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매번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낙심할 뿐이었다. 그런 형수의 모습을 지켜볼수록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녀를 돕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데... 형수는 나더러 자기 친구를 유혹하라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View More나는 윤지은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무척 감격스러웠다.나 혼자 다른 도시에서 도움 없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확실히 힘들다. 하지만 윤지은이 같이 조사하겠다고 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나는 느릿한 말투로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정 사장님을 위해 진실을 밝혀요.”그동안 나와 윤지은은 서로 고양이와 개처럼 항상 만나기만 하면 싸웠는데,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 함께 정 사장님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우리는 해야 할 일을 확인한 뒤, 강한나를 만나러 갔다. 강한나라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를 도와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최선을 다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방금 사건 기록을 봤는데 현장 사진과 다양한 증거들을 취합해 보면 단순 사고사일 수 있어.”“내가 의심했던 브레이크 흔적 거리인데, 이것도 어찌 보면 사고사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결론적으로 조사하기 매우 어려워.”한참 듣고 있던 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현장 증거로 조사할 수 없으면 다른 쪽으로 출발해야겠네.”한창 낙담하고 있던 나는 윤지은의 말에 다급히 물었다.“혹시 방법이 있는 거예요?”윤지은은 팔짱을 끼면서 냉정하게 분석했다.“내가 알기로 운전한 기사는 호섭 씨랑 오랜 친구였고 운전 실력도 엄청 뛰어나. 이 점에서 출발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함께 차에 탔던 피해자 가족들도 조사해 볼 수 있어.”나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럼 사고 유가족들부터 조사해 봐요.”강한나는 우리를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 이 사건이 만약 인위적인 거면 두 사람도 위험해. Y시는 국내 다른 도시들과 달라. 여긴 무법지대인 D국과 엄청 가까워.”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게 뭐? 의심 가는 구석이 있는데 그냥 덮자고? 그러고도 내가 무슨 친구야? 유미 지금 충격이 너무 커. 호섭 씨는 유미한테 가장 중요한 사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요. 조사하기 어려워서 아마 단순 사고사로 결론 날 것 같아요.”나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 강한나가 그 뒤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정 사장님이 이번에 Y시로 갔던 게 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린 걸까? 그래서 그 사람들이 사장님을 해친 걸까?’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린 거라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서윤기다.나는 곧장 안대성에게 전화해 최근 서윤기의 행적을 물었다.그러자 안대성이 대답했다.“형님, G시 약재상은 요즘 계속 호텔에만 있고 밖에 별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잠시 돌아다니는 것 외에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내가 설마 잘못 짚었나? 서윤기가 아닌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찜찜했다.나는 형사가 아닌지라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탐정 사무소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기에 형사 수사 능력은 조금 탑재했다.내 육감이 말해주건대, 정 사장님의 사고는 서윤기와 떼어놓을 수 없다.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사모님께 얘기하지 않았다.사모님은 영안실에서 나오자마자 또 쓰러졌다.이번 상황은 전보다 많이 심각했고 심박수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위험한 상황이었다.좀처럼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보며 나와 윤지은은 걱정이 앞섰다.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침을 놓아 사모님 상태를 완화해 주는 것뿐이었다. 잠시 뒤, 사모님은 스르르 눈을 뜨더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방금 호섭 씨를 만났는데 이번 일 단순 사고가 아니래. 누군가 차에 손을 댔대. 호섭 씨는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살해당한 거야.”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식은땀이 났다. ‘설마 진짜인가? 사모님이 정말 사장님 말을 들은 걸까?’무엇보다 이건 내가 전에 생각했던 거랑 너무 일치했다.“유미야, 그러지 마...”윤지은은 유미 사모님을 달래려 했지만, 유미 사모님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윤지은 손을 꼭 잡았다.“진짜야. 호섭 씨가 나한테 그랬어. 지은아, 날 믿어줘...”사모님은 많이 격앙되어
Y시 경찰 말로는 사장님이 탄 차가 통제를 잃고 협곡으로 돌진하여 완전히 파손되었다고 했다. 그 일로 차에 타고 있던 사람 모두 사망했다.그 소식을 들은 순간 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었고, 사모님은 아예 눈앞이 깜깜해 까무러치기까지 했다.나는 사모님을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잠시 뒤 사모님 상태를 검사한 윤지은이 말했다.“별일 없어. 극심한 충격으로 쓰러진 거야. 호섭 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거 진짜야?”“내가 그런 일로 농담하겠어요? Y시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마침 사모님 옆에 있어 똑똑히 들었어요. 시체가 이미 영안실에 누워있다고 했어요.”나는 정 사장님이 떠난 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렇게 까다로운 간암도 치료했는데, 어떻게...‘하!’나는 사모님이 깨어난 뒤 이 모든 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윤지은 역시 친구가 겪을 슬픔을 알기에 무척 걱정했다.30분 뒤, 사모님은 깨어났다.“나. 나 Y시에 갈래. 나 호섭 씨 찾으러 갈래.”사모님은 얼굴은 온통 눈물법벅이 되었다.그 모습을 보는 나와 윤지은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사모님 지금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가요?”윤지은도 딱 잘라 말했다.“갈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안 돼. 너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라 가면 충격만 받아.”“호섭 씨 내 남편이야. 남편이 사고를 당했는데 가보는 것도 안 돼?”목청 찢어져라 우는 사모님을 보는 내 마음은 괴롭기만 했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가야지. 당연히 가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거야. 우선 네 컨디션부터 조절해.”“어떻게 조절해? 난 너처럼 멘탈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이런 일 당하고도 냉정하게 처리하지 못해. 난 못한다고! 호섭 씨는 내 남편이야. 간암을 겨우 이겨냈는데, 교통사고라니?”“그렇게 착한 사람인데, 뭐든 남을 위해 생각하는 사람인데, 애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해? 착한 사람은 복 받는다며? 호섭 씨 복은 어디 있는데? 어? 아!”
