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Bab 231 - Bab 240

296 Bab

제231화 민영미를 다시 만나다

예전에도 그녀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이정화의 말처럼 볼품없는 존재였다.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상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민 여사님을 집 앞까지 모셔왔습니다. 바로 들어가시게 할까요, 아니면...”민여진은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흐릿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상우가 모시고 들어갈까요라고 말하기 전에 박진성은 그의 말을 끊었다.“잠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전화를 끊은 박진성이 물었다.“네가 직접 나가서 맞이할래? 데려다줄게.”민여진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비록 얼굴은 추하지만 민영미에게 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박진성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온 민여진은 곧장 대문으로 향했다.멀리서부터 박진성은 대문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비록 민영미와 목소리만 비슷한 낯선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전히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전혀 관계없는 타인이었는데 민영미의 옷차림, 행동거지, 그리고 얼굴까지 모든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박진성은 마음속 불안감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엿보았다.그녀는 엄청난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과연 완벽하게 민여진을 속일 수 있을까?“여진아? 너니?”민여진이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자 초췌함 속에 희미한 미소를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슴은 뜨겁게 끓어올랐다.“엄마...”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손을 뻗었다. 중년 여자는 민여진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네 얼굴은... 그리고 눈은? 괜찮아?”민여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조금 다친 것뿐이에요. 진성 씨가 치료해 주고 있어서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민여진의 말은 단순한 핑계였지만 박진성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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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당신은 알레르기가 아니었나요

민여진은 민영미에게서 은은한 계수나무 향기를 맡았다. 짙은 향은 아니었지만 민여진은 예민하게 반응했다.빈민가에 살던 시절, 마을 어귀의 계수나무를 지날 때마다 민영미는 코를 막고 기침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민영미는 계수나무 알레르기가 있었다. 냄새만 맡아도 온몸이 가렵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왜 그래?”정수향은 민여진이 갑자기 굳은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민여진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그냥 엄마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서요. 무슨 향수인가요?”“아.”정수향은 안심하며 웃었다.“내가 무슨 향수를 뿌리겠어. 호텔 방에 있던 향초 냄새가 옷에 밴 것 같구나.”“계수나무 향이라고요?”“맞아.”정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그 냄새 맞을 거야.”민여진은 순간 손끝에 힘을 주었다. 박진성 역시 이상함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난...”민여진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눈빛은 멍했다.“엄마는 계수나무 알레르기 있잖아요. 어떻게 계수나무 향이 나는 방에 온종일 있을 수 있었어요?”민여진의 질문에 정수향은 굳어진 얼굴로 박진성을 바라보았다. 박진성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민여진이 아니었기에 민영미가 계수나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계수나무 향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 아니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민여진이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박진성은 재빨리 말했다.“꽃가루 알레르기겠지.”“맞아.”민영미는 박진성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계수나무 향 자체는 좀 불편하긴 했지만 알레르기는 없어. 나는 꽃가루에만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그래요?”민여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민영미는 계수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콧물을 흘리고 기침하며 속이 메스꺼워했었다.“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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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나는 너의 마음이 필요하다

민여진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붉어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진성 씨, 고마워요.”그녀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고 눈빛에서는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눈빛은 박진성을 기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가슴을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게 했다.민영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민여진만 모르고 있었고 그녀를 속이기 위해 그는 가짜 세상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고맙다'라는 말은 그에겐 견디기 힘든 무게로 다가왔다.“고맙다는 말 싫다고 했잖아.”박진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두 사람 오랜만에 만났으니 할 이야기가 많겠지. 난 서재에서 일 좀 하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올라와.”박진성은 계단을 올라 서재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민여진의 미소와 민영미의 비참한 죽음이 그의 머릿속에서 겹쳐지면서 그는 극심한 갈등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똑똑...그때,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박진성은 고개를 들었다. 민여진이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서재 문을 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박진성은 의자에 기대앉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네 엄마랑 얘기해야지 여기는 왜 왔어?”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문을 닫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진성 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민여진이 큰 결심을 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박진성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뭔데?”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그게... 엄마를 당분간 이 별장에 머물게 해 주면 안 될까?”그녀는 곧바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그냥 엄마가 오가는 게 불편할까 봐 그래. 조용히 계시도록 할 테니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그게 다야?”민여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박진성은 의자에 기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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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그이랑 상관없어

