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로맨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 제231화 민영미를 다시 만나다

Share

제231화 민영미를 다시 만나다

Penulis: 연의 수정
예전에도 그녀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이정화의 말처럼 볼품없는 존재였다.

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상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민 여사님을 집 앞까지 모셔왔습니다. 바로 들어가시게 할까요, 아니면...”

민여진은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흐릿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상우가 모시고 들어갈까요라고 말하기 전에 박진성은 그의 말을 끊었다.

“잠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

전화를 끊은 박진성이 물었다.

“네가 직접 나가서 맞이할래? 데려다줄게.”

민여진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비록 얼굴은 추하지만 민영미에게 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박진성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온 민여진은 곧장 대문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박진성은 대문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비록 민영미와 목소리만 비슷한 낯선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전히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었는데 민영미의 옷차림, 행동거지, 그리고 얼굴까지 모든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박진성은 마음속 불안감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엿보았다.

그녀는 엄청난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과연 완벽하게 민여진을 속일 수 있을까?

“여진아? 너니?”

민여진이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자 초췌함 속에 희미한 미소를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가슴은 뜨겁게 끓어올랐다.

“엄마...”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손을 뻗었다.

중년 여자는 민여진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네 얼굴은... 그리고 눈은? 괜찮아?”

민여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조금 다친 것뿐이에요. 진성 씨가 치료해 주고 있어서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예요.”

민여진의 말은 단순한 핑계였지만 박진성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 역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2화 당신은 알레르기가 아니었나요

    민여진은 민영미에게서 은은한 계수나무 향기를 맡았다. 짙은 향은 아니었지만 민여진은 예민하게 반응했다.빈민가에 살던 시절, 마을 어귀의 계수나무를 지날 때마다 민영미는 코를 막고 기침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민영미는 계수나무 알레르기가 있었다. 냄새만 맡아도 온몸이 가렵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왜 그래?”정수향은 민여진이 갑자기 굳은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민여진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그냥 엄마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서요. 무슨 향수인가요?”“아.”정수향은 안심하며 웃었다.“내가 무슨 향수를 뿌리겠어. 호텔 방에 있던 향초 냄새가 옷에 밴 것 같구나.”“계수나무 향이라고요?”“맞아.”정수향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그 냄새 맞을 거야.”민여진은 순간 손끝에 힘을 주었다. 박진성 역시 이상함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난...”민여진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눈빛은 멍했다.“엄마는 계수나무 알레르기 있잖아요. 어떻게 계수나무 향이 나는 방에 온종일 있을 수 있었어요?”민여진의 질문에 정수향은 굳어진 얼굴로 박진성을 바라보았다. 박진성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민여진이 아니었기에 민영미가 계수나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계수나무 향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 아니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민여진이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박진성은 재빨리 말했다.“꽃가루 알레르기겠지.”“맞아.”민영미는 박진성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계수나무 향 자체는 좀 불편하긴 했지만 알레르기는 없어. 나는 꽃가루에만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그래요?”민여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민영미는 계수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콧물을 흘리고 기침하며 속이 메스꺼워했었다.“그랬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3화 나는 너의 마음이 필요하다

    민여진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붉어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진성 씨, 고마워요.”그녀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고 눈빛에서는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눈빛은 박진성을 기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가슴을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게 했다.민영미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민여진만 모르고 있었고 그녀를 속이기 위해 그는 가짜 세상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고맙다'라는 말은 그에겐 견디기 힘든 무게로 다가왔다.“고맙다는 말 싫다고 했잖아.”박진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두 사람 오랜만에 만났으니 할 이야기가 많겠지. 난 서재에서 일 좀 하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올라와.”박진성은 계단을 올라 서재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민여진의 미소와 민영미의 비참한 죽음이 그의 머릿속에서 겹쳐지면서 그는 극심한 갈등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똑똑...그때,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박진성은 고개를 들었다. 민여진이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서재 문을 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박진성은 의자에 기대앉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네 엄마랑 얘기해야지 여기는 왜 왔어?”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문을 닫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진성 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민여진이 큰 결심을 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박진성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뭔데?”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그게... 엄마를 당분간 이 별장에 머물게 해 주면 안 될까?”그녀는 곧바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그냥 엄마가 오가는 게 불편할까 봐 그래. 조용히 계시도록 할 테니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그게 다야?”민여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박진성은 의자에 기대앉아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4화 그이랑 상관없어

