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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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술 따르라고 부른 거야

“그래도 미안해서 못 받겠다면, 첫 월급 받아서 밥이나 한 끼 사.”피아노가 3억이 넘어가는데 겨우 한 끼 식사 대접하는 걸로 퉁 칠 수가 있을까?민여진은 도무지 박진성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딱히 거절할 방법도 없었다. 대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월급이라는 단어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민여진은 더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좋아.”전화 통화를 마친 민여진은 피아노 앞에 앉아 나무 악보를 만지며 연주를 시작했다.타고난 재능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전 내내 연습한 끝에 대부분의 곡에 손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 곡을 완벽하게 숙지한 게 아니었던 탓에 악보를 챙겨 레스토랑으로 출근했다.프런트 직원이 민여진의 손에 들려있는 점자 악보를 보고 놀란 듯 물었다.“이게 뭐예요? 소장 가치가 있어 보이는데.”민여진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친구가 준 거예요.”프런트 직원이 장난스레 말했다.“그럼 보통 친구는 아니겠는데요? 이거 못 해도 최소 1억 5천은 할 것 같은데.”“그렇게 비싼 건 아니에요. 그냥 단순 공예품인걸요.”민여진은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본능적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민여진은 다시 피아노 쪽으로 손을 올리며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문채연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웨이터가 급히 다가가 그녀를 안내했다.“채연 씨, 친구분께서는 이미 룸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네.”문채연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오르던 그녀의 귓가에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이끌린 문채연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연주 중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문채연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녀의 시선을 읽은 웨이터가 말을 걸었다.“저 피아니스트는 최근에 새로 들어온 분이세요. 실력은 정말 좋은데 외모가 조금... 그렇죠? 손님도 꽤 놀라신 것 같네요.”문채연의 눈이 점점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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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박진성이 준 선물

그 말에 룸 안에 있던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환호를 쏟아냈다.“역시 우리 형님, 통 크시네! 이런 못생긴 여자한테까지 돈을 막 쏟아부어. 역시 부자는 돈 쓰는 수준이 달라!”“여기가 버닝 나이트였으면 내로라하는 여자들이 줄을 서서 매달렸을 텐데. 이딴 여자 과대평가 해주는 거 아니야? 생긴 것만 보면 20만 원은 개뿔, 2만 원에 퉁 쳐도 될 것 같은데.”그 순간에도 민여진은 강하게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과 적대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사고회로가 정지되고 가슴 속에서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 순간, 한 남자의 손이 민여진을 거칠게 붙잡더니 벽 쪽으로 세게 밀쳐버렸다.“뭐야, 도망가려고?”남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다. 벽에 부딪히는 순간, 민여진은 팔을 보호하려 몸을 비튼 탓에 명치로 모든 충격을 흡수하며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예쁜 여자만 보다가 이런 얼굴 보니까 또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네. 얘 술 들어가면 아예 다른 사람 될 것 같지 않아? 제대로 취하면 우리 꼬셔보겠다고 쇼하겠는데?”“당연하지! 이런 여자애들은 말이야, 못생긴 데다가 눈까지 멀었으니 살면서 남자 손길 한 번 받아봤겠냐? 하물며 우리 같은 부자들한테는 더더욱 없지. 술 들어가면 본성 나온다잖아. 지금 이미 속으로는 좋아 죽을걸!”“근데 너네 정말 이 여자랑 할 수 있겠어? 잘 때 악몽 꾸는 거 아니야?”남자들이 깔깔대는 와중에 누군가가 민여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테이블 위로 내리찍으려 하고 있었다.민여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지만 방음 효과가 뛰어났던 룸 안에서 아무리 외쳐봤자 밖에서는 아무도 그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민여진은 오히려 시끄럽다며 남자들에게 뺨을 한 대 얻어맞았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못생겼으면 입이나 좀 다물지.”“야,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다 너만 봐 주고 있잖아. 지금 막 신나지? 고마운 줄 알아야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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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제발 그것만은 망가뜨리지 마

