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91 - Chapter 200

263 Chapters

제191화

조용하게 듣고 있던 김단은 참다못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만약 이것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면 3년 전 당신들이 저지른 건 죽을죄가 아닙니까?”김단의 말에 다들 말문이 턱 막혔고 임씨 부인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리다가 겨우 몸을 가눴다.“너… 너…”김단은 그런 임씨 부인을 힐끗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씨 부인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그럴 줄 알았어. 넌 여전히 우리를 원망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단아, 이건 상황이 다르잖아. 그때 당시는 돌발 상황이었고 사고였어! 하지만 오늘 일은, 단이, 네가 일부러 원이를 해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야. 이건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야.”임씨 부인의 말에 김단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피식 웃었다.“일부러 해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 마님께서는 말씀을 참 잘하셨습니다!”이때, 임학이 나서서 김단에게 따져 물었다.“그럼 아니란 말이오? 낭자가 공주 마마의 명을 받고 일부러 원이를 궁으로 보낸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소?”“전 공주 마마의 명을 받고 임원을 궁으로 데리고 간 게 맞습니다.”김단은 사람들을 쓱 훑어보며 당당하고 차분하게 사실을 진술했다.“하지만 임원이 입고 있었던 옷은 소 장군님께서 선물한 게 확실합니다.”김단의 말에 임원은 참다못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김단에게 말했다.“그 치마는 분명히 언니의 치수에 맞춰 제작된 옷인데 어떻게 저한테 선물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까?”그 치마가 아니었다면 임원은 오늘 궁에서 그렇게 큰 창피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한편, 김단은 그저 눈썹을 들썩이며 임원을 힐끗 쳐다보고는 비꼬듯이 말했다.“하지만 소 장군님은 분명 네 약혼자잖아. 네 약혼자가 내 치수에 맞춰 비싼 치마를 제작하고 심지어 사람을 시켜 내 마당에 두고가기까지 했는데 너라면 그 치마를 받을 수 있겠어?”김단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임학은 이내 반박했다.“그렇다고 해도 낭자는 우리 원이에게 사실대로 얘기를 했어야지 어떻게 원이에게 준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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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허리가 잔뜩 휜 노부인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김단에게 다가가 김단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였다.“걱정하지 말 거라. 이 할미가 있는 한 아무도 너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야.”노부인은 일부러 사람들에게 들으라고 한 말이었고 진산군에게 주는 경고였다.솔직히 김단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진산군이 내린 벌이 세답방에서 맞았던 무수한 채찍보다 더 아플까? 명정 대군 관저에 있던 작은 뒷간에 갇혔던 것보다 더 어둡고 무서울까?오늘 진산군이 김단을 때려죽인다고 해도 김단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노부인이 나타나 김단의 편을 들어준 순간, 김단은 눈시울이 붉어졌다.“할머니, 몸도 편찮으신데 왜 나오신 겁니까?”김단은 자신의 감정을 들킬까 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지만 곁에 있던 임학은 순간 김단의 울먹임을 발견했다.그 순간, 임학은 왠지 마음이 움찔했고 금단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너무 많은 서러움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김단은 도대체 뭐가 억울하고 서러운 걸까? 오늘 일은 분명 그녀가 잘못한 게 맞는데!주먹을 꽉 쥔 임학은 조모 곁에 다가가 조모를 부축했다.“할머니, 손자가 자리까지 부축하겠습니다.”노부인은 임학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채 손자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았다.여전히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노부인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이 늙은이도 다 들었어. 단아, 이 할미 곁으로 와.”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른 김단은 조모 앞에 다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할머니.”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노부인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할미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보거라. 네가 정말 원이를 해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전 단 한번도 누구를 해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그럼 공주 마마께서 굳이 원이를 궁으로 부른 목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던 것이냐?”노부인의 물음에 김단은 멈칫하다가 할머니한테까지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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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김단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임원만 계속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김단의 정수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노부인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불쌍한 내 손녀… 하지만 단아, 넌 공주 마마께서 임원을 해하려는 걸 뻔히 알면서 임원을 연회에 보낸 건 네 잘못이 확실해. 이 할미 말을 인정하느냐?”김단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있던 진산군이 먼저 말했다.“어머니, 저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심했습니다. 인정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으니 절대 저 아이 때문에 노여워하지 마세요.”진산군은 노부인이 화가 치밀어서 병이 발작이라도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김단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예상밖의 대답에 진산군과 임학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더니,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이지?이때, 노부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이 할미가 너에게 벌을 내려야겠지. 