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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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화가 나 있어

서원이 대답했다.“잘 모르겠네요.”그는 정말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그때 서원은 병실 밖에 서 있었고, 박진성의 명령으로 단 한 번도 병실 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대표님께서는 주치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떠나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민여진이 쓴웃음을 지었다.“일주일이 넘도록 병실에 안 왔어요.”예전에는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망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민여진은 지금 빨리 그 증거를 박진성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단 한 순간도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민여진의 말에 서원이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민여진을 애써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요, 여진 씨. 회사 일이 많이 바쁜가 보죠.”하지만 민여진은 박진성이 바쁜 회사 일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도 박진성은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문채연을 보기 위해 매일 3층으로 걸음을 옮겼던 사람이었다. 박진성이 하고 싶다고 덤비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다. 아무리 회사 일이 바쁘다고 해도 일주일 내내 바쁠 리는 없었다. 분명 박진성이 병원까지 오길 꺼리는 것이었다.민여진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최대한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는 지금,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다.“서원 씨, 전화 좀 빌려주세요. 박진성한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어요. 그래도 되죠?”서원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리 없었다. 그는 곧장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민여진의 손에 휴대폰을 쥐여주었다. 민여진은 휴대폰을 귓가에 갖다 댔다. 잠시 기다리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냉랭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 서원아?”그의 목소리에서도 회사 일로 바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민여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나야, 민여진.”수화기 너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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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엄마가 될 권리를 뺏어갔어

박진성이 모든 것을 끝내자 민여진은 그가 눕기만을 기다렸다가 허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약이 없었던 탓에 씻으러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한 번으로 임신이 되지 않길 간절히 빌고 또 빌면서 말이다.그러자 침대에 누워 있던 박진성이 새카만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야윈 민여진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가?”그 말에 입술을 꽉 깨문 민여진이 대답했다.“씻으러.”그 말에 냉소를 흘린 박진성을 다시 물었다.“씻으러 가는 거야, 아니면 간호사한테 약 받으러 가는 거야?”뒷말은 마침 민여진이 날 밝는 대로 하려던 일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읽기라도 한 듯한 민여진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박진성은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겨 침대 위로 눌러버렸다. 깊은 연못 같은 그의 눈동자는 민여진을 단단히 가둬두었고 냉소 어린 잔인한 표정은 그녀의 온몸을 옭아맸다.“괜히 헛수고하지 마. 넌 임신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그 말에 잠시 멍해진 민여진은 확신에 찬 박진성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득해졌다.“그게 무슨 소리야?”“말 그대로야.”민여진을 바라보는 박진성의 눈빛이 살벌했다.“전에 생겼던 우리 아이 낙태시키다가 자궁이 망가졌대. 안 그래도 한기만 가득 들어찬 몸인데. 너 평생 애 못 가진다고. 알겠어?”뭐라고?순간, 민여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귀에서는 계속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속에서 박진성의 잔인한 음성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민여진, 이게 네가 받아야 할 벌이야. 그 아이를 잔인하게 버린 죄에 대한 벌. 아이는 이미 죽었고, 넌 엄마가 될 권리를 빼앗긴 거야. 이제 넌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거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 쓸데없는 약도 먹을 필요 없어.”민여진의 눈시울이 빨개졌다.“거짓말...”그녀의 입술이 사정없이 떨렸다. 눈가는 이미 촉촉해졌지만 괜한 오기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거짓말이지? 박진성, 내가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니, 그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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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아이가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다

