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자신을 낳고 길러준 은정만으로 그를 용서할 수는 없는 걸까?정말로 그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라는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릴 수 있을까?김단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녀의 눈앞에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힘겹게 서 있는 진산군이 있었다.김단은 차분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마님께서는 지금 누군가의 보살핌이 절실한 때입니다. 부디 몸 건강 챙기십시오.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그녀는 다시 한번 조용히 인사한 후 떠나버렸다.이번에는 정말로 뒤돌아보지 않았다.진산군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이번에는 진산군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곁에 서 있던 겸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감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아가씨께서 언젠가는 마음을 여실 겁니다.”그러나 진산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웃음을 지었다.“상심은 무슨… 방금 전 그 애가 나에게 몸조심하라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그녀의 입에서 어렵게 꺼낸 그 짧은 말들이 진산군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김단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마차 안, 김단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창밖으로 저물어가는 풍경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숙희는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정말 괜찮으세요?”그녀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임씨 부인을 만난 후 김단의 기분이 눈에 띄게 저조해 보였다.의원을 만난 뒤 기운을 차린 듯했지만 진산군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무너져 내렸다.한참이 지나서야 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숙희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숙희야, 내가… 너무 매정한 것이냐?”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처럼 스쳤다.고작 밥 한 끼였을 뿐인데...눈물까지 흘리며 붙잡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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