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1 - Chapter 20

198 Chapters

제11화 저게 민여진일 리가 없어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여자한테만은 한없이 다정했다.“너 몸도 약하고 머리 아프다고 매일 그러잖아. 1년이 지나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지. 여기가 곳은 이래도 실력 있는 의사가 있다니까 너 꼭 낫게 해줄 거야.”“이런 작은 진료소에 그런 의사가 있다고요?”반신반의하며 묻던 문채연은 아까보다 어두워진 박진성의 표정에 바로 그의 팔짱을 끼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사기꾼한테 속아서 돈도 버리고 시간도 낭비할까 봐 그러죠. 가뜩이나 일로 바쁜 당신이 나 때문에 그러면 내가 얼마나 미안해요...”“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팔짱을 껴오는 문채연에 박진성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네 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나을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난 뭐든 다 해볼 거야.”“날 그 정도로 생각해줘서 고마워요.”얼굴을 붉히며 하는 문채연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는데 방현수의 사무실을 물어 가려던 찰나, 한 아이의 목소리가 박진성의 귀에 들려왔다.“여진 누나, 나 그네 탈래요!”거리가 너무 멀어 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했던 박진성이 정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인영이 눈앞을 스쳐 갔다.그 모습이 민여진 같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쯤 해외에서 아이를 낳고 잘살고 있어야 했기에 박진성은 빠르게 부인했다.만약 귀국을 했다 하더라도 민여진은 저를 가장 먼저 찾아올 사람이지 이런 허름한 진료소에 틀어박혀 있을 사람이 아니라서 박진성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진성 씨, 왜 그래요?”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이름에 박진성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문채연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결국 아닐 거라고 단정 지은 박진성은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풀고는 문채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방현수는 이내 문채연의 맥을 짚어보며 그녀에게 주의할 것들을 일러주었는데 옆에 있던 박진성은 자연스레 익숙한 황산철 화분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민여진이 저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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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다른 남자에게 웃어주는 민여진

갑자기 나타난 민여진에 문채연 역시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 박진성을 따라 나가버렸다.방현수가 써준 처방을 들고 돈은 던지듯 내려놓고 나가던 문채연은 곧 큰 이변이 생길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구겨진 얼굴을 필 수가 없었다.하지만 감옥에 있던 여자들이 일을 잘 처리해준 덕에 민여진의 얼굴이 제대로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만은 만족스러웠다.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던 문채연은 이내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몇 초만 봐도 구역질이 나는 얼굴이니 박진성이 그녀를 알아본다 해도 절대 마음을 줄 것 같지는 않아서였다.생각을 마친 문채연은 화가 난듯한 남자에게로 다가갔다.한편 방에 있던 민여진은 방금 저를 스쳐 지나간 남자 몸에서 난 익숙한 향기에 저도 모르게 박진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여기 올 리는 없었기에 민여진은 애써 힘을 주어 주먹을 쥐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여진아, 괜찮아?”“놀랐지?”그때 방현수가 민여진의 손을 잡아오며 다정하게 물었다.“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네. 진료를 받다 말고 뛰쳐나가는 게 어딨어?”“괜찮아요 저는.”그제야 진정한 민여진은 익숙하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제 얼굴을 보고 놀라서 그런 걸 거에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방현수는 그래도 뭔가 찝찝했지만 다른 이유는 찾지 못했기에 빠르게 화제를 돌려버렸다.“그네가 끊어졌다고?”“네.”그에 민여진도 안 좋은 기분을 애써 감추며 웃어 보였다.“애들은 자기가 무거워서 끊어진 줄 알고 저보다 더 당황했어요.”방현수는 조잘조잘 떠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환자도 없으니까 일찍 문 닫고 시장가서 밧줄 사자. 이참에 정원도 다시 꾸미는 거 어때?”“좋아요.”민여진에게 지팡이를 쥐여주고 진료소 문을 잠근 방현수는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진료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를 대고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박진성은 가슴이 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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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너 설마 임신했어