김단 너에게 한 달 동안 외출을 금하겠노라. 어찌 생각하느냐?”너무도 따듯한 벌에 김단은 또다시 울컥했다. 역시 김단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노부인밖에 없었다.노부인은 김단이 진산군 관저 사람들과 말도 섞기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기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김단을 배려하여 외출을 금한다는 벌을 내린 것이다.이제 임원과 임학 그리고 심지어 소한도 더 이상 김단을 찾아와 귀찮게 할 수 없게 되었다.한 달의 시간이면 김단은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할머니께서 내리신 벌, 달게 받겠습니다.”김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진산군이 다급하게 말했다.“어머니, 이 벌은 저 아이에게 너무 약합니다. 우리 원이가 하마터면…”“그래서, 원이가 조금이라도 다쳤느냐?”노부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근엄해지자 흠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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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노부인은 가문 사람들의 얼굴을 쓱 훑더니 결국 진산군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말했다.“넌 내가 단이만 예뻐한다고 했지? 그러면 너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다들 원이만 예뻐하고 편애하잖아! 나까지 그 아이를 아끼고 지켜주지 않으면 그 아이가 이 집안에서 숨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을까?”말을 하던 노부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대문 밖으로 걸어갔다.“아무리 친딸이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면 감정이라는 게 생기는 것이야. 감정이 생기면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고.”집안에 서있던 사람들은 노부인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가 노부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산군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오늘 이 일을 누가 어르신한테까지 알린 것이냐?”임학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여전히 조금 전에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던 김단의 모습만 가득 차있었다.임씨 부인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이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던 임원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제, 제 곁을 지키던 시녀가 의원에게 약을 가지러 갔다가 실수로 말을 흘린 것 같습니다.”노부인 곁에 있는 시녀는 거의 매일 의원에게 찾아가 약을 구했기에 거기서 마주쳤을 수도 있다.임원의 말에 진산군이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고 눈치를 보던 임원은 진산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일부러 할머니께 이 일을 알리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돌아가서 시녀를 제대로 교육하겠습니다. 아버님, 제발 노여움 푸세요.”눈시울이 빨개진 임원이 가여운 모습으로 진산군을 쳐다보자 진산군은 마음이 약해져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너희들 할머니는 이제 몸이 안 좋아서 이런 일들을 신경 쓰게 만들면 안 돼. 그러니까 앞으로 절대 할머니에게 괜한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진산군이 엄숙한 표정으로 경고했고 조금 전 어머니의 말이 떠오르자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단이도 한 달 외출 금지를 받았으니까 이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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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이날 밤, 김단은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김단은 3년 전 임원이 유리잔을 깨트렸던 상황으로 돌아갔고 공주 마마의 질타에 소한과 임학은 김단 앞에 막아서서 김단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꿈속의 김단이 두 오라버니에게 감동하던 그때, 두 사람 뒤에 서있는 사람은 김단이 아닌 임원으로 바뀌었다.결국 김단은 세답방에 끌려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른 무수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나인이 휘두른 채찍에 맞고 있었다.화들짝 놀란 김단은 두 눈을 번쩍 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으며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세답방 그곳은 아직까지도 김단에게 지옥보다 더 두려운 곳이다.인기척에 놀란 숙희가 방으로 달려왔고 침대에 걸터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단을 보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씨, 악몽을 꾸신 겁니까?”깊게 숨을 들이마신 김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조금 안 좋은 꿈을 꾸었을 뿐이야. 이제 괜찮아졌어.”꿈속에서도 소한과 임학이 자신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생각에 김단은 씁쓸하게 웃다가 조금씩 밝아오는 창밖을 보며 물었다.“지금 몇 시인 것이냐?”“이제 묘시 조금 넘었습니다. 조금 더 주무십시오.”숙희가 하품을 하며 대답하자 김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다 잤어.”조금 전에 꾼 꿈으로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기에 다시 눕는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숙희는 여전히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물었다.“그럼 지금 일어나시겠습니까?”김단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고 어차피 그녀는 지금 외출 금지이기에 지금 일어나도 딱히 할 일은 없다.“그럼 뭐 하실 거예요?”숙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묻자 김단은 멈칫했다.그녀는 아직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명정 대군은 이미 사망했고 이대로 진산군 관저에 가만히 있으면 임씨 가문에서는 또다시 그녀에게 결혼 상대를 찾아줄 것이다.이용당하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기에 김단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며 자신을 위해 뭔가를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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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두 번의 시도에도 입에 댈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었기에 정암은 바로 돈을 들여 전문가한테서 배우기로 했다.