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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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렇게나 진지한 박진성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면 큰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상우는 긴장감에 경직된 표정으로 다급히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누가 방해를 해서 말이야, 사고가 좀 났대. 사람들이 다쳤다는데 서원이도 다친 것 같아. 상태가 좀 심각해 보여.”말로는 조금 심각하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할 게 분명했다.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상우가 다급히 차 문을 열었고, 박진성도 그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타려 할 때였다. 갑자기 손을 뻗은 민여진이 그의 팔을 꽉 붙잡고 물었다.“박진성, 누가 다쳤다고? 서원 씨 다쳤어? 어딜 다쳤는데!”민여진의 창백한 얼굴은 추위 때문인지, 방금 박진성의 말에 놀라서인지 알 수 없었다.그런 민여진의 얼굴을 보는 박진성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힘을 주어 억지로 뿌리치며 말했다.“너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지금은 어떻게 채연이한테 용서를 구할 지나 잘 생각해 놔.”민여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알겠어, 그럴게. 하지만 지금 나한테는 서원 씨 안전도 중요해. 무슨 상황인지는 알려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원이가 그렇게 걱정돼?”박성진이 헛웃음을 지었다.“지금 다친 사람이 서원이가 아니라 나였으면, 너는 기뻐서 박수나 치고 있겠지?”그 말에 민여진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민여진의 반응은 박성진에게 그저 무언의 동의로만 느껴져 가슴께가 묵직하게 아려왔다. 그는 짜증 섞인 손길로 민여진의 손을 홱 뿌리치며 말했다.“안 죽어! 하지만 네가 일 처리를 똑바로 못 하는 순간 말이 달라지겠지.”박성진은 협박에 가까운 말만 남긴 후, 매정하게 차에 올라탔다.상우는 비웃음 섞인 박성진의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곧바로 차를 출발시키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바람이 쌩쌩 부는 야외에 홀로 남겨진 민여진의 머릿속에는 협박에 가까운 박성진의 말만 계속 맴돌았다. 서원은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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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여진 씨한테 먹을 것 좀 갖다 줘

민여진의 초점 없는 두 눈은 공허했지만 표정은 아주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하인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뭐... 뭐요! 자기 혼자 자빠져놓고 왜 째려봐요? 그쪽이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하인은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나 보였다. 민여진은 얼굴에 묻어있는 물을 닦아낸 후, 다시 물을 뜨러 갔다.물을 뜨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두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점점 심해져만 갔다. 양동이의 손잡이 끈이 손을 꽉 조이는 바람에 민여진의 손에는 어느새 피가 맺혀 있었다. 게다가 계속해서 튀는 찬물은 상처를 자극해 고통을 배로 만들어 주었다.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하인은 세제를 가져와 피 맺힌 민여진의 손 위에 부어버렸다. 그녀의 사악한 미소에는 의기양양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봐요! 빨래할 줄 아는 거 맞아요? 세제도 안 쓰면서, 무슨 빨래를 하겠다는 거예요?”“악!”민여진의 눈이 순간적으로 빨개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찬물에 담갔지만 그럴수록 수천 개의 칼날이 손을 도려대는 듯한 고통만 계속해서 밀려왔다.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아팠다.극도의 고통에 민여진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제야 하인은 만족스러운 듯 비웃으며 세제를 내팽개치고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민여진은 깨끗한 물로 손을 씻어낸 후에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참아내며 이를 악물고 빨래를 이어나갔다.빨래가 거의 끝날 때쯤에는 손에 아무런 감각이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옷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 문채연은 이미 식사를 시작한 상태였고, 하인 몇몇이 옆에서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문채연은 두 팔이 빨갛게 언 채 안으로 들어선 민여진의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겉으로는 일부러 한숨을 푹 내쉬었다.“원래는 조금 더 빨리 끝내고 가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하도 굼떠서 말이죠.”뒤이어 문채연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빨래를 세 시간이나 하면 어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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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후회하고 싶어요?

