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63화

작가: 재인
강하리는 반지를 그에게 그대로 던지고는 뒤돌아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구승훈은 서둘러 반지를 잡았고 손에 놓인 반지를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서둘러 뒤를 따랐다.

“반지가 싫다면 됐어. 뭐 좋아해? 내가 다 줄게, 응?”

강하리의 발걸음이 주춤하더니 피식 웃었다.

“구승훈 씨, 나 그 경매에 나왔던 귀걸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애초에 그가 먼저 귀걸이를 주겠다고 해서 무척 기대했지만 결국 그 귀걸이는 송유라에게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그녀에게 주기로 약속된 것도 송유라의 손짓 한 번이면 주저 없이 그녀에게 가져다 바칠 거니까.

구승훈은 숨이 턱 막히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물었다.

“왜 그때 말 안 했어?”

강하리는 씁쓸한 눈빛으로 웃었다.

“내가 말해도 소용 있었을까요? 구승훈 씨, 그거 알아요? 그때는 내가 꼭 광대가 된 것 같았어요.”

강하리는 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다시 언급해 봤자 무의미했으니까.

하지만 마음속으로 참아왔던 울분이 터졌다.

왜 자신만 계속 억울하게 참고 있어야 하나.

구승훈은 가슴이 꽉 막힌 듯했다.

“미안해, 난 몰랐어. 난 네가 귀걸이 정말 싫어하는 줄 알고...”

“난 단지 그 여자한테는 제일 좋은 걸 주면서 나한텐 대충 아무거나 골라주려는 당신 태도가 싫었던 것뿐이야.”

강하리가 말하며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구승훈의 심장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리야, 앞으로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만 너한테 줄게.”

하지만 강하리는 곧바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런 건 진작에 필요 없었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미 잃어버렸으니까.

지금은 그저 아이만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비행기가 연성에 착륙하고 강하리는 간병인 아줌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구승훈은 강하리를 계속 따라다니며 그녀가 통화를 마치자 곧장 차에 태웠다.

“구승훈 씨, 당신...”

“저번에 묘지로 불렀을 때 물어보고 싶었던 게 뭐였어? 아주머니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4화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어.”강하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구승훈, 송유라한테 갔을 때도 당신은 내가 한 말을 잊은 게 아니야. 다만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것뿐이지.”“하리야, 다 알면서 왜 그래. 내가...”“난 몰라. 내가 아는 건 내가 필요할 때 당신이 송유라에게 갔다는 것뿐이야. 구승훈, 그때 엄마가 그렇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알아? 얼마나 당신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랐는지 알아? 근데 당신은 없었어. 당신은 두 번이나 그렇게 날 버렸어. 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구승훈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다.“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하리야, 약속할게.”그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했다.“하리야, 나한테 속죄할 기회를 줘, 응? 난 너를 지키고 우리 아이도 돌보고 둘에게 온전한 집을 주고 싶어.”강하리의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답답해 났다.집이라...간절히 원했지만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던 그녀는 곧바로 그를 밀어붙였다.“모든 잘못에 속죄할 기회가 주어지진 않아.”구승훈의 심장이 철렁하며 곧 그의 시선이 그녀의 작은 배로 향했다.“하리야, 그냥 우리 아이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배에 내려앉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 모습이 정말 아이의 탄생을 고대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처럼 보였지만 강하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 남자는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그가 정말 송유라와 선을 그으려고 노력하는 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경계는 너무나도 약하고 허무했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 그의 손을 밀어냈다.그런데 그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하리야, 이제부터 내가 너와 아이를 지켜줄게.”강하리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하지만 그녀의 눈가는 살짝 붉어져 있었다.간병인 아주머니는 강하리의 모습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5화

