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221 - Chapter 230

248 Chapters

제221화 꿈에서 깰까 두려워

마치 박진성이 이 미친 짓으로 민여진에게 뭔가를 전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민여진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박진성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제야 민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박진성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민여진.”민여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낮게 가라앉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민여진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며 조심스레 물었다.“괜찮겠어?”박진성의 질문이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는 아주 명확했다. 민여진은 박진성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꺼낸다는 게 너무 낯설었다. 만약 민여진이 여기서 고개를 젓기만 한다면 박진성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면서도 조금의 주저 없이 그녀를 놓아줄 것만 같았다.민여진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진성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대답 안 하면, 나도 무언의 동의라고 받아들일게.”...모든 것이 끝나자 민여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박진성은 그녀를 품에 안아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겨준 후,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레 다뤘다.박진성은 잠에 빠졌지만 민여진은 여전히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지만 민여진은 억지로 눈을 뜨고 있었다. 마치 언젠가 한 줄기 빛이 자신의 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녀는 그 한 줄기 빛으로 자신의 곁에 누워 있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정말 그 차갑고 매정한 박진성이 맞을까?왜 갑자기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이제 박진성은 민여진이 살아있기만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차가운 비를 뚫고 그녀를 지켜주려 했다.몸 상태 때문에 임신 여부는 딱히 걱정되지 않았지만 민여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 수 없었다.그녀는 지금 이 모든 것이 그저 한낱 꿈에 불과할까 두려웠다. 이대로 잠에 들면 자신의 꿈이 깨져버릴까 봐 무서웠다.그러면 민여진은 다시 차갑고 잔인한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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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우리 관계에 진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

“계란도 같이 먹어. 단백질이잖아.”숟가락을 들던 민여진이 동작을 잠시 멈추었다.그 변화를 눈치챈 박진성이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민여진이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의 동작에는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 계란을 막 떠 입에 넣으려 하던 순간, 서원이 급히 민여진을 말리며 그녀의 숟가락을 빼앗았다.“여진 씨! 방금 선생님께서 약 먹은 두 시간 뒤에는 절대 계란을 드시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뭐?”박진성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민여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민여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별거 아니니까.”“속 뒤집히고 토하고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그게 별거 아니라고요?”서원도 화가 났는지 말을 덧붙였다.“설마 벌써 잊은 거예요? 겨우 한 입 먹고, 어떻게 됐었는지? 방금엔 저 계란을 한입에 다 넣으려고까지 했잖아요!”민여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창백해진 박진성의 얼굴은 점점 파랗게 질려갔다.서원이 진심으로 민여진을 걱정하는 듯 말하는 그 목소리도 짜증 났지만 민여진에게 더 화가 났다.그는 한 손으로 민여진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채며 말했다.“계란 먹으면 안 된다는 거 뻔히 알고 있었잖아. 왜 거절 안 했어?”서원이 말리지만 않았어도 민여진은 그 계란을 입에 넣고 말았을 것이다.“말했잖아... 별거 아니라고...”아파오는 손목에 민여진의 얼굴도 이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박진성의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뜨거운 그의 손바닥으로 박진성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럼 너한테 중요한 건 대체 뭔데? 그래, 넌 죽는 것도 안 무서우니까 별거 아니겠지. 죽겠다고 투신까지 한 사람한테 이깟 계란이 뭐가 무섭겠어?”민여진이 입술을 달싹였지만 변명할 기력이 없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 모습에 박진성은 더 화가 났다.“민여진,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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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감당할 수 없어

