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681 - Bab 690

720 Bab

제681화

술병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순간 임학은 그저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았다.어쩌다 술병이 자신에게까지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임학은 다시 김단을 쳐다보았다.그녀는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히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그 웃음이 무슨 의미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용서였는지, 마지막 인사였는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웃음이었는지.하지만 그 짧은 미소에 임학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그녀가 여전히 자신에게 미소를 보여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는 손에 들린 술병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꿀꺽 삼켜버렸다.김단이 직접 건넨 술이 아니어도 괜찮았다.오늘 이 자리에 김단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로받았다.어쩌면 오늘의 이 작별은 그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전장으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궐문이 열렸다.김단은 숙희와 함께 사람들 뒤편으로 물러났다.말고삐를 움켜잡은 최지습과 그의 뒤를 따르는 병사들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들은 이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러 갈 것이다.그중 누군가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김단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 채 그저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했다.최지습의 모습이 궐문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리려던 찰나 그녀의 시야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소한.오늘의 그는 전장에 나서는 병사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단정한 도포 차림에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은 채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를 발견한 소한은 조심스럽게 미소를 짔더니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왔다.김단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소 장군, 평안하셨습니까?”그녀의 태도는 정중했지만 그 속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한발 물러선 거리만큼이나 그와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소한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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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다음 날 아침 김단은 급히 궐로 불려갔다.이유는 다름 아닌 임씨 부인 때문이었다.그녀를 안내하던 내시가 곧장 덕빈의 침전으로 향했다.그녀가 덕빈에게 인사를 올리기도 전에 수 어의가 허둥지둥 달려 나왔다.“임씨 부인께서 밤새 고열에 시달렸소. 어떻게 해도 열이 내리질 않아.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낭자를 부르게 되었다네.”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어쩌다 임씨 부인이 덕빈의 침전에서 하룻밤을 지샜던 걸까?수많은 의문과 불안으로 뒤엉킨 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방으로 들어섰다.침상 위엔 임씨 부인이 누워 있었다.그 곁에는 덕빈이 초췌한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앉아 있었다.“단아 어서 와서 네 어머니를 좀 살펴보거라.”김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임씨 부인의 맥을 짚어 보았다.덕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원래는 너희 어머니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불렀던 건데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구나. 그래서 이곳에 며칠 함께 지내며 어의들에게 진료도 받게 했단다. 혹시 조금이라도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갑자기 이렇게 열이 오른 것이다. 어의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기에 너를 불렀어. 예전에 소 장군의 열을 내리게 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말을 이어가던 그녀의 눈가가 점점 젖어갔고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난 그저 너희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내 무슨 염치로 너희 아버지한테 설명을 해주어야 할지...”김단은 말없이 침을 꺼내 들었다.그녀의 눈빛엔 슬픔도, 분노도, 원망도 없었다.그녀는 침착하게 은침을 꺼내들더니 임씨 부인의 두정부 혈자리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이번 고열은 소한 때와는 달랐다.그러기에 다른 방식으로 침을 놓아야 했다.그렇게 꼬박 반 시진이 지난 후에야 임씨 부인의 열은 천천히 가라앉았다.곁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덕빈은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열이 내렸구나. 다행이야. 정말이지 못 본 사이에 네가 이렇게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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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덕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세상 부모 마음이란… 참 딱하지. 나는 이미 자식을 잃었다. 내 주위 사람들까지 나처럼 자식을 잃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너무 고통스럽거든.”그녀는 말끝을 흐리더니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김단은 더 깊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가까스로 감정을 추슬렀다.“소녀, 마님께 드릴 약을 지으러 가겠습니다.”김단의 냉정한 태도에 덕빈은 아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내저었다.김단이 물러가자 그녀의 눈빛이 묘하게 달라졌다.임씨 부인은 위중한 고열에 시달렸지만 한 번의 침만으로 열이 거짓말처럼 내렸다.덕빈은 임씨 부인이 눈을 뜨자마자 진산군 댁으로 돌려보냈다.이제 자신도 궐을 떠날 수 있었기에 김단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아직 궐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김단 아가씨, 잠시만요!”김단이 고개를 돌리니 작고 왜소한 체구의 내시 하나가 정중히 다가와 허리 숙여 인사했다.“공주님께서 낭자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그 말에 김단의 심장이 조여들었다.