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201 - Chapter 210

230 Chapters

제201화 우는 아이

그리고 민여진은 망고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망고라는 그 강아지는 민여진이 울 때마다 함께 낑낑거리던 아이였다. 만약 망고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늘 그래왔듯 민여진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지 않았을까?민여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지었다. 그런 민여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박진성 역시 따스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던 민여진이 걸음을 멈추었다.하마터면 그녀를 지나칠 뻔하던 박진성도 다급히 멈춰서며 뒤돌아 물었다.“왜 그래?”민여진이 이마를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애 울음소리라고?”박진성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있는 이곳은 교차로였고,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연인이나 출퇴근 중인 직장인들이었던 탓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일이 잘 없었다.“잘못 들은 거 아니야?”“아니야!”민여진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내가 잘못 들었을 리 없어!”민여진은 앞이 안 보일 뿐이지, 귀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귀가 남들보다 더욱 민감했다.“분명 아기 울음소리였어.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민여진의 말에 박진성은 어쩔 수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한쪽에 주차된 차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차 안에는 겨우 한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가 덩그러니 갇혀 있었다. 얼마나 갇혀 있었던 건지 얼굴과 몸은 이미 땀으로 가득했고 온몸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차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꽉 막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여기야!”박진성이 민여진에게 상황을 알렸다.“차 안에 아이가 갇혀 있어.”민여진의 혹시나 하던 불안함은 역시나 하는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차창에 몸을 기대 아이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울음소리는 더욱 명확하게 들려왔다. 울다가 지친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이대로 뒀다가는 더 못 버틸 거야.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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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터무니없는 요구

박진성은 늘 민여진의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해왔다. 예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문채연과 닮아서 그런 줄만 알았지만 민여진이 얼굴을 다친 후에도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민여진은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색하게만 흘러가는 기류에 대화 주제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 순간,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민여진의 옷깃을 꽉 쥐었다.“왜 그래, 아가? 어디 불편해?”민여진은 예상치 못한 아이의 반응에 조금 긴장하는 듯했지만 이내 당황하지 않고 한 손으로 아이의 등을 살살 두드리다가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자연스럽게 이어진 민여진의 행동에 아이는 다시 울음을 그쳤다.박진성은 곁에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이가 자신과 민여진의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다.그러면 민여진이 민영미의 죽음을 알게 되어도 아이를 위해 억지로 살아가려 하지 않을까? 그저 민여진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잘 살아가기만 한다면 두 번 다시 그녀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진성 씨, 박진성 씨?”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민여진이 박진성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고 있었다. 그가 다급히 대답했다.“어, 왜 그래?”입술을 살짝 깨물던 민여진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굳이 더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애한테 뭔 일 있는지 한 번 봐줄래? 울음은 그쳤는데 계속 내 옷 잡고 놔주질 않네.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아.”아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민여진의 옷깃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슬쩍 본 박진성이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배고픈 것 같아.”“배고파서 그래?”민여진은 박진성의 말에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애한테 뭐라도 좀 먹여야 하나? 아니면 애 부모 올 때까지 기다려?”박진성이 입을 열려던 그때, 먼 곳에서 한 쌍의 남녀가 뛰어오고 있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여자는 민여진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 들고는 그녀를 힘껏 밀쳐냈다.“애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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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개털 알레르기

남자는 일부러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누가 봐도 억만장자인 박진성의 돈을 뜯어내려 했다.“6천만 원이 저한테는 그렇게 큰돈이 아니긴 해요.”박진성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그러자 남녀는 화색을 띠었다. 하지만 박진성의 죽은 듯한 눈빛은 두 사람을 한없이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는 절대 줄 수 없을 것 같네요. 경찰에 신고할 거면 빨리 신고해요. 당신들이 신고 안 하면 내가 직접 신고할 테니까.”“그쪽이 무슨 자격으로 우릴 신고하겠다는 거예요?”박진성은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갔다.“당신들이 친딸을 학대했으니까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구속 사유라고 보는데요.”박진성의 기세에 눌린 남자는 살짝 고개를 움츠리는 듯하더니 이내 뒤에서 등 떠미는 여자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누가 우리 딸을 학대했다는 거예요!”민여진은 점점 커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참다못한 그녀가 결국 덜덜 떨리는 입술로 말을 꺼냈다.“한 살 남짓한 여자애를 차에 두 시간 넘게 가둬놨으면서 그게 학대가 아니라고요? 차 안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아요? 여름이 아니라고 해도, 산소 부족한 차 안에 두 시간 동안이나 갇혀 있으면 애는 숨도 똑바로 못 쉬어요! 당신들이 그러고도 부모예요?”드디어 처음으로 화를 낸 민여진의 온몸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박진성은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어깨에 손을 올려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이윽고 다시 표정을 굳히더니 머리 위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CCTV 있는데,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차에 언제 애 가둬놨는지 다 찍혀 있을 텐데요. 같이 경찰서 가서 확인 한 번 해볼까요?”“미친놈인가...”당황한 남자는 여자에게 고개를 돌려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내 상황 파악을 끝낸 두 사람은 서둘러 차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떴다. 차가 멀리 떠난 후에도 민여진의 귓가에는 여자아이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맴돌았다.민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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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그녀가 떠났다