“필요 없어요.”민여진은 바로 거절했다.“채연 씨, 제가 뭘 더 해야 저를 용서해줄 수 있을까요? 얘기해주세요.”하인이 와사비와 고춧가루로만 만들어진 비빔밥을 들고 오자 문채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굳이 다른 걸 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이것만 다 먹으면 용서해줄게요.”민여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정말 그거면 돼요?”“네, 간단하죠.”먼 곳에서부터 와사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저 눈 꼭 감고 먹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에 민여진은 마음을 다잡았다.“네, 주세요.”민여진이 손을 뻗어 그릇을 받으려던 그때, 하인은 그녀의 손이 아닌 바닥에 그릇을 내려놓았다.문채연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여진 씨, 여기엔 여진 씨 자리도 없고 식기도 없거든요. 바닥에 엎드려서 입으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죠?”‘뭐라고?’문채연의 말에 민여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채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바닥에 엎드려 입으로 먹으라니. 개처럼 먹으라는 뜻이었다.굴욕적이기 그지없었다. 수치심이 순식간에 민여진의 온몸을 감쌌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꽉 쥔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문채연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왜 그래요? 설마 싫어요? 여진 씨, 여진 씨가 여기에 왜 왔는지 잊으면 안 되죠. 나도 진성 씨가 여진 씨를 왜 갑자기 나한테 보낸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 약점이 잡힌 거겠죠? 그러니까 세 시간 동안 빨래를 했을 거 아냐? 이젠 그냥 바닥에 엎드려서 밥만 먹으면 다 끝난다는데, 여기서 그만둘 거예요?”‘그러게, 정말 여기서 그만둘 건가? 바닥에 엎드려서 밥만 먹으면 다 끝나는데. 그럼 서원 씨도 안전할 수 있을 거야.’민여진의 자존심 따위는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모욕이라면 박진성에게서 항상 받아왔다. 민여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박진성의 입에서 ‘말 안 듣는 개새끼’라는 말을 들어왔다.가슴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다시 뜬 민여진의 공허한 눈에는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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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골칫덩어리는 천년을 간다

“문채연! 넌 죽어도 절대 곱게는 못 죽어!”민여진의 가소로운 저주에 문채연이 비웃었다. 말뿐인 저주는 그녀에게 조금의 타격도 줄 수 없었다.“민여진 너도 참 순수하다, 그치? 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는데, 어떻게 쉽게 용서를 해주지? 넌 내 삶을 뺏으려고 했는데.”삶을 빼앗으려 했다니?문채연의 말에 민여진이 이를 악물었다. 박진성을 구해준 사람은 민여진이었고 그런 민여진의 이름을 도용해 성형까지 한 쪽은 문채연이었다. 그런 문채연이 이제 와서는 뻔뻔하게 도리어 민여진이 자신의 삶을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도대체 누가 누구 인생을 뺏은 건데?”민여진이 이를 갈며 물었다.순식간에 눈빛이 어둡게 변한 문채연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살벌하게 민여진을 노려보았다.“닥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야. 만에 하나 진성 씨 앞에서 그놈의 주둥이 함부로 놀렸다간 너까지 험한 꼴 당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문채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하품까지 하며 우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진성 씨가 널 여기까지 보냈는데, 이미지 관리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용서를 안 해주겠다는 건 아니야. 그 대신 오늘 밤엔 정원 밖으로 나가 있어 줘. 내일까지 잘 버티면 진성 씨한테 얘기 잘해볼게.”민여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내가 널 믿어도 될까?”문채연이 비릿하게 웃었다.“너한테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나?”말을 마친 문채연은 곧장 자리를 떴다. 하인들에 의해 움직임이 제한된 문채연은 빨개진 눈시울로 거실에 남겨졌다.문채연의 말이 맞았다. 지금 민여진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은 그녀에게 너무 낯선 곳이었고 돌아설 곳도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에 남아 버티는 것만이 그녀가 살길이었다.민여진을 그대로 끌고 마당까지 간 하인들이 곧장 그녀를 내팽개쳤다.문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피부를 뚫고 몸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민여진의 몸은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떨렸다.함께 밖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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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용서의 대가

민여진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박진성의 심장을 쿡 찔렀다.알 수 없는 분노에 박진성은 민여진의 손목을 낚아채며 잔뜩 화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민여진? 네가 왜 여기 있어?”손목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에 민여진은 점점 흐릿해져 가던 의식을 가까스로 되찾고 천천히 눈을 떴다. 박진성의 질문에 민여진은 옅은 비웃음을 흘리며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여기 없으면, 어디 있어야 하는데? 날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진성 씨잖아.”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목에서 느껴지는 냉기는 어느새 박진성의 손바닥까지 파고들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민여진의 말이 맞았다. 그녀를 이곳까지 부른 건 바로 박진성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착해빠진 문채연이 민여진에게 별다른 해코지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곧 겨울이 다 되어가는 이 추운 날씨에 민여진은 정원 밖에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박진성의 가슴은 점점 미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린 그의 눈에는 이미 살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민여진의 손바닥이 보였다. 꽤 심해 보이는 상처에 덩달아 호흡이 가빠진 박진성은 가까스로 분노를 가라앉히며 다그쳤다.“손은 또 왜 이 모양이야!”눈을 질끈 감은 민여진이 손을 뿌리치며 더는 박진성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단순히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었다.“민여진! 대답해!”당장이라도 목숨을 잃을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이는 민여진의 모습에 박진성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두 손으로 민여진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 그녀의 몸은 어딜 만져도 차갑기만 했다.“이건 아니야.”준수한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기색만 어렸다. 얼마 전에 들었던 의사의 말이 박진성의 뇌리를 스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민여진을 차가운 곳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민여진의 손가락을 꽉 부여잡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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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손에 상처는 어떻게 생긴 거지

