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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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사실 김단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기 꺼려 했다.임원에게 그 시간은 15년 동안 양자로 사랑받은 시간 일뿐이다.하지만 김단에게는 다르다.15년 동안 행복했던 기억은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상처 투성 인 탓에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기억의 문이 열리고 말았다.순간 과거 행복했던 시절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결국 김단은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코도 시큰거렸다.그녀는 진산군에게 슬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서둘러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술잔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하지만 김단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만약 임원이 나타나지 않았고, 제가 여전히 댁의 아씨였더라도, 대감마님께서는 저와 명정 대군을 바꾸시려 하였나이까?”질문의 끝에는 긴 침묵만이 오갔다.그녀는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가설을 지어 얻는 대답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임원은 이미 나타났다.자신은 댁의 아씨가 아니다.당연히 자신의 목숨을 이용해 진산군 관저에 명예를 얻고자 할 것이다.그녀는 잠시 생각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신을 향한 비웃음과 씁쓸함이다.진산군은 끝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녀의 시선을 피해 까마득한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하지만 김단이 고개를 숙여 씁쓸해 하는 모습은 그의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소한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하인의 옷으로 갈아 입고 그들의 앞에 섰다.김단은 눈살을 찌푸렸다.위아래로 그를 훑고는 물었다.“이런 모습으로 저와 동행을 하시는 것이 옵니까?”소한은 몸이 다부지다.그 탓에 하인의 옷을 입어도 그의 기백은 결코 숨길 수 없었다.김단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산적도 당연히 눈치를 챌 것이다.사실 소한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일부로 김단을 찾아간 것이다.이렇게 되면 그는 김단과 같이 동행할 수 없게 된다.하지만 산적들의 기술이 현란하여 기술을 배운 김단이라고 해도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한다.소한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내각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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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경조부윤이 잠시 멈칫했다.“불주산에 도착하려면 여기서 십 리나 떨어져 있소. 자정에 교대를 하려면 늦을 지도 모르오!”김단이 낮게 대답했다.“지금 가겠소. 서두르면 제시간에 도착 할 수 있나이다.”하지만 궁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이때, 숙희가 김단을 막아섰다.“아씨, 노비도 같이 동행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노비가 힘이 세서 위기의 순간에도 아씨를 지킬 수 있사옵니다.”그녀는 자신의 아씨를 혼자서 보낼 수 없었다.김단은 그녀의 행동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곧이어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그 산적들은 악행을 서슴지 않는 자들이야, 여인인 네가 그놈들의 손에 잡힌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내말 듣고 가만히 관저에 있거라.”“하지만.. 아씨도 여인이 아니옵니까!”흐느끼는 숙희의 목소리는 도끼가 되어 진산군의 마음을 내리쳤다.김단도 여인이다,만약 그들의 손에 잡히게 된다면 무슨 결과를 맞이할지 모른다.이 일에 대해 진산군이 생각을 안 해볼리 없었다.하지만 그에게 있어 명정 대군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이때, 궁에서 사람들이 도착했다.총 다섯명의 내시가 그들 앞에 섰다.모두 몸집이 작았다.그들 중 몇몇은 김단보다 작고 말라 보였다.김단 마저도 그들이 명성 대군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소한은 달랐다.그의 표정에서는 그들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소한은 그들을 한번 쓱 훑고는 김단에게 말했다.“산적이 딱 한 사람만 허락하였으니,낭자가 고르시오.”김단은 다섯 명 중 어느 한 명도 믿지 못했다.결국 아무나 짚어 답했다.“이 분으로 하겠습니다.”뽑힌 내시가 서둘러 김단에게 절을 올렸다.“소신 녹자, 최선을 다해 명정 대군의 안위를 지키겠사옵니다.”곧 김단이 아니라 명정 대군만을 지킨다는 말처럼 들렸다.김단은 깊게 심호흡을 한 뒤, 재빠르게 말 위로 올라탔다.그녀의 행동에 진산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곧 떠나갈 김단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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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두려웠던 마음은 순식간에 당혹스러움으로 변했다.산기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녹자는 그녀 뒤에 있었다.인기척 하나 없는 숲속에서 녹자는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이때,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안에서 사람 몇 명이 나왔다.그들은 서둘러 김단을 에워쌌다.총 세 명으로 모두 복면을 쓰고 있다.김단은 그들이 명정 대군을 납치한 산적이라 확신했다.산적들은 김단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중 한 명이 뒤에 있는 말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나머지 한명은?”김단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서둘러 상황을 빠져나갈 궁지를 생각했다.곧이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되물었다.“무슨 말이요?”“야 이년아, 모르는 척하지 마!”다른 산적이 옆에서 화를 냈다.“몸뚱아리는 하난데, 말을 두 마리나 데려왔네.”김단은 숨을 들이켜 두려움을 감추었다.“나머지 하나는 대군의 말이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적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셋째 형님, 계집 혼자 온 거 보면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오?”그의 말에 한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몇 명을 더 데리고 왔어도 똑같을 거야.”