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심미연은 요즘 계속해서 증거를 모으고 진아리 남편 주변 인물들을 몰래 조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아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돌아온 건 뒤통수에 칼을 꽂는 배신이었다.그런 사람이라면 평생 고통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사람을 힘든 상황에서 구해줄 필요도 없었다.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님, 이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심미연은 옷차림을 가다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차를 기다리며 심미연은 신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신하린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묻어났다.“미연아, 미안해!”“나 배 아파. 의사한테서 약 받아서 법정으로 좀 가져와 줘. 지금 당장. 재판 시작 전에 꼭 먹어야 해!”아까 그 여자가 달려들었을 때 손으로 막은 덕에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났다. 아니었으면 더 심하게 아팠을 것이다.요즘 들어 왜인지 자꾸 배를 다치는 일이 많았다.‘이러다 뱃속 아이가 언젠가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면 어쩌지...’그녀는 속으로 불안감이 스쳤다.“배 아픈데도 법정에 가겠다는 거야? 그렇게까지 해야 해?”신하린은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심미연이 안쓰러워서 한마디 했다.임신한 사실을 강지한에게 들키지 않으려니 입원조차도 미리 가짜 진단서를 준비해야 했다. 배가 아파도 일을 미룰 수 없었고, 혹시라도 임신 사실이 드러날까 매일 전전긍긍이었다.“지금은 참을 만해. 걱정 말고 빨리 병원 가.”심미연은 미간을 짚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몸 상태 계속 신경 쓰고 이상하면 당장 병원 가는 거다, 알지?”신하린은 조바심 가득한 목소리로 당부했다.“응, 알겠어.”마침 차가 도착하자 심미연은 전화를 끊었다.차에 오르자 임현이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물었다.“변호사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제가 대신 신청이라도...”“아니에요, 괜찮습니다.”오늘 이 재판은 반드시 치러야 하고 미룰 수 없었다.임현은 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Last Updated : 2024-12-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