“구해?”얼굴에 새파랗게 질린 박진성은 민여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단어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언제 날 구했는데?”민여진은 절망 속에서 굳게 입을 다물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비릿한 냉소를 터뜨린 박진성이 말했다.“너는 너 자신도 구하지 못했잖아. 그런 주제에 나를 구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괜히 자의식과잉으로 그런 말 하지 마. 사람들이 비웃잖아.”말을 마친 박진성이 민여진을 놓아주었다.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주제에 화풀이만 하고는 바로 자리를 떠나버렸다.민여진은 떨리는 손으로 두 눈을 꼭 감았다. 머릿속에는 자신이 꿈속에서 몇 번이고 상상해봤던 아이의 얼굴만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잘 보살펴주리라 생각해왔다. 그랬는데 모든 건 단순히 자신의 헛된 망상이었던 걸까?이튿날 아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서원의 눈에는 잔뜩 어질러진 방 안이 보였다. 민여진은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었고 표정은 잔뜩 지쳐 있었다. 목과 쇄골에서는 어젯밤을 증명하는 듯한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입안이 씁쓸해진 서원이 한마디 했다.“여진 씨, 설마 어제 대표님이 다녀가신 건가요?”민여진은 마음속에 남은 쓰라림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너무 갑자기 와서 얘기할 틈이 없었어요.”민여진의 답변에 서원이 뭐라 더 덧붙일 수 없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한 번 쓱 훑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빨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더 미뤄봤자 대표님 관심만 사그라들 테니, 그렇게 되면 여진 씨한테도 불리할 거예요.”“알겠어요.”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가득 차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은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민여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말했다.“우선 가서 씻고 올게요. 방 정리 좀 해줄래요? 그리고 하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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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거야

민여진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박진성이 문채연이랑 같이 본가에 갔다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둘 사이에는 별 영향이 없었나 보다. 어쩌면 박진성은 문채연이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질렀을 거라곤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민여진이 말했다.“우선 별장으로 돌아가죠.”그녀는 박진성이 적어도 별장에는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민여진의 말에 대답한 서원이 곧장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별장에 도착한 민여진은 소파에 앉아 박진성이 돌아오기만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혹시라도 민여진이 지루해할까 걱정되었던 서원은 텔레비전이라도 켜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서원의 말에 텔레비전을 켜자 박진성과 문채연이 다정하게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뉴스 매체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상황을 해석하고 있었다.“보스 그룹의 대표인 박진성 대표와 여자친구분이 2년 동안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 분이 따로 쇼핑하는 모습까지 목격되었는데요. 아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화면에 뜬 두 사람의 모습에 민여진이 멈칫했다. 서원은 서둘러 리모컨을 빼앗아 채널을 돌리며 어색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여진 씨. 저런 데서 막 떠드는 건 굳이 신경 안 써도 돼요. 대표님도 그냥 채연 씨랑 같이 쇼핑하러 나간 거겠죠.”“굳이 저한테 해명할 필요 없어요.”민여진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저 두 사람이 정말 연인 사이이든 아니든,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요.”서원은 혹시 몰라 민여진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은 없었다. 이에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인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러면서도 조금은 의아했다.어젯밤만 해도 두 사람은 함께 연인끼리만이 할 수 있는 은밀한 일까지 한 사이였다. 그랬던 남자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바로 다음 날에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민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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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이제 네가 내 와이프야

박진성은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하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어젯밤,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민여진은 불과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쇄골이 유난히도 두드러져 괜히 눈살이 찌푸려졌다.“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매정한 말을 내뱉는 박진성의 목소리는 아무 미련 없다는 듯 차가웠다. 그는 자신의 얇은 입술을 문채연의 귓가에 가까이 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내 방으로 가자. 오늘부터 네가 내 와이프가 될 거니까.”그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박진성이 한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무언가가 민여진의 가슴을 날카롭게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이미 기대를 잃은 마음속은 더욱 차갑게 식어만 갔다.사실 민여진이 놀랄 것도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광경이 오히려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여진에게 출산을 강요해오던 박진성이었다. 그랬으면서 임신이 안 된다는 그 말 한마디에 이렇게 매정하게 버린다는 건가?문채연을 집까지 데려와서 함께 잠자리를 갖고, 저 여자에게 새로운 신분을 주겠다고?아마도 박진성은 이 순간을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왔을지도 몰랐다.민여진은 혀끝으로 이빨을 가볍게 훑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문채연은 다소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성 씨, 난 항상 진성 씨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진 씨도 있는걸요... 아무리 그래도 여진 씨는 진성 씨 와이프잖아요...”“오늘부터는 아니야.”박진성은 다른 사람의 입에서 민여진의 이름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것인지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민여진에 의해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번 주 내내 병원에 있는 민여진을 찾아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박진성은 최대한 일에만 집중하며 마음속에서 울컥 치밀어오르려는 감정을 참아냈다.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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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민여진이 꾸며낸 거야