박진성은 민여진이 오직 민영미 때문에 그 많은 음식을 다 비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박진성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소화제 하나를 꺼내 민여진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제 가자.”시계를 한 번 확인한 박진성은 민여진에게 외투를 둘러주며 그녀를 데리고 함께 마당 밖으로 나갔다.서원이 두 사람을 따라가려 하자 박진성이 그를 막았다.“넌 오늘 집에 있어. 단둘이 따로 볼 일이 있으니까 굳이 안 따라와도 돼.”박진성이 민여진과 함께 집을 떠나자 강태화는 서원의 팔을 붙잡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넌 참 눈치도 없지. 딱 보면 몰라? 오늘 두 분이 데이트하러 가는 거잖아. 거길 끼려고 해?”“데이트요?”서원이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그럴 리가요?”“왜 말이 안 돼?”자세한 사정을 몰랐던 강태화가 손수건을 털며 말했다.“두 분 사이가 좀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서로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해.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걸 거야. 이제 그 오해가 풀렸으니 같이 밥 먹으러 가고 데이트도 나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서원은 차가 떠난 방향을 계속 주시하며 멍하니 서 있었다.오직 서원만이 둘의 복잡한 사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박 대표님...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에요...’민여진은 조수석에 올라탔고 운전대는 박진성이 직접 잡았다. 가는 내내 민여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안전벨트를 꼭 잡고 있었다.“진성 씨... 어디 가는 거야?”“가보면 알아.”민여진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또 애견카페 가는 거야?”“아니.”그 말에 박진성이 가볍게 웃었다.“난 똑같은 수법 두 번 안 써. 맞힐 거면 다른 쪽으로 맞혀 봐.”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었던 민여진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갈피를 못 잡는 민여진에 박진성이 힌트를 주었다.“네가 가고 싶은 곳.”민여진이 가고 싶은 곳이라고?그 말에 민여진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릴 적, 그녀는 가고 싶은 곳이 아주 많았다.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바깥세상을 볼 기회에 민여진에게는 없었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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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내가 네 눈이 되어줄게

그녀가 차에 오르려 하자 박진성은 뒤에서 민여진을 힘껏 끌어안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민여진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박진성은 천천히 민여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오늘 하루는 나한테 맡겨. 내가 네 눈이 되어줄게. 관람차 위에서 풍경을 볼 수 없다고 해도, 내가 다 설명해줄게. 롤러코스터를 타도 그 스릴 내가 느끼게 해줄게. 눈을 잃었다고 삶의 희망까지 잃을 필요는 없어. 여진아, 나 한 번만 믿어줘.”박진성의 믿어달라는 말에 민여진은 먼 곳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흥분한 듯한 환호성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박진성은 민여진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이 놀이공원 역시 그의 투자로 지어진 곳이었지만 박진성은 민여진과 함께 줄을 서며 그 설렘을 함께 즐겼다. 폐쇄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던 그때, 박진성이 입을 열었다.“여긴 관람차야.”민여진은 긴장감으로 식은땀 어린 손을 유리창에 꼭 대고 있었다. 잠시 후, 관람차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박진성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시간이 얼마 없을까 봐 일부러 일정을 좀 앞당겼어. 사실 여긴 밤에 오던 더 예쁘거든. 불빛들이 알록달록해서.”그는 차가운 손으로 민여진의 손을 잡으며 유리창을 함께 매만졌다.“저기엔 회전목마가 있어. 저걸 중심으로 모든 놀이기구가 있는데, 오늘 사람 진짜 많아. 그리고 저기, 이거 다 타면 저기 가서 롤러코스터를 탈 거야.”그는 민여진의 손을 잡고 유리창을 하나하나 짚으며 놀이기구의 방향을 얘기해 주었다. 그 덕에 민여진의 머릿속에는 대충 놀이공원의 그림이 떠올랐다.관람차에서 내리자 민여진은 박진성이 자신에게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의 얼굴은 가까이 붙어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 박진성의 피부에서 전해지는 열기와 고른 숨결이 느껴졌다.민여진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이게 가자.”뒤에서 민여진을 바라보는 박진성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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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난 여자친구가 아니야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민여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난 그 사람 여자친구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그래요, 그럴 줄 알았어요!”여자는 기쁜 듯 웃으며 민여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는 점점 더 못 봐주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뭔 개똥을 밟았나. 어떻게 저런 잘생긴 남자랑 이런 곳을 와요? 뭐, 저 사람도 그쪽이 불쌍해서 같이 데리고 와 준 거겠죠? 못생긴 것도 모자라 눈까지 멀었으니. 여기서 뭐라도 해보려는 거 아니에요?”불쌍하다고?민여진이 잠시 멈칫하자 여자는 뭔가를 알아냈다는 듯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거 봐요, 내 말 맞죠? 그쪽도 그렇게 생각했죠? 안 그러면 저렇게 완벽한 남자가 왜 그쪽이랑 같이 있겠어요?”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진성이 나타났다. 그는 민여진의 곁에 있던 여자를 보고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여진아, 무슨 일이야?”민여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박진성은 다시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이 여자는 누군데?”여자는 박진성을 보자마자 눈웃음을 치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이분이 좀 불편해 보이셔서, 지나가다가 걱정돼서 한 번 와 봤어요.”“그래요?”박진성은 여자를 한 번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가보세요.”여자는 박진성이 자신의 유혹에도 넘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조금 당황한 듯한 걸음 다가갔다.“저기, 이봐요. 여자분 지금 멀미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예전에 비슷한 증상이 있었거든요. 진짜 잘 드는 약 하나 있는데, 카톡 알려주시면 제가 알려드릴게요.”유치하기 그지없는 헌팅 수법에 박진성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제 여자친구가 여기 있어서요.”“여자친구요?”여자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여전히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는 민여진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저기요, 농담도 참. 저분이 어떻게 여자친구예요? 거절할 거면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대셔야죠. 아까 물어보니까 여자친구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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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계속 나를 좋아해 줘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속죄하려는 거라고 말 안 해도 돼. 비록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짧고 2년 동안 속 깊은 대화를 나눈 횟수도 손에 꼽지만 난 당신이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진짜 박진성이라면, 설령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더라도 돈이나 다른 방법으로 보상하려고 했지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질문에 박진성 자신도 잠시 멍해졌다. 왜냐고?그는 민여진이 마지막 남은 삶의 희망을 잃는 것도,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무엇보다 민영미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민여진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주려 했다.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순 없었다.민여진은 박진성의 망설임을 느끼고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동정이야? 진성 씨?”속죄가 아니라 동정이었다. 길가의 개나 거지에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동정말이다.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맴돌았다.“정말 그런 이유라면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고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게다가 어머니를 만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부족해. 턱없이 부족해!”박진성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민여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입을 열려는데 박진성이 성큼 다가왔다.“내가 왜 이러는지 물었잖아?”박진성은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얼굴을 감싸 쥐고 거침없이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민여진의 귓가에 속삭였다.“이게 답이야, 민여진. 난 너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니 날 계속 사랑해 줘.”민여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서 심하게 몸을 떨고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숨을 고르며 고개를 떨궜다. 머릿속이 멍해졌다.결국 민여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게 박진성의 충동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무슨 계획이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문채연도 있지 않은가.나머지 여정은 이어지지 않았다. 민여진은 차에 타 안전벨트를 매면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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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다시는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

