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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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내가 진작 미쳤어야 했어

여기서 떨어지면 2층에서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갈비뼈 몇 대 부러지고 병원에서 나와 다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이 층에서 떨어진다면 죽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바람을 느끼는 민여진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난간 위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허공에 드리웠다.이 순간,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했다. 빈민가 연못가에서 물장난을 치던 그때처럼,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가득했다.강태화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2층에서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민여진 씨! 제발 충동적인 행동은 하지 마세요! 빨리 내려오세요!”“가까이 오지 마세요.”민여진은 고개를 돌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텅 빈 눈빛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예요!”강태화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야말로 살아날 길이 없었다.그는 민여진을 최대한 달랬다.“안 갈게요, 안 갈게요! 하지만 민여진 씨, 여기는 정말 위험합니다. 바람을 좋아한다면 제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 드릴게요. 여기는 너무 위험해요. 떨어지면 어떡합니까?”“떨어지면 어떡하냐고?”민여진은 잠시 멍한 듯하더니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죽겠죠. 하지만 강 선생님, 내가 무서울 것 같아요? 이렇게 사는 게 죽은 거나 다름없는데?”그녀의 말투는 차분했고 조급함이 없었다. 마치 다음 순간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강태화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민여진 씨, 그런 생각 마세요. 세상에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그 말은 민여진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하나는 박진성 때문에 미래를 잃었고 다른 하나는 생사조차 알 수 없는데.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이 누가 남았단 말인가?’“나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박진성에게 전화해서 당장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하세요.”민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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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어머니는 돌아가셨어, 그렇지?

“급한 일이 생겼어. 미뤄!”서원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대표님! 이 프로젝트는 대표님께서 반년 넘게 공들여 오신...”“미루라고 했어! 당장 양성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서원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양성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민여진이 별장 3층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어.”비행기 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시간에는 항공편이 없었고 가장 빠른 항공편도 새벽에 출발했다.무려 다섯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하지만 민여진의 몸 상태로는 다섯 시간은커녕 차가운 바람 속에서 세 시간도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박진성은 하는 수 없이 전용기를 수배했다. 양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두 시간 넘게 지난 후였다. 별장까지 가는 길에 신호등에 계속 걸렸고 간신히 별장 정원에 도착했을 때 3층에서 여자의 수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흰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완강하게 미동도 하지 않았다.박진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올라가 강태화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당신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왜 민여진을 3층에 올라오게 한 거야!”강태화는 울먹였다.“3층에 이렇게 위험한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그럼 끌어내리기라도 했어야지! 눈도 안 보이는 사람 하나 못 말려?”강태화는 울상을 지었다.“시도는 해 봤습니다. 하지만 민여진 씨는 청력이 매우 예민해서 제가 조금만 다가가도 앞으로 물러서는데 어떻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박진성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가 났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민여진, 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죽음도 두렵지 않아?’그는 3층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바라보니 여자의 앞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주변의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박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민여진!”박진성은 미쳐 버릴 것 같았다.“당장 내려와!”민여진은 눈을 떴다.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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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죽어야 마땅한 건 바로 너야

민여진이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순간, 서원은 반사적으로 달려가 손을 뻗어 민여진의 손목을 잡았다.손목을 잡는 순간 서원은 깜짝 놀랐다. 여자는 너무 말라 뼈밖에 없는 것 같았다.“민여진 씨! 다른 손도 주세요! 빨리!”서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절망에 잠겨 있던 민여진의 얼굴에 비로소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눈물을 끊임없이 흘리며 그녀는 고개를 들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서원 씨, 제가 평소에 잘해드렸잖아요. 정말 날 위한다면 이 손 놔 주세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이젠 어머니 곁으로 가서 효도하고 싶어요.”서원은 가슴이 너무 아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두 눈에 핏발이 선 박진성이 달려와 민여진의 팔을 꽉 붙잡았다.아무도 몰랐지만 서원이 민여진의 손목을 잡았을 때 추락하던 그의 심장도 함께 멈췄다. 만약 민여진이 떨어졌다면 그 역시 평생 지옥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서원아, 어서 민여진의 다른 쪽 손을 잡아!”그는 다급하게 명령했다.민여진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녀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돌멩이를 손에 쥐고 박진성의 손에 미친 듯이 내리쳤다.날카로운 돌멩이는 손등에 핏자국을 남기며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만들었다.박진성은 날카로운 통증에 움찔했지만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민여진은 그런 박진성을 보며 눈물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박진성, 왜 날 구하는 거야? 너랑 문채연에게 애 낳을 도구가 필요해서 그래?”“닥쳐!”박진성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이유 같은 건 없어. 난 그냥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그는 생각할 겨를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제멋대로였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민여진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살길 바란다고? 우리 어머니가 죽기 전에 이렇게 열심히 구했으면 어머니가 투신했을까? 넌 모든 걸 가졌으면서 나한테 남은 얼마 안 되는 것까지 하나하나 빼앗아 갔어. 죽어야 마땅한 건 바로 너야!”“네가 평생 사랑하는 사람을 얻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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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그녀가 정말 살아 있다고?

