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71 - Chapter 180

263 Chapters

제171화

종이에 적힌 글자는 삐뚤삐뚤했으며 심지어 “결혼식”을 “결혹식”이라고 쓰기도 했다.종이를 꾸겨서 손바닥에 꽉 쥔 김단은 머릿속에 류 나인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 글자들은 분명 류 나인이 쓴 게 확실하다.그럼 김단과 명정 대군에게 영혼 결혼식을 진행시키려는 사람은 덕빈이라는 뜻이다.명정 대군은 덕빈의 유일한 아들이기에 덕빈은 그 슬픔을 견딜 수 없어서 이런 결정을 한 게 분명하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김단은 겸인에게 고맙다고 한 뒤, 큰 마님이 계신 안채로 향했고 뒤따르던 숙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씨, 그럼 그 종이는…”만약 궁에서 정말 어명이 떨어져 김단과 명정 대군의 영혼 결혼식이 진행된다면 김단은 명정 대군 무덤 속에 함께 생매장당하게 된다.“어떻게든 되겠지.”김단은 숙희의 말을 끊으며 안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김단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큰 마님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김단이 안채에 찾아왔을 때, 큰 마님은 깨어 있었고 궁에서 이미 조종이 울렸기에 큰 마님도 이미 명정 대군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큰 마님은 김단을 보자마자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얼른 이리 오거라!”김단은 빠르게 다가가 큰 마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인사를 올렸다.“할머님께 인사를 올립니다.”큰 마님은 김단을 자신의 곁에 앉히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김단을 쳐다보았다.“불쌍한 내 아가…”겨우 명정 대군과 혼인을 치르게 됐는데 명정 대군이 저렇게 단명하다니.김단은 큰 마님의 말에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전 괜찮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저에게 할머님의 장수만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큰 마님은 김단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김단이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그럼 되었다! 우리 단이가 괜찮다면 됐어! 명정 대군이 우리 단이와 혼인을 하여 행복하게 살 복이 없는 것이지!”큰 마님의 말에 김단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손녀는 할머님께서 명정 대군의 죽음을 아시게 되면 많이 슬퍼
Read more

제172화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큰 마님은 절대 자신의 아들과 손자가 수난 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임씨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그럼 김단은 큰 마님이 준 금은보화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김단은 큰 마님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님,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덕빈 마마께서 저에게 잘해 주십니다. 내일 제가 궁에 들어가 덕빈 마마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면, 이 또한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갈 것입니다.하지만 큰 마님은 김단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덕빈 마마께서 평소에 친절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 하지만 사실 생각이 많고 속셈도 깊은 사람이야. 단아, 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인은 절대 단순하지 않아.”김단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큰 마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덕빈 마마께서는 정말 저를 많이 아껴 주십니다. 전에는 마마께서 소유하고 있는 점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점포를 저에게 선물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김단의 말에 큰 마님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정말이냐?”“그럼요. 그러니 제가 마마의 마음만 잘 달랜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큰 마님은 환하게 웃는 김단을 보며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덕빈 마마께서 명정 대군의 죽음을 네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면 너무 다행이지만… 그럼 그 뒤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그 뒤?김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큰 마님을 쳐다보았고 큰 마님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김단의 이마를 콕콕 눌렀다.“우리 단이가 헛똑똑이네. 이 할미는 네 혼사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야. 명정 대군이 죽었는데 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마음에 드는 사내는 있고?”“할머님, 명정 대군께서 살해된 지 이제 며칠밖에 되지 않았습니다!”김단의 말에 큰 마님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할미도 알아. 하지만 할미에게 남은 날이 많지가 않아서 그
Read more

제173화

다음날, 김단은 명정 대군 빈소에 찾아가 절을 한 뒤, 덕빈궁으로 향했다.김단을 쳐다보는 덕빈궁 나인들의 눈빛은 의미심장했지만 김단은 그저 못 본 척 지나갔다. 덕빈궁 침실 밖에 선 김단은 인사를 올린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덕빈은 방 안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나인 한 명이 덕빈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한걸음 앞으로 다가간 김단은 무릎을 꿇은 뒤, 인사를 올렸다.“소인, 덕빈 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김단의 인사에도 덕빈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단은 덕빈이 깨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한참동안 기다리다가 덕빈이 여전히 대꾸가 없자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마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김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덕빈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달려와 김단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네까짓 게 지금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넌 분명 명정 대군을 안전하게 데리고 오겠다고 나에게 약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아들은 죽었는데 넌 아직 살아있는 거야? 말해! 왜 넌 살아있는 거냐고!”덕빈이 붉어진 눈시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김단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명정 대군께서 목숨 걸고 소인을 지키셨기에 소인이 이렇게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네가 그딴 헛소리로 문무백관을 속이고 전하까지 속였지만 설마 나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덕빈은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목숨 걸고 지켰다는 김단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김단의 멱살을 확 잡더니 언성을 높였다.“네가 내 아들을 죽인 거지? 내 아들이 너를 때리고 괴롭혔다고 기회를 엿보다가 죽인 게 확실해! 천박한 년! 내 오늘 반드시 너를 죽일 것이야!”말을 하던 덕빈은 김단을 바닥에 확 쓰러트린 뒤 주먹으로 김단을 마구 때리기 시작
Read more