“좀 더 긴 걸로 주세요.”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고 변명했다.“짧으면 춥잖아요.”민여진은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지만 집에는 그 외에도 강태화와 서원이 있었다. 그래서 치마가 짧아 다리가 드러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채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럼 이건 어떠세요?”“목 부분이 너무 넓어요.”“이건요?”“등이 파였잖아요.”결국 민여진이 직접 하얀 니트를 골랐다. 채리의 눈이 반짝였다.“여기에 검은색 타이트 스커트를 매치하면 딱 좋겠네요. 따뜻하기도 하고 또...”빈틈없이 꽁꽁 싸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채리는 하마터면 뱉을 뻔한 말을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민여진 씨, 탈의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먼저 입어 보시겠어요?”“네, 고마워요.”민여진은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만져보니 꽤 비싼 옷감이었다. 박진성의 아내였을 때도 이런 대접은 받았지만 지금은 어쩐지 낯설었다. 조심스레 옷을 입는데, 단추를 덜 풀었는지 아니면 옷을 뒤집어 입었는지 머리에 옷이 걸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민망함에 그녀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작게 말했다.“저기요?”탈의실 앞을 지키고 있던 박진성이 대답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박진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침없이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옷이 머리에 걸린 여자의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모습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무슨 일이야?”박진성은 순간 호흡이 거칠어졌다. 민여진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흔드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민여진은 당황스러웠다. 이렇게까지 티가 나는데 모르겠다는 말인가?“머리가 옷에 끼었어.”“칠칠맞게. 내가 도와줄게.”도와준다더니 박진성의 손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살집이 별로 없었다.민여진은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박진성이 말했다.“옷 찢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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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그녀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어