그래서 박진성은 방현수가 사무실로 들어간 틈을 타 빠르게 민여진 앞으로 걸어갔다.신나게 케익을 먹고 있던 민여진은 느껴지는 인기척에 방현수가 돌아온 줄 알고 물었다.“왜 또 왔어요? 이거 저번 거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 현수 씨도 먹어볼래요?”입가에 케익을 묻히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박진성은 민여진이 방현수에게 입맞춤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케익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발전해버린 둘의 사이를 나타내는 것 같아 거슬렸던 박진성은 그걸 바닥으로 쳐냈다.그에 민여진이 당황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려왔다.“민여진, 너 진짜 잘 숨는다.”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에 민여진은 뒷걸음질을 치며 방현수를 찾았다.“현수 씨...”옷소매를 꼭 말아쥔 채 그네에서 내려온 그녀는 제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지난날의 악몽에 몸을 떨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현수 씨 어딨어요? 현수 씨한테 가야 하는데...”민여진이 힘겹게 발을 떼자마자 박진성은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민여진, 언제까지 연기할 거야. 불쌍한 척도 그만하면 됐잖아.”“비켜!”그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 힘을 준 탓에 민여진 본인도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바닥을 더듬거리더니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박진성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당장 나가,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눈도 보이지 않으면서 아무 소용도 없는 나뭇가지를 들고 공포에 떠는 민여진을 보던 박진성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지며 화까지 났다.방현수한테는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왜 제 앞에서는 이렇게 두려움에 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민여진, 네 지금 꼴을 봐. 내가 널 봐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두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민여진에 화가 난 박진성은 그녀의 두 팔을 손아귀에 넣으며 말했다.“나는 내 자식 찾으러 온 거야. 우리 앤 어디에 숨긴 거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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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우리 아이

“민여진, 내일 다시 올 거니까 기다려.”이를 악물며 말을 마친 그는 곧 차를 타고 그곳을 떠났고 그제야 긴장이 풀린 민여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그녀는 저를 부축하는 방현수를 향해 절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현수 씨.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요. 내가 좀 진정을 해야 해서... 괜찮아지면 그때 사실대로 말할게요.”“괜찮아.”하지만 민여진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다는 것쯤은 진작에 눈치챘던 방현수는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말했다.“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하나도 안 중요해. 중요한 건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민여진이라는 거야.”...이튿날, 민여진은 출근하지 않았지만 박진성은 말한 대로 진료실 앞에 도착해있었다.입구로 들어서던 그는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민여진이 임신했던 제 아이를 떠올리게 되었다.그 아이가 여기 있었다면 저 애들 못지않게 장난꾸러기였을 것 같아 아이들을 보는 박진성의 눈이 조금은 다정해졌다.그런 생각을 하던 박진성은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기억해내고는 안을 들여다봤지만 원하는 인영이 보이질 않자 곧장 방현수의 사무실로 향했다.환자들에게 진료를 봐주고 있던 방현수는 그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꾹 참고 처방을 내준 다음 빠르게 환자를 돌려보냈다.“민여진은 어딨어요?”박진성도 그걸 기다렸는지 환자가 나가자마자 방현수를 향해 물었다.“당신이 무슨 염치로 그딴 말을 합니까?”“당신 무서워서 진료소도 못 나온 거잖아요. 제가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당신이 대영그룹 유일한 후계자더라고요.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왜 여진이한테 그렇게 질척대는 겁니까? 이미 끝난 사이면 깔끔하게 놓아주시죠.”“내가 질척댄다고요?”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사용에 박진성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착각하신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모자라도 얼굴이 다 망가진 여자를 좋아하진 않아요. 난 내 아이를 찾으러 온 겁니다.”“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아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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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너 걔랑 잤어