민여진은 박진성이 고개를 드는 그 순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강렬한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앞이 깜깜했지만 그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머물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민여진은 눈을 내리깔았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박진성은 다시 몸을 숙여 민여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다정하게 속삭이며 마치 평생의 인내심을 쏟아붓듯 공략해 왔다.“진성 씨...”민여진은 그를 밀어냈다. 극도로 어색하고 불편했다.“이러지 마...”“이러지 말라는 게 뭔데?”박진성은 검은 눈동자로 깊숙이 물었다.“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 키스하는 거? 아니면 방금 전에 했던 말?”민여진은 박진성의 팔을 꽉 붙잡았다. 박진성의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말해, 민여진. 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뭐든지 말해. 다 들어줄게. 다 약속할게.”결국 민여진은 서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벽을 짚고 걸음을 재촉하는 걸 보고 정수향이 계단에서 의아하게 불렀다.“여진아?”민여진은 멈칫 발걸음을 멈추자 정수향이 다가와 소매로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왜 그래? 뭐가 그렇게 급해? 앞도 안 보이는데 조심해야지. 넘어지면 어쩌려고?”“아무것도 아니에요.”민여진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숙였다.민여진의 입술에 남은 흔적을 본 정수향은 바로 눈치를 채고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난 밖에 살아도 괜찮다고 했잖아. 너한테 안 오는 것도 아니고 매일 아침마다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사람도 있어.”“하지만...”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대답했다.“겨울인데 너무 춥잖아요.”민영미는 겨울을 제일 싫어했다. 겨울이 되면 무릎이 아프고 몸 전체가 쑤셨기 때문이다.젊었을 적 한겨울에 강가에서 남의 빨래를 하다 얻은 병이었다.“참.”민여진은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했다.“엄마, 무릎은 이제 괜찮으세요? 아직도 아파요?”정수향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별로 안 아파. 많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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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잠들기 전, 민여진은 정수향의 팔을 꼭 껴안고 말했다.“엄마,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요. 아빠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앞으로 내가 엄마 지켜줄게요.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 잘살 거예요.”민여진은 졸음에 못 이겨 잠들었지만 정수향은 눈을 뜬 채 마음이 뭉클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진짜 민영미라면 뭐라고 했을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정수향은 민여진이 잠든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밖으로 나가니 박진성이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그는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1층을 바라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민여진이 그쪽을 의심하던가요?”정수향은 고개를 저었다.“전혀요. 민여진 씨는 아주 순진해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성격이에요. 그럼 제가 해명할 수 있고요. 지금쯤이면 제가 민영미라고 완전히 믿고 있을 거예요.”“그래요.”박진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민여진은 눈치 빠르고 예민한 사람이에요.”“알겠습니다.”“그리고 내일 민여진이랑 외출하세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 저도 안심하고 볼일을 볼 수 있으니까. 생필품 같은 걸 사러 가자고 하세요.”...다음 날, 민여진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다.서원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내려오는 민여진의 밝은 모습과 얼굴에 감도는 생기는 그를 잠시 놀라게 했다.“민여진 씨, 좋은 아침입니다.”“서원 씨, 좋은 아침이에요.”민여진은 인사를 하고 나서 말했다.“잘 왔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슈퍼에 가서 벨벳 천이랑 바늘, 실 좀 사다 줄 수 있어요?”“그런 건 뭐에 쓰시려고요?”“쓸 데가 있어요.”서원은 더 묻지 않고 말했다.“같이 가시죠.”“네?”“벨벳 천이 어떤 건지, 저 같은 남자는 잘 모르잖아요. 민여진 씨가 직접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날이 너무 추워서 몸이...”“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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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녀가 간 줄 알았어요