이런 치욕과 분노가 민여진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부추겼다.“뭘 멍하니 서 있어?”문채연이 낮게 속삭였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날카로웠다.“네가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때 했던 말 잊은 건 아니지? 날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다며? 왜? 장남 여자 보니까 동정심이라도 생겨? 확실히 본때를 보여줘야지! 저 악보인지 나발인지는 당장 부숴버려.”문채연의 시선이 날카로웠다.장민혁은 그녀의 지시를 받아들이고 옆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간신히 바닥을 더듬어 악보를 찾아낸 민여진이 다시 악보를 품에 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남자의 억센 손길이 그녀의 품에서 악보를 다시 빼앗아갔다.팔꿈치에서는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다시 느껴졌지만 그 정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민여진은 다시 악보를 되찾아 오기 위해 손을 뻗으며 애처롭게 부탁했다.“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할게요, 네? 제발 돌려주세요. 술 마실게요! 술 주시면 마실게요!”“늦었어.”장민혁은 손에 든 물건을 한 번 바라보았다. 꽤나 묵직해 보이는 그립감에 다시 악보를 힘껏 바닥에 내리꽂았다.“너 술 마시는 건 이제 딱히 안 보고 싶어졌거든. 이거 생각보다 꽤 단단하네. 몇 번이나 밟으면 부서질까?”말을 마친 장민혁은 망설임 없이 발을 올려 악보는 즈려밟았다.처음 밟았을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악보 위로 먼지나 조금 내려앉을 뿐이었다.장민혁은 계속해서 악보 위로 발을 올렸다.충격 소리가 커질수록 민여진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장민혁의 발이 악보가 아니라 그녀의 심장 위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민여진이 다급히 손을 뻗었다.“하지 마요! 제발요!”민여진이 간절히 손을 뻗는 순간, 장민혁의 발이 그녀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너 미쳤어?”장민혁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민여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저 생리적인 눈물만 뚝뚝 흘려댔다. 몸을 웅크리자 퉁퉁 부어오른 손등 위에는 피멍이 내려앉아 있었고 상처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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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내가 못 지켰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에서는 날카롭고도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온몸이 엉망진창이 된 채 맞고 있던 민여진을 발견하자 박진성의 눈빛은 살기로 물들었다.“네가 진짜 죽고 싶구나.”장민호는 박진성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그의 입에서 어떠한 변명이 나오기도 전에 박진성의 주먹이 그대로 장민호의 얼굴을 강타했다.장민호는 고통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다리 힘까지 풀린 채 박진성을 바라보았다.“박진성! 네가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양성에서 정말 네가 하늘인 줄 알지? 감히 날 때려? 우리 아빠가 널 가만둘 것 같아?”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박진성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장민혁의 머리를 움켜쥐더니 기름진 음식이 가득한 접시 위로 그의 얼굴을 처박았다. 기름 소스가 그의 얼굴을 적셨고 서늘한 표정의 박진성은 다시 그의 얼굴을 벽으로 끌고 가 박아 버렸다.서원이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박진성은 이미 장민혁을 죽였을 수도 있었다.“장민혁 맞지?”이미 피떡이 돼 쓰러진 장민혁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박진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떨어진 거 다 주워 먹어. 그럼 너네 집안은 무사할 거야. 안 먹으면 오늘 저녁부터 이 양성에서 너희 가문은 사라져.”장민혁은 피가 나는 코를 틀어막으며 겁에 질린 눈으로 힘겹게 코피를 닦아냈다.“네가 뭔데? 네가 무슨 염라대왕이야? 네 말이면 내가 다 들어야 해?”같은 룸 안에 있던 남자들은 이미 벽에 바짝 붙어 장민혁에게 간단히 눈짓했다.그 눈빛에 장민혁은 결심한 듯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먹으면 되잖아!”그가 바닥을 기려던 그때, 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잠깐.”박진성은 무심하게 구두를 들어 밑창으로 음식들을 짓이겨 버렸다. 이미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신발 밑창의 먼지와 뒤섞여 진흙처럼 변해 버렸다.“됐어, 이제 먹어.”“박진성! 사람 모욕해도 정도가 있지! 이딴 식이면 너도 언젠가 꼭 돌려받게 돼 있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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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네 차가 입구에 서 있었어