곧이어 다른 산적들을 향해 눈치를 주었다.두 사람이 김단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말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난폭하게 그녀를 데리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숲속의 길은 평탄하지 못해 걷기가 어려웠다.게다가 어두웠기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그 탓에 김단은 여러 번 돌에 넘어질 뻔했다.휘청거리며 걸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드디어 산 동굴 앞에 다다랐다.동굴 앞에서는 모닥불이 타고 있다.다른 산적 두 명이 앉아 토끼를 굽고 있는 중이었다.그들은 김단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계집 한 명이야?”그들도 여인이 혼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셋째 형이라고 하는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저 계집이 얼마나 당돌 한 지 알아?”곧이어 김단을 동굴 안으로 세게 밀었다.김단은 그대로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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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순간 상처가 가득한 팔목이 드러났다.곧이어 산적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김단은 그들에게 높은 신분의 여인으로 보였다.이러한 여인의 몸에 상처투성이라는 사실에 그녀가 가엾어 보였다.명정 대군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이거 보십시오. 이 계집은 절대로 안 죽습니다. 대장께서 데려가시면 백중백발 좋아하실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저를 풀어주세요!”이때, 칼 한 자루가 김단 앞에 던져졌다.그녀는 잠시 멈칫하고는 셋째 형님이라 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사내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놈을 잡은 건 순전히 우연이었어,그 왕이라고 하는 작자의 태도를 시험하고 싶었을 뿐이지. 네년은 저 자식이랑 돌아가도 전과 다를 바 없는 날을 보낼 거야. 네가 직접 죽이고 우리를 따라와.”명정 대군은 산적이 이러한 선택을 내릴 줄은 몰랐다.그는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뒷걸음을 쳤다.“자, 자네들이 분명 저 년을 주면 놓아준다고 했잖아!”옆에 있던 산적이 코웃음을 쳤다.“지금 산적이랑 거래를 하겠다는 거야? 보아하니, 대군도 멍청하기 짝이 없군.”명정 대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김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집어 들었다.명정 대군이 깜짝 놀라 다급하게 말했다.“김단, 네가 짐을 죽이면 아니 된다.짐은 네 약혼자이자 유일한 버팀목인 것을 잊었느냐! 날 죽이면 아니 된다!”약혼자?버팀목?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참으로 우습지 아니한가.김단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손 꽉 쥔 칼을 들고 코웃음을 쳤다.“자네는 날 죽일 뻔했던 사람이 아닌가. 무슨 낯짝으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나도 여기서 끝이라면 자네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집어치워!”김단은 자세를 취하고 명정 대군에게 달려들었다.명정 대군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이때, 김단이 몸을 돌려 셋째 형님이라 하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명정 대군을 죽일 수 없다.더더욱 산적에게 끌려갈 수 없었다.만약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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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또한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녹자는 주상이 명정 대군을 위해 보낸 사람이 아닌가?명정 대군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는 녹자가 칼을 빼지 못하도록 손을 잡았다.그리고 죽일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입을 열자 피를 토했다.“왜, 네가 왜?”“3년 전, 대군자가께 맞아 죽은 나인 청아를 기억하십니까?”녹자도 명정 대군을 죽일 듯이 노려 보았다.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하인이 대신하여 복수를 하러 왔습니다.”하지만 명정 대군은 그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그는 나인 청아에 대해 까마득히 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이러한 그의 표정에 녹자는 마음이 아려왔다.어떻게 그 일을 잊을 수 있는가,그의 가장 중요한 사람을 때려 죽게 한 사람이면서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녹자는 명정 대군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곧이어 칼을 뽑고 다시 깊숙이 찔렀다.마치 분노를 푸는 것처럼 네다섯 차례 다시 칼을 찔렀다.녹자가 다시 한번 더 공격하려 하자 김단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서둘러 녹자를 밀쳐냈다.명정 대군은 힘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그의 자리 옆으로 피가 흥건했다.김단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명정 대군의 상처 부위를 막았다.표정에는 황급함이 드러났다.“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을 겁니다!”명정 대군이 죽어서는 안된다.적어도 지금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하지만 김단이 아무리 용을 써봐도 넘치는 피는 멈출 줄 몰랐다.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구하러 오지 않았는 가.이대로 그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다급한 김단의 모습이 명정 대군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자신의 생사를 걱정하는 사람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이때, 명정 대군이 김단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김단의 두 눈은 이미 벌겋게 변했다.그녀는 명정대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죽으면 안돼, 죽어서는 안돼!”명정 대군이 웃음을 터뜨렸다.“미,미안했소...”말을 끝으로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김단은 그대로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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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숲 속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김단은 이제 전혀 무섭지 않았다. 