서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민여진은 두 걸음쯤 걷다가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닫고 불렀다.“서원 씨?”“네.”서원은 곧바로 민여진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테라스를 걸었다.민여진이 물었다. “왜 그래요? 갑자기 말도 없고... 무슨 일이에요?”서원은 민여진의 밝은 미소와 다정한 모습을 보며 목이 메었다. 갑자기 박진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거짓말이 계속 이어진다면 민여진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까?’“아니에요. 아까 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보고 차가 오는지 살펴봤을 뿐이에요.”“아이들은 다 그렇죠.”민여진의 미소가 잠시 사라졌다 금세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저택은 가까이에 있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원에 도착했다.서원이 현관에 거의 다 왔을 때, 저 멀리 큰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박진성은 슬리퍼를 신고 두꺼운 외투 안에는 얇은 셔츠 한 장만 입은 채 매서운 바람 속에 서 있었다.그는 민여진을 보자 잔뜩 긴장했던 얼굴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민여진을 품에 안았다.“왜 갑자기 나갔어?”박진성은 차갑게 물으며 서원을 노려보았다.“말도 없이 나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거 몰라?”“엄마?”민여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엄마 깨셨어? 미안해. 일찍 일어나서 빨리 다녀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다들 깨어 있을 줄은 몰랐어.”“어머니는 안 깨셨어. 내가 깬 거지.”박진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장한 채 민여진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그는 1층 현관문이 열려 있고 민여진의 신발 한 켤레가 없어진 걸 발견하고서야 민여진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순간, 그의 가슴은 끓어올랐고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민여진은 왜 나갔을까? 왜 아무 말도 없이 나갔을까? 도망친 걸까? 정수향의 정체를 알아채고 꾹 참고 있다가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떠난 걸까?’그런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정말 그렇다면 평생 민여진을 다시는 못 볼지도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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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그는 티끌만큼도 용납하지 않는다

차가운 대답에 화가 안 났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민여진은 소파에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박진성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 주었다.“손 좀 녹여. 밖에 오래 서 있었으니 엄청 추웠겠다.”박진성은 민여진을 봤다. 빨갛게 언 코와 손을 보니 화가 반쯤 풀렸다.그는 찻잔을 받아들고 물었다.“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민여진은 고개를 저었다.“나가더라도 나한테 먼저 말을 하고 나가야지. 같이 가면 되는데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면 네 어머니가 걱정하잖아. 그럼 난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건데?”민여진은 고개를 숙였다.“당신이 그렇게 일찍 일어날 줄 몰랐어.”“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내 방에 와서 노크해.”그는 더 이상 민여진이 서원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서원이 아무리 착실하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모래알 하나도 용납되지 않았다.“알았어.”민여진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진성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는 화제를 돌리며 테이블 위에 놓인 짐들을 바라보았다.“뭘 샀어?”그 말에 민여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가방에서 천을 꺼내며 말했다.“겨울에 쓸 천을 샀어.”“이걸로 뭐 하려고?”민여진은 2층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 젊었을 때 돈 벌려고 몸을 돌보지 않으셔서 병이 생겼거든. 겨울에는 눈만 오면 무릎이 아프고 추울 때도 아프다고 했어.”“이제 곧 겨울이니까 눈이 올 것 같아서 어머니 다리에 감싸 드릴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드리려고 천을 샀어. 그럼 밖에 나가실 때 따뜻하실 테니까.”딸로서의 따뜻한 마음과 걱정이 담긴 말이었지만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수향에게 그런 건 필요 없다는 것을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무릎이 시리면 가게에서도 전용 무릎 보호대를 파니까 굳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아니야. 엄마는 그런 거 안 좋아해.”민여진은 화를 내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엄마는 예전부터 직접 무릎 보호대를 만들어 쓰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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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그는 꺼리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그는 화를 참으며 피가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강태화가 두고 간 구급상자를 찾았다.민여진의 손에는 그의 입술 온기가 남아 있었고 따끔거리던 손가락은 이상하게 뜨거워졌다.박진성은 결벽증이 심했다. 그런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돌았나...’“손 줘 봐.”박진성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였지만 꾹 참고 민여진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 주었다.밴드를 다 붙이고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민여진은 당황하며 물었다. “진성 씨, 화났어?”“그런 질문 말고 할 말 없어?”박진성의 대답은 날카로웠고 억눌린 분노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화가 난 것 같은데... 예전처럼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 같아서. 그래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민여진의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에 박진성은 심호흡을 했다. 민여진에게 괜히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 눈이 안 보이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3년 전에도 다칠 걸 망설였다면 그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나보고 걱정하지 말라며. 병원에서 애들 옷도 많이 만들어 봤다고 큰소리치더니 이제 와서 손에 상처가 난 건 어쩐 일이래?”민여진은 당황하며 손가락을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뭐. 바느질하다 보면 다치기도 하지.”“그럼 내가 예민하게 군다는 거야?”“그게 아니라...”민여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박진성이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몰랐다.“병원에서 바느질할 때도 가끔 다쳤어. 바늘을 들고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치는 거잖아. 그러니까 정말 괜찮아.”“넌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안 괜찮아!”박진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말에 민여진과 박진성 모두 깜짝 놀랐다.민여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걱정되고 마음 아프다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결국 박진성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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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낯익은 여인

