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는 민여진을 향한 축복의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간략하게 언급했는데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박진성은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편지를 자신의 손으로 찢어버리다니. 민여진이 알게 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랐다.그는 복원 전문가에게 연락해 편지를 원래대로 복구해 달라고 부탁했다.민여진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종이 조각들을 찾았다. 하지만 허공에 흩뿌려졌던 종이 조각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절망감이 밀려왔다.“민여진 씨, 뭘 찾아요?”서원이 묻자 민여진은 다급하게 말했다.“서원 씨, 바닥에 종이 조각 있는지 좀 봐주세요.”“없어요.”서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뭐 잃어버렸어요? 찾아드릴까요?”민여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괜찮아요. 중요한 거 아니니까.”서원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민여진이 더 이상 묻지 않자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 후 며칠 동안 박진성은 오로지 편지 복원에만 몰두했다.똑같은 복사본을 만드는 건 쉬웠지만 완전히 똑같이 만들려면 시간이 걸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박 대표님, 찾았습니다. 지금 회사 아래에 있습니다. 올려보낼까요?”박진성의 눈에 파문이 일었고 턱에 힘이 들어갔다. 순간 서류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당장 올려보내!”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렸다. 상우가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이었다.상우가 말했다.“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입니다.”박진성은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외모는 특별할 것 없었다. 중요한 건 목소리였다. 그는 말했다.“말해 보세요.”중년 여성은 잔뜩 긴장한 채, 앞에 선 남자의 강렬한 기세에 눌려 겨우 입을 열었다.“박... 박 대표님 안녕하세요...”그 어투와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 박진성의 잘생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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