    가방 안에는 간병인 아줌마가 말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열쇠와 책, 그리고 상자.강하리는 열쇠를 집어 들었을 때 다소 놀란 눈빛이었다. 은행 금고 열쇠라니.그리고 그 책은 정서원의 일기장이었다.그 상자는... 강하리는 상자를 열어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놀랍게도 깨진 분홍색 크리스털 목걸이였는데 애초에 강찬수에 의해 산산조각 났던 목걸이를 정서원이 어떻게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조각들을 다시 조립해 놓은 것이다.강하리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정서원이 조용히 이런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녀가 갑자기 흐느끼자 구승훈은 약간 당황한 듯 그녀를 품에 안았다.“왜 그래, 아주머니가 너한테 뭐 남겼어?”하지만 강하리는 그냥 그렇게 울기만 했다.강하리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서서히 진정했고 구승훈은 그녀를 안은 채 마음이 아파 큰 손으로 강하리를 토닥거렸다.강하리는 눈물을 닦으며 구승훈에게 말했다.“고마워요.”구승훈은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옷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됐는데 그냥 고맙다는 말로 때우려고?”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구승훈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고 상자 안에 금이 간 목걸이를 본 순간 머리끝까지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핸들을 잡은 손의 핏줄마저 튀어나왔다.목걸이는 완벽하게 조립된 것이 아니었고 온통 금이 간 데다가 가장자리와 모서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하지만 그는 강하리의 목걸이와 송유라의 목걸이가 똑같다고 확신했다.“이거 아주머니가 준 거야?”강하리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채 그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나냐고.하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그녀는 다시 삼켰다.이미 두 사람이 이렇게 된 마당에 기억하든 안 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했다.“나 다시 데려다줘요.”구승훈은 다소 무심하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 일단 뭐 좀 먹고 돌아갈까?”강하리는 물건을 넣은 뒤 밖을 내다보다가 대꾸했다.“아뇨, 입맛이 없어요.”구승훈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6화

    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쪽에서 문연진은 강하리가 떠나지 않고 구승훈까지 찾아왔다는 소식에 집에서 또 한 번 성질을 부렸고 문원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됐어, 투정을 부려서 뭐 해?”문연진은 화가 났다.그녀는 이번엔 정말 둘이 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둘은 여전히 붙어 있을 줄이야.“저 강하리는 왜 어딜 가나 있어! 저 여자가 있는 한 승훈 오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문원진이 콧방귀를 뀌었다.“뭘 서둘러? 강하리는 조만간 누가 처리할 거야. 송유라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송씨 가문에서 전부 걔한테 뒤집어씌웠어. 구씨 집안에서도 저런 식으로 계속 구승훈 곁에 있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문연진은 얼굴을 찡그렸다.“할아버지, 송유라 일 할아버지가 그랬어요?”문원진이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것 남겨둬서 뭐 하겠어. 쓸모가 있으면 써먹어야지.”문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송씨 가문은 하나같이 다 쓰레기인데 쓸모가 있을까요?”문원진이 웃었다.“증오의 힘은 무시할 수 없지.”...강하리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구승훈이 얼굴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식탁에 앉았고 정신을 차린 구승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뭐 먹고 싶어?”강하리는 그의 손을 피했다.“아무거나.”애초에 식욕이 별로 없었고 방금 장진영까지 보고 온 탓에 더더욱 입맛이 없었다.구승훈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더 묻는 대신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밥을 다 먹고 나서야 그가 물었다.“이따가 아파트로 돌아갈 거야?”“연지네 집으로 가.”강하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고 구승훈은 그저 웃을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또 위가 아파?”강하리는 시선을 내렸다.“괜찮아.”이번 임신은 지난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아주머니한테 손연지 씨 집으로 가서 밥해주라고 할까? 식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7화