제174화

나인들은 빠르게 물러났고 나가면서 방 문도 굳게 닫았다.순간, 침실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그제야 김단이 서서히 입을 열었다.“소인이 명정 대군을 보았을 때, 명정 대군은 산적들에게 갖은 고문을 당한 뒤였습니다. 온몸에 상처가 많았고 명정 대군께서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산적들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습니다.”김단은 진실을 원하는 덕빈에게 사실대로 얘기했고 조용히 듣고 있던 덕빈은 그때 당시의 상황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이 아팠다.하지만 조금 전에 목숨 걸고 김단을 지키다가 살해됐다는 말보다는 지금 김단이 한 얘기가 더 믿음이 갔다.김단은 덕빈의 팔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덕빈은 여전히 영혼을 빠져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마마, 혹시 이 궁 안에 있었던 정아라는 궁녀가 기억나십니까?”정아?덕빈의 머릿속에 늘 환한 미소를 짓던 해맑은 여자애가 떠올랐다. 정아는 궁 안에서 일하던 궁녀였지만 나중에 명정 대군이 그 아이를 한양 서쪽에 데리고 갔다.불안한 마음에 덕빈은 재빨리 고개를 들고 김단을 쳐다보았다.“네가 정아 그 아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냐?”겁에 질린 덕빈의 표정에 김단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내각에서 무술 실력이 뛰어난 내시 한 명을 소인에게 보내주었고 그 내시는 소인과 함께 명정 대군을 구하러 갔습니다. 그 내시는 손쉽게 산적들을 전부 죽여버렸지만 명정 대군을 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자는 정아를 위해 복수를 선택했습니다.”김단의 말에 덕빈은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그럼 내각에서 보낸 내시가 명정 대군을 살해했다는 뜻인가? 하지만 내각에는 전부 전하의 사람들이잖아!이때, 김단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덕빈 마마, 이게 바로 인과응보 아니겠습니까?”만약 명정 대군이 예전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학살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명정 대군은 덕빈과 무사히 상봉했을 것이다.한편, 덕빈은 이 사실을 믿지 못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야. 넌
Read more

제175화

김단은 심장이 철렁했다. 김단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덕빈이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눈물범벅이 된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어제 류 나인에게 민간 시장에 가서 제사에 쓰일 물건을 사오라고 시켰거든. 그런데 네가 오늘 이렇게 궁까지 찾아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내가 너에게 영혼 결혼식을 시켜 내 아들 곁에 생매장할까 봐 두려운 거로군?”숨을 크게 들이마신 김단은 잡힌 손으로 덕빈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닦아주며 대답했다.“맞습니다. 소인의 목숨이 한없이 천한 건 맞지만 소인도 죽는 게 두렵습니다.”김단의 거친 손이 덕빈의 얼굴에 닿자 덕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덕빈은 여인의 손이 이렇게까지 거칠 줄 몰랐으며 그녀 곁을 지키는 나인도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김단은 되레 덕빈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돌아가신 분은 사정이 너무 딱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마마께서 소인의 뜻을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명정 대군은 덕빈의 유일한 아들이자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명정 대군이 죽은 지금, 덕빈에게 급선무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다시 찾는 것이고 후궁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궁 안에서 눈치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덕빈은 김단의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잠시 고민하더니, 조용히 돌아서서 곁에 놓인 이불 위에 몸을 뉘였다.김단은 덕빈의 몸 위에 담요를 살짝 덮어준 뒤, 품에서 땅문서를 꺼냈다.“마마, 이건 마마께서 전에 소인에게 선물로 하사하셨던 땅문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인은 이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없을 것 같아서 마마께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덕빈은 고개를 살짝 돌려 땅문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사한 물건을 도로 거두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명정 대군을 잃은 덕빈이 궁중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한 일이 많을 것이다.한참동안 고민하던 덕빈은 결국 땅문서를 받았
Read more

