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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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이건 문채연이 좋아하는 거야

서원의 말에 민여진의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어떻게든 북받쳐오는 감정을 조절해보려 애썼다.“그런 건 이제 다 상관없어요. 그냥 내가 너무 어리석었던 거예요. 박진성이 정말 누구의 편도 안 들어 주고, 객관적인 사실만 보고 판단할 거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어요.”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박진성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어리석고 우습게만 느껴졌다.사람이란 원래 감정적인 존재이다. 더구나 문채연은 박진성이 평생에 걸쳐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였다. 이런 상황에 개 한 마리의 목숨과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진실 따위가 대체 무슨 의미일까?그때, 문밖에서 차의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박진성이 집으로 돌아온 걸까?민여진이 서원에게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오후 세 시네요.”이 시간이라면 박진성은 회사에 있어야 마땅했다. 도대체 왜 돌아온 걸까?민여진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박진성은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서원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 박진성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눈치 빠른 서원은 간단히 몇 마디 마친 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에 민여진은 두통약이라도 대충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민여진이 주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박진성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남자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굳이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 온몸이 서늘해져 소름이 돋았다.“왜 나만 보면 도망가?”그의 무감정한 목소리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늘 그래왔던 민여진에게는 한없이 냉정하고 매정했다. 오직 문채연을 대할 때만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다정함을 보여주었다.민여진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가장 왼쪽에 있는 서랍을 열어 뒤적이며 해명했다.“그런 게 아니라, 방금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가 아파서 그래. 약이라도 먹으려고.”“밥은 안 먹은 거야?”“응.”무신경하게 대답한 민여진이 약병을 찾아들어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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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사랑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 민여진에게는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그걸 왜 먹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민여진이 숨을 깊게 한 번 들이쉬었다.“그때의 나는, 진성 씨가 준 거라면 그게 뭐든 가장 소중하게 여겼으니까. 진성 씨가 마지못해 사준 반지 사이즈가 엉망이었어도 나는 그거 하나 안 빼겠다고 온갖 노력을 다했어. 반지 안에 뭐라도 끼워 넣으면서 어떻게든 항상 손가락에 끼고 다니려고 했었지. 하지만 이젠...”민여진은 덜덜 떨리는 몸으로 거센 숨을 내쉬며 쉽사리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박진성은 민여진의 말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새로운 답을 얻을 수 있었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박진성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가 사준 것들이 더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조심히 다루고 싶지도 않게 된 것이다. 마치 바닥에 떨어져 다 녹아버린 케이크의 크림처럼, 더 이상 억지로 먹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박진성은 가슴에 구멍이라도 뻥 뚫린 듯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왜 이렇게 갑갑하고, 불편하고 화가 나는지 박진성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와 민여진 사이에는 이미 알 수 없는 큰 간극이 생겨버렸다는 것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지금 이 상황이 박진성에게는 너무 불편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가 입을 열었다.“민여진, 난 결혼할 때도 그랬지만 단 한 번도 너한테 억지로 뭘 시킨 적이 없었어. 지금도 그래. 저 케이크처럼 네가 먹고 싶지 않은 건 안 먹어도 돼. 너한테 억지로 뭔가를 하라고 강요할 생각 없으니까, 너도 억지로 나한테 맞춰주려고 하지 마.”“그래, 당신은 한 번도 나한테 뭔가를 강요한 적이 없었지.”민여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그냥 내가 혼자 일방적으로 난리 친 거야.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고 한심해. 진성 씨는 잘못 없어.”박진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민여진, 꼭 그렇게 빈정거려야만 속이 후련해?”민여진도 자신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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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아

“진성 씨? 왜 아무 말도 없어요?”수화기 너머에서 오랫동안 아무 대답이 없자 문채연은 의아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야?”만여진은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진성 씨 지금 회사에 없어요.”이 말에 얼굴에 급격히 굳어진 문채연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민여진! 네가 왜 진성 씨 전화를 받아? 누가 너한테 받으래? 당장 진성 씨 바꿔줘!”귀를 찌르는 듯한 문채연의 목소리가 거슬렸던 민여진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멀리 빼며 서늘하게 비웃었다.“문채연 씨, 말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진성 씨가 옆에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이렇게 목소리를 확확 바꾸는데, 방금 그 말투 들으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네요.”“나한테 그딴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민여진! 이 천하의 개쓰레기 같은 년이! 네가 무슨 수작으로 진성 씨를 그 집으로 끌어들인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네 속셈을 모를 것 같아? 나한테서 진성 씨를 빼앗으려고 그러는 거잖아!”이미 화가 난 문채연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어젯밤 집에 돌아온 후, 박진성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봤지만 박진성은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그래도 문채연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마 잠들어서 못 받았을 거라고. 하지만 그다음 날에도 박진성에게서 돌아온 답장은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불안해진 끝에 직접 음식까지 만들어 사무실까지 찾아가게 된 것이다.박진성이 민여진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문채연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뺏어요? 문채연 씨, 내가 박진성을 왜 뺏어요?”민여진은 주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문채연을 비웃었다.“박진성이 어떤 사람인지는 채연 씨가 더 잘 알지 않나요? 그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면 나서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그런 박진성이 지금 여기 있다는 건, 자기가 원해서 그런 거겠죠.”스스로 민여진의 집에 찾아가고, 문채연의 전화와 문자를 무시했던 것도 박진성의 자의였다는 것이다.조급해진 문채연이 이를 악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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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몸조리 끝나는 대로 애를 낳으라니