채리는 미리 직원들에게 일러두었다. 직원은 문채연의 말을 듣고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문채연 씨. 사장님께서 오늘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고 계셔서 지금은 시간을 내기 어려우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사장님께서 일이 끝나시는 대로 바로 오실 겁니다.”“뭐라고?”문채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양성에서 거의 모든 매장의 VIP 고객인 그녀가 이정화 앞에서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그녀는 분을 삭이며 물었다.“중요한 손님? 나보다 더 중요한 손님이 있다는 거야?”직원은 형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바로 박진성 씨입니다.”“진성이?”이정화는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다. 문채연은 더욱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진성 씨였구나. 그럼 채리를 더 불러야지. 진성 씨 지금 어디 있어? 채리랑 같이 있어?”직원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문채연 씨, 죄송하지만 고객의 개인 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문채연의 미소가 굳었다.“내가 진성 씨랑 무슨 사이인지 몰라서 그래? 개인 정보는 무슨! 내 앞에서 그 사람이 숨길 게 뭐 있어?”“그게...”점원은 망설이며 말했다.“하지만 박 대표님께서 오늘 다른 분과 함께 오셨는데, 문채연 씨와 마주치는 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다른 사람이랑?”문채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곧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누군데?”“여자분입니다.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문채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누구인지 뻔했다. ‘박진성이 민여진을 데리고 나오다니? 미쳤나? 여기서 아는 사람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큰데? 박진성은 민여진이 자기 눈 버리는 것도 모자라 남들 눈까지 더럽히겠다는 건가?’이정화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성이가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누군데?”문채연은 이정화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민여진 씨일 거예요. 요즘 진성 씨가 민여진 씨랑 가깝게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전 진성 씨랑 단둘이 만난 지도 한참됐어요...”“뭐라고?”이정화의 얼굴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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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박 여사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까?

‘그녀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 말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민여진의 가슴에 박혔고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도 이정화만큼은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이정화의 모든 말, 모든 단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가슴을 도려냈다.민여진은 몸을 떨었다. 박진성은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어머니, 말씀이 너무 심하세요.”“심하다고?”이정화는 박진성의 굳은 얼굴을 보며 처음으로 아들과 자신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었다. “내가 내연녀를 보고 웃으면서 딸처럼 대해야 한다는 거야?”“민여진은 내연녀가 아니에요!”박진성은 이를 악물었다. “민여진과 저는 혼인...”“진성 씨!”그저 구경만 하려던 문채연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그녀의 눈에는 극심한 불안감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드러났다.‘박진성은 방금 이정화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 그녀와 그동안 함께 있어 줬던 여자가 실은 그녀가 말하는 내연녀라고? 그리고 그들 두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부 사이라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떤 입장이 된단 말인가? 정말 미쳤어!’문채연은 불안감에 이가 덜덜 떨렸다.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박진성에게 애원하며 이정화의 팔을 붙잡았다.“괜찮아요, 어머니. 진성 씨가 민여진 씨를 데려온 건 그냥 옷을 사주려고 그랬을 거예요. 저...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그냥 가요...”가겠다고 말하면서도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는 문채연이었다.이정화는 분노와 억울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어머니!”“어머니!”박진성은 황급히 달려가 이정화를 부축했다. 민여진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이정화의 병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정화의 곁으로 달려가 가슴팍의 약병을 찾았다.“만지지 마!”이정화는 그녀의 손을 탁 쳐내며 떨리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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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화났어

이정화는 민여진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여자는 집에 처박아 두기나 해. 다시는 밖에 데리고 나오지 말고.”말을 마친 이정화는 쇼핑할 마음이 사라졌는지 문채연과 함께 매장을 나섰다.민여진의 얼굴은 창백했다. 부끄러움 같은 건 이제 느끼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정화의 ‘내연녀’, ‘이런 여자’라는 말에 그동안 쌓아온 의지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민여진, 괜찮아?”박진성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민여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괜찮아.”민여진은 정신을 차리고 박진성의 손길을 피했다.박진성은 손이 허전해지자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민여진의 손목을 붙잡았다.“화났어? 채연이랑 어머니 사이 알잖아. 어머니가 널 내연녀로 오해해서 심한 말씀을 하신 거야. 기분 나쁜 건 당연하지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어.”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난 박 여사의 말이 심해서 기분 나쁜 게 아니야.”“그럼 왜 그래?”박진성은 영문을 몰랐다.민여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돌아가자. 좀 피곤해.”집에 돌아온 민여진은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토라진 게 아니었다. 그냥 이정화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뿐이었다.‘그래. 나 같은 여자는 절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인데 이제 와서 박진성의 말 몇 마디에 흔들리면 안 돼.’민여진은 지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이대로도 괜찮아. 그냥 햇빛도 못 보는 내연녀로 살지 뭐. 엄마가 살아있는 한 나는 괜찮아.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생각할 자격도 없으니까.’아침까지 잠을 자던 민여진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보일러를 켜지 않은 게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깨어나 보니 방은 따뜻했다.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 민영미가 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던 것이다. 옷을 입고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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