숲 속을 천천히 걷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은 너무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김단은 이제 겨우 명정 대군을 휘어잡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명정 대군에게 함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됐는데! 이제 곧 진정한 명정빈이 되어 진산군 관저를 벗어날 수 있었는데, 명정 대군이 죽어버린 것이다.그럼 김단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명정빈의 신분을 잃은 그녀는 어떻게 진산군 관저를 벗어날 수 있을까?가문의 부귀와 영화를 지키기 위해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또 어떤 계획을 세우고 김단을 어떤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리려고 할까?우르릉 쾅!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이어 빗줄기가 거세게 떨어지기 시작했다.옷이 흠뻑 젖은 김단은 차가운 공기에 몸이 으스스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고개를 천천히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쳐다보더니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당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대체 왜! 저를 농락하는 게 재밌습니까? 제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사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어요?”김단은 그저 진산군 관저의 딸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는데 하늘은 갑자기 그녀에게 임원이라는 벌을 내려주었고 이제 겨우 어둠을 뚫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하늘은 또 명정 대군을 데려갔다.그리고 김단은 분명 비와 추위를 제일 싫어하는데 하늘은 하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폭우를 선물하고 있다.김단은 하늘이 매 순간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만 같았다.우르릉 쾅!천둥 번개가 번쩍거렸고 마치 김단의 분노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했다.쏟아지는 빗물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던 김단은 갑자기 미친 듯이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이런다고 제가 포기할 줄 알아요? 어디 한번 더 해보세요! 전 절대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전 절대 당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가슴이 찢어질 듯한 김단의 외침이 숲 속에 울려 퍼지던 순간, 그림자 하나가 숲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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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폭우는 밤새동안 내렸다.날이 밝아오자마자 김단은 바로 궁으로 향했다.대궐 안에는 문관과 무관들이 양쪽에 갈라 서있었고 용상에 앉아있는 황제는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김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어젯밤 김단은 명정 대군을 안전하게 돌려보낼 인질이 되어 떠났는데 계획대로라면 살아서 돌아와야 할 사람은 김단이 아닌 명정 대군이어야 한다!한편,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김단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용상에 앉아있는 저 남자는 말 한마디만으로 김단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하지만 김단은 최대한 차분한 표정으로 한 걸음 나아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인사를 올렸다.“소인, 주상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김단을 머리를 바닥에 댄 채 감히 꿈쩍도 하지 못했고 대궐 안에 서있던 대신들도 숨죽이고 있었다.모든 사람들이 황제가 김단에게 벌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용상에서 예상 밖으로 차분하고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그제야 고개를 살짝 든 김단은 황제를 힐끔 쳐다보았다.아무리 한 나라의 왕이어도, 슬하에 황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명정 대군의 죽음은 황제에게 비통할 일일 텐데 황제는 왜 이렇게 태연한 걸까?한편, 김단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 대신들이 전부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어젯밤 명정 대군이 산적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개처럼 빌었다고 하면 황제의 체면은 말이 아닐 것이다.입술을 살짝 깨문 김단은 미리 생각해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어젯밤 소인은 산적들에게 잡혀 산굴 속으로 끌려갔습니다. 산굴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명정 대군을 보았고 그 안에는 산적들이 생각보다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 산적들은 명정 대군 앞에서 저를 범하려고 했는데 명정 대군께서 목숨 걸고 저를 지켜준 덕분에 저는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정 대군은 산적들이 휘두른 칼에 크게 다쳤습니다. 녹자가 명정 대군의 복수를 위해 산적 다섯 명을 죽였고 그 틈에 도망친 산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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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황제도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한 나라의 왕으로서 체면을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똑똑히 기억하거라. 내 아들 명정 대군은 너를 지키다가 살해된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김단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하자 황제는 그런 김단을 아래위로 자세하게 훑었다.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채로 입고 있는 옷은 흠뻑 젖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안색은 안쓰러울 정도로 창백했다.어젯밤 비가 많이 내렸는데 김단도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너도 이만 나가보거라.”“성은이 망극하옵니다.”황제가 손을 내두르자 김단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대궐을 나섰다.