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엔 아무도 없었다박진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목이 타들어 갈 듯 아팠고 몸은 불덩이처럼 뜨겁다가도 금세 차갑게 가라앉았다.몸이 이렇게 고장 난 건 분명 병 때문이었다.마지막으로 아팠던 게 거의 1년 전이었을까. 그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침대 머리맡 서랍을 열었다.민여진이 약상자를 거기에 뒀던 게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기침을 하며 상자를 꺼내보자 하나하나 약봉지마다 작은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언제까지 복용’, ‘이 약은 공복에’, ‘열이 나면 복용’, 세세한 설명이 다 적혀 있었다.그 여자는 항상 그랬다. 작은 것 하나까지 철저히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박진성은 메모지를 떼어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팠다.며칠이 지나도 병은 쉽게 낫지 않았지만 그는 다음 날 아침부터 정상 출근했다.기침을 참아가며 몸살과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서류를 넘기고 회의를 소화했다. 하루, 하루, 또 하루.이제는 조금씩 잊히는가 싶었는데 그날 서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그 차량 위치를 찾았습니다!”박진성은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걸 놓고 바로 차를 몰았다.남산교에 도착하자 서원이 몇몇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벌써 윗옷을 벗고 준비 중인 남자들도 있었다.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서원에게 다가갔다.“어떻게 됐어?”“차량 위치는 확인됐습니다. 지금 두 번째 잠수하러 들어가는 중이에요. 장비를 들고 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사모님을... 데리고 나올 겁니다.”“그래...”박진성은 정신이 아득해졌고 마비됐던 감정이 그 순간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그리고 묵직하고 차가운 통증이 심장을 찔렀다.그는 두려웠다. 정말로 민여진의 시신을 보게 될까 봐.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선 그녀를 드디어 편히 보내줄 수 있다는 조금의 평온도 느껴졌다. 이 차가운 물속에서 그녀가 더는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잠수팀은 장비를 짊어지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서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정식으로 시신 수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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