강태화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핸들을 잡고 있던 박진성의 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옷 소매에는 영문을 모를 핏자국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의사로서의 본능이 발동한 강태화가 곧바로 그의 팔을 잡아 살펴보았다. 팔은 멍 자국과 피로 섞여 엉망진창이었다.“팔로 뭘 부수신 건가요? 죄다 멍이에요. 대표님... 아예 팔 한쪽 버리고 싶으신 거예요?”예전이었다면 강태화도 이런 강압적인 말투로 박진성을 대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다 떠나서 그의 주치의로서 너무 화가 났다.“뒷좌석으로 가세요. 운전은 제가 직접 할게요. 여긴 마땅한 장비도 없어서, 자칫했다간 뼈에 문제 생겨요.”“괜찮다니까...”“강 선생님 말대로 해.”가만히 있던 민여진이 입을 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은 흐릿했지만 소매 속에 감춰져 있던 주먹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박진성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병원부터 가는 게 급선무였다.민여진은 조수석에 올라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진성 씨까지 다치면,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잖아. 아직도 회사에는 진성 씨가 있어야 하는데.”박진성이 잠시 멈칫했다. 그는 민여진의 입에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걱정의 말을 듣고 싶었다.“고작 회사 때문에 그래? 그럼 너는?”“뭐?”민여진은 뒤늦게야 박진성이 묻고 싶은 게 무엇인지 눈치챘다. 박진성은 지금 민여진에게 자신을 필요로 하느냐를 묻고 있었다.예상 못 한 질문에 민여진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열이 오른 손바닥에는 땀이 맺혔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준 사람은 바로 강태화였다.“대표님, 여진 씨, 연애는 병원 도착해서 하시죠, 네? 대표님 지금 얼굴도 붓기 시작했고, 숨쉬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이 상태로 그냥 뒀다간 정말 큰일 나요!”박진성은 더 질질 끌지 않고 곧바로 뒷좌석에 올라타 민여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박진성의 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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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네가 기뻐할 줄 알았어

이렇게 쉽게 떠나버린 거야?알레르기 반응으로 몸과 얼굴에는 붉은 발진이 가득 차고 호흡까지 힘든 이 상황에 민여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냥 떠나버렸다.“진성 씨... 왜 그래요? 여진 씨가 떠난 게 뭐가 어때서 그래요?”문채연은 박진성과 단둘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박진성의 옆에 앉았다.“내가 진성 씨 옆에 같이 있어 줄게요.”하지만 문채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박진성은 몸을 일으켜 자신의 팔에 꽂혀있던 수액 바늘을 뽑아버렸다.“진성 씨! 뭐 하는 거예요?”문채연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박진성은 빨개진 눈동자로 모든 것을 무시한 채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는 급히 아무 차나 잡아타고 다시 저택으로 향했다. 알레르기 증상은 그대로였고 팔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그럴수록 분노만 밀려왔다.‘민여진, 어떻게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가 있어? 내 상태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저택 2층.민여진은 발코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는 듯한 그녀의 두 눈동자는 텅 비어 아무 감정도 없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 그녀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박진성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고, 혼란스러워서... 무서웠다.갑자기 다정해진 박진성이 무서웠다.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뀐 듯한 그의 모습이 민여진의 마음을 끊임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했다. 엄마도 살아있고, 박진성의 매정함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박진성이 문채연과 결혼하게 된다면, 민여진은 아무 미련 없이 엄마에게 돌아갈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던 사이, 방 문이 세게 열렸다. 예기치 못한 인기척에 민여진은 깜짝 놀라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거센 박진성의 손이 민여진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는 온몸으로 강렬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민여진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박진성 씨?”민여진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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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그녀를 잃게 되는 걸까?