“매일 감시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주해진과 김진호가 뭔가를 꾸미면 나한테 얘기해. 그리고 별일 없으면 이 한의관에서 어슬렁거리지 마. 장사하는 데 방해되니까.”“이 두 가지 요구가 다야? 간단한데?”“내가 말한 대로 하면 주해진한테서든 나한테서든 돈을 얻을 수 있고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유지할 수 있어.”“하지만 거절하면 결혼 생활은 완전히 무너질 거고, 주해진은 결국 당신을 떠날 거야. 그때 손해 보는 쪽은 당신이라는 거, 잘 알지?”임화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대성이 입을 열었다.“뭘 고민해?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다고. 얼른 형님한테 고맙다고 하지 않고 뭐 해?”“급할 거 뭐 있어? 잠깐 고민 좀 하고...”“고민은 무슨! 우리 형님이 널 얼마나 봐줬는데...”임화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내 요구에 동의했다.“그리고 너희들은 한 가지 임무를 줄게. G시에서 온 약재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요즘 어떤 사람과 연락하는지 잘 감시해.”안대성은 그 말에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나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안대성은 직접 운전해 나를 바래다주었다. 심지어 한의관 문 앞에 도착한 뒤에도 형님, 형님 하면서 공손하게 굴었다.그걸 본 민우는 의아해했다.“이 사람들은 누구야? 왜 너를 형님이라고 하는데?”나는 으쓱해서 말했다.“방금 내 동생들로 받아줬어. 앞으로 우리가 직접 하기 어려운 일들은 이 애들 시키면 돼.”“맞아. 진작 이럴 사람 찾아야 했어. 아니면 뭐든 우리가 직접 하면 너무 힘들고 번거로워. 심지어 남한테 약점 잡힐 수도 있고.”현성도 매우 공감했다.그때 문득 정 사장님 일이 떠올라 내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내가 괜한 걱정이기를 바라며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법치 사회인데, 설마 누군가 불법적인 일을 마음대로 저지르겠냐는 생각을 하면서.그날 오후 퇴근 후, 윤지은을 보러 병원에 간 나는 그제야 윤지은이 퇴원했다는 걸 알았다.‘이 여자가,
“호미 오빠. 어떻게 이럴 수 있어?”호미는 임화영의 뺨을 힘껏 후려갈겨, 그녀를 바닥에 쓰러뜨렸다.“닥쳐.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수호 형님 미움을 살 리 없었잖아!”‘수호 형님?’누군가 나를 이렇게 불러본 건 처음이었다.그 순간 나는 문득 호미처럼 똘마니들을 받아 나 대신 일하게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너, 이리 와 봐.”나는 호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호미는 바로 쪼르르 달려왔다.“쪼그려 앉아.”내 말에 호미는 순순히 쪼그려 앉았다. “네 본명은 뭐야?”“안대성입니다.”“이름 소박하고 좋네. 호미보다 훨씬 듣기 좋아. 보아하니 건달 일 오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예전에 뭐 했어?”안대성은 사실 예전에 큰형님을 따라다녔었는데, 큰 형님이 감방에 들어간 뒤로 자꾸만 다른 무리에게 배척당해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 따로 단체를 설립했다고 했다.게다가 본인도 망치, 호미 같은 이름을 쓰고 싶었지만 그런 이름은 서열이 높은 형님들이 다 쓰고 있어 비슷하게 호미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럼 저 여자랑 무슨 사이인데?”“특별한 사이는 아니고, 예전에 잠깐 사귀었는데 제가 가난하다고 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요. 나중에 제가 이 바닥에 있다는 걸 알고 내 양동생이 되었어요.”‘젠장, 이건 뭐 할리우드도 아니고 복잡하네.’나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안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나 따라다닐래?”“네. 당연히 좋죠.”안대성은 무척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바로 안대성의 머리를 때렸다.“참 쉽게 말하네? 진심 아니지?”“진심이에요. 정말 진심이에요. 형님, 주먹도 센 것 같은데 제 형님 할 자격 충분해요. 그리고 우리 애들이 힘이 없어요. 하지만 형님이 있다면 목표도 생기니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죠.”나는 안대성을 반신반의했다.하지만 현재로서 안대성과 그의 똘마니를 내 부하로 받아주는 건 나한테 이득밖에 없다.“네 사람 다 소집해. 앞으로 다 나를 형님이라고 불러!”안대성은 신속히 자기
