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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276 챕터

제151화

그렇게 되면 강 대표한테는 말할 수 없다. 사무실에 돌아온 뒤, 성무진은 문을 닫고 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가서 강지한에게 알린 다음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사실 그의 매달 월급은 꽤 높은 축이지만 업무 강도가 세고 또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요즘 바쁘고 힘든 데다가 강지한의 컨디션도 안 좋은 바람에 그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해서 머리가 한 웅큼씩 빠지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 왠지 서른도 안 되어 대머리가 될 것 같았다.오전 근무가 끝난 뒤 그는 냉큼 컴퓨터를 끄고 강지한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 가실까요?”박유진 쪽에서 이미 식당을 예약해서 12시까지 가면 된다.하여 지금 출발해도 12시가 넘을 것 같았다.“이 서류만 보고.”강지한은 성무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서류만 봤다.하여 그는 옆에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맞다, 이번 달부터 심미연에게 매달 5000만 원 씩 생활비로 보내.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미용실을 매물로 내놨는지 확인하고 내놨으면 그걸 사서 지유에게 넘겨.”방금 고민해 봤는데 매달 온지유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미용실 하나를 넘겨서 직접 운영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미용실로 돈을 벌게 되면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성무진은 당연히 이유를 묻지 않았다. 강지한의 결정이라 당연히 물을 이유도 없었다.그러다 문득 심미연이 안쓰러웠다.포브스 랭킹 3위 안에 드는 최고 부자와 결혼했지만 그에게 주는 생활비 5000만 원으로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의 가방 하나도 사지 못한다. 문서를 보고 있는 강지한이 혹시나 그의 속내를 알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그는 서류에 사인한 뒤 다시 펜 뚜껑을 닫고 일어서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성무진은 그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식당 룸 안에서 박유진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모든 행동에 우아함이 배어있어 한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 들어 괜스레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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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박유진은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 자기도 모르게 술잔을 꼭 쥐었다.강지한은 불과 몇 년 만에 이노하이브를 세계 500강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포브스 랭킹에도 올린 사람인데 이대로 아무 계획도 없이 손 놓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이런 사람은 특히 차갑고 냉정해서 동정심이나 연민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었다.심미연은 그와 같이 사는 게 가뜩이나 고통스러울 텐데 만약 이 화를 전부 그녀에게 돌린다면 그의 말대로 심미연만 고생하게 된다.그것만 생각하면 박유진은 가슴이 아파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절대 그 고통을 심미연에게 안겨줄 수 없었다.하여 박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신 뒤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하는 게 뭐예요?”강지한은 괴로워하는 박유진의 모습이 이상하게 짜증 났다.그 원인이 바로 자기 아내인 심미연 때문이란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애틋한 사이인 것 같았다.“듣자 하니 지금 바렐 그룹에서도 정부 프로젝트에 참석한다고 하던데 그쪽에서 먼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어떨지요?”현재 바렐 그룹은 가장 강력한 이노하이브의 경쟁그룹인데 만약 그들이 물러서면 이노하이브에서 이 프로젝트를 단번에 먹어버릴 수 있다.여기서 중요한 건 박유진이 회사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마침 주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근데 이 프로젝트를 잃게 되면 박유진이 이사회에 빨리 발을 붙이는 게 어쩌면 어려워질 수 있다. 강지한은 과연 박유진이 그만큼 심미연을 사랑하는지 떠보고 싶었다.“네! 그럴게요.”하지만 박유진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회사와 심미연중에서 당연히 심미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또한 그는 지금 이 프로젝트를 잃는다고 해도 빠르게 바렐 그룹을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자기 능력에 대해 자신 있었다.순간 강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금 바렐 그룹에 제대로 발도 못 붙이는 상황인데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이다니!그만큼 심미연이 그에게는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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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심미연은 입을 달싹거리다가 답했다.“점심이라고 같이할까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름 아닌 박유진의 어머니인 이미자였다.예전에 심미연을 엄청 사랑해줬고 또 심미연도 그녀에게 항상 고마웠다.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전화 왔다는 건 분명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다.“뭐 먹고 싶어? 내가 예약할게.”이미자는 혹시나 심미연이 놀랄까 봐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이모가 중국 음식을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신촌에 그 중국집은 어떠세요?”예전에 심미연은 박유진네 집에 자주 가서 밥을 먹었기에 누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걸 기억하네. 그래, 그럼 그 식당으로 예약할게.”이미자는 아까보다 한결 편안한 듯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심미연을 좋아했고 자기 며느리로 데려오고 싶었으나 아쉽게 그러지 못했다.너무 아쉽고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그럼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고 있을게. 