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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작가: 무안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4 14:29:16
심미연의 목소리에 주아연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아까 나간 게 아니었어요? 왜 또 와요!”

심미연은 책상 쪽으로 다가가 위에 놓인 화분에서 소형 카메라를 떼어내며 말했다.

“당신 얼굴이 보여서 냉큼 달려왔죠.”

“자기 사무실에 웬 카메라까지 달아놓고 난리예요!”

그러다가 주아연은 옆에 있는 임현에게 말했다.

“봤죠? 이런 식으로 감시하고 있는 거? 임현 씨를 전혀 믿지 못하는 뜻이라고요.”

그 말에 임현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심 변호사님께서 책상에 뭘 달아놓든 그건 변호사님 자유지, 왜 이간질해요?”

최근 사무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기와 질투로 꽉 차 있었다.

하여 믿을 사람이라고는 심미연 밖에 없었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무한 지지해 주기로 다짐했다.

“주아연 씨, 당신은 오늘부로 해고입니다. 그러니까 제 사무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제 다시 쓸 일이 없을 거예요.”

심미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에 주아연은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에 전화를 거는 거예요? 사장님? 아니면 온 팀장님?”

심미연이 그녀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온 팀장이라...

강지한은 온지유의 부탁이라면 다 들어주는구나.

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지금 내 사무실에 와서 난동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사람 시켜서 처리해 줘.”

심미연은 주아연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번에 주아연이 차에서 남자랑 불미스런 짓을 하던 동영상을 손에 넣은 뒤로부터 그녀를 쫓아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녀와 같이 풍기 문란한 사람이 어떻게 변호사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주아연은 애써 괜찮은 척, 팔짱을 끼고 심미연이 통화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가 문득 본인은 온지유가 직접 뽑은 사람인데 심미연의 한 통화 전화로 해고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녀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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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연 씨, 빨리 올라가요. 사모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왕지현이 낮은 소리로 그녀를 독촉했다.그녀는 이미자를 올해로 20년째 모시고 있는데 오늘처럼 컨디션이 나쁜 모습은 처음 본다. “네, 올라가요.”왕지현은 그녀를 데리고 이미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이미자는 아주 다정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는데 아마 박유진이 어머니 성격을 똑 닮은 것 같다.심미연은 어릴 적부터 거의 박씨 가문에서 살다시피 했고 이미자도 그런 그녀를 엄청 예뻐해 줬다.그러다 나중에 강지한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쪽으로 발길을 끊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강지한과 결혼한 3년 동안 심미연은 박유진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박씨 가문에 가지 않았고 천천히 그 집안과 선을 그었다.심씨 가문에서 그쪽을 주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지한이 박씨 가문에 대해 아는 게 싫었다.사실 강지한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혹시나 심미연과 사이가 틀어지면 박씨 가문으로 그녀에게 협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여 박씨 가문이 심미연의 약점이란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들아가 봐요.”왕지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이미자는 한창 차를 마시고 있었고 심미연은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입니다.”그제야 이미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순간 눈시울이 빨개졌다.“미연아, 왜 이리도 말랐어?”예전에도 말랐지만 얼굴만은 살이 포동포동했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보아도 잘 지내지 못한다고 느낄 정도로 안쓰럽게 변해있었다.심미연은 지금 임신 상태지만 아무리 입덧이 줄었다고 해도 입맛이 없어 잘 먹지 못했다.게다가 강지한까지 괴롭히는 관계로 더욱 입맛이 사라져 제대로 안 먹었더니 지금처럼 야윈 것이다. 심미연은 그녀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그녀는 자기 일에 대해 말하기 싫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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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6화