    민여진은 박진성이 고개를 드는 그 순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그녀는 강렬한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눈앞이 깜깜했지만 그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머물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민여진은 눈을 내리깔았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박진성은 다시 몸을 숙여 민여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다정하게 속삭이며 마치 평생의 인내심을 쏟아붓듯 공략해 왔다.“진성 씨...”민여진은 그를 밀어냈다. 극도로 어색하고 불편했다.“이러지 마...”“이러지 말라는 게 뭔데?”박진성은 검은 눈동자로 깊숙이 물었다.“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 키스하는 거? 아니면 방금 전에 했던 말?”민여진은 박진성의 팔을 꽉 붙잡았다. 박진성의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말해, 민여진. 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뭐든지 말해. 다 들어줄게. 다 약속할게.”결국 민여진은 서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벽을 짚고 걸음을 재촉하는 걸 보고 정수향이 계단에서 의아하게 불렀다.“여진아?”민여진은 멈칫 발걸음을 멈추자 정수향이 다가와 소매로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왜 그래? 뭐가 그렇게 급해? 앞도 안 보이는데 조심해야지. 넘어지면 어쩌려고?”“아무것도 아니에요.”민여진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숙였다.민여진의 입술에 남은 흔적을 본 정수향은 바로 눈치를 채고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난 밖에 살아도 괜찮다고 했잖아. 너한테 안 오는 것도 아니고 매일 아침마다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사람도 있어.”“하지만...”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대답했다.“겨울인데 너무 춥잖아요.”민영미는 겨울을 제일 싫어했다. 겨울이 되면 무릎이 아프고 몸 전체가 쑤셨기 때문이다.젊었을 적 한겨울에 강가에서 남의 빨래를 하다 얻은 병이었다.“참.”민여진은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했다.“엄마, 무릎은 이제 괜찮으세요? 아직도 아파요?”정수향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별로 안 아파. 많이 좋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5화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잠들기 전, 민여진은 정수향의 팔을 꼭 껴안고 말했다.“엄마,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요. 아빠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앞으로 내가 엄마 지켜줄게요. 엄마를 위해서라도 나 잘살 거예요.”민여진은 졸음에 못 이겨 잠들었지만 정수향은 눈을 뜬 채 마음이 뭉클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진짜 민영미라면 뭐라고 했을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정수향은 민여진이 잠든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밖으로 나가니 박진성이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그는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1층을 바라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민여진이 그쪽을 의심하던가요?”정수향은 고개를 저었다.“전혀요. 민여진 씨는 아주 순진해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하는 성격이에요. 그럼 제가 해명할 수 있고요. 지금쯤이면 제가 민영미라고 완전히 믿고 있을 거예요.”“그래요.”박진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민여진은 눈치 빠르고 예민한 사람이에요.”“알겠습니다.”“그리고 내일 민여진이랑 외출하세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 저도 안심하고 볼일을 볼 수 있으니까. 생필품 같은 걸 사러 가자고 하세요.”...다음 날, 민여진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다.서원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내려오는 민여진의 밝은 모습과 얼굴에 감도는 생기는 그를 잠시 놀라게 했다.“민여진 씨, 좋은 아침입니다.”“서원 씨, 좋은 아침이에요.”민여진은 인사를 하고 나서 말했다.“잘 왔어요.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슈퍼에 가서 벨벳 천이랑 바늘, 실 좀 사다 줄 수 있어요?”“그런 건 뭐에 쓰시려고요?”“쓸 데가 있어요.”서원은 더 묻지 않고 말했다.“같이 가시죠.”“네?”“벨벳 천이 어떤 건지, 저 같은 남자는 잘 모르잖아요. 민여진 씨가 직접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날이 너무 추워서 몸이...”“괜찮아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6화 그녀가 간 줄 알았어요