    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렸고 구승훈의 눈빛도 어두워졌다.정주현이 포기하란 말이 거슬린 게 아니었다.“정 회장이 강하리 만나는 걸 반대했다고?”정주현은 어깨를 으쓱했다.“안 그러면 내가 왜 포기했겠어?”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니고?”정주현은 콧방귀를 뀌었다.“당신 같은 쓰레기는 주위에 송유라, 문연진까지 있는데 내가 왜 못 이겨? 못 이겨도 주해찬을 못 이기지 당신은 아니야!”구승훈은 괜히 마음에 찔려서 강하리를 슬쩍 바라봤지만 강하리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시선도 덩달아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럼 정 회장이 왜 당신한테 하리 만나지 못하게 한 건데?”정주현은 입을 삐죽거렸다.“내가 당신 눈에 거슬리는 게 싫었겠지. 당신은 개자식이라 누가 마음에 안들면 바로 물어버리니까.”순간 구승훈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정주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하리에게 몇 마디 말을 더 건넨 다음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난 뒤에야 구승훈은 강하리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방금 무슨 생각 했어?”“별거 아니야.”구승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녀를 다시 차에 태웠다.차에 도착한 후에야 그는 물었다.“정양철 생각하는 거지.”강하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구승훈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을 내뱉었다.“맞아, 처음 대양그룹에 들어갔을 때 말을 꺼낸 건 정주현 씨였지만 나중엔 회장님의 권유로 들어갔어. 그땐 왜 날 그렇게까지 대양그룹에 오라고 하는지 의아했는데 나중에 퇴사할 때 들으니까 내가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와 닮았다고 하더라.”구승훈은 웃었다.“그 말을 믿어? 그게 다였다면 정주현이 널 쫓아다니는 걸 막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정말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웠다면 애초에 내가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널 데려가지 않았을 거야.”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정 회장이 어딘가 수상해. 엄마가 납치됐을 때도 마침 병원에 있었고 엄마한테 사고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8화

    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멍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어 있었다.가슴에 씁쓸함이 밀려왔다.믿어?내가 어떻게 믿어.두 사람 사이에 굳어 있던 모든 신뢰가 그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기지개를 켜며 방에서 나온 손연지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하리야, 왜 돌아왔어?”손연지가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말했다.“왜 그래, 왜 표정이 안 좋아?”강하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바닥으로 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해외 파견이 미뤄졌어.”하지만 손연지는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것만으로 이런 표정일 리가 없는데, 무슨 일 있었어?”강하리가 웃었다. “구승훈이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임신한 걸 알았어.”손연지의 가슴이 철렁했다.“그래서, 또 매달리든?”강하리는 씁쓸한 눈빛으로 웃었다.“나랑 아기에게 온전한 집을 주고 싶대.”손연지가 순간 비웃었다.“집을 준다고? 말은 쉽지, 근데 구씨 집안은 어떡하고? 그 집에선 동의한대? 자기 주변 쓰레기는 정리하지 않고 너한테만 매달려서 무슨 소용이 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걸로 부족하대?”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럼 이제 어쩌려고? 어떻게 할 건데?”구승훈은 개자식이라 한 번 꽂히면 좀처럼 떨쳐내지 못한다.애초에 놓아줄 생각도 없었겠지만 강하리가 임신한 걸 알았으니 더더욱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강하리는 배에 손을 얹고 한참이 지난 후 웃었다.“아무것도 안 해.”아이로 모험하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엄마가 없을 때 송유라를 만나러 가느라 연락이 되지 않았던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그는 속죄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때론 속죄할 수조차 없는 죄가 있다.그날 그녀가 잃은 건 엄마만이 아니었다.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마저 잃었다.더는 사랑에 용기를 낼 수 없었다.손연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부터 그 자식 피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밤이 되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하리는 정서원이 남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69화

