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191 - Chapter 198

198 Chapters

제191화 입만 열면 거짓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박진성은 차가운 눈으로 민여진을 쏘아보며 말했다.“이제 남이 시켜야 움직인다 이거야? 민여진, 넌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잖아. 내 비위를 맞추는 게 네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어?”그의 원망 섞인 말에 민여진은 잠시 말을 멈췄다.“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술 마셨을 때 네가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 안 나?”민여진은 그제야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 심호흡을 한 뒤 손을 뻗어 박진성의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그리고 그의 턱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넥타이를 풀었다.셔츠 단추를 몇 개 푸니 박진성의 숨소리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민여진은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관자놀이를 살살 눌러 주었다. 술 마셔서 머리 아플 테니 조금이라도 풀어주려는 마음이었다.그러나 박진성은 평소처럼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눈을 뜨고 무표정한 민여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얼굴에 마음이 드러난다는 말, 예전엔 안 믿었는데 이젠 네 얼굴을 보면 딱 알겠어.”민여진의 손길이 멈칫했다. 박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네 말을 믿고 채연이를 의심했지.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조사까지 했어. 넌 입만 열면 거짓말인데 내가 또 속아 넘어가다니, 내가 미친놈이지.”그는 민여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거칠게 물었다. “대체 뭘 믿고 그러는 거야?”아마도 너무 아파서였을까. 민여진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무슨 소리야? 조사 다 했어?”“그날 채연이가 백화점에 있었던 CCTV 영상까지 확인했어. 그래도 부족해?”박진성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민여진은 그대로 무너져 그의 품에 떨어졌다. 그는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핏발 선 눈으로 쏘아붙였다.“채연이는 그렇게 멀리에 있었는데도 넌 누명을 뒤집어씌웠잖아! 네 마음이 얼마나 악독하면 그래? 채연이가 얼마나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날 봤는지 알아?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군. 내가 널 믿고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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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경찰이 찾아오다

“난 할 말 없어.”민여진은 입술 끝을 억지로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할 말이 없는 거야, 아니면 들통나서 더 이상 거짓말을 못 하겠는 거야?”박진성은 다시 물었다.“말해. 그날 누가 민영미가 죽었다고 말했어?”문채연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CCTV를 피해서 민여진을 만났다는 건, 분명 그녀의 마음을 흔들려는 의도였다...박진성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민여진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방현수지? 그 자식이 돌아왔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려고!”“무슨 소리야?”민여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현수 씨랑 무슨 상관인데?”“방현수가 아니라면 네가 왜 그렇게 숨기려 들었겠어? 채연을 모함하면서도 그 사람의 행방은 끝까지 감추려 했겠냐고!”박진성은 점점 더 확신했다. 다른 도시에 있다고 해도 방현수가 몰래 돌아왔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는 민여진이 절망에 빠지고 우리 사이가 망가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다시 민여진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방현수가 널 만나러 왔지? 너희 둘이 무슨 짓을 했어?”박진성은 술김에 탁자 위에 민여진을 밀어붙이고 그 나름의 처벌을 가했다.다음 날 아침, 민여진은 소파에서 눈을 떴다.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지만 온몸이 차가웠다.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진성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모든 것을 방현수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민여진 씨,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가 다 식었는데 데워 드릴까요?”서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침부터 거실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민여진은 몸에 덮인 담요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이거 서원 씨가 덮어 준 거예요?”“네.”민여진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 신경 쓰지 마세요.”서원은 주방으로 향했다. 민여진은 자신의 옷을 만지작거렸다. 그나마 박진성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적어도 옷매무새는 단정하게 해 줘서 서원 앞에서 망신당하지는 않았으니까.물론 이미 숱하게 망신을 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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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유품

민여진은 초점 없는 눈으로 경찰을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경찰이 직접 찾아와서 어머니의 이름을 언급하다니. 설마 박진성이 보낸 사람들인가? 드디어 어머니를 만나게 해 주려는 걸까? 민여진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경찰이시라고요? 우리 어머니도 온 거예요? 어디 계세요?”“민여진 씨!”서원의 얼굴빛이 변했고 민여진의 어깨를 움켜쥔 손이 무의식적으로 떨렸다. 그는 힘을 주어 그녀를 뒤로 밀어내며 말했다.“들어가세요!”민여진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반쯤 굳어지더니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며 말했다.“왜 그래요? 서원 씨, 간만에 엄마 소식을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인데 왜 절 들어가라는 거예요?”서원도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특히 민영미 사건 때문이었다. 민여진이 그녀 때문에 투신한 지 사흘도 안 돼서 갑자기 경찰이 찾아왔으니 말이다.그는 불안한 목소리를 감추려는 듯 작게 말했다.“민여진 씨, 이상하지 않아요? 경찰이 어떻게 여길 알고 왔을까요? 당신 주소도 모를 텐데. 혹시 가짜 경찰일 수도 있어요.”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경찰은 그 말을 똑똑히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친구,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난 경찰증도 있고 내 경찰 번호 조회해 봐도 돼. 유품 전달하러 온 건데 굳이 가짜 경찰 행세를 할 이유가 없잖아.”민여진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멍하니 입을 열었다.“유품이요? 무슨 유품인가요?”경찰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모르고 계셨어요? 당연히 민영미의 유품이죠.”순간 민여진은 마치 목이 조여 오는 것처럼 숨이 막혔고 온몸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마치 지하실로 떨어지는 듯한 한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뭐라고요?”민여진은 목소리를 떨며 현관문으로 달려갔다.“뭐라고 했어요! 누구 유품이라고요!”서원의 얼굴도 순식간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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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마음속에 자리한 답