왜 하필 지금 자신을 부르는 걸까?“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그녀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그저 주인의 뜻을 따르는 저희가 어찌 알겠습니까? 아가씨, 이쪽으로 가시죠.”그의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하지만 그 속에서 김단은 오싹한 위화감을 느꼈다.공주가 부르면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공주의 침전에 들어섰을 때 서원 공주는 한 손에 다과를 든 채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김단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올리자 공주는 손에 들린 다과조차 내려놓지 않은 채 느긋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김 낭자, 앉으세요.”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자리는 다름 아닌 자신의 바로 옆자리였다.김단은 순간 망설였지만 공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자리에 앉았다.“공주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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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김단은 눈앞의 서원공주를 바라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대체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있는 그대로 말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그렇다면 아무 이상 없다고 둘러대는 게 맞는 걸까?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결과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서원 공주는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김단은 결국 깊은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공주님,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공주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능청스럽게 웃었다.“그게 무슨 뜻이지? 난 그저 요즘 식욕이 너무 좋아서 낭자를 부른 것인데. 설마 진맥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니겠지?”김단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공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공주님께서는 식욕이 강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공주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그러나 이내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아직도 네 처지를 모르는 모양이구나.”말을 마친 공주가 주변 몸종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일제히 물러났다.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공주는 김단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원군님께서는 이미 전장으로 가셨다지? 언제 돌아올지도 알 수 없고. 그렇다면 지금 이 궐안에 널 지켜줄 사람이 있을까?”그 말에 김단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공주님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이토록 미워하십니까?”진심이었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과거 소한 도련님과의 일 때문이라면 노여움을 푸세요. 이제 저는 그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저를 이토록 적대시하는 건가요?”서원 공주는 코웃음 치며 얘기했다.“사람을 미워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 나는 그냥 네가 싫다. 꼴 보기가 싫어. 말투도 행색도 전부 맘에 안 든단 말이다. 그냥 네 존재 자체가 싫은 걸 어떡하라고 그러는 것이냐?”김단은 깊은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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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난 그런 거 모른다! 없으면 만들어 오거라! 아버지한테는 평양관저에서 며칠 머문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 넌 내 아이를 없앨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결과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서원공주의 말은 김단의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낙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공주는 알고 있을까?그런데 그 대상이 전하가 애지중지하는 공주라니...김단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더욱 막중했다.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모든 책임은 아무 잘못도 없는 최지습에게 돌아갈 것이다.김단은 이를 악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원군님께서 전장에 나가셨으니 저는 작은 저택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원 공주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네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반드시 평양관저에서 이 일을 끝낼 것이다.”그 말에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서원공주는 알고 있었다.김단에게 최지습은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그래서 그를 미끼로 삼아 김단을 이용하려 했다.왕권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저 공주의 뜻을 따르는 것이었다.김단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공주의 침전에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 않아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금군총령의 관복을 입고 허리에 긴 검을 찬 소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침상에 누워 지내던 지난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김단을 발견한 소하가 먼저 다가왔다.“어땠소? 공주가 낭자를 곤란하게 하진 않았소?”그의 물음에 김단은 잠시 멈칫했다.“혹시 일부러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소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공주의 침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병사가 이 사실을 소하에게 알렸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단숨에 여기까지 달려왔다.