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민여진은 정수향의 팔을 꼭 껴안고 말했다.“엄마,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요. 아빠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앞으로 내가 엄마 지켜줄게요.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 잘살 거예요.”민여진은 졸음에 못 이겨 잠들었지만 정수향은 눈을 뜬 채 마음이 뭉클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진짜 민영미라면 뭐라고 했을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정수향은 민여진이 잠든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밖으로 나가니 박진성이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그는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1층을 바라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민여진이 그쪽을 의심하던가요?”정수향은 고개를 저었다.“전혀요. 민여진 씨는 아주 순진해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성격이에요. 그럼 제가 해명할 수 있고요. 지금쯤이면 제가 민영미라고 완전히 믿고 있을 거예요.”“그래요.”박진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민여진은 눈치 빠르고 예민한 사람이에요.”“알겠습니다.”“그리고 내일 민여진이랑 외출하세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 저도 안심하고 볼일을 볼 수 있으니까. 생필품 같은 걸 사러 가자고 하세요.”...다음 날, 민여진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다.서원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내려오는 민여진의 밝은 모습과 얼굴에 감도는 생기는 그를 잠시 놀라게 했다.“민여진 씨, 좋은 아침입니다.”“서원 씨, 좋은 아침이에요.”민여진은 인사를 하고 나서 말했다.“잘 왔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슈퍼에 가서 벨벳 천이랑 바늘, 실 좀 사다 줄 수 있어요?”“그런 건 뭐에 쓰시려고요?”“쓸 데가 있어요.”서원은 더 묻지 않고 말했다.“같이 가시죠.”“네?”“벨벳 천이 어떤 건지, 저 같은 남자는 잘 모르잖아요. 민여진 씨가 직접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날이 너무 추워서 몸이...”“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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