서원은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웠다. 인장 아래 적힌 ‘민영미'라는 이름에 그의 숨이 턱 막혔다.편지는 오래된 것처럼 보였고 위조된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민영미가 살아생전에 남긴 편지인 것 같았다.그는 앞쪽에 서 있는 민여진을 바라보았다. 경찰이 떠난 후, 그녀는 철문에 매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벗겨진 외투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앙상하게 마른 등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민여진 씨...”서원은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그러자 민여진은 철문에서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초점을 잃은 붉은 눈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거짓말... 분명 거짓말이야! 우리 엄마는 아직 살아 있잖아.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녹음도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일 년 전에 투신자살했다니 말도 안 돼. 이건 분명 문채연의 음모야!”서원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민여진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이미 답을 내렸다.“분명해. 그 경찰은 가짜였어! 나랑 박진성을 이간질하려는 거야. 난 그의 수작에 넘어갈 순 없지. 내가 정말 박진성을 화나게 하면 어머니를 못 만나게 할지도 모르잖아. 서원 씨, 내 말 맞죠?”서원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붉어진 민여진의 눈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민여진은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정해놓은 게 아닐까?’그녀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편지...”민여진은 갑자기 바닥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편지 어디 있어요?”서원은 민여진의 행동을 제지하고 직접 편지를 건넸다. 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어디 봐봐요. 이 편지 위조된 건지 아닌지...”그녀는 편지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들어가 먼지 묻은 손을 수건으로 닦고 나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만졌다. 편지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니,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오랫동안 햇빛도 못 보는 곳에 다른 물건들과 함께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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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그 편지는 그녀에게 유일한 물건이었다

박진성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하려는데 민여진이 다시 말했다.“근데 난 그 사람이 가짜 경찰이라는 걸 알아. 오늘 갑자기 뜬금없이 이 별장으로 찾아온 것도 그렇고 하는 말도 그저께 그 사람과 똑같았거든.”“뭐라고?”박진성의 목소리에 경계심이 가득했다.“무슨 말을 했는데?”“어머니가 1년 전에 투신자살로 돌아가셨다고 했어.”민여진의 말에 박진성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놈들은 다 헛소리하는 거야!”“어. 알아.”민여진이 말했다.“난 믿어. 당신이 날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박진성은 다시 오랫동안 침묵에 잠겼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그가 물었다.“탁자 위에 있는 편지는 뭐지?”그는 급히 오느라 서원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민여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편지인데 별거 아니야.”난데없이 나타난 편지를 두고 민여진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박진성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그는 다가가 편지를 집어 들었다. 겉면을 훑어보는 순간 민영미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뭐지? 왜 민영미 씨 이름이 적혀 있는 거야?”민여진의 표정이 굳어졌다.“그 가짜 경찰이 만든 가짜 편지예요. 어머니가 투신자살한 후에 남겨진 유품이라고 했어요.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거라고.”“무슨 유품! 다 미친놈들이야!”박진성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는 이 일을 벌인 놈들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문득 그는 편지를 갈기갈기 찢으며 소리쳤다.“가짜야! 다 가짜라고!”민여진은 편지가 찢어지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박진성에게 달려들었다.“찢지 마! 박진성! 제발, 찢지 마!”박진성은 냉정한 표정으로 편지 봉투를 허공에 흩뿌리며 조각냈다.“뭘 그렇게 안달이야? 다 가짜인데. 그런 거 원하면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런 걸 갖고 있어 봐야 의심만 더 깊어질 뿐이야.”그는 민영미의 유품이나 편지에 대한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민영미의 옛 지인들이 가져갔다.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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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모든 것은 제자리로