정 사장님이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는지는 그의 눈빛과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나도 이런 사장님을 존경하기에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안전에 주의해요.”천수당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이 사실을 민우에게 말하고 요즘 약재를 구입할 때, 적게 구입하더라도 절대 품질이 안 좋은 약재를 구입하지 말라고 주의하라고 일러두었다.민우와 현성 또한 이번 사태에 무척 신경 쓰는 눈치였다.“정수호가 누구야?”우리가 한창 얘기 중일 때, 가게로 들어온 젊은 남자 한 명이 내 이름을 불렀다.“내가 정수호인데, 당신은 누구죠?”젊은 남자가 말했다.“우리 호미 형님이 진찰 좀 봐달래.”그 말에 현성이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건달과 조폭들 중에 망치나 도끼 같은 섬뜩한 이름을 쓰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호미라니. 뭐 농민도 아니고. “알았어요. 내가 나가볼 테니까 너희는 할 일 봐.”나는 구급상자를 챙겨 들고 젊은 남자와 가게를 나섰다.하지만 벤 한 대에 가까워질 때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행색을 하고 벤을 타고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게를 털러 오는 나쁜 놈들이다.나는 뒤로 한 발 물러섰다.“그쪽 호미 형님이라는 사람은 어디 있죠?”“가면 알 거야.”젊은 남자는 예의 없이 계속 반말을 해댔다. 심지어 내가 도망갈까 봐 무서운 것처럼 계속 경계하는 모습이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도망간다고? 내가 왜?’나는 오히려 어떤 놈이 나를 찾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벤은 도시를 지나 점점 으슥한 교외로 향하더니 한 폐공장에 멈춰 섰다.차가 도착하자 점은 남자는 나를 차 밖으로 밀었다.차에서 내리자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임화영이었다.나는 이 모든 게 임화영 짓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임화영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정수호, 또 만날 줄은 몰랐지?”“확실히 뜻밖이긴 하네. 설마 나랑 한번 자보겠다고 이렇게 온갖 수단 다 쓰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매력 있나
서나연은 오늘 매우 협조적이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옷을 벗고 얌전히 누웠다. 하지만 어제 자기 몸을 보게도 하지 않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얌전해지니 오히려 이상했다. 너무 이상하다 못해 나는 내 눈이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이렇게 얌전한 게 이상했다.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했다. 다행히 치료가 끝날 때까지 아무 문제도 없었다.나는 서나연의 집에서 나오면서 너무 의아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렇게 순순히 보내준다고? 왜 생각할수록 수상하지?”나는 유미 사모님 집에 도착해 서나연의 상황을 사모님께 말했다.그러자 사모님은 웃으며 말했다.“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 아니에요? 서나연 씨 가족이 서나연 씨를 설득했을 수도 있잖아요. 서나연 씨가 순순히 협조하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죠.”나는 그 말에 싱긋 웃었다.“하긴, 맞아요. 참, 사모님, 그 그릇 아직 사지 못했는데 제가 사면 바로 가져다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고작 그릇 하나인데요. 내가 새로 하나 사면돼요.”사모님은 그릇 하나 때문에 내가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안 돼요. 제가 윤 사장님께 물어봤는데 그 그릇은 사모님이 어릴 때부터 사용한 골동품이라면서요? 그런 걸 어떻게 배상하지 않아요?”“그릇은 신경 쓰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사모님이 계속 고집부리자 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요.”“참, 발목은 어때요?”나는 사모님이 전에 발을 상했던 게 떠올라 걱정스레 물었다.그랬더니 사모님이 대답했다.“이제 많이 나았어요. 부기도 빠지고.”“제가 약 더 발라줄게요...”나는 사모님에게 약을 발라준 뒤, 사모님이 만든 삼계탕을 들고 정 사장님께 가져다줬다.하지만 사장님은 너무 바빠 삼계탕을 먹을 시간도 없어 보였다. 보아하니 무슨 큰일이 터진 듯했다.사장님은 한참 뒤 나에게 다가왔다.“수호 시, 잠깐 이리 와 봐. 할 얘기 있어.”나는 사장님을 따라 사문실로 들어갔다.사장님은