쉬워 보였던 대창 요리는 실제로 만들려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 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성공한 정암은 대창을 사들여 한 그릇을 만들어 보았으나, 식으면 맛이 떨어질까 봐 바로 김단에게 달려온 것이었다.하지만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정암은 자신이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는 대문이 아닌 담을 타고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뭐 대단한 것도 아니라 대창을 맛보게 하려고 말이다!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정암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으나,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한편, 김단도 정암이 이 시간에 대창을 주러 왔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저번에 그저 지나가는 말로 대창을 좋아한다고 하였고, 심지어 그녀는 까맣게 잊고 있었건만, 정암은 그 말을 기억하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별당에 가지고 온 것이었다.정암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지자 김단은 참다못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종사관 나리께서는 제가 지금 배고프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말을 하던 김단은 숙희에게 찬합을 받아오라고 눈치를 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있던 정암은 숙희가 손을 내밀자 바로 찬합을 건넸다.숙희는 찬합에서 대창을 꺼냈고 김단은 바로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정암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김단을 빤히 쳐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맛은 어떻습니까?”“너무 맛있습니다.”환하게 웃던 김단은 한 점을 집어 숙희 입에 넣어주었고, 숙희도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너무 맛있습니다!”정암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고 편한 미소도 지었다.“다행입니다. 제가 이 요리를 며칠이나 배웠는데 낭자의 입에 안 맞을까 봐 엄청 걱정했습니다.”김단은 한없이 조심스러운 정암의 모습을 보며 왠지 마음이 씁쓸했고 정암의 진심을 알 것만 같았다.만약 진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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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정암이 발견된 것인가?김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씨, 여기 계세요. 소인이 나가보겠습니다.”숙희는 미처 내려놓지 못한 대창 그릇을 김단 손에 쥐여주며 빠르게 밖으로 향했고 그러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돌아왔다.“아씨! 호위병들이 정사관 나리를 발견한 게 맞아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정사관 나리께서 빠르게 도망가셔서 호위병들이 못 잡으셨어요.”숙희의 말에 김단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만약 정암이 김단 때문에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면 그녀는 큰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하지만 30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 별당 대문이 벌컥 열리며 임학이 씩씩거리며 들어왔고, 김단은 갑자기 나타난 임학을 보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도련님, 저는 지금 별당 안에서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모께서는 절대 아무도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마시라고 명확하게 말씀을 하셨고요. 그런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도련님께서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임학은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김단을 힐끗 쳐다보며 엄숙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아침 한 남자가 별당 담을 넘어서 도망치는 걸 봤다고 호위병이 나한테 보고를 했소.”김단은 순간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이내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럼 그 남자는 잡혔습니까?”임학은 김단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제 그 일이 있은 뒤로부터 화를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아니, 잡지 못했소. 하지만 호위병들은 그 자를 정암 종사관으로 의심하고 있소.”임학의 말에 김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암은 소한의 부하로써 평소에 호위병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기에 호위병들이 정암을 알아봤을 것이다.하지만…김단은 임학을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종사관 나리께서 이른 아침에 이곳에 올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임학은 뻔히 알면서 묻는 김단을 보며 속으로 어이없어서 코웃음을 쳤지만 결국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그동안 낭자가 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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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이런 생각에 임학은 화가 점점 치밀었다.“어찌 됐든 낭자는 여인으로써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는 일을 저지르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오. 낭자와 원이는 아직 혼인을 하지도 않은 처녀인데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지면 낭자나 원이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소.”김단이 자신의 별당에서 밤새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김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한 진산군 관저의 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그러다가 결국 임원의 명성도 김단 때문에 더럽혀질 수도 있다.한편, 김단은 임학의 말을 조용하게 듣고 있다가 그제야 임학의 본심을 알게 되었다.“어쩐지, 도련님께서는 사람을 시켜 저를 묶어놓고 저에게 약까지 먹였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제 명성을 걱정하시나 의아했는데 결국 도련님께서는 임원을 위해 저를 찾아온 것이군요.”흠칫하던 임학은 예전에 자신이 저지른 황당한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뜨끔했다.