제176화

덕빈이 명정 대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라 한 것은 그저 인사만 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그래서 김단은 예를 갖춰 물러난 뒤 한쪽으로 가서 명정 대군을 위해 지전을 태웠다.영당 밖의 두 명의 어린 환관이 이 광경을 보고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 “김 낭자가 명정 대군을 향한 정이 매우 깊구먼! 오늘 아침에도 왔었는데, 지금 또 왔네.” “맞아. 아까 명정 대군 관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거 봤어? 정말이지, 안타깝네!” "어휴… 예로부터 다정함은 부질없는 원한만을 남기는 법이지… 헉! 소, 소인 소 장군님을 뵙습니다!”소한의 표정은 차가운 얼음과 같이 얼어붙은 듯 싸늘했다. 그는 두 눈으로 두 환관을 훑어보았고, 목소리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궁궐 법도에서 주인을 함부로 평하라고 가르치더냐?”두 명의 어린 환관은 깜짝 놀랐다. 김 낭자는 주인이라고 모실 정도가 아니지 않나?하지만 소한의 싸늘한 모습을 보고는 몹시 당황하였고,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이 소인, 감히 그러지 못하옵니다. 부디 소 장군님께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소 장군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직접 들어가 벌을 받거라!”두 명의 어린 환관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자신들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명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알아서 순순히 떠났다.소한은 그제서야 영당 안으로 들어갔다.명정 대군에게 향을 올린 후, 그는 김단 곁으로 걸어갔다.기척을 느낀 김단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며 퉁명스레 말했다. “소 도련님, 정말 거만하시는군요.”방금 전의 소란을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그녀의 모습을 보던 소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영문 모를 불쾌감에 휩싸였다. 이에 그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비꼬듯 말했다. “김 낭자께서는 명정 대군께 정말 정이 깊으시군요.” “…” 김단은 그제야 손에 든 지전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소한을 바라보았다.분명 지전을 태우는 연기에 눈이 매워진 것일
Read more

제177화

“대군 생전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말에 주상은 순간 멈칫하였다.주상이 정말 이 일을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본 김단은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한이 먼저 예를 올리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만부당합니다. 김 낭자는 단지 명정 대군과 혼약을 맺은 사이일 뿐, 미망인의 신분으로 장례를 치르게 한다면 분명 좋지 않은 말이 나올 것입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약 김 낭자가 정말 미망인의 신분이 되면 조선의 풍속에 따라 3년간은 다시 혼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소한의 말을 듣고 나서야 주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 말이 옳소. 서원 공주, 함부로 그런 제안을 하지 마시오.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을 때 해를 입는 것은 황실의 체면이오.”그러자 서원은 볼을 부풀며 주상의 어깨에 기대어 어리광을 부렸다. “공주는 그냥 한번 말해 본 것입니다!”주상에게는 서원 공주 외에는 딸이 없었기에, 당연히 그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매우 어여삐 여기며 서원의 손등을 토닥여 주었다.하지만 그는 서원 공주가 김단을 바라볼 때 원망으로 가득 차 있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는 걸 보지 못했다.그녀의 싸늘한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하지만… 비록 미망인의 신분으로 장례를 치를 수는 없더라도, 김 낭자의 목숨은 어쨌든 대군이 구한 것이니, 소복을 입고 상여를 치르는 것이 지나친 일은 아니겠지요?”서원 공주는 김단을 백성들 앞에 나서게 하려고 작정한 것이 분명했다.황후가 이어서 입을 열었습니다. “덕빈 슬하에는 명정 대군 한 명뿐인데, 그 대군이 김 낭자를 구하려다 돌아가셨으니, 김 낭자께서 대군을 배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하면 덕빈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주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 내일 발인 때, 김 낭자는 서원이 말한 대로 함께 가도록 하시오!”서원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소복을 입고 상복을 갖춰 입어야만 한다.김단은 가슴이 답답한 게, 꽉 막힌 것 같았다. 하지만
Read more