박진성의 검은 눈동자가 충격에 휩싸인 듯 흔들렸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상처를 냈고 얼기설기 엉킨 복잡한 감정이 그 속으로 밀려들어 왔다.그는 생가에 잠겼다. 민여진이 신경 쓰던 게 단지 악보나 피아노가 아니라 자신 때문이었다.자신이 준 악보라서 그토록 소중히 여겼고, 그 악보를 지키겠다고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서럽게 울었던 거였다.박진성의 마음 한켠이 날카롭게 찔린 듯 아려왔다. 그는 민여진을 안아 들고 VIP룸을 나섰다.차 앞까지 도착해 민여진을 조수석에 조심스레 앉혀준 후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운전을 위해 핸들을 잡은 순간, 무심코 백미러를 바라본 그의 눈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보였다.차 번호판을 확인한 순간, 박진성의 차갑고 어두운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또 다른 VIP룸의 화장실 안에서 문채연은 온몸을 덜덜 떨며 이를 악물었다.장민혁이 민여진에게 참교육을 시전하고 있던 그때, 무심코 아래층을 내려다본 문채연의 눈에 박진성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예민한 촉이 번뜩이며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문채연을 자극했다. 사람들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틈을 타 그녀는 VIP룸을 빠져나와 다른 룸의 화장실 안으로 숨어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옆 방에서 난동이 벌어졌다. 창문과 벽을 통해 옆 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알 수 있었다.박진성이 민여진을 위해 장민혁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장민혁의 아버지는 보스 그룹의 차기 프로젝트 파트너였다. 설마 박진성이 미친 걸까? 고작 민여진 하나 때문에 수백억이 걸려 있는 프로젝트를 내팽개쳤다는 건가?미쳤다는 생각과 함께 질투와 원망이 밀려왔다. 박진성이 여전히 민여진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만약 박진성이 문채연 역시 그 룸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장민혁을 사주한 것도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문채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감히 상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띠리링—”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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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조사 좀 해줘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문채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 여자가 이 정도로 어려운 존재일 줄은 몰랐다. 친딸인 민여진에게조차 진실을 숨기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이제 민여진에게 직접 손을 쓰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문채연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금 이따가 어떤 여자 사진을 하나 보내줄 텐데, 그 사람 뒷조사 좀 해줄래?”...한편, 박진성이 차를 몰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그는 근처 호텔부터 들러 방 하나를 예약했다.민여진의 옷은 이미 기름기 있는 음식물로 더러워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산발이 되어 지저분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그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조심스레 민여진의 옷을 벗겨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뭐 하는 거야...”민여진은 몸을 움찔하며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나 지금 너무 더러워... 안 돼...”“너도 더러운 건 아는구나?”박진성은 민여진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옷을 단숨에 벗겼다.“샤워도 안 하고 이 상태로 병원 가면, 의사들이 손이나 댈 것 같아?”민여진은 당황한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가... 내가 알아서 씻을게.”“팔도 다쳤는데 뭘 혼자 씻는대?”박진성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낮게 말했다.“괜히 고집부리지 마. 우리가 부부로 산 지도 벌써 3년이야. 네 몸 어디에 점이 있는지도 다 아는데 새삼스레 왜 이래.”박진성은 그대로 민여진을 데리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욕조에 조심스레 앉힌 후 머리부터 감겨주기 시작했다.따뜻한 물이 몸에 닿는 순간, 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키며 몸을 떨었다.박진성이 눈썹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왜? 어디 아파?”