    서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민여진은 두 걸음쯤 걷다가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닫고 불렀다.“서원 씨?”“네.”서원은 곧바로 민여진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테라스를 걸었다.민여진이 물었다. “왜 그래요? 갑자기 말도 없고... 무슨 일이에요?”서원은 민여진의 밝은 미소와 다정한 모습을 보며 목이 메었다. 갑자기 박진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거짓말이 계속 이어진다면 민여진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까?’“아니에요. 아까 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보고 차가 오는지 살펴봤을 뿐이에요.”“아이들은 다 그렇죠.”민여진의 미소가 잠시 사라졌다 금세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저택은 가까이에 있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원에 도착했다.서원이 현관에 거의 다 왔을 때, 저 멀리 큰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박진성은 슬리퍼를 신고 두꺼운 외투 안에는 얇은 셔츠 한 장만 입은 채 매서운 바람 속에 서 있었다.그는 민여진을 보자 잔뜩 긴장했던 얼굴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민여진을 품에 안았다.“왜 갑자기 나갔어?”박진성은 차갑게 물으며 서원을 노려보았다.“말도 없이 나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거 몰라?”“엄마?”민여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엄마 깨셨어? 미안해. 일찍 일어나서 빨리 다녀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다들 깨어 있을 줄은 몰랐어.”“어머니는 안 깨셨어. 내가 깬 거지.”박진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장한 채 민여진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그는 1층 현관문이 열려 있고 민여진의 신발 한 켤레가 없어진 걸 발견하고서야 민여진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그 순간, 그의 가슴은 끓어올랐고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민여진은 왜 나갔을까? 왜 아무 말도 없이 나갔을까? 도망친 걸까? 정수향의 정체를 알아채고 꾹 참고 있다가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떠난 걸까?’그런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정말 그렇다면 평생 민여진을 다시는 못 볼지도 몰랐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7화 그는 티끌만큼도 용납하지 않는다

    차가운 대답에 화가 안 났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민여진은 소파에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박진성에게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 주었다.“손 좀 녹여. 밖에 오래 서 있었으니 엄청 추웠겠다.”박진성은 민여진을 봤다. 빨갛게 언 코와 손을 보니 화가 반쯤 풀렸다.그는 찻잔을 받아들고 물었다.“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민여진은 고개를 저었다.“나가더라도 나한테 먼저 말을 하고 나가야지. 같이 가면 되는데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가면 네 어머니가 걱정하잖아. 그럼 난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건데?”민여진은 고개를 숙였다.“당신이 그렇게 일찍 일어날 줄 몰랐어.”“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내 방에 와서 노크해.”그는 더 이상 민여진이 서원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서원이 아무리 착실하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모래알 하나도 용납되지 않았다.“알았어.”민여진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진성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는 화제를 돌리며 테이블 위에 놓인 짐들을 바라보았다.“뭘 샀어?”그 말에 민여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가방에서 천을 꺼내며 말했다.“겨울에 쓸 천을 샀어.”“이걸로 뭐 하려고?”민여진은 2층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 젊었을 때 돈 벌려고 몸을 돌보지 않으셔서 병이 생겼거든. 겨울에는 눈만 오면 무릎이 아프고 추울 때도 아프다고 했어.”“이제 곧 겨울이니까 눈이 올 것 같아서 어머니 다리에 감싸 드릴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드리려고 천을 샀어. 그럼 밖에 나가실 때 따뜻하실 테니까.”딸로서의 따뜻한 마음과 걱정이 담긴 말이었지만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수향에게 그런 건 필요 없다는 것을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무릎이 시리면 가게에서도 전용 무릎 보호대를 파니까 굳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아니야. 엄마는 그런 거 안 좋아해.”민여진은 화를 내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엄마는 예전부터 직접 무릎 보호대를 만들어 쓰셨어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8화 그는 꺼리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그는 화를 참으며 피가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강태화가 두고 간 구급상자를 찾았다.민여진의 손에는 그의 입술 온기가 남아 있었고 따끔거리던 손가락은 이상하게 뜨거워졌다.박진성은 결벽증이 심했다. 그런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돌았나...’“손 줘 봐.”박진성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였지만 꾹 참고 민여진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 주었다.밴드를 다 붙이고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민여진은 당황하며 물었다. “진성 씨, 화났어?”“그런 질문 말고 할 말 없어?”박진성의 대답은 날카로웠고 억눌린 분노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화가 난 것 같은데... 예전처럼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 같아서. 그래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민여진의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에 박진성은 심호흡을 했다. 민여진에게 괜히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 눈이 안 보이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3년 전에도 다칠 걸 망설였다면 그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나보고 걱정하지 말라며. 병원에서 애들 옷도 많이 만들어 봤다고 큰소리치더니 이제 와서 손에 상처가 난 건 어쩐 일이래?”민여진은 당황하며 손가락을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뭐. 바느질하다 보면 다치기도 하지.”“그럼 내가 예민하게 군다는 거야?”“그게 아니라...”민여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박진성이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몰랐다.“병원에서 바느질할 때도 가끔 다쳤어. 바늘을 들고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치는 거잖아. 그러니까 정말 괜찮아.”“넌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안 괜찮아!”박진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말에 민여진과 박진성 모두 깜짝 놀랐다.민여진은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걱정되고 마음 아프다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결국 박진성은 아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39화 낯익은 여인