예전으로 돌아가자니...민여진은 무언가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점점 북받쳐 오는 감정이 뜨거워진 눈가가 빠르게 촉촉해졌다.“우린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말은 단호하게 했지만 사실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9일만 버티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두 사람은 예전처럼 서로 예의를 지키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서로를 괴롭게 해봤자 두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었다. 아예 마음을 닫고 평생 무감각하게 살기만 하면 이렇게 흔들릴 일도 없을 테니 민여진은 그거면 충분했다.결국, 민여진이 입을 열었다.“진성 씨, 이번 생에는 딱히 바라는 것도 없어. 난 그냥 엄마만 있으면 돼. 엄마만 무사하다면, 진성 씨가 약속을 지켜준다면, 나도... 최대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노력해볼게.”민여진은 애써 용기를 내어 해본 말이었지만 뜨거웠던 박진성의 눈동자는 점점 차갑게 식어만 갔다.민영미가 무사하기만 하면 된다고?그렇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민영미는 이미...박진성은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9일 후면 민여진은 민영미와 만나게 된다.만약 민여진이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정말 민여진을 잃게 될까?활기차고 생기 넘기는 민여진을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건 아닐까?“박진성 씨...”힘이 잔뜩 들어간 박진성의 손아귀에 민여진이 고통 섞인 신음을 흘렸다.뒤늦게 눈치챈 박진성이 다급히 손을 놓아주었다.“응.”박진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그럼 우리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보자.”말을 마치자마자 박진성은 거울 속에 비진 또 다른 자신을 보았다. 거울 속의 박진성은 진지하고 불안해 보였다.그는 또 다른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이 9일이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9일 동안 그는 최선을 다해 민여진의 사랑을 얻어야 했다.사랑만이 민여진을 죽음으로 밀어 넣지 않을 것이고, 박진성을 사랑해야만 민여진은 끝까지 살아갈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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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민여진 때문에 날 내쫓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박진성은 문채연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했다.문채연이 싫어졌다고?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누가 뭐라 해도 문채연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박진성은 문채연에게 이런 생각을 품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박진성이 단호히 부정하다 문채연의 표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더니 옆으로 천천히 다가와 앉았다.“그런데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거예요? 아무리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도 건강이 더 중요한 법이에요. 알겠죠?”“응.”박진성은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 굳게 닫힌 방 문으로 향했다.그의 시선을 따라 문 쪽을 힐끗 본 문채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으며 말했다.“진성 씨... 뭘 보고 있는 거예요? 뭐가 필요해요?”박진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민여진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물 떠다 주기로 했는데.”문채연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다.“여진 씨... 는 내가 나타나자마자 나한테 컵을 전해줬어요. 아마 우리 단둘이 편하게 있으라고 굳이 안 올라오는 것 같아요.”단둘이 있을 만한 시간을 줬다는 건가?박진성이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민여진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예전부터 민여진은 굳이 다른 사람과 다투고 경쟁하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비록 박진성은 매번 그녀에게 매정하게 굴었다.“내가 너랑 만나는 이유는 오직 문채연 때문이야. 너 같은 여자는 거들떠보기도 싫어.”이런 말을 들어도 민여진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다가 억지로 참아내며 다시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알겠어.”여태껏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박진성은 마음이 아팠다. 이때까지 자신이 민여진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차가웠던 걸까?“밖에 춥잖아. 거실엔 난방도 안 되는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지. 내가 가서 불러올게.”박진성은 이불을 걷어내고 수액 손에 쥔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의 행동에 문채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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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너랑 결혼할 거야

그 약속이라면 박진성은 당연히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그해, 화염 속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줬던 문채연에게 그는 무려 목숨을 빚진 사람이었다.“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한참이 지나자 박진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민여진은 우리 때문에 감옥살이도 하다 나왔고, 제일 소중하게 여기던 어머니도 잃었어. 이제 민여진에게는 삶을 살아갈 다른 이유가 필요해.”박진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어렸다.“우리가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는 속죄를 해야 하지 않겠어?”“하지만…”문채연은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입술을 달달 떨었다.예전에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 속죄를 해야 한다고?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만약 박진성이 진짜 민여진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리 없다는 걸 문채연은 알고 있었다. 설마 정말 민여진을 사랑하게 된 걸까?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안에 문채연은 이를 꽉 물고 눈시울을 붉혔다.“이거 아니어도 속죄할 방법은 많잖아요.”“하지만 이 방법이 제일 빠르잖아. 시간이 없어.”박진성은 문채연의 말을 끊고 민여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떼지 않았다.문채연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채연아, 너는 조금의 죄책감도 안 들어? 민여진은 우리 때문에 감옥까지 갔다 왔어. 그것도 모자라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걸 두 개나 잃었는데. 너도 알잖아. 그날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얼마나 절망적이었을지.절망감과 슬픔으로 엉망이 된 민여진의 얼굴을 떠올리자 박진성은 다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다.“나는 그냥 민여진이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갔으면 할 뿐이야. 모든 일이 다 끝나면, 그땐 너랑 결혼할 거야.”그는 조금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랑도 없었고 일말의 애정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듯한 말투였다.문채연은 극도의 분노에 휩싸였지만 그녀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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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왜 나를 거부하는 거야?