민여진은 조심스레 다친 손을 감추려 했지만 박진성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손바닥과 손등을 보는 순간, 박진성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차를 타고 오는 내내 민여진은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었지만 박진성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이건 언제 다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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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걜 죽이고 싶어졌어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 악보는 두 동강 나 버렸고 그로 인해 다른 안 좋은 일까지 생길까 봐 두려워졌다.민여진의 마음을 눈치챈 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악보 말이야, 심하게 망가진 건 아니었어. 그냥 두 동강 난 게 다야. 전문가만 잘 찾으면 복원 가능할지도 몰라.”“정말이야?”민여진은 몸을 돌려 박진성의 손을 꽉 잡았다. 하지만 이내 손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고통에 오래 잡지는 못했지만 눈빛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어렸다.“응.”박진성이 민여진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박진성은 새로 물을 받아 욕조에 채운 후 민여진을 앉혀주었다. 민여진이 몸을 담그는 사이, 박진성은 밖으로 나가 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민혁 그 자식, 오늘 일 말고도 캐보면 저지른 일 더 많을 거야. 전부 다 조사해서 감옥으로 보내. 걘 고생 좀 해 봐야 해.”박진성의 냉정한 목소리에는 일말의 자비도, 망설임도 없었다. 사실 서원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명령에 따르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대표님, 진심이세요? 장우 그룹 그쪽 땅은 이미 협의까지 다 끝난 상태잖아요. 지금 장민혁을 감옥에 넣어 버리면, 장우 그룹 쪽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내가 그깟 땅이 부족할 것 같아?”박진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 가문을 철저히 밟아버릴 기세를 풍겼다.“장우 그룹이 감히 보스 그룹이랑 맞서려고 한다면, 그 대가는 똑똑히 보여줘야지.”전화를 끊은 박진성이 민여진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손바닥의 상처는 꽤 심각했지만 다른 곳에 난 상처들은 가벼운 타박상이 다였다.박진성은 민여진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고왔다. 그는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의사에게 따로 찾아가 물었다.“흉터 남을까요?”의사가 대답했다.“그건 확답을 못 드립니다. 봉합 후 회복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흉터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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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네 옆에는 내가 있어

“내일 간다고요?”민여진은 뒤늦게 정신을 번쩍 차리며 손을 꼭 움켜쥐었다.“이렇게나 빨리요?”“빨리라니. 벌써 여기 2주나 있었는걸. 너무 걱정하지는 마. 치료 다 끝나면 그때 돌아올게.”정수향은 민여진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부드럽게 웃었다.“내가 돌아온 다음엔 진성이랑 너한테서 손주라도 보고 싶다. 기대해도 될까?”민여진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말에 가슴이 아리고 쓰려왔다. 그녀는 차마 민영미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 자신이 원래 가졌던 그 아이가, 박진성의 뜻을 거슬렀다는 죄로 빼앗겼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내일 언제 출발하는데요?”“아침에 갈 거야. 10시쯤에. 배웅하러 오려고?”“네!”민여진은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애써 힘주어 대답했다.“다음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엄마, 꼭 건강 잘 챙기고 빨리 돌아와야 해요.”정수향은 민여진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가끔 민여진이 정말 자신의 친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곤 했다. 그녀의 진짜 딸은 골칫덩어리였다.그때,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방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녀의 모습에 문밖의 인물이 걸음을 멈추었다.정수향은 눈가를 닦으며 웃어 보였다.“진성아, 왔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네.”정수향은 박진성을 지나쳐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반대쪽 복도에서는 문채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수향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젊은 여자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저 여자... 알아요?”젊은 여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연히 알죠. 우리 엄만데!”“아?”문채연은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정말이야? 착각한 거 아니지? 저 여자는 지금 다른 집에서 엄마 노릇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우리 엄만데 내가 모를 리 없잖아요! 요즘 왜 갑자기 연락이 안 되나 했더니 부잣집에 빌붙어서 새엄마 노릇 하고 있었네.”여자는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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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날 미워하지 마

