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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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이제 와서 겁먹은 거야?

민여진은 홀로 별장으로 돌아와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졸음이 쏟아져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발로 차며 열어젖혔다.박진성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차가운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쌌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만큼 냉혹하지는 않았다.“네가 잠이 와?”박진성은 그녀의 어깨를 세게 움켜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채연이 목에 난 흔적, 아무리 감춰도 다 티가 났어. 파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수군거렸는지 알아? 얼마나 쑥덕거렸는지 아냐고! 그리고 파티가 끝나는데도 채연이는 집에 오기 싫대. 네 악독한 심보는 언제쯤 잠잠해질 건데!”민여진은 어깨의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2층에서 던져 버릴 기세로 이를 바득바득 갈며 화를 내는 박진성의 말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가만히 있는 그녀에게 문채연이 먼저 시비를 건 것이었다. 심지어는 강아지 한 마리까지도 가만두지 않고 말이다.“문채연한테 왜 가만히 있으라고 안 하세요? 걔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면 제가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목을 졸랐겠어요?”“억지 부리지 마!”박진성은 핏발이 선 눈으로 민여진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치며 이를 갈았다.“또 피해자 행세야? 채연이가 반항하지 않은 건 단지 착해서야.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그런 게 그게 네가 걔한테 폭력을 행사할 이유는 아니잖아!”“착해요?”민여진은 고개를 숙였다. 죽기 직전 울부짖던 망고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게 착한 거라고?’“진성 씨... 당신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군요...”“맞아.”박진성은 그녀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내려다보며 말했다.“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널 계속 감싸줬지. 너 같이 악독한 여자는 제대로 된 벌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지!”“따라와!”그는 민여진의 손목을 잡고 거의 질질 끌다시피 계단을 내려갔다.민여진은 맨발이었다. 발바닥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자 저절로 몸이 떨렸다. 그런데 현관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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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모든 것이 끝났다

민여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구석으로 달려가 벽에 바짝 붙었다.박진성의 경멸 어린 비웃음이 들려왔다.“민여진, 너도 죽는 게 무서운가 보지? 난 네가 세상 무서운 게 없어서 감히 채연이를 건드린 줄 알았잖아.”박진성의 차가운 말은 창고 안의 차가운 기운보다 훨씬 더 매서웠다. 민여진은 붉어진 눈으로 앞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진성 씨, 만약 이 모든 게 문채연의 거짓말이고 망고를 죽인 범인도 문채연이며 또 이 모든 게 그 여자의 계략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후회할 건가요?”박진성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망고를 죽인 범인이 문채연이라고? 이 모든 게 문채연의 계략이었다고?’왠지 모르게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민여진을 쏘아보았다.“민여진, 이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채연이를 모함해!”박진성의 마지막 동정심마저 사라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널 믿었던 게 잘못이었어! 그 때문에 채연이가 큰일 날 뻔했잖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그의 차가운 눈빛에는 조롱기가 가득했다.“얌전히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내일 아침까지 살아 있으면 풀어 줄 수도 있어. 하지만 물리면 네 책임이야!”그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박진성은 사람들을 데리고 뒷마당을 떠났고 문 앞에 묶인 사냥개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곧 달려들 것만 같았다.이 순간, 공포가 민여진을 덮쳤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축축한 공기와 함께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빗물은 벽을 타고 흘러내려 민여진의 몸을 적셨다.오한과 열이 번갈아 가며 몰려왔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문득 커다란 천둥소리와 함께 민여진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사냥개의 흥분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사냥개가 민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민여진은 사냥개와 자신의 거리가 손바닥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심지어 오래된 창고는 사냥개가 묶인 쇠사슬이 흔들리는 힘에 따라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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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너무 늦었어