민여진이 누워있는 습기 가득한 방은 낡아빠진 다락방인 데다가 제대로 된 가구도 없는 허름한 곳이었다.침대만 덜렁 놓인 그곳에서 홀로 울고 있는 민여진이 안쓰러웠던 박진성이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민여진이 물었다.“현수 씨에요?”몸이 아픈 탓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결 더 가냘파졌는데 그 목소리로 부르는 현수라는 이름이 귀에 꽂히자 박진성은 또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나마 느꼈던 연민의 감정도 싹 사라져버렸다.“현수 씨? 누구 꼬시려고 작정했어? 아주 죽고 못 사나 보네 둘이.”예상치 못한 박진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민여진은 이불을 꽉 붙잡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소리쳤다.“당신이 어떻게 우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어?!”“방현수도 가지는 걸 나는 왜 못 가져.”저를 경계하는 민여진이 못마땅했던 그는 바로 그녀의 손목을 그러쥐었다.“인기척만 들리면 방현수야? 평소에 네 방에 자주 드나들었나 봐? 어젯밤 둘이 설마 같이 자기라도 한 거야?”모욕적인 그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민여진은 손을 휘둘렀지만 박진성은 단번에 그 손까지 낚아챘다.그 반동에 덮고 있던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렸고 땀에 젖은 얇은 잠옷이 몸에 달라붙어 몸매를 살짝씩 드러내고 있었다.그 모습에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 박진성은 마른 침을 삼켜내며 그녀의 몸을 훑었다.“진짜 대단하다 민여진,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고 꼬시겠다는 거야?”“하긴, 그런 얼굴을 받아줄 남자가 더는 없을 테니 기회 생길 때마다 열심히 해야지.”그의 말에 낯빛이 창백해진 민여진은 몸을 움츠리며 발버둥 쳤다.만약 박진성이 올 줄 알았더라면 민여진은 더워죽는 한이 있어도 잠옷만 입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내숭이야? 그래도 우리가 부부의 연이 있는데 네가 원한다면 내가 뭔들 못 주겠어?”“원하는 대로 해줄 게 내가.”코웃음을 치던 박진성은 가볍게 그녀의 잠옷을 찢어냈고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그녀의 몸을 감쌌다.몸이 이렇게 뜨거운데도 느껴지는 한기에 민여진은 박진성을 향해 애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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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도망치고 싶어 하는 그녀

민여진이 구급차에 실려 갈 때 박진성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피가 날 정도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2년 전만 해도 제 주위를 맴돌며 사랑을 갈구하던 민여진이 지금은 도망가고 싶단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가 이렇게 변한 건지 박진성은 혼란스럽기만 했다.“진성 씨, 괜찮아요?”그때 갑자기 튀어나온 문채연이 박진성에게로 달려오더니 그의 손을 잡으며 간호사더러 빨리 처치부터 하라고 했다.“괜찮아.”하지만 박진성은 이번에도 잡힌 손을 빼내며 물었다.“넌 어떻게 알고 온 거야?”양경호에게서 듣고 왔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던 문채연이 대충 아무 이유나 찾아 둘러댔다.“친구가 병원에서 검사하다가 우연히 당신을 봤다고 전화해서요.”병실 안에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는 민여진을 한번 본 문채연은 박진성을 향해 물었다.“저기 누워있는 사람 여진 씨 아니에요?”아직 화가 채 가라앉지 않았던 박진성은 아무리 문채연이라 해도 더 내어줄 인내심이 없어 짤막하게 대꾸했다.“민여진이 좀 다쳐서 내가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여진 씨가 다쳤는데 왜 당신이 병원에 데려와요?”아무리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봐도 문채연은 늘 짓고 있던 미소까지 유지할 수는 없었다.“둘이 따로 만났던 거에요?”“응.”남자의 짧고 굵은 대답에 문채연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얼굴까지 저 모양이 돼버렸는데 왜 박진성은 아직도 민여진을 잊지 못하고 있는지 문채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진성 씨, 당신 여진 씨 만난 이후로 나랑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아요? 따로 만나기까지 하고 여진 씨 다쳤다고 본인 손은 신경도 안 쓰고... 솔직히 말해요, 아직 여진 씨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죠?”민여진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소리에 제대로 열 받은 박진성은 문채연을 향해 소리 질렀다.“그럴 리가 없잖아!”민여진은 박진성 꽁무니나 쫓아다니며 아양을 떠는 사람일 뿐인데 박진성이 그런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그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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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당신이 바라던 대로 죽었어