    심미연의 태도를 보면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럼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지?“이따 병원에 한번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이미자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며 다정하게 물었다.“혹시 주문하셨어요? 안 했으면 제가 가서 골라볼게요.”“그래, 네가 해.”그녀의 말에 심미연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이미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는데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자기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 보기에는 성격이 온화해 보이지만 고집스레 몇 년 동안 심미연만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하여 혹시나 여자 하나 때문에 사고 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뿐이었다.3년 전 심미연과 강지한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을 때 만약 박유진이 갑자기 쓰러지지 않았다면 그의 성격에 당장이라도 심미연을 데리고 도망쳐서 아마 다시는 경성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해외에서 치료받던 3년 동안, 이미자는 수없이 많은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면서 매번 그가 영영 떠날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는 모든 걸 다 이겨내고 다시 깨어났다.의사도 그가 살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를 격려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깨어났다면서 의학적 기적이라고 놀라워했다.그 격려해 준 사람이 심미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미자는 그저 그 사람이 고마웠다.그가 아니었으면 자기 아들을 진작에 떠나보내야 했을 것이다.심미연은 밖에서 주문을 한 뒤 재빨리 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에서 곧바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변호사님, 방금 주아연이 쫓겨나던 꼴을 변호사님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심미연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후에 제가 좀 늦게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까 저번에 예약했던 장 사모님은 임현 씨한테 맡길게요.”“네. 알겠습니다. 주아연이 가니까 백현지도 고소해하더라고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예전에 두 사람 사이가 참 좋아 보였는데 그녀가 쫓겨나자마자 선을 긋고 바로 돌아선 모습이 참 역겨웠다.심미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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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7화

    심미연은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일은 안 하고 하루 종일 이런 소문이나 듣고 다녔어요? 말해봐요, 이번에는 또 뭔데요?”“그 현지원이라는 분이 경성 4대 가문인 육씨 가문의 혼외 자식이래요. 그래서 다들 그 사람이 다시 육씨 가문으로 들어갈지 내기하고 있어요.”임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지금 로펌 안에서 퍼질 대로 퍼진 소문이지만 너무 큰 소리로 떠벌릴 수 없었다.어디까지나 남의 사생활에 관련된 일인데 혹시나 그 사람에게 들킨다면 곤란해질 것이다. 심미연은 깜짝 놀랐다가 순간 육현성이 생각났다.그럼 현지원이랑 육현성은 이복형제란 소린가?“오늘 백현지 씨가 얼마나 고고한 척 했는지 변호사님은 못 봐서 그래요. 저는 그분이 어느 재벌 집 사모님인 줄 알았어요.”임현은 백현지를 비웃었다.남의 가정을 박살 낸 불륜녀 주제에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아무래도 그 여자를 멀리하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라도 눈치채고 괴롭히면 어떡해요.”심미연은 조심스레 당부랬다.지금 임현을 제일 아니꼬워하는 사람이 백현지인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밥 먹으러 갈게요.”심미연은 몇 마디 더 당부해둔 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룸 안으로 들어갔다.밥 먹으면서도 이미자는 계속 맛있는 요리를 심미연에게 집어줬다.순간 마음이 따뜻해진 그녀는 가만히 이미자를 바라보았다.“너랑 나는 입맛이 똑같잖아. 다 매운 걸 좋아하고. 근데 우리 유진이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매운 건 입도 못 대. 술도 마찬가지고.”이미자는 한껏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그러다가 심미연은 문득 박유진과 같이 밖에서 밥을 먹던 게 생각났다. 그는 심미연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녀의 입맛에 맞게 매운 것만 골라서 주문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음식을 물에 씻어 먹곤 했는데도 입술은 항상 퉁퉁 부어올랐다. 하여 매번 박유진더러 안 매운 요리도 주문하라고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미연아, 혹시 네 어머니께서 전화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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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8화

    “근데 미연아, 너도 이제 결혼한 지 오래되었는데 아이 가질 때도 되지 않았어?”그녀의 물음에 심미연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지금 무엇보다 일이 더 중요해서 당분간 아이는 안 가지려고요.”강지한과 곧 이혼할 텐데 임신한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또한 혹시나 강지한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무조건 아이를 지우라고 할 것이다.그건 절대 안 된다!“여자는 시집갔으면 남편에게 내조하고 자녀를 잘 교육하는 현모양처로 살아야 해. 사업은 남자한테 맡기면 되잖아. 미연아, 너도 알다시피 강지한 씨는 경성에서 지위가 높은 데다가 얼굴도 잘생겨서 그 사람의 침대에 기어오르려는 여자들이 적지 않을 거야. 넌 강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어떻게 해야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러려면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어야 할 거야.”이미자는 비록 지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그녀도 부잣집 사모님이라 이 바닥의 남자들이 얼마나 야박하고 냉혈한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요 며칠, 강지한과 온지유의 뉴스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보도되는데 당연히 지금 제일 괴로운 사람이 심미연이라고 생각했다.재벌 가문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게 대를 잇는 건데 심미연더러 아이를 낳으라고 한 목적도 그녀가 강씨 가문에서 빨리 자리를 잡는 걸 돕기 위해서였다.그녀의 말에 심미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고민해 볼게요.”심미연은 이미자와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은 박유진의 어머니이자 예전에 자신을 친딸처럼 아껴준 사람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미자는 젓가락을 놓고 자기 반지를 어루만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 사회는 매우 현실적이고 냉혹해. 아마 네가 나이가 좀 더 들어야 완전히 이해하겠지만 젊었을 때 추구했던 사랑과 설레는 느낌은 네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도 못 돼. 미연아, 그러니까 여기서 포기하지 마!”심미연도 이런 말을 하는 목적이 다 자신을 위해서란 걸 알고 있다.하지만 우스갯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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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9화