    그가 처음으로 외출을 허락했다.곧 민여진의 텅 빈 눈에 반짝이는 빛이 떠올랐다. 박진성이 덧붙였다.“서원은 따라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 두 사람만 나가. 6시 전에 돌아오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알았어.”민여진은 기뻐하며 대답했다.“일찍 돌아올게.”“그래.”박진성은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떠나기 전, 그는 민여진 앞에 카드를 놓으며 말했다.“여기60억이 들어있어. 오늘 하루 쓰기에는 충분할 거야. 부족하면 전화해. 내 번호 알잖아.”“아니...”민여진은 거절하려다가 말을 멈췄다.지금 그들은 부부이니 남편인 박진성이 아내에게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절하면 오히려 어색해질 뿐이니 민영미가 오해할 수도 있었다.“그래.”박진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서원과 함께 나갔다.민여진과 정수향은 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 택시를 타고 외출했다. 한낮이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민여진은 햇살 아래서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오랜만에 느끼는 자유,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 그녀는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했다.‘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여진아.”정수향이 웃으며 다가왔다.“힘들어?”민여진은 눈을 떴다. 세상은 까맣지만 둔해졌던 마음은 선명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오늘 날씨가 좋아서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요.”정수향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그럼 이따가 다시 햇볕을 쬐자. 지금은 네가 사고 싶은 게 있는지부터 얘기해 보렴.”“옷이요.”정수향이 물었다. “무슨 옷을 사고 싶은데?”“내 옷이 아니고.”민여진이 대답했다.“엄마 옷을 사 드리고 싶어요.”박진성의 돈으로 사는 것이었지만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 어렵게 어머니와 함께하게 된 시간이었으니 더 이상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양성은 다른 도시보다 추워요. 엄마 옷이 너무 얇으니까 두꺼운 옷을 사서 입으세요. 그래야 따뜻할 거예요.”정수향