그가 처음으로 외출을 허락했다.곧 민여진의 텅 빈 눈에 반짝이는 빛이 떠올랐다. 박진성이 덧붙였다.“서원은 따라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 두 사람만 나가. 6시 전에 돌아오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알았어.”민여진은 기뻐하며 대답했다.“일찍 돌아올게.”“그래.”박진성은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떠나기 전, 그는 민여진 앞에 카드를 놓으며 말했다.“여기60억이 들어있어. 오늘 하루 쓰기에는 충분할 거야. 부족하면 전화해. 내 번호 알잖아.”“아니...”민여진은 거절하려다가 말을 멈췄다.지금 그들은 부부이니 남편인 박진성이 아내에게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절하면 오히려 어색해질 뿐이니 민영미가 오해할 수도 있었다.“그래.”박진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서원과 함께 나갔다.민여진과 정수향은 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 택시를 타고 외출했다. 한낮이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민여진은 햇살 아래서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오랜만에 느끼는 자유,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 그녀는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했다.‘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여진아.”정수향이 웃으며 다가왔다.“힘들어?”민여진은 눈을 떴다. 세상은 까맣지만 둔해졌던 마음은 선명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오늘 날씨가 좋아서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요.”정수향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그럼 이따가 다시 햇볕을 쬐자. 지금은 네가 사고 싶은 게 있는지부터 얘기해 보렴.”“옷이요.”정수향이 물었다. “무슨 옷을 사고 싶은데?”“내 옷이 아니고.”민여진이 대답했다.“엄마 옷을 사 드리고 싶어요.”박진성의 돈으로 사는 것이었지만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 어렵게 어머니와 함께하게 된 시간이었으니 더 이상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양성은 다른 도시보다 추워요. 엄마 옷이 너무 얇으니까 두꺼운 옷을 사서 입으세요. 그래야 따뜻할 거예요.”정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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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

“저 사람들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나요?”점원은 고개를 저었다.“모녀 두 분뿐이었어요. 다른 사람은 못 봤어요.”문채연은 순간 동공이 수축되며 점원의 팔을 와락 붙잡았다.“모녀? 모녀라니!”그녀의 감정이 격해지자 점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문채연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는지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금 문의하신 두 분 말씀이시죠? 두 분은 모녀 사이세요... 얼굴에 흉터가 있는 젊은 여성분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께 옷을 골라드리겠다고 하셨는데, 모녀가 아니면 뭐겠어요...”문채연의 눈에 엄청난 충격이 어렸다. 민영미가 1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문채연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그러니 민여진에게 어머니는 있을 수 없었다.문채연은 음침한 표정으로 점원에게 다가가 말했다.“확실해요? 젊은 여자가 저 여자를 자기 어머니라고 인정했다는 게 확실하냐고요?”점원은 마늘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백 퍼센트 아주 확실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하지 않은 건 말하지 않습니다. 그 젊은 여자분은 매장에 들어온 후로 계속 옆에 있는 분을 엄마라고 불렀어요. 거짓일 리가 없어요.”“알겠어요...”문채연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흔들리며 민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정수향은 문채연을 몰랐고 민여진은 더더욱 볼 수 없었다. 그러니 문채연은 전혀 거리낌 없이 민여진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와 낯선 여자에게 의지하는 모습, 행동거지와 말투까지 모두 어머니를 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그러다가 민여진이 하는 말을 들었다.“엄마, 이 옷 괜찮은 것 같아요. 한번 입어봐요. 잘 맞는지.”“하...”문채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박진성이 모든 것을 감추기 위해 낯선 여자까지 데려와 민여진을 속였다는 사실이 문채연은 믿기지 않았다.어쩐지, 민여진이 민영미의 죽음에 대해 갑자기 침묵하고 박진성이랑 나가는 것도 받아들이더라니. 처음에 그녀는 민여진이 어머니의 죽음에 무덤덤해진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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