네 옆엔 내가 있잖아.예전 같았다면 이 말은 민여진에게 위로가 아닌 악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민여진은 고개를 푹 떨군 채 조용히 박진성을 받아들였다.꽁꽁 얼어붙어 있던 마음속의 얼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그녀는 문득 박진성의 말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민영미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다시 돌아옴으로써 한동안 메말라 있던 마음에 다시 생기가 생겼고 이곳에서 꿈을 찾고 목표를 좇을 수 있게 되었다. 민여진은 더 이상 시체처럼 살지 않아도 되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박진성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거나 마음을 의지하려고는 하지 않았다.이런 평범하고 기복 없는 삶이면 충분했다. 엄마의 병을 다 고치면 그녀 역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언젠가 박진성이 자신에게 질린다면 그때는 덤덤히 이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 생각이었다.“응.”민여진은 눈을 내리깐 채 조용히 대답했다. 목소리는 작고 희미했지만 박진석은 그 짧은 한마디에 눈빛을 반짝였다.대답한 건가? 민여진이 대답한 건가?민여진은 예전처럼 비웃거나 못 들은 척하지 않았다. 이런 설마 그녀의 마음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그 생각이 들자 박진성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박진성...”민여진이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손이... 왜 이렇게 떨려?”떨고 있나? 박진성이 떨고 있다고?박진성은 애써 떨림을 억누르며 민여진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깊은숨을 푹 내쉬며 민여진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너무 좋아서 그래.”“여진아, 네가 대답해줘서 너무 기뻐. 약속할게. 이제부터는 정말 잘 챙겨줄게. 다시는...”다시는 민여진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민영미의 죽음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했다.민여진은 박진성의 품에 꼭 끌어안겨 그의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가슴이 조여오듯 답답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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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진정한 진실

좁디좁은 병원 침대가 순식간에 넓어진 것 같았다. 민여진은 이마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지금이 몇 시일까? 박진성은 언제 나간 걸까?민여진은 어딘가 아쉬워졌다. 잠들기 전에 박진성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그가 깨어난다면 박진성이 잠결에 한 그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묻고 싶었다.그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 민영미인 줄 알았던 민여진이 고개를 들어 환히 웃으며 말했다.“엄마? 지금 몇 시예요? 혹시 아침이에요? 이렇게 일찍...”“엄마? 설마 지금 부르는 사람이 정수향이야?”비웃는 듯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이 어려 있던 민여진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병실 문 쪽을 바라보았다.“문채연, 네가 여긴 왜 왔어!”“여진 씨, 왜 이렇게 예민해요? 난 그냥 네가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는 게 안쓰러워서 좋은 마음으로 진실을 말해주려고 온 건데.”“좋은 마음에? 내가 네 수작이 뭔지 모를 것 같아?”민여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의 한 손은 무의식적으로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좋은 마음이라는 말로 나한테 온갖 지저분한 짓 한 게 한두 번이야? 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절대 안 당해! 당장 꺼져!”“정말 날 그렇게까지 밀어내고 싶어요?”문채연의 말투가 순식간에 억울한 듯 움츠러들었다.“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나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인은 아니에요. 여진 씨 엄마는 이미 투신자살로 비참하게 죽어버렸는데, 그렇게 불쌍하게 죽어버린 엄마를 두고 다른 여자한테 엄마엄마 하고 있잖아요. 이게 말이 돼요? 죽은 엄마가 불쌍해서 찾아온 거예요.”“닥쳐!”민여진의 이마에는 핏줄까지 불거졌다. 가슴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숨이 거칠게 떨려왔다.“우리 엄마는 잘 살아있어! 다시 나 속이려고 들지 마. 당장 나가. 안 꺼지면 간호사 부를 거야.”민여진이 호출 벨로 손을 뻗자 문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민여진, 나랑 어디 좀 가지 않을래?”“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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