Bab terbaru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8화 다른 사람한테 내어주다

    라미연이 이렇게까지 확신하자, 문채연도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 분명히 박진성을 봤고, 양성에서 안진까지는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어떻게 된 거지?’라미연은 문채연이 아무 반응이 없자 또 불을 지폈다.“채연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 네가 사랑하는 남자를 그 여자에게 내줄 셈이야? 민여진은 그저 너랑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됐고, 널 공식 석상에 나오지도 못하게 했어. 이제는 네 남자까지 빼앗으려 하는데 계속 이렇게 가만히 있을 거야? 너 이러다 다 빼앗길 수도 있다고!”힘들게 지내던 과거가 떠오르자, 문채연의 눈에는 살기가 스쳐 지났다. 그녀는 두 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알았어. 미연아, 고마워.”문채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올해 신상으로 나온 핸드백, 사람을 시켜 보내줄게.”라미연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사양했다.“됐어. 친구 사이에 뭘 이런 것 가지고.”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던 문채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혹한의 추위마저 얼어붙게 할 만큼 차갑게 변했다.그녀는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두 손에 힘을 주더니, 다시금 사진을 열었다.사진 속, 그 여자의 환한 미소는 마치 칼날처럼 문채연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왜? 넌 왜 이렇게까지 망가진 꼴을 하고도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데?’반면 문채연은 이정화가 그 두 해 동안 함께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란 사실을 안 후로, 완전히 연락을 끊어버렸고 몇 번을 찾아가도 문전박대만 당할 뿐이었다.‘이정화와의 관계도 끝났는데 박진성마저 잃는다면...’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문채연은 이를 악물더니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 나갔다.박진성의 병세는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다. 복부의 상처가 자꾸만 벌어지며 악화하여 며칠 내내 별장에서 요양 중이었다. 게다가 민여진의 일까지 더해져 그는 식사 시간 외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문채연이 찾아가자, 서원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께서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7화 박진성이다

    민여진의 머리가 임재윤의 넓은 가슴에 닿았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는 묘하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특정할 수 없는 향수 냄새였지만, 오히려 민여진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다만 애매한 이 자세가 불편했다.두 사람의 행동에 여자는 눈이 빨개진 채 말했다.“뭐야? 사귀는 사이였어? 요즘 세상에 왜 잘생긴 남자는 다 못생긴 여자랑 붙는지 모르겠네!”여자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는 자리를 떠났다.여자의 말에 임재윤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 민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익숙해요.”민여진은 임재윤이 자신의 마음이 다친 건 아닌지 신경 쓸까 봐 걱정스러웠다.임재윤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손을 뻗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그녀의 손바닥에 천천히 글씨를 썼다.[민여진 씨가 저 여자보다 훨씬 아름다워요.]한 글자 한 글자 강한 압력으로 글을 쓰는 그의 태도는 단호하고 진심이 어려 보였다.어쩌면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민여진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현준 오빠랑 똑같이 그래요? 현준 오빠는 원래 사람을 잘 달래주는 사람이라 이해가 가는데, 임재윤 씨는 예쁜 여자를 너무 많이 봐서 제 얼굴이 신기한 건가요?”임재윤은 침묵하다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그리고.”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타자를 했다.“내 앞에서 다른 남자 이름 부르는 건 싫어요.”다른 한편.엘리베이터를 타려던 라미연은 민여진과 임재윤의 모습을 보고 흠칫하며 멈춰 섰다.‘저거 민여진 아니야?’깜짝 놀란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민여진을 찍은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바로 문채연에게 사진과 함께 음성을 보냈다.“채연아, 방금 너한테 사진 보냈는데 봤어? 이 여자 민여진 아니야?”음성을 보내고 다시 한번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던 라미연은 그제야 민여진 옆에 한 남자가 희미하게 찍혀 있는 걸 발견했다.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터라 남자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등만 찍혀 있었는데 체형으로 보니 박진성인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6화 몸으로 갚다

    “하지만...”민여진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짧은 시간 안에는 갚기 어려울 거예요.”민여진에게는 자립할 능력도, 돈을 벌 방법도 없었다.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그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짐이 될 뿐이었다.“그냥 돈을 받아주세요. 현준 오빠한테 빚진 건 언제든 갚을 수 있지만, 임재윤 씨는 휴양지 건설이 끝나면 떠나실 거잖아요. 기간이 너무 짧아요.”민여진은 임재윤이 평생 안진 마을에 머무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집은 여기가 아니었고,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임재윤은 받지 않고 물었다.“민여진 씨의 뜻은 나더러 안진 마을에 좀 더 머물러 달라는 건가요?”차가운 기계음 소리는 임재윤이 지금 농담하는 건지 아니면 진지하게 말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민여진이 잠깐 멈칫하자, 임재윤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일단 가지고 계세요. 제가 떠나기 전에 갚을 수 있을 거예요.”결국 민여진은 그 돈을 임재윤한테 주지 못한 채 다시 조인화에게 가져갔다.“왜 다시 갖고 왔어? 임재윤 씨가 뭐라고 했는데?”“빌려주는 거래요. 돈이 생기면 갚으라고.”조인화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건 앞으로 다시 만날 계기를 만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오직 순진한 민여진만이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고 여기며 그런 쪽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었다.“갚지 못하면 어쩌려고?”민여진도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임재윤 씨의 말로는, 떠나기 전에 내가 갚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몸으로 갚으라는 거야?”민여진은 흠칫하더니 순간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숙였다.“이모, 장난치지 마세요.”조인화는 웃으며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아이고, 이 바보.”잠시 후, 포장 되어있는 봉투는 아까 전보다 훨씬 무거워져 있었다. 임재윤이 봉투를 받아 든 뒤, 세 사람은 가계를 나왔다.밖으로 나가던 중 다른 한 가계에서 조인화는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5화 당신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요