조금 뒤, 누군가가 대궐 뒤편에서 걸어 나와 황제 앞에 허리를 숙였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황제가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처음부터 저 아이의 잘못도 아니었지 않느냐? 하지만 소 장군, 소 장군이 이러는 건 다 저 아이를 위한 일인데 왜 저 아이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냐?”소한은 어제 비를 맞으며 급히 궁에 찾아와 황제에게 명정 대군의 사망 소식을 알렸지만 본심은 김단을 위해 황제에게 사정하려는 목적이었다.이제 모든 사람들은 명정 대군이 목숨 걸고 김단을 지켰다고 생각하기에 아무도 감히 명정 대군의 죽음으로 김단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한편, 소한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릿속에는 온통 어젯밤 빗속에서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던 김단의 모습이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쳤지만 소한은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김단 낭자가 괜한 오해를 할까 봐 그러는 것이옵니다.”“오해? 뭘 오해한다는 것이냐? 소 장군 자네는 그 아이를 신경 쓰고 있는 게 확실하지 않느냐?”황제는 조금 의아했다가 이내 소한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한편, 소한은 자신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하지만 소인은 이미 임씨 가문 둘째 따님과 혼사가 정해져 있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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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한편, 진산군 관저에서.김단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임씨 부인이 한걸음에 달려와 김단을 반겼다.“단아!”임씨 부인은 김단의 팔을 덥석 잡은 채 그녀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말했다.“어디 다친 데는 없어?”옷이 아직 덜 마른 데다가 숲 속에서 몇 번 넘어진 탓에 다리에는 흙도 잔뜩 묻은 김단은 더할 나위 없이 처량해 보였다.하지만 김단은 일부러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처량하게 보일수록 황제의 동정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으며 그래야만 김단은 살 수 있는 희망이 더 커진다.김단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임씨 부인의 손을 딱딱하게 뿌리치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김단은 곁에 서있던 임원과 임학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밤새 몸과 마음이 괴로웠던 김단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두 사람을 상대할 힘도 없었으며 더군다나 김단은 얼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큰 마님을 보러 가야 했다.곧 궁에서 조종이 울릴 것이고 큰 마님도 결국 명정 대군의 죽음을 알게 될 수밖에 없기에 김단은 큰 마님 곁에 남아 큰 마님이 놀라지 않게 위로해야 한다.한편, 김단의 “안하무인” 태도에 임학과 임원은 기분이 언짢았고 임원이 먼저 나서서 김단에게 말을 걸었다.“언니, 어머님은 밤새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니 걱정을 밤새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떻게 어머님에게 이렇게 매정하게 대할 수 있어요?”김단은 임원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계속 저택 안으로 걸어갔고 보다 못한 임학이 한걸음에 달려가 김단의 앞을 가로막았다.“원이 말을 못 들은 것이오?”한숨을 살짝 내쉰 김단이 걸음을 멈추고는 역겹다는 듯이 임학을 쳐다보며 대꾸했다.“들었습니다. 그래서요?”임학은 김단이 이렇게 세게 나올 줄 몰랐기에 미간을 확 찌푸렸다.“낭자가 어젯밤 원이를 연못에 빠트린 것도 제대로 따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게 무슨 태도란 말이오! 명정 대군이 죽었다고 내가 낭자를 불쌍하게 여길 것 같소?”임학의 말에 김단이 코웃음을 치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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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김단은 고개를 돌려 임학을 쳐다보며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당연히 명정 대군을 살해할 생각까지는 못하겠죠. 도련님은 그저 저를 해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김단의 말에 임학은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고 김단은 그런 임학을 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도련님께서도 확실하게 아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저를 함부로 건드린다면 전 여러분들과 함께 머리가 잘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보거든요.”그녀 한 사람의 목숨으로 임씨 가문 전체가 멸할 수 있다는데 그것도 꽤 괜찮은 선택 같았다.한편, 임학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고 심지어 김단의 말에 겁을 먹은 듯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명정 대군을 약왕곡에 보내자는 제안을 한 건 소한이지만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긴 건 임학이다. 더군다나 임학은 소한처럼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것도 아니고 황제의 은총을 받지도 못했기에 만약 황제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임학은 제일 먼저 목이 잘릴 것이고 임씨 가문도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다.임학의 표정이 점점 퍼렇게 질리자 보다 못한 임원이 한걸음 나서서 말했다.“언니, 다들 언니를 많이 걱정했어요. 오라버니도 밤새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고요. 그런데 어떻게…”“어젯밤 연못에 빠진 걸로 부족해?”김단이 임원의 말을 딱 자르며 임원을 싸늘하게 쳐다보았고 또다시 눈물을 질질 짜는 임원 때문에 짜증이 확 치밀었다.두 남매를 번갈아 쳐다보던 김단은 손을 뻗어 앞을 막고 있는 임학을 확 밀쳐냈다.“비키세요!”말을 마친 김단은 별당으로 곧장 걸어갔고 그곳엔 숙희가 한참 전부터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가 김단을 보자 한걸음에 달려가 김단을 모시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미리 준비한 따듯한 물을 욕조에 부었다.김단은 이내 욕조에 몸을 담갔고 그제야 얼어붙은 몸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한편, 숙희는 너무도 피곤해 보이는 김단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씨, 명정 대군께서 살해당하셨는데 아씨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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