이런 생각이 들자 박진성은 애써 자신의 진심을 숨기기 위해 잠깐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오늘은 그냥 중요한 일이 없어서 쉬러 왔을 뿐이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짧은 대화를 마친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제야 문채연은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이를 꽉 깨물더니 책상 위의 물건들을 미친 듯이 쓸어버렸다.민여진, 민여진. 그 지긋지긋한 민여진.만약 그녀만 없었다면 문채연과 박진성은 어젯밤 이미 관계를 맺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쯤 박진성의 아이를 가졌을지로 모른다. 이 모든 게 다 민여진 때문에 망가져 버렸다.“이런 죽일 년! 넌 내가 죽여버릴 거야!”문채연은 묵혀뒀던 분노를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자 민망한 표정으로 서 있던 비서가 눈에 들어오자 또다시 당혹스러워했다.비서는 문채연의 시선을 마주하며 놀란 기색을 애써 감추더니 입꼬리를 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어냈다.“채연 씨, 괜찮으세요? 아까 사무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전에 보셨다던 쥐가 또 나왔나 싶어서요.”“네.”문채연은 머리를 정리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냥 책상 위에 쥐가 있길래 깜짝 놀라서요. 방이 엉망이 돼버렸네요. 미안해요.”“괜찮아요.”비서가 말했다.“채연 씨가 괜찮으면 된 거죠. 나머지는 제가 다 정리할게요.”“네, 부탁할게요.”문채연은 음식을 들고 자리를 뜨려다 다시 문 앞에서 멈춰 입을 열었다.“비서님, 진성 씨는 다른 사람이 자기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걸 엄청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일은 보고해줄 필요 없어요. 혹시 우리 사이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잖아요. 괜히 얘기해 봤자 이득 보는 게 없는데.”“물론이죠, 채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사소한 일까지 대표님께 보고드릴 필요는 없죠.”문채연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 미소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미소가 지워진 그녀의 얼굴에 남은 것은 한겨울의 차가운 냉기 같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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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박씨 가문을 위한 아이를 낳으라니

박진성이 원하는 바가 맞긴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따지듯 말하는 그 민여진의 태도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이는 당연히 낳아야지.”박진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신을 거부할 것 같진 않은데, 네가.”민여진이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셨다. 가슴이 답답해 숨이 꽉 막혔다.“누굴 위해서? 설마 진성 씨 당신을 위해서?”“그럼 누구겠어?”박진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민여진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도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내가 아니면 네가 또 누굴 위해서 애를 낳을 건데?”민여진은 어이없는 박진성의 말에 헛웃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그 씁쓸함의 농도가 너무 짙어 입꼬리조차 올라가지 않았다.박진성은 이미 그녀의 첫 아이를 세상에서 지워버렸고 그로 인해 민여진은 엄마가 될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몸조리 잘하라며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설마 고작 이런 거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민여진이 겪었던 그 고통을 자신이 상쇄해줄 수 있다고 믿는 걸까?민여진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참기 위해 혀로 윗니를 꾹 눌렀다. 하지만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몸은 여전히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고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민여진은 식탁 옆에 앉아 있던 박진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필요 없어.”“뭐라고?”“필요 없다고!”민여진이 드디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큰 소리를 냈다.“차라리 평생 애를 못 낳고 말지. 굳이 사람까지 보내 가며 내 몸조리에 집중할 필요 없어.”“너 정말 왜 이래, 미친 거야?”박진성은 의자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잔뜩 구겨진 얼굴로 민여진을 노려보았다.“그날 내 앞에서 울었던 건 다 뭐야? 그냥 쇼한 거였어? 그런 것도 아니면 그냥 내 아이를 낳기 싫다는 건가? 내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아이를 낳을 건데? 방현수? 아니면 네가 요즘 꼬시고 있는 서원이?”냉소를 흘린 박진성은 이내 주먹을 꽉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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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아이가 사생아는 아닐 것이다