    남자는 한껏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심미연을 향해 소리쳤다.“심미연, 당장 나오라니까!”손목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아픈 데다가 손잡이를 잡고 있던 한쪽 손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강지한을 힘껏 밀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둘이 한 여자를 괴롭히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예상치 못한 상황에 강지한은 뒤로 물러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심미연의 팔을 놓치게 되었다.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지한은 심미연이 옆의 사람에게 초조한 얼굴로 뭐라 말하는 걸 발견했다.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다가 조심스레 강지한에게 말했다.“지한 씨, 난 여기까지 배웅할게. 올라가서 쉬어야겠어.”말을 마친 뒤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강지한도 어두운 얼굴로 그러라고 답했다.그러다가 문득 온지유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미연 씨의 외할머니도 이제는 병원에 안 계실 텐데 대체 누구 보러 왔지? 한번 가볼까?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라도 만나서 미연 씨가 다치면 어떡해?”바로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녀는 강지한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되물었다.“지한 씨, 같이 올라가 보지 않을래?”강지한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답했다.“먼저 병실에 가 있어. 난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아.”“미연 씨를 기다리지 않고?”온지유는 일부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자꾸 나랑 미연이 일에 참견하지 마!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강지한은 차갑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지한 씨, 아직 지한 씨한테 말 못 한 사실이 하나 있어...”온지유는 떠나가는 그의 뒤에 대고 다급히 말했다.그러자 강지한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심미연에 관련된 일은 내가 알아서 조사할 테니까 나에게 알려줄 필요 없어!”온지유는 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강지한이 요즘 심미연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자기 말을 전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지한은 자리를 떴다.온지유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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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60화

    아무래도 비서를 바꿔야겠다. “우연히 식사 자리에서 만났는데 술 한 잔 하기로 했어. 근데 내가 주량이 너무 약해서 마시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거고.”박유진은 아주 가볍게 설명했다.심미연도 왠지 그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더는 묻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지금은 좀 어때? 괜찮아?”사실 아까 이미자가 박유진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리를 듣고 난 뒤로부터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분명 자기 때문에 강지한이 박유진에게 그런 짓을 했을 텐데 강지한한테 화나는 것보다 박유진에게 드는 죄책감이 더 컸다.“난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말을 마친 뒤 박유진은 싱긋 미소를 짓더니 음료수 뚜껑을 따서 그녀에게 건넸다.“입이 너무 말라 보이니까 이거라도 먼저 마셔.”심미연은 건네받은 뒤 한 모금 마셨다.“얼굴이 많이 핼쑥해졌어. 아직도 입덧이 심해?”박유진은 그제야 가까운 거리에서 심미연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예전보다 많이 야윈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그러자 심미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입덧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못 먹고 못 자서 그래.”“넌 지금 임산부야. 아무리 그래도 뱃속의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지.”박유진은 원래 그녀더러 힘들면 일을 전부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어차피 자기 말은 듣지 않을 것 같았다.지금 젊은 사람들은 삶에서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하지만 만약 심미연이 자기 여자였다면 절대 그녀를 힘들게 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일보다 사람 목숨이 더욱 중요하니까.“알아.”심미연은 자기 배를 어루만지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매번 아이에 대해 말할 때마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과 모성애가 가득한 모습을 보였는데 박유진도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만약 그들이 헤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유진 씨, 유진 씨가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돌봐주러 왔어!”귀청을 찢을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박유진은 재빨리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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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한은 차를 잡고 있던 손이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갑자기 움켜잡힌 듯 그의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창밖의 밤은 깊고 먹물처럼 어두웠으며 실내의 조명은 흐릿하게만 그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 그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이 일을 심미연에게도 말한 걸까?’‘그렇지 않다면 심미연은 왜 이렇게 단호하게 이혼을 결심한 걸까?”강준형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경고했잖아. 그 애 일에 너무 개입하지 말라고! 근데 넌 내 말을 그냥 흘려들었지!” 강준형의 목소리는 낮고 강렬했으며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강지한의 가슴을 거듭 내리치며 파고들었다. 강지한은 잘 알고 있었다. 강준형이 진성과 온지유에 대해 언급한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고 분명 예전부터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는 일이면 심미연도 다 알고 있는 걸까?’강지한은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침묵을 지켰다. “온지유는 겉으로 보기엔 여린 듯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강준형의 말에는 약간의 무력함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나는 젊은 후배의 일을 이렇게 뒤에서 평가하는 게 본의는 아니었지만 네가 그저 이 늪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미연이까지 잃었다는 걸 보고는 그냥 지켜볼 수가 없더라. 혹시 넌 생각해 본 적 있어? 그 애의 착한 모습이 어쩌면 그저 교묘하게 짜놓은 덫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 목표는 바로 너고”강준형은 그 말을 하던 중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은 마치 세월을 넘는 깊은 한숨처럼 약간의 세월의 흔적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강지한, 그거 알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은 대부분 가장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겨져 있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걸 미리 읽을 수는 없단다.” 그 순간 공기가 마치 얼어붙은 듯했고 밖에서 가끔 들려오는 밤바람의 속삭임만이 이 공허함을 채우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강지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9화