“손 부어오르잖아, 움직이지 마!”미간을 찌푸리며 민여진에게로 다가간 박진성이 그녀의 손목을 그러쥐자 민여진은 또 발작이라도 하듯 발버둥 쳤다.“한 번만 더 움직이면 나도 너한테 무슨 짓 할지 몰라.”그 말에 겁을 집어먹은 민여진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다 쉬어버린 목소리를 쥐어짜 내고 있었다.“도대체 뭘 원해서 이러는 거야 당신...”이미 저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유일하게 문채연과 닮은 얼굴까지 망가뜨려 놓고서 뭘 더 원하는지 민여진은 알 수가 없었다.“민여진, 너 거울 볼 줄 몰라? 내가 너 같은 애한테 왜 질척거리겠어? 난 내 아이를 되찾고 싶을 뿐이야. 제 핏줄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 거니까 아이만 주면 다신 네 앞에 얼씬도 안 해.”“아이를... 달라고?”박진성의 어이없는 말에 악몽으로 고달팠던 지난날들이 떠올라 민여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이는 진작에 감옥에서 1년 전 민여진과 함께 죽어버렸는데, 그 죽음을 사주한 사람이 이제 와서 아이를 집에 데려간다니,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웃음을 터뜨리던 민여진이 눈물까지 흘리자 미간을 찌푸린 박진성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물었다.“왜 웃어? 내가 내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게 웃겨?”눈물을 흘리던 민여진은 이 순간 만큼은 눈이 멀어버린 게 참 다행스러웠다.눈이 멀쩡했다면 저 가증스러운 얼굴을 마주해야만 했을 텐데 그보다 더 곤욕스러운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박진성, 날 괴롭히고 싶은 거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말도 안 되는 이유 들먹이지 말고.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당신이잖아.”“그게 무슨 소리야?”“무슨 소리냐고?”되묻는 박진성에 민여진은 이불을 부여잡으며 목놓아 울었다.“죽었다고! 당신이 바라던 대로 죽었어! 나한테 얼굴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죽어버렸다고... 이제 만족해?!”누군가 제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멍한 느낌에 벙쪄있던 박진성은 애써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죽었다고? 민여진, 내가 그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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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드디어 인정하네

통화를 마친 양경호는 자책 어린 표정으로 손톱을 짓이겼다.문채연은 그런 양경호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양경호 씨, 이젠 우린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예요,비밀 제대로 지켜요. 만에 하나라도 진성 씨가 알게 되는 날엔 당신도 나도 모두 다 죽는 거예요.”문채연의 명령이라면 다 따르라던 박진성의 지시 때문에 그녀가 시키는 일을 해왔었는데 그게 이렇게 큰일로 번질 줄 양경호도 미처 몰랐었다.민여진이 얼굴을 버리고 아이도 잃은 데다가 눈까지 멀어버렸으니 이 모든 일을 시킨 게 저라는 걸 박진성이 알게 되면 양경호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민여진, 걔는 그런 얼굴을 하고 눈까지 병신이 됐으면 조용히 살 것이지 왜 또 진성 씨 앞에 나타나는 거야 정말!”하지만 이 와중에도 질투심에 눈이 멀어버린 문채연은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민여진을 원망하고 있었다.“지금은 불쌍한 척하며 진성 씨를 흔들어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도 얼마 못 갈 거야, 두고 봐 진짜.”...밖에서 새 핸드폰을 산 뒤 담배를 피우던 박진성은 한참 만에 병실로 돌아갔다.“죄송한데 혹시 제 핸드폰 좀 가져다주실 수 있으세요?”“핸드폰이요? 실려 오실 때 핸드폰은 없었는데요?”“아... 그럼 혹시 간호사님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약을 바르는 중이라 조용히 있었는데 거듭해서 핸드폰을 요구하는 민여진에 박진성은 간호사가 대답도 하기 전에 화를 참으며 물었다.“눈도 멀어버린 게 핸드폰은 왜 찾아?”그 목소리에 더욱더 다급해진 민여진은 계속해서 간호사에게 부탁했다.“핸드폰 한 번만 빌려주세요...”제 말은 깡그리 무시하는 민여진에 화가 난 박진성은 눈짓 한 번으로 간호사를 내보내고 민여진에게로 다가갔다.“핸드폰은 왜 찾냐고, 뭐 설마 방현수한테 전화하려고 그러는 거야? 걔랑은 한시도 못 떨어지겠어?”그에 고개를 떨궈버린 민여진은 이불깃을 여며 쥐며 말했다.“걱정할까 봐 연락만 해주려는 거야.”정말 방현수에게 연락하려 했다는 말에 박진성은 제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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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역겨운 당신 피를 물려받은 애라서 걔가 내 배 속에 있으니까 구역질이 나더라. 너랑 함께했던 내 과거가 너무 후회스러워,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난 그냥 당신이랑은 모르는 사람으로 사는 걸 택할 거야.”박진성도 조금 아파봤으면 해서 한 말인데 민여진의 바람대로 박진성은 가슴이 찢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오름을 느꼈다.제가 없으면 죽을 사람처럼 굴며 모든 사랑을 내어주던 민여진이 이젠 울부짖으며 저한테 역겹다고 하는 건 눈으로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박진성은 이 모든 게 방현수 때문인 것 같았다.“민여진,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뭐 정말 착한 사람 같아 보여?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상기시켜줘야겠네.”박진성은 민여진의 턱을 잡아 올리며 이를 갈았다.“네가 방금 한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줄게.”말을 마친 그가 문을 세게 열며 나가버리자 민여진은 가빠오는 숨에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그런데 박진성의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그녀는 좀처럼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화가 나면 제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모조리 치워버리는 게 박진성이었기에 그녀는 혹시라도 방현수가 위험해질까 봐 당장 이불을 걷어내고 맨발 바람으로 뛰쳐나가 다른 사람에게 핸드폰을 빌려보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사람들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저기 문채연이다! 차로 사람을 치어서 죽인 살인범이야!”“십 년형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형 적게 받으려고 얼굴까지 망가뜨린 거 좀 봐, 사람 죽인 년이 자기는 살겠다고 병원엘 와? 더러운 년!”“이제야 얼굴이랑 마음이 좀 같아 보이네, 똑같이 못생겼잖아. 얼른 찍어서 저 못생긴 얼굴로 인터넷에 뿌려버려, 감옥에서는 대체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저에게로 달려오는 사람들의 인파가 점점 몰려 앞이 보이지 않았던 민여진은 속수무책으로 그들에게 밟힐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부축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웃고만 있었다.“이게 살인범이 받아야 할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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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남자 보는 눈이 그렇게 낮아서야