“이제 제 말만 들으시고 이 약만 드시면 됩니다.”민여진의 텅 빈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차가운 입술로 두 글자 내뱉었다.“꺼져.”“민여진 씨...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이는 언제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민여진은 손을 뻗어 약사발을 엎었다. 뜨거운 약물이 손에 쏟아졌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각도 없는 듯 그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의사를 노려볼 뿐이었다.“꺼지라고 했어! 안 들려? 안 마신다고!”의사는 멈칫했지만 이내 민여진의 손을 살폈다.“민여진 씨, 손 데었잖아요!”“꺼져!”거칠게 저항하는 민여진 때문에 의사는 어쩔 줄 몰라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박진성이 중요한 회의를 중단하고 들어와 보니 민여진은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고 카펫에는 약사발이 엎어져 엉망이었다. 배를 감싼 왼손은 빨갛게 부어올라 물집이 생겨 있었다.‘나에게 아이를 낳아 주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런 짓까지 서슴지 않다니.’박진성은 가슴이 답답하고 알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예전의 민여진이었다면 이런 일은 얼마나 큰 영광이었을까?“민여진, 또 무슨 짓이야? 내가 너한테 너무 관대했나?”그는 이를 갈며 민여진에게 다가갔다. 민여진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박진성은 의사에게 물었다.“남은 약 있어?”“네, 있습니다!”강태화는 황급히 대답했다. 남은 약은 있었지만 너무 쓴 데다 약재 찌꺼기가 섞여 있어서 민여진이 힘들어할까 봐 주지 않았었다.“가져와!”의사가 약을 가져오자, 박진성은 민여진의 입가에 약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마셔!”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네 어머니를 평생 보고 싶지 않다면 마시지 않아도 돼.”마침내 민여진이 반응을 보였다. 박진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공허했지만 강렬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죽이고 싶었다“뭘 멍하니 있어? 내가 먹여 줘야겠어?”박진성은 비웃으며 민여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민여진은 떨리는 손으로 약을 받아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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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후계자가 필요할 뿐

마침 그날 오후, 의사는 약재를 사러 나갔고 저택에는 민여진 혼자뿐이었다.방 안 공기가 답답했던 민여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도착했을 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처음에는 의사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곧 구두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문채연이 거만한 모습으로 문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민여진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문채연의 증오를 느낄 수 있었다.민여진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문채연이 너무 늦게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문채연을 무시하고 소파에 앉았다. 문채연은 코를 찌르는 냄새에 비웃으며 말했다.“웬 한약 냄새가 이렇게 진동하지? 민여진, 너 죽기라도 하니?”집에 아무도 없자 문채연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여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널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 죽지 않아. 이 약은 내가 임신을 못 해서 박진성이 의사를 통해 지어준 거야. 꽤 보약이라고 하더라. 생각 있으면 너도 마셔 봐.”“뭐라고?!”문채연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고 정교한 얼굴이 일그러졌다.‘단지 민여진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박진성이 의사를 불러 특별히 약을 달여 주기까지 했다고? 대체 뭘 하려는 거지!’요즘 그녀는 박진성을 만나기조차 어려웠다.“거짓말! 네가 아이를 못 갖는 게 박진성하고 무슨 상관이야?”잠시 후, 문채연은 평정심을 되찾고 비웃었다.“민여진, 네가 어떤 위치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박진성은 내가 네 그 강아지의 배를 갈라 사지를 잘랐다는 걸 알면서도 날 용서했어. 그건 내가 그의 아내로서 첫 번째 후보라는 뜻이지. 그런 그가 뭐하러 중요하지도 않은 여자의 임신 여부에 신경이나 쓰겠어?”민여진이 답할 틈도 주지 않고 문채연은 잔뜩 비틀린 얼굴로 덧붙였다.“설사 그가 네 임신에 정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건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신이 힘들고 박씨 가문에는 후계자가 필요하기 때문일 뿐이야!”민여진은 순간 멍해졌다. 문채연의 말이 귓가에 똑똑히 박혔고 그 순간 박진성이 왜 그토록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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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민영미가 죽었다