    이윽고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구승훈이 전에 보내준 강찬수의 계좌 거래 명세를 열어보았다.자료를 넘기면서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그 날짜로 넘기자 그녀의 손끝이 얼어붙었다.그녀는 다이어리에 적힌 날짜와 강찬수의 거래 날짜를 확인했다.공교롭게도 목걸이가 부러진 날 강찬수는 4천만원을 받았고 정서원의 사고 당일에 받았던 금액과 똑같았다.강하리의 심장이 쿵쾅거렸다.만약 정서원의 교통사고로 받은 돈이 누군가 강찬수를 매수한 돈이라면 목걸이가 부서진 날은 뭐였을까?강찬수가 정서원을 미는 걸로 돈을 받았다면 이해가 된다.장진영과 송동혁 같은 인간들이 정서원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으니까그런데 자신의 목걸이는 어떻게 된 걸까, 누군가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아닌데?강하리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지며 순간적으로 송유라의 목걸이가 떠올랐지만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이내 잊기로 했다.송유라의 목걸이는 분명 구승훈이 직접 준 것이라고 인정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생각했다. 괜한 생각인 걸까?어쩌면 그 돈은 그냥 평범하게 주고받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지만 세상에 정말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손연지가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쉬라고 했잖아!”강하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뒤로했다....구승훈은 강하리의 곁을 떠난 뒤 곧장 아파트로 돌아갔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정부가 저녁을 차려놓은 뒤였다.그녀는 잠시 멈칫했다.“하리 씨 안 왔어요?”구승훈은 짧게 대답하고 침실로 향하는데 가정부가 뒤에서 따라왔다.“또 싸웠어요?”구승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하리 짐 챙겨서 보내주면서 그 집에서 돌봐줄 핑계를 찾아봐요.”가정부는 당황했다.“하리 씨 이제 안 와요?”구승훈의 발이 멈칫했다.“다시 올 거예요.”가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짐을 싸러 돌아섰다.구승훈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서재로 들어가 서랍에서 분홍색 크리스털 목걸이를 꺼냈다.목걸이를 바라보는 그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잠시 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0화

    강하리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손연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누구야!”다가가 문을 연 그녀는 거친 말을 뱉었다.“누구야?”강하리가 물었다.“개자식이 여자까지 데리고... 왔어.”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리고 곧장 걸어가더니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대로 굳어버렸다.구승훈은 물에 홀딱 젖은 채 검은 셔츠가 몸에 단단히 달라붙어 완벽한 몸매의 윤곽을 모두 드러내고 있었고 가정부는 전혀 젖지 않은 상태였다.순간 강하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여긴 왜 왔어?”구승훈이 말하기도 전에 가정부가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음식 좀 갖다주라고 하셔서요.”가정부는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고 강하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가정부가 들어가자 구승훈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강하리가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고 구승훈은 간신히 문을 버티고 서 있었다.“나 몸이 다 젖어서 들어가서 옷 좀 갈아입을게.”강하리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여기 당신 옷 없어.”구승훈은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들어가서 물기 닦는 건 괜찮지?”“차에 수건 없어?” 강하리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으려는데 가정부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리 씨, 대표님께서 방금 하리 씨 옷 젖을까 봐 저한테 우산 씌워주느라 비 맞은 거니까 닦게 해주세요.말하며 그대로 구승훈을 안으로 끌고 갔다.“오늘 차를 바꿔서 차에 수건을 준비하지 않았어. 못 믿겠으면 아주머니한테 물어봐.”구승훈이 들어오면서 낮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는 가정부와 구승훈을 번갈아 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뒤돌아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수건을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빨리 닦고 꺼져!”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수건을 받아 들고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손연지는 속으로 뻔뻔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나였으면 대걸레로 직격탄을 날렸을 텐데, 저 개자식이 착한 우리 하리만 괴롭히지!’가정부는 손에 보온병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71화