박진성은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듯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팔을 뿌리치는 거센 손길에 민여진이 비틀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망고가 왜 죽었는지 알아도, 내가 하려던 말이 문채연이랑 관련된 거라고 해도, 정말 신경 안 쓸 수 있을까?”역시 예상했던 대로 박진성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너무 투명한 그의 반응에 민여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박진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민여진을 노려보았다.“그게 무슨 소리야?”민여진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망고를 죽인 그 노숙자 말이야. 네 옆에 있는 저 문채연이 사주한 거라고.”그 말에 문채연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민여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듯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상황이 원하는 대로 안 흘러가니까 이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건가? 고작 박진성과 문채연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겨우 덮어뒀던 일을 다시 꺼내려 들다니.민여진이 직접 나섰으니 문채연도 더 이상 그녀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문채연은 곧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불쌍한 연기를 시작했다.“여진 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요? 지난번 일은 용서해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 계속 공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왜 망고의 죽음까지 나랑 연관 짓는 거죠?”“왜 그쪽이랑 연관 짓냐고요...”민여진이 낮게 중얼거렸다. 분노를 억누르려 애쓰던 그녀의 눈가는 이미 빨개져 있었고 문채연을 향한 입에서는 차가운 비웃음이 흘러나왔다.“문채연, 아직도 모른 척할 거야? 박씨 가문 본가 휴게실에서 네 입으로 직접 망고를 죽였다고 인정했잖아. 내가 널 왜 끌어들이는지 정말 모르겠어?”문채연이 다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전에 박진성은 지겹다는 듯 소리쳤다.“그만 좀 해!”민여진을 바라보는 박진성의 눈빛에는 끝없는 짜증만 남아 있었다.보아하니 민여진은 여전히 그 못돼 먹은 심보를 고치지 못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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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버려진 체스 말

다시 민여진에게 고개를 돌린 문채연이 울먹이며 말했다.“여진 씨,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런 식으로 날 죽이려고 드는 거예요? 정말 진성 씨를 좋아해서, 진성 씨한테서 날 떼어내고 싶은 거라면 정정당당하게 여진 씨 능력으로 나왔어야죠. 왜 자꾸 날 모함하지 못해 안달이에요?”예전이었으면 박진성은 문채연의 단순한 이 한 마디에 잔뜩 화난 목소리로 민여진을 쫓아냈을 테지만 오늘은 그저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그의 검은 눈동자에서는 망설임과 의심이 담겨 있었다.밀려오는 불안함에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문채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진성 씨... 왜 그래요?”박진성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를 문채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직접 확인해 봐.”문채연은 다급히 서류를 받아들고 한 장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박진성의 매정하고 차가운 음성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문채연, 무슨 일인지 설명해. 그 노숙자의 손에 있던 그 많은 돈의 출처가 왜 하필이면 네 하인의 계좌인 걸까?”모든 계산을 철저히 마쳤다고 생각했던 문채연은 이런 식으로 민여진에게 꼬리가 밟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문채연의 등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진성 씨... 나는... 그러니까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문채연이 다급히 변명했다.“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누군가가 날 속인 게 분명해요. 진성 씨도 알잖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겠어요? 제발 나한테 한 번만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 지금 당장 희정이 불러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라고 할게요!”굳은 얼굴로 문채연의 변명을 듣고 있던 박진성은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그 역시 이 일이 문채연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는 사실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는 그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그래, 믿어줄게.”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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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용납 못 해