남자인 그가 공주의 침전으로 들어갈 순 없었기에 그저 문밖에서 묵묵히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그 사실에 김단의 가슴속엔 알 수 없는 따뜻함과 감동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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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이 궁궐 안에서 전하를 제외하고 감히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바로 금군뿐이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소하의 눈빛이 매섭게 흔들렸다.그제야 김단이 공주의 침전에 불려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얼마나 되었소?”“석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김단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며칠 뒤 공주가 평양관저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지울 수 있게 도와달라더군요.”“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오?”그의 물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했다.“어쩔 수 없습니다.”김단은 낮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평양관저에서 처리해야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잘못되어도 목숨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그 말에 소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잘 처리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소.”미혼인 공주가 임신을 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왕실의 치욕이었다.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공주는 그 누구든 없앨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그래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 남자를 꼭 찾아주세요.”그녀의 눈동자엔 흔들림이 없었다.“그 자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제가 살아남을 수 있어요.”소하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낭자는 이만 돌아가시오. 난 바로 움직일 거요.”“조심히 다녀오세요.”김단은 조용히 인사를 올리고 몸을 돌려 평양관저로 향했다.그녀가 돌아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숙희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맞이했다.숙희는 그녀의 얼굴빛을 살피더니 이내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아가씨, 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김단은 고개를 저었다.곧 공주가 평양관저로 들이닥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가만히 숙희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작은 저택 말이다. 오랜만에 손 좀 봐야겠어. 며칠 동안 거기 가서 정리 좀 해주거라. 특히 그 붉은 매화. 병이 들었을지도 모르니 꼭 정원사를 불러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숙희는 자신을 이 저택에서 떼어내려는 김단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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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열흘?”그 말에 서원공주는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그러고는 기세등등하게 발걸음을 옮겨 평양관저로 들어섰다.김단은 한 걸음 뒤에서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무거운 대문이 천천히 닫히더니 그들을 문밖의 세상과 단절시켜버렸다.이 안은 오롯이 공주의 뜻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또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앞에서 걷고 있던 공주는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너에게 소개하지. 이 아이는 내 수발을 드는 나인, 윤이라고 한다.”김단은 고개를 들고 윤이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치 자신이 공주라도 되는 양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거만한 눈빛으로 김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 눈빛엔 오만함이 가득했고 김단은 그 눈길을 받아내며 담담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그 모습에 윤이는 더욱 기세등등했고 김단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한낱 공주의 나인 주제에 이리도 뻔뻔하게 굴다니.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우쭐거리는 그녀가 안쓰러웠다.김단이 자기 나인에게도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서원공주는 기가 찼다.“네가 영리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충고 하나 해주지. 내 앞에서 잔머리는 그만 굴리 거라. 네 몸종을 멀리 보냈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못할 거라 생각하느냐? 정말 우습기도 하지.”그녀는 또 한 번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우아하게 관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관저 내의 하인이 공주를 난화당으로 안내했다.그곳은 평양관저 안에서 세 번째로 좋은 정원이었다.첫 번째는 당연히 평양원군인 최지습의 처소이고 두 번째는 현재 김단이 머무는 곳이었다.하지만 이 작은 난화당이 서원공주의 마음에 들 리 없었다.대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눈치챈 윤이는 즉시 날선 목소리로 외쳤다.“이 정원은 누가 배정했느냐!”하인은 깜짝 놀라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공주 자가, 제가 정한 것이옵니다. 이 난화당은 관저에서 비어 있는 정원 중 가장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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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비록 서원공주의 핍박에 못 이겨 평양관저에 머물겠다는 것을 허락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음식은 싱겁다 투덜거렸고 방은 작다고 성을 내며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단 하루 만에 이미 수차례나 언성을 높였고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신경은 온통 날이 서 있었다.하지만 김단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공주가 무언가를 부수든, 누군가에게 호통을 치든 상관없었다.김단은 공주가 사람의 목숨만 해치지 않는다면 개입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하지만 결국 먼저 폭발한 쪽은 공주였다.해가 지기도 전에 공주는 김단을 불러냈다.그 명령에 김단은 심호흡을 하고는 난화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주는 조용히 처마 밑에 앉아있었다.김단이 다가서자 그녀는 마치 기척을 느낀 듯 허리를 곧게 펴며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불쾌감으로 얼룩져 있었다.