‘민여진, 결국 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구나. 가장 초라하고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그녀는 하필이면 사냥개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쓰러졌고 코앞까지 다가온 사냥개의 입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를 맡으며 정신을 잃었다.오한과 발열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녀는 꿈을 꾸었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망고인 것 같았다. 망고는 그녀의 얼굴을 핥고 또 핥았지만 그녀의 몸은 점점 차가워졌다.마침내 비가 그쳤다.박진성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담배를 비벼 끄고는 안개가 자욱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한 시간만 지나면 날이 밝을 것이다.그때, 코트를 입은 서원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내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멈칫했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오늘 웬일로 다들 여기 모였어?” 그중 경호원 한 명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서원은 본능적으로 이층에 있는 민여진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물었다. “민여진 씨는 어디 있어?!”경호원은 뒷마당을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목소리 좀 낮춰. 대표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거든. 민여진 씨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대표님께서 뒷마당 창고에 가둬 버리셨어. 사냥개도 같이 가뒀으니까 아마 지금쯤 엄청 겁에 질려 있을걸.”‘뒷마당 창고에 가뒀다고?’서원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잠에서 깨어 이곳으로 오는 동안 비가 얼마나 많이 쏟아졌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와이퍼를 최대로 작동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창고의 얇은 철판이 비를 막아줄 리 없었다.이 추운 날씨에 그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뛰쳐나갔다.경호원이 당황하며 그를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제 정신이야? 설마 그 여자를 데려오겠다고? 대표님 성격 몰라? 허락도 안 받고 반항하려는 거야? 미쳤어?!”“놔!”서원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뒷마당으로 달려갔다.이층에서 박진성은 검은 그림자가 창고 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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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민여진은 내 여자다

‘그가 안고 있는 사람이 정말 민여진이란 말인가? 고집불통에 사고뭉치, 툭하면 자신을 화나게 만들던 민여진이 맞단 말인가? 왜 이 순간, 나는 차갑게 식은 시체를 안고 있는 것 같지?’박진성은 심지어 민여진의 숨소리조차 느낄 수 없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핏발 선 눈으로 거의 죽어가는 민여진을 안고 있는 박진성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사가 흔들릴 때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었다.박진성은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고 민여진을 욕조에 넣었다.“민여진! 민여진!”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정신 차려! 내 말 안 들려?!”잠깐 창고에 가둬 두고 벌을 준 것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박진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이 벌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민여진이 숨을 멈출까 봐 두려웠다. 잠시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그의 심장은 찢어질 것 같았다.민여진의 몸에 온기가 돌아오자 그는 황급히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바탕 소동에 그의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 서 있었다. 박진성이 지친 얼굴로 내려오자 갑갑한 분위기에 아무도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다들 돌아가.”박진성의 말에 마치 해방된 것처럼 모두 황급히 나갔고 오직 서원만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숨이 막힐 듯 가슴이 아팠다.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지만 오늘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적은 없었다.그의 꼼짝않는 모습에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가 봐.”서원은 주먹을 쥐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대표님, 잠시만 기다려도 될까요? 의사가 민여진 씨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만 기다리고 싶습니다.”이 말에 박진성은 불쾌해졌다. 서원은 선을 넘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그의 눈이 갑자기 좁혀지며 시선은 차갑고 냉담해졌다. 얼어드는 주위의 기운에 서원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서원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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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착각하지 마

의사는 말을 하다가 상대가 누구인지 깨닫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박진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민여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의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박진성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언제쯤 깨어날까요?”“잘 모르겠습니다. 늦어도 내일 저녁까지는 깨어날 겁니다.”“알겠습니다.”의사를 배웅하고 돌아온 박진성은 다시 민여진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악몽에서 마침내 깨어난 민여진은 불안한 숨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침대에 일어나 앉는 순간,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목숨이 질기다는 것, 그것이 지금 나에게 남은 유일한 장점인가? 그런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다니...’그녀는 차가운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방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서원 씨에요?”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밤새도록 발코니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던 박진성은 그 말에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와 차갑게 비꼬았다.“눈 뜨자마자 서원이부터 찾는군.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지?”민여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눈에 가득한 공포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박진성은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분명 그녀는 벌을 받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말해! 벙어리야?”민여진은 떨리는 입술로 눈을 감았다 뜨고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원 씨와는 별 사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방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우연히 온 건가? 내가 죽든 말든 박진성은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갈 인간인데. 그런데 왜 여기에 있지? 설마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건가?’“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은 많아.”박진성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민여진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그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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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서원이 떠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민여진은 침대에서 내려왔다.몹시 갈증이 났다. 그녀는 옷장에서 아무 겉옷이나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을 마셨다. 이때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박진성의 발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민여진은 입을 열었다.“서원 씨 맞아요?”밖에 있던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민여진 씨,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저는 서원이 아니라 상우입니다.”“상우?”남자는 황급히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대표님 밑에서 서원과 함께 일하는 경호원입니다. 예전에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기억 못 하시는 것 같습니다.”상우는 말하면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예전에 민여진이 못생기고 눈도 멀었다고 비웃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어젯밤에 있었던 일로 그녀가 박진성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민여진이 기억하지 못하는 게 상책이었다.민여진도 정말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냉대했던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그저 상우의 말에 미간을 잠시 찡그렸을 뿐이었다.“서원 씨는요? 그 사람이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상우가 말했다.“별일은 아닙니다. 아침에 서원이가 와서 민여진 씨가 뒤뜰 창고에 갇힌 걸 알고 박 대표님 명령을 어기고 구해 드렸습니다. 그 때문에 박 대표님이 다른 곳으로 보내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민여진 씨를 모시겠습니다.”그리고 상우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근데 서원이도 정말 안됐어요. 도박장으로 보내졌는데 그곳은 엉망진창이고 힘든 곳이거든요. 민여진 씨를 구하려다 앞으로 고생 좀 하게 생겼습니다...”민여진 씨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자신이 운이 좋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서원이 박진성의 명령을 어기고 그녀를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서원은 그 일 때문에 박진성의 처벌을 받아 힘들고 고된 곳으로 보내졌다...박진성의 횡포에 그녀의 심장은 떨렸다. 그에게 거역하는 사람은 누구도 좋은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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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설마 그에게 반한 거야