    민여진이 옷을 내려놓자, 조인화가 다가오며 물었다.“왜? 마음에 안 들어?”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가게로 가요.”“왜? 현준이가 나한테 이 가게를 추천했는데, 겨울옷이 보온성이 좋다더라.”말하던 중 조인화는 뭔가를 깨달은 듯 미소를 지었다.“돈 걱정은 하지 마. 현준이가 너한테 옷을 사주라면서 돈을 푼푼이 보내줬어. 한 푼도 남기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하면서. 그러니까 현준이 말을 들어야겠지?”조인화가 민여진을 데리고 계산대로 가 결산을 하려 하자, 한 직원이 임재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금액은 저분이 이미 결제하셨습니다. 옷은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면 주소를 알려주시면 저희가 따로 배송해 드릴까요?”직원의 말에 조인화와 임여진은 깜짝 놀랐다.임재윤이 시내까지 태워다 준 것만 해도 이미 큰 도움인데 갑자기 옷까지 사준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얼마를 내셨죠?”민여진이 묻자, 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이 매장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예요.”조인화는 탄성을 내뱉었다.“임재윤 씨가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브랜드 매장인데 이 매장을 통째로 살 수 있을 만큼 줬다니, 도대체 얼마를 준 거야?”민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대가 없는 호의는 받을 수 없어.'그녀는 차라리 조현준에게 신세를 지더라도 임재윤에게 더 이상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서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이모, 현금 가지고 계세요? 제가...”“가지고 있지!”조인화는 서둘러 지갑에서 돈을 꺼내 민여진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이모도 알아. 너와 임재윤 씨 사이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걸. 그러니까 이렇게 받는 건 아닌 거 같아. 어서 가서 돌려줘.”민여진은 돈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카운터를 짚으며 입구로 향했다.문어 구에 있던 임재윤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가 휴대전화로 물었다.“왜요? 옷 다 골랐어요?”민여진이 손에 든 현금을 임재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4화 임재윤이 너 좋아해

    “이모...”조인화의 말에 민여진은 당황스러워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차가 다시 멈추더니 앞에서 휴대전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도착했습니다.”“임재윤 씨, 고생하셨어요”문을 열려던 조인화는 문득 임재윤에게서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날카롭게 각진 그의 턱선은 불편할 정도로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미간에 잡힌 가느다란 주름이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임재윤의 태도에 조인화의 머릿속에는 순간 한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임재윤이 휴대전화로 물었다.“돌아갈 방법은 생각해 두셨나요?”민여진이 대답했다.“오후 5시에 안진 마을로 돌아가는 버스가 있어요.”“너무 늦네요.”임재윤은 눈살을 찌푸렸다.“다섯 시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잖아요. 저도 할 일이 없으니 같이 쇼핑하다가 다시 모셔다드릴게요.”“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민여진이 사양하려는 찰나, 임재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타자했다.“그냥 이렇게 하는 거로 하죠.”완강한 그의 태도에 민여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조인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재윤과 민여진 사이를 관찰하고 있었다.한 매장에 들어간 뒤 임재윤이 입구에서 기다리자, 조인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여진아, 너랑 임재윤 씨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민여진도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몰라 두루뭉술하게 답했다.“임재윤 씨는 모두에게 친절하시잖아요.”“글쎄다.”조인화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재윤 씨가 널 보는 눈빛은 분명히 다르더라. 게다가 성격도 원래 냉정한 걸로 보이는데, 우리랑 쇼핑하겠다고 하다니. 분명히 너 때문이야. 그리고...”게다가 민여진이 조현준과 통화할 때, 임재윤은 불편한 기색을 훤히 드러냈다.“그리고요?”민여진은 묻다가 바로 웃으며 말했다.“임재윤 씨는 겉보기에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고 세심한 사람이잖아요. 이모도 그날 축하 자리에서 보셨잖아요.”조인화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3화 신혼부부

