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두어 모금을 삼키고 있는데, 등 뒤에서 느긋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문채연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일부러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진 씨, 괜찮아요?”민여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충분히 마신 뒤, 잔을 내려놓고 벽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나갔다.그러자 문채연이 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여진 씨, 나 좀 무시하지 말아요. 진성 씨가 없다고 해서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기분 나쁘게 하면 진성 씨한테 다 말할 거예요.”그 뻔뻔한 협박에 민여진은 손을 꽉 움켜쥐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문채연이 단 한마디만 해도, 박진성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테니까.깊이 숨을 들이마신 민여진은 계단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문채연 씨, 도대체 뭐 하자는 거죠?”“그런 거 없는데요?”문채연은 태연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그냥 어제 그 음식, 입맛에 맞았는지 궁금해서요. 맛있었어요?”어제 입에 넣기만 해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던 그 음식이 떠오르자, 민여진의 위가 울렁였다.그녀는 억지로 속을 다스리며 힘겹게 입을 뗐다.“수고했어요. 채연 씨, 요리하느라 바빴을 텐데, 나까지 신경 써 줘서 감사해요.”“수고랄 것까지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문채연의 미소는 한층 깊어졌다. 그러면서도 눈빛에는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근데 말이에요... 여진 씨, 고자질까지 할 정도로 간이 컸더라고요? 설마 진성 씨 곁에 있다고 해서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 건 아니죠?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여진 씨 같은 건 금방이라도 쓸어낼 수 있다는 거, 몰랐어요?”그 순간 민여진의 머릿속에 박진성이 자기 손을 짓밟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리고 그날 밤, 버닝 나이트에서 당했던 굴욕까지...숨이 턱 막혔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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