“난 오늘 낭자와 말다툼을 하러 온 게 아니오. 조모께서 낭자에게 벌을 준 건 낭자가 별당 안에서 다른 남자와 몰래 만나라는 뜻이 아니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시오.”그렇게 임학은 있지도 않은 죄명을 김단에게 강제로 씌웠다.임학이 돌아서서 떠나려고 할 때, 뒤에서 그릇 하나가 날아와 그의 왼쪽 어깨에 정확하게 맞았다.미간을 확 찌푸린 임학은 고개를 돌려 손에 그릇을 들고 있는 김단을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미친 것이오?”걱정하는 마음에 충고를 했는데 김단은 그 마음을 알아주지도 못하는 망정, 그에게 이렇게 그릇까지 던지다니!하지만 김단은 멈추지 않고 계속 그릇을 던졌다. 그러다가 식탁 위에 있던 그릇을 전부 던지고 나서야 김단을 임학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제 명성을 가장 더럽힌 사람은 도련님입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여인의 몸을 잘 간수하지 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 것도 당신이고요! 뻔뻔하게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별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괜찮은 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전혀 묻지 않았습니다. 되려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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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임학이 군영에 찾아갔을 때, 정암은 서재에서 소한에게 군무를 보고하고 있었다.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임학은 다짜고짜 정암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지만 눈치가 빠른 정암은 몸을 옆으로 살짝 돌려 임학의 주먹을 피했다.임학은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정암을 향해 발을 뻗었지만 정암은 여전히 쉽게 쓱 피했다.한편, 돌발 상황에 미간을 확 찌푸린 소한은 책상을 뛰어넘어 정암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임학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임학에게 말했다.“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임학은 소한의 손을 홱 뿌리치더니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정암을 노려보았다.“저자에게 물어보시오.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소한은 고개를 돌려 정암을 쳐다보았지만 정암은 당당하게 허리를 쭉 편 채 대답했다.“소인은 임 도련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김단에게 대창 요리를 줬을 뿐인데 그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한편, 정암의 대답에 임학은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오늘 아침 정암 당신이 단이 별당 담을 넘어 도망을 쳤소. 우리 관저를 지키던 호위병들도 당신의 뒷모습을 알아봤는데 계속 모른 척할 셈이오?”임학의 말에 소한도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정암은 소한의 부하로 오랫동안 함께 일을 했기에 임학의 한 마디로 죄를 단정 질 수는 없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소한의 물음에 정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되레 임학을 쳐다보며 물었다.“설마 김단 낭자에게 찾아가신 겁니까?”정암의 물음에 흠칫하던 임학은 버럭 화를 냈다.“내가 내 동생을 찾아가는 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소!”“낭자에게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정암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학을 쳐다보며 언성을 높이자 임학도 화가 나서 또다시 정암을 때릴 기세로 말했다.“그건 나랑 내 동생 사이의 일이오! 당신은 끼어들 문제가 아니란 말이오!”정암도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한 걸음 다가가 임학의 멱살을 확 잡았다.“경고하는데 김단 낭자 앞에서 헛소리하시지 마십시오. 안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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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정암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자신의 오른손을 꾹꾹 누르며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럼 혹시 김단 낭자는 그저 장군님이 사줘서 좋아한 게 아닐까요? 만약 정말 다과를 좋아했다면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 나눠줬을까요?”예전에 정암도 김단이 나눠준 다과를 먹은 적이 있다.한편, 임학은 정암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김단은 늘 남에게 다과를 나눠주곤 했었다.그때 당시에는 김단이 단순히 나눔을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암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만약 정말 다과를 매우 좋아했다면 아까워서 남들에게 그렇게 많이 나눠주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임학만큼 당황한 소한은 정암을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놓았다.소한은 지금까지 김단이 다과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예전에 김단에게 다과를 선물할 때마다 김단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하지만 언젠가부터 김단은 소한이 마차 안에 넣어둔 다과를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고 바로 임원에게 주었다.소한은 김단이 아직 그를 원망하고 화가 풀리지 않아서 그가 준 음식을 먹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단이 애초에 다과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어렸을 때부터 두 살 어린 김단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김단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정암은 말 없는 두 사람을 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장군님도 아실 겁니다. 소인이 어젯밤 군영을 떠났을 때 이미 술시였습니다. 취향각에서 주방장에게 두 시간 정도 요리를 배운 뒤 바로 대창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창 손질만 해도 꽤 오래 걸렸고 도중에 고기를 태워서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소인이 취향각을 떠났을 때 이미 묘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소인을 못 믿으시겠다면 취향각에 직접 찾아가셔서 물으셔도 됩니다. 소인은 겨우 성공한 대창 음식이 식을까 봐 급하게 진산군 관저로 들고 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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