    손연지는 너무 화가 나서 구승훈을 노려보며 욕했다.“하여튼 남자들은 다 똑같아.”그러고는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더니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강하리는 구승훈을 돌아보았다.“구승훈 씨, 우리 둘 사이의 일에 연지까지 엮을 필요 없잖아.”구승훈은 얼굴을 찡그렸다.“내가 손연지 연수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거야?”구승훈은 웃었다.“하리야, 너한테 난 그 정도로 나쁜 놈이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네 친구는 건드리지 않아.”특히 지금은 강하리가 그를 무시하기 바쁜데 미쳤다고 손연지를 건드리겠나.강하리는 입술을 다물며 그를 흘깃 보았다.“아니면 됐고. 늦었어, 난 쉬고 싶으니까 이만 돌아가.”하지만 구승훈이 말을 꺼냈다.“가정부 아주머니는 남게 해. 내가 곁에 없어도 최소한 돌봐줄 사람이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강하리가 멈칫했다.“연지가 잘 챙겨줘.”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가정부 아주머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아주머니, 감사하지만 이만 돌아가 보세요.”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으로 구승훈과 강하리를 번갈아 바라봤다.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네가 곁에 안 두면 해고할 수밖에.”강하리는 어이가 없었다.“구승훈 씨, 전에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었어?”하지만 구승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하리야, 넌 내 여자야. 네 뱃속에는 내 아이가 있고 나도 네 곁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 태어나는 것도 보고 평생을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게 잘못됐어?”강하리는 웃었지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게 가능할 것 같아? 당신들 구씨 가문은 나를 허락하지 않고 이 아이도 더더욱 받아주지 않겠지. 그리고 당신은 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런 당신이랑 평생을 같이 살 것 같아?”구승훈이 그녀를 바라봤다. “앞으로는 안 그래, 하리야. 앞으로는 절대 안 그래.”강하리가 비웃었다.“그래서 뭐? 구승훈 씨, 그런다고 지나간 일이 없던 게 돼? 그냥 가, 일이 다 벌어진 뒤에 늘어놓는 변명 따위 필요 없어, 그 거짓된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8화

    구승훈은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재는 초조한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형, 왜 옷을 안 갈아입었어?”그러나 구승훈은 대답 대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꽃이 다 시들었네. 그렇지?”구승재의 가슴에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형, 오늘...”그러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구승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씁쓸한 미소를 띠며 나직이 말했다.“오늘 내가 어떻다는 건데?”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드러난 눈빛에는 깊은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구승재는 불안한 기색으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형! 결혼 안 할 거야?”그 순간, 구승훈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결혼해서 뭐 해?”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언제 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하리와 아이를 다치게 할지 모르는데.”구승재는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형이 얼마나 힘들게 다시 강하리 씨를 만났는데, 형...”구승훈은 뻑뻑해진 눈가를 문질렀고 한참 후에야 마침내 짧게 입을 열었다.“내가 미안하지.”그 한마디에 구승재는 그동안 참고 있던 감정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형, 그러지 마. 제발...”곁에서 지켜보던 노민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일단 검사부터 해 봐. 그 후에 이야기하자.”그는 캐리어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검사 장비를 꺼내며 말했다.“준봉 씨랑 노진우 씨는 어때? 이쪽으로 데려와서 검사받게 해.”구승훈은 시선을 거두며 대답했다.“병원으로 보냈어.”두 사람은 구승훈보다 더 심하게 다쳤다.그 순간, 구승훈은 문득 헛웃음을 지었다.오늘 아침, 방 안에 남겨진 피 묻은 흔적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준봉을 발견했을 때, 구승훈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어제 곁에 있었던 사람이 강하리와 연정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7화

