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구석으로 달려가 벽에 바짝 붙었다.박진성의 경멸 어린 비웃음이 들려왔다.“민여진, 너도 죽는 게 무서운가 보지? 난 네가 세상 무서운 게 없어서 감히 채연이를 건드린 줄 알았잖아.”박진성의 차가운 말은 창고 안의 차가운 기운보다 훨씬 더 매서웠다. 민여진은 붉어진 눈으로 앞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진성 씨, 만약 이 모든 게 문채연의 거짓말이고 망고를 죽인 범인도 문채연이며 또 이 모든 게 그 여자의 계략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후회할 건가요?”박진성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망고를 죽인 범인이 문채연이라고? 이 모든 게 문채연의 계략이었다고?’왠지 모르게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민여진을 쏘아보았다.“민여진, 이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리고 채연이를 모함해!”박진성의 마지막 동정심마저 사라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널 믿었던 게 잘못이었어! 그 때문에 채연이가 큰일 날 뻔했잖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그의 차가운 눈빛에는 조롱기가 가득했다.“얌전히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내일 아침까지 살아 있으면 풀어 줄 수도 있어. 하지만 물리면 네 책임이야!”그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박진성은 사람들을 데리고 뒷마당을 떠났고 문 앞에 묶인 사냥개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곧 달려들 것만 같았다.이 순간, 공포가 민여진을 덮쳤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축축한 공기와 함께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빗물은 벽을 타고 흘러내려 민여진의 몸을 적셨다.오한과 열이 번갈아 가며 몰려왔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문득 커다란 천둥소리와 함께 민여진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사냥개의 흥분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사냥개가 민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민여진은 사냥개와 자신의 거리가 손바닥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심지어 오래된 창고는 사냥개가 묶인 쇠사슬이 흔들리는 힘에 따라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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