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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어.”

강하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구승훈, 송유라한테 갔을 때도 당신은 내가 한 말을 잊은 게 아니야. 다만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것뿐이지.”

“하리야, 다 알면서 왜 그래. 내가...”

“난 몰라. 내가 아는 건 내가 필요할 때 당신이 송유라에게 갔다는 것뿐이야. 구승훈, 그때 엄마가 그렇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알아? 얼마나 당신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랐는지 알아? 근데 당신은 없었어. 당신은 두 번이나 그렇게 날 버렸어. 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구승훈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하리야, 약속할게.”

그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리야, 나한테 속죄할 기회를 줘, 응? 난 너를 지키고 우리 아이도 돌보고 둘에게 온전한 집을 주고 싶어.”

강하리의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답답해 났다.

집이라...

간절히 원했지만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던 그녀는 곧바로 그를 밀어붙였다.

“모든 잘못에 속죄할 기회가 주어지진 않아.”

구승훈의 심장이 철렁하며 곧 그의 시선이 그녀의 작은 배로 향했다.

“하리야, 그냥 우리 아이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배에 내려앉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정말 아이의 탄생을 고대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처럼 보였지만 강하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정말 송유라와 선을 그으려고 노력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계는 너무나도 약하고 허무했다.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 그의 손을 밀어냈다.

그런데 그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리야, 이제부터 내가 너와 아이를 지켜줄게.”

강하리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는 살짝 붉어져 있었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강하리의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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