제178화

김단은 이를 인정했다. 그녀도 서원 공주를 시켜 임원을 상대하게 하려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손을 빌려 죽이려던 것은 아니었다.하물며, 그 옷은 원래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김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 옷가게는, 이미 덕빈 마마께 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자네 것이지!” 서원 공주는 호통을 쳤다. “이 공주가 다음 날 사람을 시켜 이미 다 알아보았소! 그 옷은, 소한이 자네 치수에 맞춰 주문한 것이오!”김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것은 천잠사로 만든 옷으로, 3, 5년이 되어도 한 벌 나오기 힘든 옷인데……소한이, 그녀에게 준 것이라고?멍해 있는 김단의 모습을 본 서원 공주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이내 호통을 쳤다. “여기서까지 가식 떨지 마시오! 김단, 자네도 이제 이 공주가 소한을 점찍어 두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눈치껏 물러나야 할 것이오!”이에 김단은 즉시 서원 공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공주 마마,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만약 그 옷이 정말 소 장군님께서 소인에게 주신 것이라면, 소인이 행한 것은 하나 밖에 없사옵니다. 이는 바로 사죄입니다!”서원 공주는 다소 의아했다. “사죄?”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일에 대한 사죄입니다.”3년 전, 눈앞에서 그녀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을 보면서도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이제 와서 죄책감을 느꼈던 것일까?이에 그 귀한 옷을 가져와 배상한 것이다!서원 공주는 김단이 누명을 썼던 일은 알지 못했지만, 당시 소한이 옆에 서서 변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다만 훗날, 소한은 분명…서원 공주는 김단을 보며 물었다. “자네, 모르는 것이오?”김단은 서원 공주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무엇을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정말 모르는 것이었다!서원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얼굴의 노기가 사라지고, 오히려 약간의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아니오. 어
Read more

제179화

김단이 별당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지난 후였다.자신의 방에 들어선 그녀는 힘없이 옆에 있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서원 공주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했던 말뿐이었다.그녀는 이제서야 지난 3년 동안 임원이 진산군 댁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받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이전에도 그녀가 세답방 궁녀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임원을 궁 대문 안으로조차 들여보내지 않았다!마치 그녀가 세답방으로 벌을 받으러 간 것도 진산군 댁을 위한 경종으로 쓰기 위한 것처럼, 그들은 궁궐의 사람이나 일이 조금이라도 임원과 연관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꼬박 3년 동안 그녀에게 아무런 소식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우스운 것은, 그녀가 진산군 댁으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임씨 부인이 득달같이 그녀를 지난 3년 동안 그들이 맹수굴처럼 여겼던 궁궐로 데려갔다는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쓰디쓰고 씁쓸했다.그녀는 사실 견딜 수 있었다. 3년간의 무관심을 겪은 후, 그녀는 진산군 댁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깨달았기 때문이다.단지 유일하게 그녀를 괴롭게 하는 것은, 바로 대비라는 두 글자였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 것과 임원을 대하는 것이 하늘과 땅만큼 달랐고, 15년 전과 현재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그녀는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들의 총애를 느껴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한때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보물처럼 귀하게 여겨졌었다.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족을 가졌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햇빛을 보았었다.그래서 지금, 차갑고 음습하며 끝없이 어두운 곳에 누워 해를 볼 수 없게 되자, 그녀의 마음이 괴로워진 것이다……원래 그녀에게 향했던 따스한 햇살이, 이제는 모두 임원을 향해 비추고 있었다.어떻게 달갑겠는가?당연히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이제 그녀는 그저 외부인일 뿐인데……그러고 있는 와중, 숙희
Read more

제180화

그녀는 흰 소복 차림을 하고 발인 행렬의 맨 뒤를 따라갔다. 가는 내내 많은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단순히 배웅만 하는 것으로도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는데, 만약 소복을 입고 상주 노릇까지 해야 했다면…김단은 차마 더 상상할 수 없었다.발인 행렬을 한양 밖까지 이어가고 나서야 김단은 몸을 돌려 돌아갔다.돌아오는 길에도 백성들은 여전히 그녀를 곁눈질했지만, 다행히 김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오히려, 다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적어도 명정 대군의 일에 대해서는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그러고 있을 때, 누군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낭자.”김단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정암이었다.그녀는 이내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정암에게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정 종사관 나리를 뵙습니다.”정암은 황급히 공수하며 답례했다. “김 낭자께서 이리 과하게 예를 갖추지 않으셔도 됩니다.”그의 손짓에, 김단은 그의 손에 들린 다과를 보게 되었다. “이것은, 혹시 저에게 주시려는 것입니까?”정암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수줍어하는 기색이었다.두 손으로 다과를 김단 앞에 내밀었다.김단은 손을 내밀어 받긴 하였지만, 이내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 종사관 나리,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며칠 동안 계속 이것을 저에게 보내시는 것입니까?”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정암은 약간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그저, 며칠간 김 낭자께서 분명 마음이 심란하실 거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것을 좀 드시면 마음이 좀 나아지실까 해서 그랬습니다.”김단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정암의 목적이 이렇게 순수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단지 그녀의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라니?눈앞의 순박한 사람을 보며 김단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녀는 도리어 입을 열고 말했다. “정 종사관 나리,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다과를 좋아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이 말을 들
Read more
PREV
1
...
1617181920
...
2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