디자이너님께서 무슨 일이지?”손연지는 고개를 저었다.“며칠째 이러고 있어. 넌 어때? 구승훈이랑 아직도 그래? 그 개자식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강하리는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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