    심미연은 이미 구연궁에서 살기로 결심한 상태였고 강준형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알았어요. 이제 많이 늦었으니 먼저 돌아가서 쉬세요. 제가 자리를 잡고 나면 찾아뵐게요.”“알겠다!” 강준형은 그녀의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을 보며 가슴이 저렸다. ‘참 좋은 아이인데.’이렇게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마음이 짠했다. 하지만 그녀가 강지한에게 계속 상처받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강지한은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했다!심미연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짐을 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떠날 결심이 이미 서 있었기에 그녀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심미연!” 강지한은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강준형이 지팡이를 들어 그의 다리를 쳤다. “거기 서라! 따라가면 안 된다!”“할아버지...” 예전에는 분명히 온전하셨던 정신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미련을 두는 걸까?강준형은 기사에게 심미연을 데려다주게 하고 강지한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강지한, 네가 무슨 면목으로 그 애를 붙잡고 있어? 미연이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남편인 네가 소식 하나 없었잖아. 미연이는 홀로 외할머니를 보내며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버텼단 말이다. 미연이의 마음속 아픔은 네가 상상도 못 할 거야.”그 3일 동안 그는 심미연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졌다. 그런 착한 아이가 이제는 무감각해졌으니.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딘 걸까. 강지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손을 내려놓았다. 강준형의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그래도 그는 여전히 심미연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네가 정말로 착한 사람이라면 그애를 놓아줘라! 그 애가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강준형은 강지한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며 더 이상 두 사람을 엮어주려 하지 않았고 그저 강지한에게 놓아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지한은 말없이 몸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8화

    “미연아, 내가 이번 일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 나가지 말고 내 말을 먼저 들어줄래?” 강지한은 억누른 화를 속으로 삼키며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급히 진주에서 돌아온 게 심미연을 보내려 온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이번엔 그의 잘못이었다!심미연은 짐가방을 단단히 붙잡고 아무 감정 없이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그녀가 10년 동안 사랑해 온 사람이었고 평생 그를 사랑할 거라 믿었지만 결국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사랑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신이 그녀에게 좋은 길을 마련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지한 씨, 내가 당신에게 준 기회는 이미 다 끝났어.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떠날 거야.” 그녀의 표정은 아무 감정이 없이 가볍고 담담했다. 외할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는 강지한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다. 사람은 한 번 마음을 놓으면 다시 맞닥뜨릴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었다. 앞으로 강지한의 모든 것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네가 정말 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할아버지 생각은 해봤어? 건강도 안 좋은데 네가 떠난다고 그러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되지 않아?”강지한은 심미연의 결단을 보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할아버지를 방패 삼아 막으려 했다. 심미연이 할아버지를 그렇게 아끼는 만큼 그녀는 그가 아프고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지한은 확신했다.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물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할아버지는 내가 이혼하는 걸 지지하셔.”예전엔 할아버지의 건강 때문에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지만 이번엔 강지한의 행동은 너무 지나쳤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이혼을 반대하셔도 그녀는 할 것이었다. 더 이상 강지한과 그런 날들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이제 외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7화