이따 봐.”“네. 이따 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심미연은 임현에게 말했다.“이건 나중에 정리하고 먼저 가서 밥 먹어요.”임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변호사님, 혹시 계속 리우에 있으면 안 될까요?”“당연히 안 되죠.”심미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떠나는 즉시 임현 씨는 온지유에게 붙어요. 그 여자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줘야 나중에라도 임현 씨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변호사님이 가면 저도 갈래요.”임현은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임현 씨는 절대 가면 안 돼요. 리우에 있는 게 임현 씨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혹시 알아요? 제가 다시 돌아올지.”심미연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다독여줬다.강지한은 분명 그녀더러 휴가를 내라고만 했지 아직 해고한다는 말은 없었다.하여 최대한 돌아오리라 다짐했다.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도 있고...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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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심미연의 목소리에 주아연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그녀가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아까 나간 게 아니었어요? 왜 또 와요!”심미연은 책상 쪽으로 다가가 위에 놓인 화분에서 소형 카메라를 떼어내며 말했다.“당신 얼굴이 보여서 냉큼 달려왔죠.”“자기 사무실에 웬 카메라까지 달아놓고 난리예요!”그러다가 주아연은 옆에 있는 임현에게 말했다.“봤죠? 이런 식으로 감시하고 있는 거? 임현 씨를 전혀 믿지 못하는 뜻이라고요.”그 말에 임현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심 변호사님께서 책상에 뭘 달아놓든 그건 변호사님 자유지, 왜 이간질해요?”최근 사무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기와 질투로 꽉 차 있었다.하여 믿을 사람이라고는 심미연 밖에 없었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무한 지지해 주기로 다짐했다.“주아연 씨, 당신은 오늘부로 해고입니다. 그러니까 제 사무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제 다시 쓸 일이 없을 거예요.”심미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모습에 주아연은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물었다.“지금 어디에 전화를 거는 거예요? 사장님? 아니면 온 팀장님?”심미연이 그녀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온 팀장이라...강지한은 온지유의 부탁이라면 다 들어주는구나.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지금 내 사무실에 와서 난동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사람 시켜서 처리해 줘.”심미연은 주아연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사실 저번에 주아연이 차에서 남자랑 불미스런 짓을 하던 동영상을 손에 넣은 뒤로부터 그녀를 쫓아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녀와 같이 풍기 문란한 사람이 어떻게 변호사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주아연은 애써 괜찮은 척, 팔짱을 끼고 심미연이 통화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그러다가 문득 본인은 온지유가 직접 뽑은 사람인데 심미연의 한 통화 전화로 해고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여 그녀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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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미연 씨, 빨리 올라가요. 사모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왕지현이 낮은 소리로 그녀를 독촉했다.그녀는 이미자를 올해로 20년째 모시고 있는데 오늘처럼 컨디션이 나쁜 모습은 처음 본다. “네, 올라가요.”왕지현은 그녀를 데리고 이미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이미자는 아주 다정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는데 아마 박유진이 어머니 성격을 똑 닮은 것 같다.심미연은 어릴 적부터 거의 박씨 가문에서 살다시피 했고 이미자도 그런 그녀를 엄청 예뻐해 줬다.그러다 나중에 강지한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쪽으로 발길을 끊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강지한과 결혼한 3년 동안 심미연은 박유진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박씨 가문에 가지 않았고 천천히 그 집안과 선을 그었다.심씨 가문에서 그쪽을 주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지한이 박씨 가문에 대해 아는 게 싫었다.사실 강지한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혹시나 심미연과 사이가 틀어지면 박씨 가문으로 그녀에게 협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여 박씨 가문이 심미연의 약점이란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들아가 봐요.”왕지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이미자는 한창 차를 마시고 있었고 심미연은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입니다.”그제야 이미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순간 눈시울이 빨개졌다.“미연아, 왜 이리도 말랐어?”예전에도 말랐지만 얼굴만은 살이 포동포동했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보아도 잘 지내지 못한다고 느낄 정도로 안쓰럽게 변해있었다.심미연은 지금 임신 상태지만 아무리 입덧이 줄었다고 해도 입맛이 없어 잘 먹지 못했다.게다가 강지한까지 괴롭히는 관계로 더욱 입맛이 사라져 제대로 안 먹었더니 지금처럼 야윈 것이다. 심미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그녀는 자기 일에 대해 말하기 싫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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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심미연의 태도를 보면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럼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지?