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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강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지만 구승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두 마디만 할게. 병원에 임신 검사 기록을 지워달라고 부탁해 놓았어.”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고마워요.”

원래 손연지가 해주길 바랐던 일이지만 구승훈이 먼저 생각할 줄이야.

“하리야, 내가 당연히 할 일이야.”

구승훈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고 강하리는 웃었다.

“구승훈 당신이 송유라한테 간 순간부터 내가 돌아보지 않을 거란 걸 알았어야지!”

“하리야, 난 그냥...”

강하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가서 인연 끊으려고 했다는 말은 하지 마요. 당신은 평생 모르겠지. 정말 내버려둘 생각이었으면 그 여자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 구승훈 씨, 당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송유라는 여전히 당신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

구승훈은 강하리의 말에 얼굴을 찡그리며 한동안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걔한테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야.”

“그럼 그 마음 갖고 가세요.”

말을 마친 강하리는 그를 밀어냈다.

도저히 마음속으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말을 못 할까.

대체 그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이기에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했던 그가 또다시 송유라를 찾아간 걸까

구승훈의 비밀 애인일 땐 뭐라 해도 참을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사귀고 결혼까지 전제로 한 이상 자기 남자가 한눈파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구승훈은 다시 문을 두드리지 않고 프런트로 가서 강하리 옆에 있는 방을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소파 앞 카펫에 앉아 밤새도록 담배를 피웠다.

새벽이 되자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어 프런트로 가서 강하리 방의 방 카드를 달라고 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는 평화롭게 잠들어 있지 않았다.

구승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가슴 아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병원으로 달려가 영안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봤을 때의 그 눈빛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눈과 코는 빨갛고 슬픔이 가득했지만 미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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