    활기로 가득했던 바 안에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하리야, 괜찮아?”손연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방금 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손연지는 그녀의 얼굴빛이 좋지 않자 조용히 일어나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몸이 안 좋아?”강하리는 물컵을 받았지만 입을 대지 않고 바닥에 깨진 술잔을 내려다보았다.한참 뒤, 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잠깐 전화 좀 해도 될까?”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강하리는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몇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여전히 느긋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경음악은 시끄러웠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벌써 파티 끝났어?”강하리는 아마도 과거의 경험 때문에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싶었다.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했었다.강하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이야. 그냥... 너무 늦지 말라고.”“걱정 마. 늦지 않을게.”구승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했다.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다시 심씨 가문에 전화를 걸어 연정이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더 이상 파티에 있을 기분은 아니었다.그녀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눈치챈 친구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정리했다.강하리가 심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에 가까웠다.집 안은 여전히 분주했고 거실에는 장식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대문에도 큼직한 축하 문구가 붙어 있었다.하얀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문구가 묘하게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즐거운 웃음소리 속에서 그녀의 마음도 차츰 차분해졌다.백아영이 그녀를 보자마자 다가와 말했다.“빨리 씻고 쉬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침실로 향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휴대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자기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6화

    구승훈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감히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그는 축 처진 채 소파에 기대어 손에 든 술잔을 느릿하게 굴렸다.그때, 문이 열리며 몇 명의 여성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구승재는 그녀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내켜 하지 않으면서도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가 구승훈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구승훈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자 그의 서늘한 시선에 겁먹은 여자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설마, 이제 와서 몸 깨끗이 지키겠다는 거야?”구승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넘기며 대꾸했다.“집에서 아내가 엄하게 관리하거든.”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구석에 앉아 있던 안현우가 구승훈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그녀는 눈치 빠르게 술잔을 들고 다시 구승훈에게 다가갔다.그러더니 휘청거리며 일부러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그의 옷 위로 쏟았다.순간 얼어붙은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구 대표님, 죄송해요. 정말 실수였어요.”구승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짧게 내뱉었다.“꺼져.”그 말 한마디에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현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현우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도발적인 시선으로 맞섰다.“화장실 가서 닦아.”그러나 구승훈은 그 말을 무시한 채 옆에 놓인 외투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다들 즐겁게 놀아. 오늘은 내가 계산할게.”그가 나가려 하자 구승재는 안현우를 매섭게 흘겨보더니 이내 형을 따라갔다.“형, 화내지 마. 그런 놈들 때문에 기분 망칠 필요 없어. 오늘은 형이랑 형수님의 좋은 날이잖아. 즐겁게 보내야지.”그 말에 걸음을 멈춘 구승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방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식 떠는 꼴 좀 봐. 마치 여자 안 만나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강하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5화

    천아름이 정한 장소는 바로 바였다.구승훈은 차를 세우며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무 많이 마시지 마. 천아름이랑 엉뚱한 짓 하지 말고.”강하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도 마찬가지야. 결혼식에 지장 생기기만 해, 어떻게 혼낼지 두고 봐.”그녀는 가볍게 구승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차에서 내렸다.강하리는 눈 속에서 멀어지는 구승훈의 차를 한동안 지켜보다가 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녀가 바에 들어서려는 순간, 문득 구승훈의 차를 바싹 따라붙는 차 한 대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차는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여 눈꺼풀이 떨렸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전화를 꺼내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조심히 가.]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응. 파티 끝나면 준봉이에게 전화해. 준봉이가 데려다줄 거야.][알았어.]강하리는 메시지를 확인한 후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룸 안에 들어서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손연지와 천아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안예서와 회사 직원 몇 명, 그리고 연성시에서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까지 모두 와 있었다.모두 그녀를 보자마자 달려와 환호성을 질렀고 그 순간 그녀의 휴대전화는 순식간에 압수당했다.“오늘 밤, 남자랑 연락하는 사람은 없어!”강하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들의 장난을 가만히 지켜보았다.한편, 구승훈이 클럽에 도착하자마자 한 남자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방 안은 담배 연기와 술 냄새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술을 마시거나 카드 게임을 하며 떠들고 있었다.몇몇은 옆에 여성을 두고 있었고 분위기는 자유로웠다.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형!”구승재가 반갑게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구승재의 목소리에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구승훈에게로 향했다.그리고 바로 그때, 방구석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승훈, 정말 오랜만이네. 강하리와 결혼하다니, 놀랍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4화