“이따 병원에 한번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이미자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며 다정하게 물었다.“혹시 주문하셨어요? 안 했으면 제가 가서 골라볼게요.”“그래, 네가 해.”그녀의 말에 심미연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이미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는데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자기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 보기에는 성격이 온화해 보이지만 고집스레 몇 년 동안 심미연만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하여 혹시나 여자 하나 때문에 사고 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뿐이었다.3년 전 심미연과 강지한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을 때 만약 박유진이 갑자기 쓰러지지 않았다면 그의 성격에 당장이라도 심미연을 데리고 도망쳐서 아마 다시는 경성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해외에서 치료받던 3년 동안, 이미자는 수없이 많은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면서 매번 그가 영영 떠날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는 모든 걸 다 이겨내고 다시 깨어났다.의사도 그가 살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를 격려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깨어났다면서 의학적 기적이라고 놀라워했다.그 격려해 준 사람이 심미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미자는 그저 그 사람이 고마웠다.그가 아니었으면 자기 아들을 진작에 떠나보내야 했을 것이다.심미연은 밖에서 주문을 한 뒤 재빨리 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에서 곧바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변호사님, 방금 주아연이 쫓겨나던 꼴을 변호사님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심미연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후에 제가 좀 늦게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까 저번에 예약했던 장 사모님은 임현 씨한테 맡길게요.”“네. 알겠습니다. 주아연이 가니까 백현지도 고소해하더라고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예전에 두 사람 사이가 참 좋아 보였는데 그녀가 쫓겨나자마자 선을 긋고 바로 돌아선 모습이 참 역겨웠다.심미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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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심미연은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일은 안 하고 하루 종일 이런 소문이나 듣고 다녔어요? 말해봐요, 이번에는 또 뭔데요?”“그 현지원이라는 분이 경성 4대 가문인 육씨 가문의 혼외 자식이래요. 그래서 다들 그 사람이 다시 육씨 가문으로 들어갈지 내기하고 있어요.”임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지금 로펌 안에서 퍼질 대로 퍼진 소문이지만 너무 큰 소리로 떠벌릴 수 없었다.어디까지나 남의 사생활에 관련된 일인데 혹시나 그 사람에게 들킨다면 곤란해질 것이다. 심미연은 깜짝 놀랐다가 순간 육현성이 생각났다.그럼 현지원이랑 육현성은 이복형제란 소린가?“오늘 백현지 씨가 얼마나 고고한 척 했는지 변호사님은 못 봐서 그래요. 저는 그분이 어느 재벌 집 사모님인 줄 알았어요.”임현은 백현지를 비웃었다.남의 가정을 박살 낸 불륜녀 주제에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아무래도 그 여자를 멀리하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라도 눈치채고 괴롭히면 어떡해요.”심미연은 조심스레 당부랬다.지금 임현을 제일 아니꼬워하는 사람이 백현지인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밥 먹으러 갈게요.”심미연은 몇 마디 더 당부해둔 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룸 안으로 들어갔다.밥 먹으면서도 이미자는 계속 맛있는 요리를 심미연에게 집어줬다.순간 마음이 따뜻해진 그녀는 가만히 이미자를 바라보았다.“너랑 나는 입맛이 똑같잖아. 다 매운 걸 좋아하고. 근데 우리 유진이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매운 건 입도 못 대. 술도 마찬가지고.”이미자는 한껏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그러다가 심미연은 문득 박유진과 같이 밖에서 밥을 먹던 게 생각났다. 그는 심미연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녀의 입맛에 맞게 매운 것만 골라서 주문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음식을 물에 씻어 먹곤 했는데도 입술은 항상 퉁퉁 부어올랐다. 하여 매번 박유진더러 안 매운 요리도 주문하라고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미연아, 혹시 네 어머니께서 전화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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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근데 미연아, 너도 이제 결혼한 지 오래되었는데 아이 가질 때도 되지 않았어?”그녀의 물음에 심미연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지금 무엇보다 일이 더 중요해서 당분간 아이는 안 가지려고요.”강지한과 곧 이혼할 텐데 임신한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또한 혹시나 강지한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무조건 아이를 지우라고 할 것이다.그건 절대 안 된다!“여자는 시집갔으면 남편에게 내조하고 자녀를 잘 교육하는 현모양처로 살아야 해. 사업은 남자한테 맡기면 되잖아. 미연아, 너도 알다시피 강지한 씨는 경성에서 지위가 높은 데다가 얼굴도 잘생겨서 그 사람의 침대에 기어오르려는 여자들이 적지 않을 거야. 넌 강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어떻게 해야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러려면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어야 할 거야.”이미자는 비록 지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그녀도 부잣집 사모님이라 이 바닥의 남자들이 얼마나 야박하고 냉혈한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요 며칠, 강지한과 온지유의 뉴스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보도되는데 당연히 지금 제일 괴로운 사람이 심미연이라고 생각했다.재벌 가문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게 대를 잇는 건데 심미연더러 아이를 낳으라고 한 목적도 그녀가 강씨 가문에서 빨리 자리를 잡는 걸 돕기 위해서였다.