“살아 있어야 희망이 있다고?”민여진에게 그 말은 엄청난 조롱처럼 들렸다.그녀는 늘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그 결과는 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뿐이었다.“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난 이 꼴이 됐는데... 내게 무슨 희망이 있다는 거죠?”그녀는 그런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서원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절망적인 삶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서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진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진정하고 민여진을 쏘아보며 물었다.“누가 네 어머니가 죽었다고 했어?”“이제 와서 또 날 속이려는 거야?”민여진은 증오와 절망에 찬 눈으로 박진성을 바라보았다.“어머니가 살아있다면 왜 여기 데려오지 않았어? 박진성, 날 속이고 어머니를 이용해서 날 협박하는 게 그렇게 즐거워?”그녀의 절규에 박진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민영미의 죽음은 그가 바란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 단순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 이상이었다. 민여진은 살아갈 희망을 잃고 영원히 그를 미워하고 거부할 터였으니까.그건 박진성이 절대로 바라지 않는 결과였다.“내가 말했지. 내가 널 속일 이유가 없다고. 네 어머니가 짧은 시간 안에 병원에서 나와 널 찾아오는 게 가능할 것 같아? 못 믿겠으면 들어봐!”박진성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병원에 부탁해서 녹음한 거야.”그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잡음과 함께 민영미의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내 딸? 응, 참 착하고 예쁜 아인데. 근데 나랑 같이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어. 많이 보고 싶지만 사람들이 이제 다 큰 애니까 엄마 곁에 오래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화도 못 했고... 난 많은 걸 바라지 않아. 우리 딸이 내 생각이 나서 언젠가 날 한 번만 보러 와주면 좋겠어...”테라스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녹음된 목소리는 매우 또렷하게 들렸다.민여진은 무너지듯 눈물을 쏟아냈다.박진성이 말했다.“네 어머니 맞지? 넌 딸이니까 엄마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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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짧고 굵게 아픈 게 낫다

강태화도 달려와 민여진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했다.“방으로 옮겨야겠어요! 몸이 약해서 감기 든 것 같습니다.”박진성은 민여진을 안아들고 방으로 내려가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고 에어컨을 켜주었다. 그녀의 체온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 가셨다.이제 남은 건 의사인 강태화에게 맡기면 되었다.박진성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서원은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박진성을 보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그는 고개를 숙인 채 복잡한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민여진 씨 어머니... 정말 살아 계신 건가요?”박진성은 차갑게 그를 쏘아보며 무언의 경고를 보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서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민여진 씨 어머니께서 살아 계시지 않다면 이건 영원히 유지될 수 없는 거짓말입니다. 민여진 씨에게 차라리 짧고 굵게 아픈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짧고 굵게?”박진성은 주먹으로 벽에 걸린 그림을 내리쳐 산산조각 내며 이를 갈았다.“말이 쉽지. 민여진 상태 못 봤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민여진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민여진의 눈에 가득했던 고통과 절망, 세상에 대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채 죽음을 향해 뛰어들던 그 순간을 떠올리자 그는 이 끔찍한 거짓말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그는 민여진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걸 볼 수 없었다. 방금 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네 입이나 잘 간수해.. 네가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생각하라고. 알겠어?”박진성은 차갑게 경고했다. 민여진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서원은 여기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서원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강태화가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섰다.이때 박진성이 물었다.“상태는 어때?”“별로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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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널 죽이고 싶어

