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임원만 계속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김단의 정수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노부인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불쌍한 내 손녀… 하지만 단아, 넌 공주 마마께서 임원을 해하려는 걸 뻔히 알면서 임원을 연회에 보낸 건 네 잘못이 확실해. 이 할미 말을 인정하느냐?”김단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있던 진산군이 먼저 말했다.“어머니, 저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심했습니다. 인정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으니 절대 저 아이 때문에 노여워하지 마세요.”진산군은 노부인이 화가 치밀어서 병이 발작이라도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김단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예상밖의 대답에 진산군과 임학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지?이때, 노부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이 할미가 너에게 벌을 내려야겠지. 김단 너에게 한 달 동안 외출을 금하겠노라. 어찌 생각하느냐?”너무도 따듯한 벌에 김단은 또다시 울컥했다. 역시 김단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노부인밖에 없었다.노부인은 김단이 진산군 관저 사람들과 말도 섞기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기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김단을 배려하여 외출을 금한다는 벌을 내린 것이다.이제 임원과 임학 그리고 심지어 소한도 더 이상 김단을 찾아와 귀찮게 할 수 없게 되었다.한 달의 시간이면 김단은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할머니께서 내리신 벌, 달게 받겠습니다.”김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진산군이 다급하게 말했다.“어머니, 이 벌은 저 아이에게 너무 약합니다. 우리 원이가 하마터면…”“그래서, 원이가 조금이라도 다쳤느냐?”노부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근엄해지자 흠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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