    “우리도 좀 태워주시겠어요?”조인화가 말했다.“시내에 가서 여진이 겨울옷 좀 사주려고요.”“그럼요.”진시우는 자신의 차를 잠깐 바라보다가 말했다.“근데 제 차는 자리가 꽉 찼네요. 앞에 차가 임재윤 차인데 저쪽에는 자리 남았을 거예요.”“임재윤 씨요?”조인화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임재윤에 대해 더 이상 거부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편하지는 않아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괜히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무슨 소리세요.”진시우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다 한 식구 아닙니까. 도움 줄 수 있다면 좋아할 거예요.”“알겠어요.”조인화는 민여진의 손을 잡고 임재윤의 차 옆에 다가가 차창을 두드렸다.임재윤이 차창을 내리자, 날렵하면서도 깔끔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조인화를 스치듯 흘깃 보고는 민여진의 얼굴에 시선을 꽂았다.조인화는 순간 당황했으나 바로 말을 이었다.“임재윤 씨, 저희 시내에 가서 옷 좀 사려고 하는데 태워주실 수 있나요?”임재윤은 볼품없이 낡아빠진 민여진의 옷을 보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인화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이 모두 뒷좌석에 타는 건 임재윤을 운전기사 취급하는 것 같아, 조인화는 조수석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자마자 민여진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받자, 전화기 너머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진아.”“현준 오빠.”의외의 전화에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던 민여진은 운전석에 있는 임재윤이 미동하는 게 느껴져, 그가 시끄럽다고 생각할까 봐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전화를 다 하고?”조현준은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일 없으면 전화도 못 해?”“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민여진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전화해 줘서 당연히 반갑죠. 그런데 지금 출근 시간 아니에요?”“맞아.”조현준은 미소를 머금었다.“그런데 갑자기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민여진이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2화 빨리 오는 것보다 때맞춰 오는 게 좋아

    너무 자연스러운 임재윤의 행동에 민여진은 또다시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털어 버렸다.‘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행동은 박진성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계속 앞으로 걸어가자, 눈은 어깨에도 쌓일 정도로 점점 더 많이 내렸다. 하지만 손이 잡혀 있어서인지, 그다지 춥지 않았다.문 앞까지 왔을 때, 임재윤은 멈춰 서서 휴대전화로 말했다.“도착했어요.”민여진은 옷에 묻은 눈을 털며 말했다.“고마워요.”민여진이 대문을 여는 순간까지 임재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민여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임재윤 씨,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잔하실래요?”“다음에요.”임재윤은 빠르게 글을 쓰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어젯밤, 제게 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셨잖아요. 물어볼 말이 있어요. 다음에 만날 때 물을 테니까 그때는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요.”멍하니 서 있던 민여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임재윤의 발소리가 저만치 멀어진 뒤였다.민여진이 안뜰로 들어가자, 불을 피우고 있던 조인화는 민여진을 보자마자 수건을 들고 와서 그녀의 옷에 묻은 눈을 털어 주며 말했다.“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방금 불을 피워 놓고 너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어.”민여진은 미소를 지었다.“마당에 마무리할 게 조금밖에 안 남아서, 그냥 두고 오기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했어요.”“이 바보야, 안 추웠어? 내가 여기 있는 옷 몇 벌만 손보고 나가서 도와줄 테니, 너는 일단 앉아서 불 쬐고 있어. 따뜻한 물 좀 떠올게.”“네.”민여진은 앉아서 얼굴로 전해지는 따스함을 느꼈다. 손을 내밀어 차가웠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자, 아까 임재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 뜻은 원래 어젯밤에 할 말이 있었다는 거 아닌가?’민여진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눈이 한번 내리자, 기온은 뚜렷하게 떨어졌다.민여진이 입고 있는 옷들은 하나같이 얇은 옷들이었고 유일하게 맞는 건 조인화의 낡은 옷뿐이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1화 내가 싫으세요