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민여진, 착각하지 마.”“그럼 아닌가요... 서원 씨가 당신의 명령을 어기고 창고에서 저를 구해 줬다고 벌준 거잖아요?”민여진은 씁쓸하게 웃었다.‘어째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하는 걸까.’“당신 생각엔 내가 죽어야 마땅했겠죠? 그렇죠”“민여진!”박진성은 차갑게 소리쳤다. 검은 눈동자에 냉기가 서렸다.“네가 죽든 말든 나랑 상관없고 서원이가 도박장에 보내진 것과도 상관없는 일이야. 그놈은 그냥 제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니까!”민여진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돌아오게 해 주세요, 진성 씨. 제가 잘못했어요.”누군가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그녀에겐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제가 구출된 게 마음에 안 드시면 다시 창고에 가겠어요. 열흘이고 보름이고 가둬 두세요!”박진성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민여진의 턱을 움켜쥐었다. 민여진은 아픔에 뒷걸음질 치다 난간에 등을 기댔다. 박진성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서원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서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여진의 곁에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를 둘 수는 없었다.그런데 민여진이 이렇게 애원하며 매달릴 줄은 몰랐다. 심지어 자신을 거의 죽일 뻔했던 창고에 다시 돌아가겠다고까지 하다니.“언제부터 그놈이랑 그렇게 친해졌지? 그놈 때문에 죽을 각오까지 하는 거야? 창고에 열흘, 보름 갇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해? 네 몸으로 거기 하루도 못 버텨!”민여진은 아픔에 몸을 떨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아요.”“알면서...”박진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기더니 싸늘한 기운이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민여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다니, 설마 너 서원 그놈을 사랑하는 거야?”그 말이 튀어나오자 박진성의 심장은 쥐어짜는 듯 아팠다. 민여진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사랑?’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랑이란 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사랑을 포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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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단둘이 방에 있다

민여진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난 그런 적...”“채연이가 너 때문에 지금까지 방에 틀어박혀서 밥도 안 먹고 있는데 아직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박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서원이를 돌려보내 달라고? 좋아. 채연이가 널 용서하면 모든 걸 없던 일로 해 주지.”‘채연에게 용서를 빌라고?’민여진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망고를 죽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라니. 더 큰 문제는 문채연은 기회를 잡았으니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박진성은 차갑게 비웃었다.“어때? 네 서원이를 돌려받고 싶어?”그는 ‘네 서원이’라는 말로 민여진을 조롱했다.민여진은 솟아오르는 설움을 삼켰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마음은 여전히 아팠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당에 고통 따위가 대수일까?“좋아요. 당신이 약속만 지킨다면 채연에게 용서를 빌게요.”박진성의 검은 눈동자에 순간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그는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며 문 앞에 서 있는 상우에게 말했다.“다섯 시에 채연이네 별장으로 데려다줘. 채연이가 용서할 때까지 데려오지 마.”상우는 박진성이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평소 감정 표현에 절제가 있던 박진성이었다. 진심으로 화가 났을 때조차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였기에 상우는 민여진의 존재가 더욱 궁금해졌다.‘그녀는 대체 박진성의 마음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단 말인가. 문채연조차 박진성에게 이 정도의 영향을 못 미치는데.’다섯 시에 데려다주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0분 정도 차이가 났다.상우는 민여진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며 중얼거렸다.“대표님은 왜 굳이 저한테 민여진 씨를 따로 모셔다주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본인도 가는 길인데, 같이 가면 되잖아요?”멍하니 있던 민여진은 그의 말을 어렴풋이 듣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당연히 그녀와 같은 차에 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깐의 십여 분조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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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여기서 기다려