서지예가 방에서 안 나오는 건 아마도 어제 일 때문일 것 같은데, 나는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나는 조급한 마음에 머리를 마구 잡아 뜯었다.그 모습을 본 서광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말하라니까 머리는 왜 쥐어뜯고 그러나?”“서 회장님, 별일이 아니라...”내가 말하려 할 때 서나연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봐, 당신 들어와!”서나연은 명령조로 말했다.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란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아니면 누구겠어? 들어와!”서나연은 말을 마친 뒤 방에 들어가 버렸다.이건 명백한 협박이었다. 서나연은 내가 어제 일을 말할까 봐 나를 방에 불러들인 거였다.‘이걸 가야 하나?’‘가보지, 뭐. 대체 무슨 수작인지 내 눈으로 봐야겠어.’‘무슨 수작을 부리든 상대는 여자인데, 무서워 봤자 얼마나 무섭겠어?’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서나연의 방으로 향했다.그동안 나를 계속 노려보는 서나연의 눈빛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서나연 씨,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요. 대체 무슨 말 하려고 그래요?”그 순간 서나연은 또다시 가위를 꺼내 들었다.“경고하는데, 어제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한마디도 했다가 죽여버릴 거야.”“걱정할 거 없어요. 내가 뭐 가십거리 몰고 다니는 아줌마도 아니고, 절대 말 안 해요. 우선 가위부터 내려놔요. 다쳐요.”“흥! 나 속일 생각 하지 마. 묻는 말에 대답해. 정말 내 병 고칠 수 있어?”“네!”“그럼 내 병이 다 나으면 임천호를 빼앗아 올 수 있을 것 같아?”‘이 말에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지?’‘빼앗아 올 수 있는지는 본인한테 달렸지,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럴 수도 있죠.”서나연은 자극을 받으면 안 되기에 나는 우선 달래기로 했다.하지만 내 말에 서나연은 화가 난 듯 말했다.“그럴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 대체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가위 내려놓을 거죠?”뭐가 됐든 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하지만 뒤에 아무 사람도 없었다.“형수, 지금 저 놀린 거예요?”“아니에요. 정말 사람이 있어요.”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봤다.“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만 겁줘요. 제가 뭐 한대요? 그냥 이불 좀 덮어주려는 건데 뭘 그렇게 놀라요? 이러다 나 심장 떨어지겠어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형수는 입을 가리며 싱긋 웃었다.형수의 모습을 보니 나는 형수가 어제 나와 남주 누나가 너무 높은 소리로 떠들어댄 걸 혼내려는 것이라고 확신했다.나는 형수의 겨드랑이를 마구 간지럽혔다. 형수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마구 웃어댔다.그때 뒤에서 갑자기 불빛이 번쩍거렸다.흠칫 놀란 나는 침대에서 내려 신발도 신지 않고 뒤를 돌아봤다. 멍하니 돌아본 내 눈앞에는 고아연이 서 있었다.고아연은 사진을 찍은 뒤 피식 웃었다.“계속하지 왜? 내가 없는 사이 우리 언니한테 뭘 하려고 했지? 그런데 왜 내가 오니 왜 그만두는데? 겁나?”“귀신도 아니고, 왜 소리를 안 내요?”나는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방금은 정말 너무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고아연은 그런 나를 보고 깔깔 웃어댔다.“그러게 언니가 방금 뒤에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본인이 안 믿었으면서 누굴 탓해?”형수는 나를 속인 게 아니라 진실을 얘기한 거였다.‘내 탓이네. 내가 형수 말을 안 믿어서 그래.’나는 뻘쭘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오해하지 마요. 전 그저 이불을 덮어주려는 거예요.”“이불 덮어주는데 침대까지 올라가서 덮어줘? 심지어 같이 누워서? 지금 누구를 애 취급하는 거야?”고아연의 말에 나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할 말이 없어 말머리를 돌렸다.“아연 씨가 왔으니 전 이만 갈게요. 언니 잘 돌봐줘요.”나는 다급히 짐을 챙겨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그 시각, 고아연은 자기 언니 앞에 다가가 팔짱을 끼고 언니를 내려다봤다.그 눈빛에 고태연이 고아연을 째려봤다.“그 눈빛 뭐야?”“언니,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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