김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공주 자가, 평안하신지요.”“음.”단답으로 응한 공주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그녀는 옆에 선 윤이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녀는 나머지 하인들과 함께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문이 닫히고 나자 고요한 정원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그제야 공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도포 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설마 이대로 시간을 질질 끌면 이 일이 알아서 사라질 거라 믿는 건 아니겠지?”김단은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공주 자가, 걱정이 지나치시군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공주님의 맥을 짚는 그 순간부터 저희는 이미 같은 배에 올라탔다는 것을 말입니다.”서원공주의 눈빛이 미묘하게 일렁였다.그 말의 뜻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그녀는 김단을 다시 한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그래서 언제 시작할 셈인 거지?”김단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또렷하게 말했다.“공주님께서 이 평양관저에 몸을 담으신 이상 저는 공주님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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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괜찮아. 오늘 밤 다시 생각해 보자.정말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택해야겠지.밤이 깊었다.하지만 김단의 방엔 아직도 촛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책상 위에 펼쳐진 건 모두 의원이 건넨 의서들이었다.그녀는 이미 여러 차례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지만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 순간,톡!밖에서 무언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정확히는 조약돌 하나가 문짝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였다.김단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익숙한 장난 같기도 한데 뭐지?혹시...그녀는 곧장 문을 열었다.그러나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다.의아함이 고개를 들 무렵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급히 몸을 돌리자 어느새 소하가 방에 들어와 있었다.“도련님.”김단은 얼른 문을 닫고는 그에게 다가갔다.깊은 밤 함부로 여인의 방에 들어온 것이 미안했는지 소하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공주가 이 관저에 몰래 사람을 심어놨을지도 모르오.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말이지.”“알고 있습니다. 앉으세요.”그제야 소하는 의자에 앉았고 김단은 물을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혹시 그 수상한 금군에 대해 알아내신 게 있나요?”소하는 굳은 표정으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석 달 전, 금군 중 두 명이 야간 경비를 마친 후 술에 취해 돌아가다가 호수에 빠져 죽었소.”“석 달 전…?”김단은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그게 우리가 찾는 사람들인가요?”그 시점은 공주의 임신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순찰 기록을 확인해 봤소. 그날 두 사람 중 한 명이 공주 침전 근처를 돌다가 복통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기록이 있소. 돌아오기까지 반 시진이 걸렸더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오.”그 말에 김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리고 공주도 그날 순찰 기록을 따로 검토했던 흔적이 있소.”그 순간 김단의 뇌리에 두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그 금군이 공주의 약점을 알아차렸거나 혹은...“공주님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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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이틀이 더 흘러서야 김단은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의관으로 가면 그 처방법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처방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심혈을 다해 연구해 보았다.그동안 외워두었던 의서 속 생명 보존 처방들과 연계해 몇 가지 약재를 바꾸고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보약 약재를 추가했다.그렇게 완성된 것은 짙은 검은색을 띤 약 한 사발이었다.김단은 그 약을 조심스레 손에 들고는 서원공주의 방으로 향했다.약을 들고 나타난 그녀를 본 윤이는 재빨리 그 약을 받으려 다가왔지만 김단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윤이의 손길을 피했다.그 순간, 서원 공주의 미간이 날카롭게 좁혀졌다.“감히! 김단, 또 무슨 수작인 것이냐?”김단은 몸을 낮추며 조용히 말했다.“그런 뜻은 없습니다.”김단은 공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지금 공주님의 곁에 남은 이는 저와 윤이 낭자, 단둘뿐입니다. 공주님께서 이 약을 드시기 전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윤이는 서원의 가장 가까운 나인이었다.공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니 굳이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서원공주는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가 김단의 손에 들린 약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를 악물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혔다.“뭐가 궁금한 것이냐?”김단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공주님께서는 스스로 원하신 겁니까? 아니면 강제로 욕보이신 겁니까?”그 물음에 깜짝 놀란 윤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어찌 감히!”서원공주의 표정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러나 김단의 고요하고 진지한 눈빛에 사악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단지 진실만을 알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잠시 후, 서원공주는 깊은 한숨을 몇 차례 뱉어낸 뒤 조용히 말했다.“윤아, 말해주거라.”윤이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조심스럽게 진실을 털어놓았다.“석 달 전, 공주님께서 잠이 오지 않아 밤 산책을 나가셨습니다. 밤바람이 싸늘하다 하시어 제가 겉옷을 가지러 돌아갔죠. 그리고 그 사이...”윤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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