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떨어지면 2층에서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갈비뼈 몇 대 부러지고 병원에서 나와 다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이 층에서 떨어진다면 죽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바람을 느끼는 민여진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난간 위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허공에 드리웠다.이 순간,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했다. 빈민가 연못가에서 물장난을 치던 그때처럼,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가득했다.강태화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2층에서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민여진 씨! 제발 충동적인 행동은 하지 마세요! 빨리 내려오세요!”“가까이 오지 마세요.”민여진은 고개를 돌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텅 빈 눈빛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예요!”강태화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야말로 살아날 길이 없었다.그는 민여진을 최대한 달랬다.“안 갈게요, 안 갈게요! 하지만 민여진 씨, 여기는 정말 위험합니다. 바람을 좋아한다면 제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 드릴게요. 여기는 너무 위험해요. 떨어지면 어떡합니까?”“떨어지면 어떡하냐고?”민여진은 잠시 멍한 듯하더니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죽겠죠. 하지만 강 선생님, 내가 무서울 것 같아요? 이렇게 사는 게 죽은 거나 다름없는데?”그녀의 말투는 차분했고 조급함이 없었다. 마치 다음 순간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강태화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민여진 씨, 그런 생각 마세요. 세상에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그 말은 민여진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하나는 박진성 때문에 미래를 잃었고 다른 하나는 생사조차 알 수 없는데.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이 누가 남았단 말인가?’“나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박진성에게 전화해서 당장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하세요.”민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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