편지에는 민여진을 향한 축복의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간략하게 언급했는데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박진성은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편지를 자신의 손으로 찢어버리다니. 민여진이 알게 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랐다.그는 복원 전문가에게 연락해 편지를 원래대로 복구해 달라고 부탁했다.민여진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종이 조각들을 찾았다. 하지만 허공에 흩뿌려졌던 종이 조각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절망감이 밀려왔다.“민여진 씨, 뭘 찾아요?”서원이 묻자 민여진은 다급하게 말했다.“서원 씨, 바닥에 종이 조각 있는지 좀 봐주세요.”“없어요.”서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뭐 잃어버렸어요? 찾아드릴까요?”민여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아요. 중요한 거 아니니까.”서원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민여진이 더 이상 묻지 않자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 후 며칠 동안 박진성은 오로지 편지 복원에만 몰두했다.똑같은 복사본을 만드는 건 쉬웠지만 완전히 똑같이 만들려면 시간이 걸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박 대표님, 찾았습니다. 지금 회사 아래에 있습니다. 올려보낼까요?”박진성의 눈에 파문이 일었고 턱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서류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당장 올려보내!”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상우가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이었다.상우가 말했다.“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입니다.”박진성은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외모는 특별할 것 없었다. 중요한 건 목소리였다. 그는 말했다.“말해 보세요.”중년 여성은 잔뜩 긴장한 채, 앞에 선 남자의 강렬한 기세에 눌려 겨우 입을 열었다.“박... 박 대표님 안녕하세요...”그 어투와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 박진성의 잘생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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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나랑 연극 해줘

“강 선생님이 허락했어.”민여진은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차분하게 대답했다.“방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몸에 안 좋으니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하셨거든.”“그렇다고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오면 어떡해. 또 감기 걸리겠네. 내일 민영미 만날 기운이나 있겠어?”민여진의 손에서 정원 가위가 떨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박진성을 바라보았다. 텅 빈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소리가 떨렸다.“뭐라고?”“민영미가 곧 올 거라고.”박진성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이미 떠날 채비를 했으니까 열흘 뒤면 여기로 올 거야.”민여진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었다. 그녀는 박진성의 멱살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려 했다.“거짓말하지 마. 박진성. 희망 고문하지 말라고...”“너한테 거짓말할 이유 없어.”박진성은 민여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기쁨과 감격, 여러 감정이 뒤섞여 민여진의 얼굴은 생기로 가득했다. 너무나도 진실되고 생생한 표정이었다.박진성은 문득 이 거짓말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전에는 병원에서 보존 치료를 받느라 외부와 연락을 완전히 끊고 있었어. 지금은 상태가 많이 안정됐고 예전처럼 아이처럼 굴지도 않아.”“정말?”민여진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런데 내 얼굴을 보면 놀라지 않을까?”“괜찮아. 이미 다 설명해 뒀어. 얼굴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고 생각할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그럼 됐어... 다행이네...”민여진은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머니 걱정하시게 하고 싶지 않아... 어머니는 내가 잘 지내고 행복하다는 것만 알면 돼... 내가 잘 지내면 어머니도 안심하실 거니까.”박진성은 말없이 민여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다. 민여진의 중얼거림 속에 담긴 간절한 바람이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그가 말했다.“걱정 마.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어머니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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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예전으로 돌아가다

“진정한 사이?”박진성은 불쾌한 듯 물었다.“우리 진정한 사이는 어떤데?”그의 질문에 민여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박진성이 짐짓 모르는 척하고 있으니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박진성은 민여진의 손목을 잡고 잘생긴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민여진, 우리는 부부 사이야. 그 사실만 기억해. 난 여러 여자를 사랑할 만큼 마음이 넓지 않아. 네가 채연에게 쓸데없는 짓만 안 하면 영원히 널 지켜줄 거야. 우린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그 말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박진성은 스스로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그런 것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예전처럼 돌아간다고?민여진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한 채 귓가에는 박진성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무슨 뜻일까? 문채연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걸까?’머리가 지끈거렸고 바깥바람이 너무 매서워 생각하기 힘들었다. 눈을 감자마자 박진성이 그녀를 품에 끌어당겼다.코트가 그녀를 감쌌다.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박진성의 체취만 남았다.낯선 감각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했다.박진성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고 물었다.“너랑 연기해 달라며?”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나는 배우가 아니라서 네가 뭘 원하는지 몰라. 그러니까 오늘부터 연습하는 거야. 네가 만족할 때쯤이면 네 어머니도 눈치 못 챌 거야.”확실히 그럴듯한 말이었지만 민여진은 두 사람의 거리가 불편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예전처럼 하면 돼.”“예전이 언제인데?”“결혼한 그 2년 동안.”민여진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박진성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때 너한테 잘해 주지 않았는데.”오히려 그 시절은 끔찍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그는 민여진을 단순한 욕구 해소 대상으로 여겼다. 잠자리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서재나 3층으로 향했다.“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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