    구승훈은 강하리와 나란히 걸으며 인수 건에 관해 이야기했다.두 사람은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친밀해 보였다.멀리 차 안에서 임희주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핸들을 꽉 잡은 그녀의 손은 손끝까지 피가 가시지 않은 듯 창백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휴대전화 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본 임희주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망설이던 손가락이 움찔거리더니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반대편에서 여초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됐어?”임희주는 긴장된 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구승훈 씨가 그 방법을 받아들이려 하다가 강하리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어요.”한동안 저쪽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침묵 속에서 임희주의 손가락이 떨렸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반드시...”여초연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그랬으면 좋겠네. 임희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결혼식 전에 인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던 강하리는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신혼여행을 떠나더라도 인수 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그녀는 업무에 매달리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식 전날이 되었다.회의실에서 서둘러 나와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려던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손연지였다.“손연지?”“오늘 저녁에 뭐 할 거야?”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천아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리는 웃으며 답했다.“아무 계획 없어.”“좋아! 우리 싱글 파티하자. 결혼 전날에는 예비부부가 만나면 안 된다는 말 들어봤지? 혹시 구승훈이랑 붙어 있으려고 했던 건 아니지? 그럼 너무 재미없잖아.”천아름이 말을 마치자 손연지도 옆에서 거들었다.강하리는 거절하기 어려워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그가 보낸 것은 대화 캡처 화면이었는데 구승훈 역시 친구들에게 싱글 파티에 끌려가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3화

    강하리는 임희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구승훈을 돌아보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임희주의 얼굴은 핏기가 가실 정도로 창백해졌다. 그녀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구 대표님, 사모님이 하신 일들 다 알고 계세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요.”임희주는 순간 멍해졌다.어제 구승훈이 그녀를 찾아와 약효를 최대한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물었을 때, 그녀는 그가 그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직접 강하리를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반응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그럼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건가요? 지금 제 진료소는 폐쇄됐고 면허증까지 압수당했어요. 더 이상 치료를 받고 싶지 않으세요?”구승훈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 선생님, 선생님의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심리 상담사는 많아도 제 아내는 하나뿐이에요.”임희주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구 대표님, 저는 제 본분을 다했을 뿐이에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구승훈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임 선생님, 만약 선생님이 제 아내에게 찾아가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저는 단지 대표님의 건강을 위해 사모님께 설명을 해드렸을 뿐이에요!”“하지만 전 분명히 말했어요. 아내에게 가지 말라고.”구승훈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어졌다.임희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강하리가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는 임희주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강하리는 무심한 듯 구승훈을 흘끗 바라보며 테이블 위의 서류를 챙겼다.이때, 구승훈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아직도 화났어?”강하리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당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2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냥 식사한 것뿐이야. 임 선생에게 분명히 말했어. 앞으로는 다시는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강하리는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지 않고 손가락으로 잔을 살짝 쓸며 말했다.“그게 당신이 말하는 임희주 씨를 처리하는 방법인가?”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자기야, 좀 더 시간을 줘.”“얼마나 더? 구승훈, 이제 3일 뒤면 우리 결혼식이야.”“3일 안에 처리할게. 응?”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구승훈과 노민우 회사 인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마치 임희주 일을 잊은 것처럼.하지만 구승훈은 강하리가 속으로는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저녁 식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구승훈은 바로 서재로 들어갔고 강하리는 연정이를 안고 침실로 돌아갔다.구승훈이 서재에서 나왔을 때, 강하리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구승훈은 한숨을 쉬며 준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임희주 씨를 다른 데로 보내. 앞으로 보경시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잠시 후, 준봉의 답장이 왔다.[대표님, 임 선생의 진료소가 폐쇄되었습니다. 불법 진료 행위로 신고가 들어왔고 의사 면허증도 압수당했다고 합니다.]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 누워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의 강 대표님은 정말이지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됐어. 신경 쓰지 마.]그가 임희주에게 직접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여초연이 눈치채고 임희주를 포기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하리가 직접 나서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구승훈은 휴대전화를 넣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강하리를 끌어안았다.다음 날, 강하리는 다시 바쁜 하루를 보냈다.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아 처리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특히 노민우 회사 인수 건이 중요했는데 강하리는 처음으로 인수합병을 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1화