민여진은 잠시 멍해졌다. 가정부의 말투에서 박진성과 문채연이 한 방에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박진성이 문채연과 함께 자고 나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녀는 억지로 역겨움을 참으며 물었다.“진성 씨는 언제 나오나요?”가정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박 대표님 마음이시죠. 한두 시간이면 나오시지 않을까요?”상우는 가정부의 이상한 말투에 불편함을 느끼고 바로 말했다.“그럼 저희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민여진 씨는 어제 추위에 떨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찬 바람을 쐬면 안 돼요. 거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가정부는 표정을 바꾸더니 억지웃음을 지었다.“죄송하지만 채연 씨의 허락 없이는 손님을 거실로 안내할 수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현관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곧 박 대표님이 내려오실 수도 있잖아요.”“무슨 권리가 없다는 거예요? 이분은 민여진 씨인데!”가정부는 다시 한번 말했다.“죄송합니다.”상우가 또 말하려 했지만 민여진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녀는 이미 깨달았다. 더 이상 따져 봐야 의미 없다는 것을. 문채연을 화나게 하면 결과는 더욱 참혹해질 뿐이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상우는 투박한 목소리로 이것이 단순한 가정부의 횡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했다.“무슨 여기서 기다려요? 민여진 씨, 이제 방금 깨어나서 물도 몇 모금 못 마셨잖아요. 일단 차에 가서 앉아 있다가 대표님이 내려오시면 그때 들어가요.”민여진은 입술을 옅게 끌어올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가정부에게 물었다.“여기서 박 대표님이 내려오실 때까지 기다리면 문채연 씨를 만날 수 있나요?”가정부가 대답했다.“여기서 기다리시면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알겠습니다.”민여진은 심호흡을 하고 현관 앞에 똑바로 섰다.다행히 저녁 무렵이라 해가 거의 져서 햇볕은 강하지 않았지만 따라오는 찬바람은 매서웠다. 바람이 민여진의 바짓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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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당신을 빼앗길 수 없어

“민여진 씨는 당신의 아내니까 그 어떤 상처를 받아도 괜찮다는 거잖아요... 그럼 나랑 그 여자는 뭐가 다르죠? 단지 민여진이 당신의 첫 여자라는 이유 때문인가요?”박진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대답하지 못했다.민여진과 함께 있을 때는 편안했지만 문채연의 손길에는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다.아마도 유부남인 자신이 문채연과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해서일 것이다.“별생각 다 하네.”결국 박진성은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떼어 내려고 했다.하지만 문채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허리를 더욱 세게 붙잡았다.“어떻게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진성 씨, 당신은 민여진은 되는데 왜 저는 안 돼요? 우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도 연인처럼 스킨십 한 번 한 적 없잖아요. 저더러 민여진에게 당신을 빼앗기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요?”문채연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박진성은 몸을 굳힌 채 그녀가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문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진성 씨, 오늘은 많이 바라지 않을게요. 천천히 시작하더라도 키스만이라도 한번 해 주면 안 돼요?”울먹이며 말을 마친 문채연의 눈빛이 스치듯 변했다. 그녀는 민여진처럼 못생긴 여자에게 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박진성이 자신을 거부하는 이유는 더 좋은 여자를 만나 보지 못했고 그의 결벽증 때문일 것이다.그가 자신을 안으면 민여진이 얼마나 형편없는 여자인지 알게 될 것이고 자신에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박진성은 깊은 갈등에 휩싸였다. 거절하려 했지만 문채연을 보자 차마 거절의 말을 꺼낼 수 없었다.문채연은 그의 생명의 은인이었기에 그녀를 울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게다가 민여진 때문에, 자신 때문에 그녀의 삶이 이렇게 망가졌다.“난...”그가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는데 목소리는 곧 멈춰 버렸다.문채연은 미소를 감추고 발꿈치를 들어 올려 부드러운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댔던 것이다. 박진성의 입술에 닿기 직전, 그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웅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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