이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하는 조용한 성격은 모두 박진성의 압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려던 그때, 밖에서 강태화가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손에 수액 팩을 들고 있는 박진성을 보자마자 강태화는 사고회로가 멈춰버린 듯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대표님, 2층에서 수액 맞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갑자기 왜 내려와 계신 거예요?”수액 줄을 타고 역류한 박진성의 피를 발견하자 깜짝 놀라 안으로 들어왔다.“피가 왜 이렇게 많이 역류한 거예요?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무리하시면 안 되죠. 벌써 이렇게 많이 부었는데, 이 정도면 혈관 막힌 거예요. 치료하실 생각이 있긴 하신 거예요?”강태화는 치밀어 오르는 화에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었다. 의사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환자는 또 처음이었다. 그에 비해 민여진은 너무 순종적이었다.“반대쪽 팔에 놔 드릴 테니까 이번엔 절대 움직이시면 안 돼요. 더 부으면 이젠 찌를 혈관도 없어요.”강태화가 다시 링거 바늘을 꽂는 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민여진은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많이 역류한 건가요?”“당연하죠, 링거 줄 절반 넘게 피가 차 있었는데!”강태화는 계속 중얼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위에서 분명 얌전히 계셨잖아요. 굳이 왜 내려오신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여진 씨를 부르셨어야죠. 자꾸 움직이셔서 카테터도 빠졌잖아요. 안 아프셨어요?”박진성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평온하게 대답했다.“민여진이 아래층에 있었어.”“나?”민여진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네가 하도 안 올라와서 내려온 거야. 1층에는 난방도 안 되는데. 또 너 호자 떨고 있을까 봐 부르러 내려온 거야.”“나는 그냥...”민여진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박진성이 왜 민여진을 신경 쓰는 걸까?정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무슨 이유였든지 네가 아래층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박진성은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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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임신을 위해서가 아니야

남자의 힘은 셌고 민여진의 가녀린 어깨는 박진성의 한쪽 팔에 꽉 안겨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고개를 재빨리 돌린 민여진이 말했다.“놔.”“대답부터 해.”박진성의 눈동자는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 두 사람이 아무리 가깝게 지내도 둘의 관계에는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설마 민여진의 마음은 여전히 방현수에게 가 있는 걸까? 되돌리려 해도 되돌릴 수 없는 건가?민여진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도 굳이 박진성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지만 민여진의 몸은 본능적으로 온 힘을 다해 박진성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몸을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모르겠어.”“내가 맞혀볼까?”박진성의 시선은 민여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채연이 때문이야? 아니면 방현수? 그것도 아니면, 아기 때문인가?”아이 얘기가 나오자 민여진의 동공이 본능적으로 흔들렸다. 박진성은 그런 민여진의 변화를 바로 캐치하고 표정을 찌푸렸다.박진성이 말한 아이는 오늘 두 사람이 발견한 차 안에 갇혀 있던 아이였지만 민여진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그녀가 생각하는 아이는 아마도 자신과 민여진 사이에 생겼던,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아이처럼 보였다.설마 그사이에 박진성이 모르는 일이 있었던 걸까?박진성은 자신이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에 인상을 구겼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이 그를 휩쌌다.그는 민여진의 머리 위에 턱을 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민여진에게 왜 아이를 지웠냐고 감히 물을 수 없었다. 그 얘기는 둘 사이의 아픔이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 고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게 분명했다.“나... 나 먼저 갈게.”민여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재빨리 박진성의 품에서 벗어나 벽을 더듬거리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옷이 젖어버린 탓에 민여진은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옷을 갈아입은 민여진이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에서는 강태화가 들고 온 약 냄새가 진동했다. 거실로 내려온 민여진을 발견한 강태화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마침 잘 오셨네요, 민여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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