    심미연은 일어나 멀리 있는 곳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마치 지금 자신이 가게 될 길이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가득 찬 새로운 여정이 펼쳐지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한편 강준형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서서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속 깊이 뭔가를 잃은 듯한 아쉬움과 함께 손녀의 앞날을 향한 무한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강씨 가문의 저택은 다시 한번 고요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오늘 밤 심미연이 내린 결단은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깊은 파문을 일으켜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될 것을 예고했다. 미르 파크로 돌아온 심미연을 반기며 임혜자가 서둘러 다가왔다. “사모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바로 준비할게요!” 심미연은 미소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요.”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드실 때 말씀하세요!” “네. 그럼 저는 올라가 볼게요.” 임혜자는 그녀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더 말라가는 사모님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손바닥만큼 작아 보일 정도였고 그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심미연은 윗층으로 올라와 빠르게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보낸 3년의 세월 동안 짐이라고는 고작 하나의 여행 가방에 담길 만큼 간단했다. 짐을 끌며 문을 나서던 그녀는 잠시 멈추어 침실을 뒤돌아보았다. 그 방을 바라보는 마지막 시선이었다. 임혜자는 그녀가 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다가갔다. “사모님, 어딜 가시려고요?” 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 이 집을 떠나려고요.” “사모님, 왜 이러세요!” 임혜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 울먹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가지 마세요!” 하지만 심미연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단호히 짐을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마음속 결단을 전달하는 듯했다. 가방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6화

    온지유는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그의 심장박동을 들으며 순간 마음 한편에서 감동이 살짝 밀려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만약 그녀가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육현성이 이런 말을 한 순간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다! 온지유의 침묵은 육현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는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있었고 어쩌면 그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자신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결국 그것은 그의 착각일 뿐이었다. “현성 오빠, 저는...” 온지유는 육현성이 괴로워하는 것을 느꼈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말하지 않아도 돼요! 나도 알아요. 지유 씨, 자기 자신을 강요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요.” 결과를 알게 된 육현성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앞으로 자주 만날 수는 없을 거예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당연히 그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 “현성 오빠, 나랑 이제 아예 연락고 안 해줄 건가요?” “지유 씨, 미안해요. 그냥 내가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요즘 육씨 가문이 엉망진창이라 육현성도 정신없이 바빴기에 온지유를 위로할 여유가 없었다. 온지유는 입술을 꽉 깨물며 갑자기 눈가가 붉어졌고 이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알겠어요!” 그녀는 육현성 같은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현성이 떠나자마자 강지한이 도착했다. 온지유의 붉어진 눈을 보고 또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하며 울었다고 생각했다. “유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눈에 안 좋다고 울지 말랬잖아.” 강지한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달래야 했다. 온지유는 육현성의 다정함이 떠오르며 울음을 참지 못하고 더 크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고 강씨 가문의 저택에서. 심미연은 단정한 원피스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5화

    ‘차라리 돌아와서 직접 아는 게 낫겠어.’ “성 비서,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지한의 목소리가 예리해졌다. 성무진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알게 된 사실을 모두 전했다. 강지한의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잠시 멈칫했다. 그날 전화로 심미연에게 온지유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었지만 그때 그는 뭐라고 말했지? 그는 심미연이 거짓말을 한다고 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심미연은 전화하지 않았고 그는 그저 그녀가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그를 피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큰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아마 슬픔에 잠겨 있었겠지.’‘그래서 내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대표님.” 성무진은 전화기 속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자 조심스럽게 부르며 물었다. “알았어. 그럼 여기까지 하자.” 강지한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차들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며 심미연이 혼자서 외할머니의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남편이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으며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 할아버지의 전화를 다시 떠올리니 아마 할아버지도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화가 너무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던 거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강지한은 창가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온지유의 전화가 다시 울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또 무슨 일이야?”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한 씨, 나 무서워.”온지유는 반쯤 진심이고 반쯤 아닌 듯 말하였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강지한은 신속하게 응답했다. “지한 씨, 내가 일 방해한 건 아니야?”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4화

