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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멍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어 있었다.

가슴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믿어?

내가 어떻게 믿어.

두 사람 사이에 굳어 있던 모든 신뢰가 그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

기지개를 켜며 방에서 나온 손연지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리야, 왜 돌아왔어?”

손연지가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말했다.

“왜 그래, 왜 표정이 안 좋아?”

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바닥으로 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해외 파견이 미뤄졌어.”

하지만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이런 표정일 리가 없는데, 무슨 일 있었어?”

강하리가 웃었다.

“구승훈이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임신한 걸 알았어.”

손연지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서, 또 매달리든?”

강하리는 씁쓸한 눈빛으로 웃었다.

“나랑 아기에게 온전한 집을 주고 싶대.”

손연지가 순간 비웃었다.

“집을 준다고? 말은 쉽지, 근데 구씨 집안은 어떡하고? 그 집에선 동의한대? 자기 주변 쓰레기는 정리하지 않고 너한테만 매달려서 무슨 소용이 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걸로 부족하대?”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어쩌려고? 어떻게 할 건데?”

구승훈은 개자식이라 한 번 꽂히면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다.

애초에 놓아줄 생각도 없었겠지만 강하리가 임신한 걸 알았으니 더더욱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강하리는 배에 손을 얹고 한참이 지난 후 웃었다.

“아무것도 안 해.”

아이로 모험하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엄마가 없을 때 송유라를 만나러 가느라 연락이 되지 않았던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속죄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때론 속죄할 수조차 없는 죄가 있다.

그날 그녀가 잃은 건 엄마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마저 잃었다.

더는 사랑에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손연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그 자식 피해.”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되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하리는 정서원이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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