    강하리가 심씨 가문에 도착하자 심문석은 응접실에 앉아 오랜 벗과 바둑을 두고 계셨다.심문석은 강하리를 보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하리야, 이리 와 봐.”“할아버지!”강하리는 웃으며 심문석 옆으로 다가갔다.“장씨,봤지? 이 아이가 내 증손녀야. 어때? 예쁘지?”심문석은 강하리를 옆자리에 앉히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마주 앉은 장씨 할아버지는 강하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정말 예쁘구나. 구씨 가문 그 녀석은 어쩜 이렇게 복이 많아?”그 말에 심문석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강하리가 두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심준호가 밖에서 들어왔다.“서재로 와.”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심준호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혹시 임 선생 문제에요?”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문제가 좀 있긴 한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 혹시 임희주와 구승훈의 관계를 의심하는 거야?”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삼촌. 전 그냥 구승훈이 걱정돼서.”심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사한 자료를 강하리에게 건넸다.강하리는 천천히 자료를 넘기다가 뒷장의 사진을 보고는 손이 멈추었다.사진은 총 세 장이었다.첫 번째 사진은 임희주와 임명우가 함께 서서 무언가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는데 분명히 두 사람은 아는 사이 같았다.두 번째 사진은 임희주와 구승훈이 식당에 앉아 있는 매우 친밀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사진 촬영 날짜는 오늘이었다.세 번째 사진은 임희주가 구승훈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사진을 쥔 강하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심준호는 강하리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임희주의 출신은 좀 의심스럽지만 구승훈의 심리 상담사니까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어쩔 수 없어. 두 장의 사진 때문에 화내지 말고 구승훈에게 직접 물어봐. 구승훈이 합리적인 설명을 해 줄 거야.”심준호가 자신 때문에 강하리와 구승훈와 싸우는 것을 걱정했다.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삼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0화

    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안예서는 그녀를 따라갔고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원래 하얀 피부였던 그녀의 손은 쉴 새 없이 씻겨졌다.안예서가 그녀를 위로하려는 순간, 강하리는 갑자기 수도꼭지를 잠그더니 표정이 평소처럼 돌아왔다.“괜찮아. 회의가 곧 시작될 것 같으니 준비하도록 해.”하지만 안예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구 대표님께 전화를 드려볼까요?”강하리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괜찮아.”안예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강하리는 세면대 앞에 서서 천천히 휴지로 손을 닦으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만약 임명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구승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구승훈의 신중함을 생각해 볼 때, 아무런 조사 없이 그 약을 사용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만약 조사를 했다면, 왜 그 약을 계속 사용했을까?강하리는 침묵 속에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삼촌, 사람 한 명 조사 좀 해줘요.”이후 회의에서 강하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침착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임명우는 평소에 자주 보이던 웃는 표정을 거두고 진지하게 회의에 임했다.협상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회의가 끝나고 강하리는 무표정하게 짐을 챙겼다.임명우는 깔끔한 옷차림으로 회사 파트너들을 배웅한 후, 강하리 앞으로 다가왔다.“같이 식사하면서 출장 이야기 좀 나눌까요?”강하리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출장은 일주일 전에 통보해야죠, 그러니 이번에는 못 가요.”임명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말했다.“알았어요. 출장은 못 가도 그 일은 강 대표님께서 신중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강하리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바로 다시 걸어갔다.회사로 돌아온 강하리는 바로 임원들을 소집하여 노민우의 회사 인수 계획을 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