“그건 다 비겁한 네 변명일 뿐이야. 여진 씨가 아무리 나한테 모질게 대했다고 해도, 너한테 여진 씨를 해칠 권리는 없어.”눈이 벌겋게 충혈된 문채연이 말을 이었다.“여진 씨가 나한테 모질게 대한다고 해도 그건 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야. 언젠가 여진 씨도 내가 악의를 품고 있지 않다는 걸 이해해주겠지. 하지만 네가 이런 짓을 해 버리면, 난 여진 씨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죄송합니다, 아가씨.”희정은 죄책감을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요!”“나한테 미안하다고 해봤자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네가 나랑 여진 씨한테 준 상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 정말 실망이야, 희정아...”문채연이 절망에 찬 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박진성을 바라보며 흐느꼈다.“미안해요, 진성 씨. 다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래요. 희정이가 이런 일을 저리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다 내 탓이에요. 차라리 나한테 뭐라 하세요. 안 그러면 괜히 내 마음만 불편해질 것 같아서...”눈썹을 찌푸린 박진성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냉정하기 그지없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저 여자가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지, 너는 몰랐던 일이잖아.”“그래도...”문채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렸다.“내 주위 사람이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앞으로 여진 씨를 앞으로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민여진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문채연의 눈물로만 가득한 연기는 누가 봐도 티 나게 가식적이었다.하인 주제에 민여진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지, 다른 생물을 키우고 있는지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일개 하인 주제에 무슨 돈이 있어서 강아지를 해하는 일에 굳이 돈을 써가며 사람을 구하려 들까?만약 박진성이 정말 문채연의 터무니 없는 변명을 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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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녀는 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

적어도 오늘 밤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문채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자리를 벗어났다. 먼저 들어가기 전, 민여진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는 강렬한 증오만이 남아 있었다.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민여진이었다. 자신의 계획을 망친 것도 모자라 하마터면 박진성에게 의심받고 버려질 뻔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절대 이대로 민여진을 용서할 수 없었다.문채연이 떠나자 넓은 방은 순식간에 텅 빈 것처럼 조용해졌다. 박진성이 계단을 두어 번 정도 걸어 올라가던 그때, 민여진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진성 씨도 잘 알잖아. 이 일이 문채연이랑 무관하진 않다는 거.”그 말에 박진성이 걸음을 멈추었다.그의 냉랭하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잔뜩 서렸다. 표정을 구긴 그가 몸을 돌려 민여진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간단해.”민여진이 여전히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말을 이어나갔다.“진성 씨는 아직도 문채연을 감싸주고 있잖아. 정말 단순히 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이 어떤 상처를 받든 아무 상관 없다 이거야?”몇 초 정도 침묵을 유지하던 박진성이 미간을 힘껏 구기며 말했다.“그럼 네가 바라는 건 대체 뭔데? 문채연이 네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길 바라는 건가? 민여진, 네가 잊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채연이가 자살 시도를 한 건 너 때문이었어. 그러니까 너한테 원한을 품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야. 더군다나 채연이는 너한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그냥 키우던 개새끼 하나 없앴을 뿐이잖아? 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고.”“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고?”터무니없는 박진성의 말에 민여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가슴 한구석에서 날카로운 무언가로 찔린 듯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강제로 사냥개와 함께 단둘이 작은 창고 안에 갇혔을 때, 민여진은 이미 한 번 죽을 뻔했고, 문채연에게는 입에 다 담을 수도 없는 치욕과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도 감히 문채연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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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진짜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너야

박진성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상대가 전화를 받자 휴대폰을 민여진에게 건네주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상대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주치의가 민여진에게 말했다.“여진 씨,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은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만, 어머님 심장이 많이 안 좋아요. 지금 따님이랑 만나는 건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감정적인 동요가 생기면 그동안 들였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거든요.”“그럼...”민여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는 언제쯤 엄마를 만날 수 있나요?”“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어머님 상태가 조금 더 안정된다면 몇 달 정도 뒤에는 가능할지도 모르죠.”“네, 알겠습니다.”전화 통화를 마친 후에도 민여진은 여전히 멍해 있었다. 아직도 몇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고통스럽게 그지없는데, 그 몇 달을 버틸 수 있을까?당황스러운 듯한 민여진의 표정을 보던 박진성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민여진의 이마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민여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박진성의 손길을 피했다. 박진성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다시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다른 걸 요구해도 돼.”다른 보상을 요구하라고?민여진은 어떻게든 떠올려보려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굳이 말하자면 딱 한 가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박진성은 불쾌한 마음에 민여진의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했다.“없어.”민여진은 목멘 소리로 말했다.“이제 없어...”박진성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입을 열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원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보상은 제대로 해줄 테니까.”“응.”멍한 표정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간 민여진은 박진성을 지나쳐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예전까지만 해도 민여진은 망고의 죽음을 밝히고 진범이 대가를 치르길 간절히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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