이 모든 상황이 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진성의 표정은 싸늘했고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분노만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방금 입을 열었던 하인을 노려보았다.“얘가 직접 나가서 반성하겠다고 했다고? 그렇다고 정말 밖으로 내보내? 말리지도 않고? 반성한답시고 자살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칼이라도 내줄 심산이었나?”하얗게 질린 하인이 다급히 변명했다.“아... 아닙니다, 대표님... 저희도 말려봤죠. 그런데 여진 씨가 고집을 부리시는 걸 어떡해요...”낯빛이 하얗게 질린 하인 옆에 서 있던 문채연의 얼굴 역시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박진성이 이렇게까지 민여진에게 신경 써 줄 줄은 몰랐다. 고작 민여진을 위해 자신의 하인까지 꾸짖을 줄이야.“진성 씨, 이건 내 잘못이에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여진 씨랑 잠깐 이야기만 나누고 바로 올라가서 쉬었거든요. 여진 씨가 밖에서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문채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했다. 하지만 찬 바람에 굳은 얼굴은 어색한 미소밖에 지을 수 없었다.“밖이 너무 추워서 여진 씨도 힘들 거예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 나눠볼까요?”민여진은 문채연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문채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어렸다.“내가 들어가면, 나 용서해줄래요?”손을 소매 안에 숨긴 문채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사람 좋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진 씨? 이미 용서한다고 했잖아요.”“그러니까 말이에요. 우리 아가씨는 처음부터 여진 씨 탓한 적 없어요.”처음부터 탓한 적이 없었다고?그 말을 듣는 민여진이 속으로 비웃었다. 만약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녀는 고민도 없이 자신이 겪은 일을 예로 들 것이다. 어이없는 하인과 문채연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전에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긴장이 풀려 간신히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자 몸이 저도 모르게 앞으로 고꾸라졌다.“여진 씨!”문채연은 깜짝 놀란 척 새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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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왜 나한테 사과해

문채연이 쓴웃음을 짓자 하인이 눈물을 터뜨렸다.“아가씨, 몸도 안 좋으신데 저녁도 제대로 못 드셨잖아요. 그래놓고 여진 씨 옆에 어떻게 하루종일 붙어있는다는 거예요? 대표님, 이번 일은 아가씨랑 아무 상관없어요. 여진 씨를 못 막은 걸 탓하시려는 거면, 차라리 저를 탓하세요!”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 이 상황이 너무 완벽하게 설명되었다. 결국 마음이 약해진 박진성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해진 말투로 말했다.“날도 추우니까 먼저 들어가, 채연아. 내일 다시 올게.”“네...”차에 올라탄 박진성의 머리도 깨질 듯이 아팠다. 찬 바람을 맞은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머릿속이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박진성도 견디기 힘든 추운 날씨에 금방 몸을 회복한 민여진은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버텨온 걸까?민여진이 정말 문채연을 모함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인 걸까?뭐를 위해서?만약 박진성이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민여진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민여진의 목숨이 위태로웠을 거라는 생각에 박진성의 입이 바싹 말라 들었다. 가슴 속에서는 참아왔던 무언가가 터지듯 고통이 밀려왔다.그 후, 가슴 속에 남아 있던 고통을 대체한 것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민여진은 왜 자신의 목숨을 하대하면서까지 서원을 구하려 한 걸까? 서원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걸까?지금으로서의 최선은 당장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의사가 밤새 민여진의 곁을 지키며 치료를 해주었지만 민여진은 이틀을 꼬박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민여진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문채연의 집에서 떠난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타는 것처럼 밀려오는 갈증에 목이 아파왔지만 그것 말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5일 정도 입원해 3일을 앓아눕는 것쯤이야 민여진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의 발걸음은 꽤 조급해 보였고, 목소리 역시 다급하게 들렸다.“여진 씨? 언제 깨어난 거예요?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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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뭔가 알아냈어