    임재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민여진에게 물었다.“됐어요?”그의 가슴은 여전히 드러난 채 있었고, 귀가 달아오른 민여진은 보이지 않음에도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대답했다.“네.”임재윤은 다시 옷을 내려 입고 단추를 채운 뒤, 천천히 글을 썼다.“당신 마음속에 있다는 그 사람, 저와 매우 비슷한가요?”민여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마... 조금은요. 하지만 많이 닮진 않았어요.”“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어요?”‘어떤 사람이냐고? 독단적이고 냉혈 하면서도 무자비한 사람.’민여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박진성의 모습은 항상 높은 곳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살얼음처럼 차가운 모습뿐이었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임재윤과 박진성은 완전히 정반대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무슨 황당한 생각으로 두 사람을 겹쳐 본 걸까?“잊어버렸어요.”민여진은 박진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는 생각하기 싫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요.”어쩌면 이건 민여진의 바람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박진성이라는 이름조차 잊고 아픈 과거를 모두 떨쳐내고 새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임재윤은 눈치껏 화제를 바꿨다.“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민여진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교회 내부 구조를 잘 모르는 한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수고해 줘요.”임재윤은 잠시 침묵했다. 약간 불쾌해 보이긴 했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고 민여진의 손목을 잡은 채 밖으로 이끌었다.들어올 때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나가보니 땅에는 얇게 눈이 쌓여 있었다.민여진이 손을 내밀자, 눈이 손바닥에 닿아 차갑게 녹아내렸다.“집까지 데려다줄게요.”임재윤이 휴대전화로 글을 썼다.“괜찮아요.”민여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안진 마을에 오신 것도 일 보러 오신 거잖아요. 저 때문에 이미 시간을 많이 낭비하셨는데 일 보러 가세요. 여기서부터는 길을 아니까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30화 계속해도 돼요

    임재윤은 더 이상 휴대폰으로 타자를 하지 않았고 대신 조용히 민여진의 손을 붙잡았다.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고 그 사람이 지니던 차가운 손과는 전혀 달랐다. 임재윤의 손은 피부가 델 듯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뜨거웠다.민여진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살짝 떨었고 임재윤은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자신의 몸쪽으로 이끌었다.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그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가슴과 복부 사이 어디쯤 조심스럽게 얹었다.마침 그 자리는 심장이 뛰는 곳이었고 손등 너머로 전해지는 맥박은 뜨겁고 강했다. 그 울림에 민여진은 마치 전신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민여진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임재윤이 더욱 단단히 그녀의 손을 잡고는 아래로 이끌었다.그의 허리로 내려간 손끝에는 단단하고 잘 단련된 근육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압도적인 힘과 긴장감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잠시 후, 임재윤은 그녀의 손을 놓았고 옷을 더 걷어 올렸다.그건 마치 마음껏 확인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이었다.민여진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피가 터질 것처럼 귀 끝까지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되뇌었다. ‘이건 그저 확인일 뿐이야. 그 사람인지 아닌지만 알아보면 되는 거야.’하지만 시야가 보이지 않는 만큼 감각은 모든 걸 더욱 생생히 느꼈다.그의 숨소리 피부에서 나는 미묘한 향기 손끝에 닿는 근육의 결까지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예전에 박진성과 수없이 많은 밤을 함께 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그의 몸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그들은 서로의 몸만 공유한 낯선 사이였을 뿐이다.감정도 사랑도 없었다.감옥에 들어가기 전에도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임재윤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고 그제야 민여진도 정신을 차리고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그러고는 손을 그의 왼쪽 허리로 옮겼다.그녀는 눈을 꼭 감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날 그녀가 칼을 찔렀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