하지만 방현수는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민여진의 얼굴을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그건 잘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병원에 들어와서 이런 식으로 촬영하는 게 불법이라는 건 알아요. 나갈 거니까 다들 비키세요.”“둘 다 똑같은 연놈들이네!”그때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주먹을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수액 걸이로 민여진의 등을 내려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걸 본 방현수가 빠르게 그녀를 잡아당겼지만 민여진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고 말았다.“여진아! 괜찮아? 어디 다쳤어? 봐봐!”“나 괜찮아요.”“거짓말 말고!”“얼른 가요, 나 찾아온 사람들이니까 현수 씨는 이런데 엮이지 말고 빨리 가라고요. 현수 씨가 나 대신 다치는 거 싫어요.”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민여진에 방현수는 그녀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널 혼자 두고 가는 그런 나약한 남자 아니야 나.”그때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박진성은 방현수와 민여진이 서로를 꼭 안고 있는 걸 보자 또 혈압이 치솟았다.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그가 바로 달려가 그 둘을 떼어놓으려 하자 문채연이 나서서 박진성을 말렸다.“진성 씨, 당신이 민여진이랑 어떤 사이였는지 잊었어요? 지금 저기 끼어들면 대영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거예요. 저 사람들 다 반쯤 돌아있는데 당신까지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아무리 화가 나도 이성이 남아있는 이상 박진성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는 또 주먹으로 벽을 내려쳤다.“대체 누가 저 사람들을 불러온 거야? 얼굴도 다 망가져 버렸는데 어떻게 알고 온 거지?”“큰 죄를 지었으니까 병원에서 알아본 사람이 있었겠죠.”분노를 삭이던 박진성은 바로 경호원들을 불러 사람들을 보내고 다른 사람을 시켜 방현수와 민여진을 뒷문 쪽으로 불러내게 했다.모든 일이 해결되고 민여진과 방현수가 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진성은 이를 갈며 곧바로 민여진을 품에 안았다.“뭐 하는 짓입니까!”방현수가 이번에도 박진성을 향해 주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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