그러나...곧 문채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통쾌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 일을 알고 나면 민여진이 여전히 그렇게 날카로운 말을 할 수 있을까?’그녀는 기대했다.민여진은 문채연과 아래층에서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잠깐만!”문채연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서둘러. 내가 오늘 온 건 다른 할 말이 있어서야.”“필요 없어.”민여진은 계속 위층으로 향했다.문채연은 길게 말을 끌었다.“정말 필요 없어? 이 일은 너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인데.”민여진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어머니?’문채연이 하는 말에 좋은 소식은 없을 거라 짐작했지만 민여진은 어머니에 대한 소식이 너무나 궁금해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박진성은 항상 모든 것을 철저히 숨겼고 그날 주치의와 통화했던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민여진은 뒤돌아보며 물었다.“뭔데?”문채연은 붉은 입술을 의기양양하게 올리며 말했다.“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직접 들어봐.”그녀는 준비해 온 녹음기를 켰다.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근 서동구 은하타운 209호 별장에서 중년 여성 한 명이 3층에서 추락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민여진의 눈빛은 멍해졌다. ‘서동구 은하타운 209호... 어째서 이 주소가 이렇게 익숙하게 들리는 걸까...’녹음은 계속 이어졌다.“알려진 바에 의하면, 추락 사고를 당한 여성은 정신질환 환자로 집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실수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정신질환 환자?’갑작스럽게 민여진의 머릿속이 하얘지고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문채연에게 달려들어 팔을 붙잡았다.“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문채연, 경고하는데 우리 어머니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마! 은하타운은 예전에 어머니가 살던 곳이야. 어머니는 이미 거기서 나오셨다고! 그런데 어떻게 추락사를 해!”문채연은 멍하고 무너진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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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그녀를 만나야겠어, 당장

자칫 숨이 넘어갈 뻔한 문채연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민여진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남자가 막아섰다. 문채연은 말했다.“민여진, 박진성이 왜 너와 민영미를 만나게 해 주지 않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당연히 죽었으니까 그런 거지! 시신도 이미 화장했고! 그러니 네가 아무리 말을 잘 들어도 죽은 사람을 만날 순 없어.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직접 박진성에게 가서 물어봐. 뭐라고 대답하는지.”말을 마친 문채연은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남자와 함께 돌아섰다.민여진은 혼자 카펫 위에 주저앉았다. 온몸으로 냉기가 스며들었지만 그녀는 멍하고 두려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박진성은 내가 죄를 뒤집어쓰면 어머니를 꼭 풀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실 수 있단 말이야? 어떻게?”민여진은 몇 번이고 자신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에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민영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박진성은 몹시 싫어하며 수많은 핑계를 댔다. 심지어 목소리 한 번 듣게 해 달라는 부탁도 거절했었다...민여진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돌아온 강태화는 차가운 바닥에 멍하니 앉아 있는 민여진을 보고 들고 있던 약재를 내려놓고 달려왔다.“민여진 씨, 왜 바닥에 앉아 있어요? 몸도 안 좋은데 이렇게 찬 바닥에 앉으면 안 됩니다!”그는 다급하게 민여진을 부축하려 했다.민여진은 강태화의 손이 닿는 순간 그의 손을 붙잡고 핏발 선 눈으로 물었다.“박진성은 어디 있어요?”“박 대표님이요?”의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대답했다.“동진으로 출장 가셨습니다. 3일 후에 돌아오실 겁니다.”‘3일 후?’민여진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당장 박진성에게 전화해요. 물어볼 게 있으니까!”강태화는 민여진의 상태가 좋지 않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판단하여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연속 두 번을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그가 말했다.“민여진 씨, 박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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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살았든 죽었든 내 눈으로 봐야겠어

“내 질문에만 답해 줘. 어머니께서 정말 살아 계시기는 한 거야?”민여진은 감정이 무너져 내렸고 쓴 눈물은 입속으로 스며들었다.“박진성! 당신 약속했잖아! 내가 문채연 대신 죄를 뒤집어쓰면 우리 어머니를 잘 돌봐 주겠다고!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평생 당신을 원망할 거야!”‘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평생 당신을 원망할 거야!’박진성의 마음도 흔들렸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목소리는 차가워졌다.“민영미는 살아 있어. 병원에 있다고! 민여진, 너 이상한 소문에 휘둘리지 마. 스스로 생각해야지. 민영미가 죽었다면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뭐 하러 너를 속이겠어?”민여진은 흐느껴 울며 고개를 저었다. 거의 미쳐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나도 모르겠어...”박진성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녹음과 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은 민여진으로 하여금 문채연의 말을 믿게 만들었다.“살아 있다면 지금 당장 만나게 해 줘.”“안 돼!”박진성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설명했다.“민여진, 주치의가 분명히 말했잖아. 민영미는 지금 너를 만날 수 없어. 네 어머니가 너 때문에 흥분해서 병세가 악화되는 걸 원해?”물론 민여진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핑계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살아 있으면 직접 만나야 하고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보고 싶었다.“난 이미 얼굴이 망가졌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우리 둘만 말하지 않으면 어머니는 날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거야.”민여진은 쇄골 부분에 힘을 주며 눈가의 붉은 기를 애써 감췄다.“그냥 어머니를 별장으로 데려와서 잠시 이야기만 나누게 해 줘. 살아 계신 것만 확인하면 돼... 박진성,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마지막에는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여진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마지막 남은 가족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박진성은 마음이 복잡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 그는 진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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