모두 민영미에 대한 이야기였다.박진성은 오래전부터 민영미가 민여진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민영미는 민여진 때문에 병을 얻었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딸을 부양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도 재가하지 않았다.민여진은 전에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진성 씨,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사람이야.”그때 마음이 초조했던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충 물었다.“그럼 첫 번째는 누군데?”“당연히 우리 어머니지!”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가 질투하는 줄 알고 허둥지둥 변명했다. “오해하지 마!”“내가 뭘 오해한다는 거야?”민여진은 다시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어머니는 날 위해서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셨어. 어머니가 단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좋아.”그때의 민여진은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와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고 민영미가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민영미는 그녀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존재였다.그런 민영미의 죽음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박진성은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비겁하다고 해도 좋고 치졸하다고 해도 좋았다. 그러니 이 거짓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지되어야만 했다.하지만 보름 안에 무슨 핑계를 대야 할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극심한 피로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후유증으로 박진성은 탈진 상태였다. 그는 차라리 민여진을 품에 안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의외로 다음 날 오후에야 깨어난 박진성은 반사적으로 품 안을 확인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그의 가슴에 기댄 여자의 얼굴은 더 이상 창백하지 않았다. 병색이 완연한 붉은 기가 뺨에 어려 있었고 불안한 듯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얕은 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 박진성은 잠시 멍해졌다.지난 2년간 그들이 함께 잠에서 깨어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하고 그리운 감정이 들었다.그때, 민여진이 멍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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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가 많이 가르쳤겠네

“이젠... 안 그럴 거야...”민여진은 빨갛게 부어오른 손을 감싸 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살아야지. 살아야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니까...”그 말에 박진성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그는 넥타이를 매려고 했지만 초조함에 제대로 맬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민여진을 잡아당겨 그녀의 손에 넥타이를 쥐여주었다.“매 줘.”민여진은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넥타이를 받아들었다. 오랜만이었지만 능숙한 손길로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박진성의 아내로서 부족함 없이 행동하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했던 덕분이었다.그러나 박진성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박진성은 단지 화제를 돌리려고 민여진에게 넥타이를 매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녀가 너무나 능숙하게 넥타이를 매는 모습에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잘 매네. 방현수가 손수 가르쳐 줬나 보지? 그 촌구석 의사가 양복 입을 일이 뭐가 있다고.”갑작스럽게 방현수의 이름이 나오자 민여진은 가슴이 아팠지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박진성은 재빨리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다그쳤다.“벙어리야? 말해!”“뭘 말하라는 거야?”민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현수 씨랑 무슨 상관인데? 그는 이미 이 도시를 떠났잖아...”이미 떠난 사람인데 박진성은 언제까지 틈만 나면 방현수를 언급하며 비아냥거릴 것인지...“떠났다고 해서 예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잖아!”박진성은 깔끔하게 매어진 자신의 넥타이를 보며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민여진을 노려보았다.“이거 누가 가르쳐 줬냐고!”“혼자 배웠어...”박진성은 코웃음 쳤다.“눈도 안 보이는 게 혼자 배웠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예전에 당신이 넥타이 매는 걸 보고 배웠어.”그녀는 전에 그의 넥타이를 가져다가 가정부의 목에 걸고 연습했었다. 언젠가 그에게 넥타이를 매어 줄 날을 꿈꾸면서.그토록 바라던 날이 왔지만 박진성은 냉소적인 말만 쏟아냈고 그녀의 마음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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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내 말을 믿을 거야?