“기억나요.”“그날, 제가 해주려던 말은, 그 노숙자가 죽었다는 거였어요.”그 말에 민여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죽었다고요?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이 왜 죽었다는 거예요?”서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듣기로는 누가 잘못 준 음식을 먹고 독살당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채연 씨가 그 일 끝내고 입막음으로 죽인 게 아닐까 싶어요. 모든 증거를 없애려던 거죠.”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온몸에 한기가 도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문채연이 멀쩡히 잘 살고있는 사람도 죽일 정도로 악랄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박진성이 그렇게나 믿고 사랑했던 여자가 얼마나 끔찍한 악마인지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우스웠다.민여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서원의 말에 대답했다.“그럼 이 사건은 이제 흐지부지 끝나는 건가요?”“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씨익 미소를 지은 서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노숙자를 조금 더 조사해봤거든요. 생전에 같은 처지던 친구가 있었더라고요. 별로 유용한 정보는 없는 것 같아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어제 그 친구가 도박장에 나타났어요.”잠시 멍해 있던 민여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노숙자의 친구였다면 분명 비슷한 처지의 노숙자였을 텐데, 갑자기 무슨 돈이 생겨서 도박장에 간 거죠?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요!”“맞아요.”서원은 말하는 내내 민여진의 얼굴을 주시했다. 분명 흉하고 추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번지는 순간, 서원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그는 애써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저도 그 친구라는 남자를 의심 중이에요. 누군가한테 돈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에요. 아마 그 노숙자의 정신적인 문제를 빌미 삼아 망고를 죽이라고 사주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경찰도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던 거고요.”민여진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무슨 단서라도 알아냈어요?”그녀는 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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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임신이 아니라니

민여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자 박진성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서원은 굳은 얼굴로 몇 마디 인사만 공손히 남긴 후 자리를 떴다. 박진성은 병실 문을 닫고 민여진에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공포가 가득 서린 민여진의 표정을 보던 박진성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지만 목소리만큼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웃어.”“뭐라고?”민여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있던 박진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못 알아들었어? 웃으라고. 왜? 서원이 앞에서는 잘만 웃더니, 왜 나만 보면 이렇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데? 누가 죽기라도 했어?”살벌한 박진성의 행동과 말투에 민여진의 심장이 떨렸다. 금방 밖에서 들어온 박진성에게서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민여진은 침대 시트를 꽉 쥔 채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박진성은 단단히 붙잡고 있던 민여진의 턱을 놓아주더니 갑자기 그녀를 매정하게 밀어냈다.“역겨워, 그 웃음.”서원의 앞에서는 쉽게도 지어지는 그 자연스럽게 밝은 미소가 박진성의 앞에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한 번 웃어주는 게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울 일인가?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민여진은 마음속에서부터 올라오려는 쓰라림을 억눌렀다. 빨개진 눈가도 어느새 진정되어 있었다. 이런 식의 수치심과 모욕은 그녀에게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민여진은 박진성의 앞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입만 다물면 적어도 박진성에게 꼬투리 잡힐 일은 없을 터였다.하지만 민여진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침묵에 박진성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다른 남자한테는 그렇게 해맑게 웃어주면서 떠들어놓고, 왜 내 앞에서는 벙어리인 척하지? 이제 나 못 꼬시겠으니까 다른 남자라도 꼬셔보겠다는 거야?”민여진이 꽉 깨문 입술이 새하얗게 질렸다.박진성이 소리쳤다.“귀먹었어? 대답해.”민여진은 빨개진 얼굴로 박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무슨 대답을 했으면 좋겠는데?”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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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다시는 임신이 안 된다

박진성은 주치의가 있는 방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찌푸린 미간을 쉽게 필 수 없었다. 그는 민여진이 첫 아이 때문에 몸에 큰 무리가 가 다시는 임신을 할 수 없을까 봐 괜히 걱정되었다. 자신이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 박진성 본인 역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저 자신이 아이를 필요로 하는 줄로 여겼다.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사람이라면 지금 가장 적합한 후보는 민여진이었다.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 서원이 문밖에 서 있었다. 병실 안에서는 민여진이 아직도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변기 위에 앉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박진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건방진 눈빛으로 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안 들어갔지?”서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안 들어갔어요.”박진성은 그제야 안심하며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네 주제 파악 똑바로 해. 네가 나한테 무슨 약속을 했는지 절대 까먹지 말길 바라.”안으로 들어가자 민여진은 통증 때문에 변기 위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박진성은 그녀를 안아 일으켜 물을 먹이고 병실로 의사를 불렀다. 진찰을 마친 주치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혹시 임신하신 적 있나요?”“네.”박진성은 입술을 굳게 닫았다. 답답해지는 마음에 괜히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일 년 전쯤이었죠. 하지만 아이는 낳지 못했어요.”“전 아이는 약물로 낙태된 것 같은데, 정규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궁에 큰 손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환자분 몸도 한기가 너무 강해서 임신 가능성은...”말끝을 흐린 주치의가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거의 없다고?박진성이 예상했던 가장 절망적인 답변이 주치의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박진성은 진단 소견을 얘기해주는 주치의의 표정에서 더욱 절망적인 사실을 읽어낼 수 있었다.민여진은 어쩌면 평생 다시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을지도 몰랐다.그는 고개를 돌려 마음 아픈 표정으로 침대 위에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여자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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