그녀의 말에 심미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고민해 볼게요.”심미연은 이미자와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은 박유진의 어머니이자 예전에 자신을 친딸처럼 아껴준 사람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미자는 젓가락을 놓고 자기 반지를 어루만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 사회는 매우 현실적이고 냉혹해. 아마 네가 나이가 좀 더 들어야 완전히 이해하겠지만 젊었을 때 추구했던 사랑과 설레는 느낌은 네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도 못 돼. 미연아, 그러니까 여기서 포기하지 마!”심미연도 이런 말을 하는 목적이 다 자신을 위해서란 걸 알고 있다.하지만 우스갯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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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남자는 한껏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심미연을 향해 소리쳤다.“심미연, 당장 나오라니까!”손목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아픈 데다가 손잡이를 잡고 있던 한쪽 손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강지한을 힘껏 밀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둘이 한 여자를 괴롭히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지한은 뒤로 물러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심미연의 팔을 놓치게 되었다.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지한은 심미연이 옆의 사람에게 초조한 얼굴로 뭐라 말하는 걸 발견했다.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다가 조심스레 강지한에게 말했다.“지한 씨, 난 여기까지 배웅할게. 올라가서 쉬어야겠어.”말을 마친 뒤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강지한도 어두운 얼굴로 그러라고 답했다.그러다가 문득 온지유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미연 씨의 외할머니도 이제는 병원에 안 계실 텐데 대체 누구 보러 왔지? 한번 가볼까?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라도 만나서 미연 씨가 다치면 어떡해?”바로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녀는 강지한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되물었다.“지한 씨, 같이 올라가 보지 않을래?”강지한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답했다.“먼저 병실에 가 있어. 난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아.”“미연 씨를 기다리지 않고?”온지유는 일부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자꾸 나랑 미연이 일에 참견하지 마!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강지한은 차갑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지한 씨, 아직 지한 씨한테 말 못 한 사실이 하나 있어...”온지유는 떠나가는 그의 뒤에 대고 다급히 말했다.그러자 강지한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심미연에 관련된 일은 내가 알아서 조사할 테니까 나에게 알려줄 필요 없어!”온지유는 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강지한이 요즘 심미연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자기 말을 전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지한은 자리를 떴다.온지유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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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아무래도 비서를 바꿔야겠다. “우연히 식사 자리에서 만났는데 술 한 잔 하기로 했어. 근데 내가 주량이 너무 약해서 마시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거고.”박유진은 아주 가볍게 설명했다.심미연도 왠지 그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더는 묻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지금은 좀 어때? 괜찮아?”사실 아까 이미자가 박유진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리를 듣고 난 뒤로부터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분명 자기 때문에 강지한이 박유진에게 그런 짓을 했을 텐데 강지한한테 화나는 것보다 박유진에게 드는 죄책감이 더 컸다.“난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말을 마친 뒤 박유진은 싱긋 미소를 짓더니 음료수 뚜껑을 따서 그녀에게 건넸다.“입이 너무 말라 보이니까 이거라도 먼저 마셔.”심미연은 건네받은 뒤 한 모금 마셨다.“얼굴이 많이 핼쑥해졌어. 아직도 입덧이 심해?”박유진은 그제야 가까운 거리에서 심미연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예전보다 많이 야윈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그러자 심미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입덧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못 먹고 못 자서 그래.”“넌 지금 임산부야. 아무리 그래도 뱃속의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지.”박유진은 원래 그녀더러 힘들면 일을 전부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어차피 자기 말은 듣지 않을 것 같았다.지금 젊은 사람들은 삶에서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하지만 만약 심미연이 자기 여자였다면 절대 그녀를 힘들게 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일보다 사람 목숨이 더욱 중요하니까.“알아.”심미연은 자기 배를 어루만지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매번 아이에 대해 말할 때마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과 모성애가 가득한 모습을 보였는데 박유진도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만약 그들이 헤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유진 씨, 유진 씨가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돌봐주러 왔어!”귀청을 찢을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박유진은 재빨리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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