그녀는 더 이상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도, 마음도 없었다. 오직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진성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화난 얼굴을 들이밀었다.“민여진, 네가 거짓말할 때 다 티 나는 거 알아? 너 자꾸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민영미 못 만나게 할 거야!”민여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결국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박진성,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내 말 믿을 거야?”그 말에 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또 무슨 잔꾀를 부리려는 거야? 네가 진실을 말한다면 내가 왜 못 믿겠어?”“문채연이야.”민여진은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박진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조하며 말을 이었다.“어제 문채연이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그렇게 흥분했던 거고 심지어 죽겠다고까지 했던 거야...”박진성은 깊은 눈으로 민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거짓말을 꾸며낸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잠시 침묵하던 민여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 안 믿어도 괜찮아.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하지만 박진성은 그 일이 결코 지나간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민영미는 이미 죽었고 그는 보름 안에 민여진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모든 것이 다 이 일 때문이었다.‘정말 문채연이 그런 짓을 했을까? 그녀가 정말 그렇게 잔인하게 진실을 털어놓았단 말인가? 누구든 그 일이 민여진과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을 텐데.’그는 아무 대답 없이 돌아서서 나갔다. 회사로 가던 중 그가 갑자기 말했다.“회사 말고 채연이네 집으로 가.”운전기사는 곧바로 차를 돌렸다. 십여 분쯤 달려 도착한 집 앞에는 이미 가정부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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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어쩌다...”문채연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술을 깨물더니 다급하게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민여진 씨 괜찮아요? 어떻게 그런 일로 뛰어내리려고...”“구했어.”“다행이네요...”문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뭔가 생각난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박진성을 바라보았다.“진성 씨, 그런데 왜 저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어제 어디에 갔었는지까지 묻고... 설마 제가 민여진 씨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줬다고 의심하는 거예요?”박진성은 침묵하자 문채연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민여진 씨가 그랬어요? 제가 말했다고요?”“아니야.”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그냥 물어본 것뿐이야.”문채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민여진 편들지 마세요. 민여진이 먼저 말하지 않았으면 저를 의심했겠어요? 그리고 진성 씨, 저 정말 서운해요. 어떻게 제가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 강아지 때문인가요?”“맞아요! 인정해요! 그 가정부가 한 짓, 반은 내가 시킨 거예요. 하지만 그 개가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설사 내가 시켰다고 해도 그게 잘못된 거예요? 민여진이 날 모함해서 죽을 뻔하게 만들었고 내 다리도 망가뜨렸어요. 그런데 이제 당신까지 뺏어가려고 하는데!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돼요? 당신을 그 여자한테 순순히 넘겨야 하냐고요!”문채연은 흐느끼며 서럽게 울었다.억울하게 우는 그녀를 보며 박진성의 눈살이 찌푸려졌다.“채연아...”“아란아, 어제 내가 쓴 영수증들 다 가져와!”문채연은 눈물을 닦으며 지시했다. 가정부가 영수증을 가져오자 문채연은 그것을 박진성에게 건넸다.“이게 어제 오전부터 오후까지 쓴 영수증들이에요. 시간이 다 나와 있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내가 있던 곳에서 당신 별장까지는 차로 왕복 두 시간이 걸려요. 내가 별장에 갔었는지 이 영수증들이 증명해 줄 거예요.”박진성은 영수증을 들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문채연은 더 이상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위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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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대표님이 오늘 많이 취했어요

그런데도 민여진은 악랄한 본성을 버리지 못했다. 자신도 바보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문채연을 의심하다니.박진성은 차가운 얼굴로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때 옆으로 한 여자가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저기, 혼자예요?”“꺼져.”박진성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잘생기면 다야...”그 말에 여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시간이 늦어지자 상우가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이제 그만 가시죠?”“어딜 가?”박진성은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와서 같이 마셔.”상우는 박진성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이렇게 술을 마시는 날이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상우는 정중하게 거절했다.“저는 운전해야 합니다.”박진성은 억지로 권하지 않고 술을 더욱 맹렬하게 마셨다. 몇 병을 비우자 그의 얼굴색이 변하고 눈빛이 흐려졌다.상우는 재빨리 계산하고 박진성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그는 박진성을 거실 소파에 앉히고 물었다.“대표님, 물 좀 드릴까요?”박진성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바라보다가 숨을 몰아쉬고는 2층에 있는 민여진의 방을 바라보았다.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그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예전에는 그가 술에 취하면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걱정하며 자신을 돌봐 주었는데 이제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다니.“민여진, 당장 내려오라고 해!”상우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2층으로 올라가 민여진의 방문을 두드렸다.한참 후,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리더니 민여진이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피곤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에요?”상우가 대답했다.“대표님이 오늘 좀 많이 취하셨습니다.”민여진은 술 냄새를 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가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상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께서 민여진 씨가 내려와서 돌봐 드리길 바라십니다.”민여진은 놀란 눈으로 상우를 바라보았다. 상우 역시 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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