    생각을 정리하던 강지한은 결국 그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에서 울려 퍼지는 건 차가운 신호음뿐이었다.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바쁜 신호음만이 들려왔다. 강지한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심미연이라는 여자는 진짜 단 한 번도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잘못한 것도 그렇게 당당할 수가 있다니. 그녀가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면 그 역시 그녀를 찾을 필요 없이 돌아가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강지한은 화면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 여자가 또 할아버지에게 고자질이라도 한 건가?’ ‘이젠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그를 혼내려는 걸까?’ 지난번에 매를 맞은 뒤로 최근 너무 바빠서 상처도 신경 못 썼더니 이제 염증이 나서 며칠째 고통스러웠다. 한참 후 강지한은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강지한! 너 요즘 어디에 가 있었냐? 왜 전화는 한 번도 받지 않는 거냐?”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거의 울부짖는 듯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저 요즘 진성에 출장 갔었어요. 핸드폰을 계속 켜놓고 있었는데 왜 안 받았겠어요?” 강지한은 늘 그렇듯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는 정말로 전화를 꺼본 적이 없었다. “그럼 그쪽에 계속 있어! 평생 돌아오지 마!” 강준형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출장을 갔을 뿐인데 전화가 계속 안 된다니. 그게 단순한 우연일까?강지한처럼 예리한 사람이 왜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한 걸까? 강지한은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생각하고 있을 때 온지유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 그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무슨 일이야?” “지한 씨, 지금 어디야? 나 혼자 병실에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 와서 좀 같이 있어 줄래?” 온지유의 목소리엔 떨림이 섞여 있었고 그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알았어. 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3화

    “그럼 어머니가 계획한 대로 하세요.” 이진영은 어머니와 대립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모든 결정은 이씨 가문을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한 대로 그들은 이씨 가문의 명예를 누렸으니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택할 수 없었던 일이니까. “넌 먼저 한유나 씨와 연락하고 다시 전화해 줘. 저녁 식사는 취소할게.” “알았어요!” 이진영은 전화를 끊고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그 연기 속에는 그 여자의 눈부시고 매혹적인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담배 한 개비를 마저 피우고 나자 여자의 얼굴도 사라졌다. 그는 살짝 웃으며 비서에게 한유나의 번호를 찾게 한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전화기에서 여자의 자만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당신의 소개팅 상대 이진영이에요.” “무슨 일이죠?”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냉담했다. 이진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태도지?’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별일 없으면 그냥 끊을게요. 바빠요.” “소개팅 상대로 만나려면 점심에 얼굴 한 번 봐야죠. 어디죠? 데리러 갈게요.” 이진영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고 아무 감정이 없었다. “연구소로 와요.” 그녀는 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진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생각했다. ‘역시 대가문의 따님답게 감히 나를 명령하네.’ “제가 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 그녀는 말을 끝내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바쁜 신호음이 들려오자 이진영은 코웃음을 치며 미소를 흘렸다. ‘잘난 척은 끝내주네.’ 그때 강지한의 전화가 걸려 왔고 이진영은 잠시 응급실에 있는 심미연을 떠올리며 망설인 뒤 전화를 받았다. “구도심 사람들 다 동의했어. 지금 와서 계약서에 사인해.” 강지한은 매우 지친 목소리였다. “내일은 안 돼?”그는 오늘 일정이 꽉 찬 상태였다. “오늘 밤에는 경성으로 돌아가야 해!” 강지한은 무의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2화

    이진영은 신하린의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것을 보고 살짝 눈을 좁혔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신하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 여자가 혹시 자기가 여기서 뭔가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이 병원이 자기가 소유하는 곳이라 해도 그런 식으로 무모하게 행동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는 건 비밀스러움이 주는 그 자극적인 느낌이 있어 확실히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늘 밤 당신 집에 가야 되나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올래요?” 신하린은 이제 거짓말도 입을 열자마자 술술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사실 남자도 그녀가 진심을 말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속마음을 말하면 상처가 될 테니까. “내가 네 집 하나 샀어. 일이 끝나면 같이 가서 보여줄게.”이진영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가 사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신하린은 그가 주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에게 뭔가를 받는다는 건 자존심이 상할 뿐이었다. “너 그곳 너무 좁아. 할 때 별로야.” 이진영은 손을 뻗어 신하린을 품으로 끌어안으며 그녀의 매혹적인 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비서한테 큰 소파랑 넓은 침대로 바꾸라고 했으니까 오늘 밤 한 번 써보자.” 조금 조롱이 섞인 말투였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은근히 기대가 치솟았다. 신하린의 얼굴은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남자가 정말 끝까지! 하루 종일 그런 생각만 하는 거냐고.’ “너 밥 해줄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거기는 부엌도 넓고 기계도 다 새것으로 준비됐어...” 마지막 말은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이듯 말했고 신하린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고 귀까지 붉어졌다. ‘이 남자는 정말 너무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신하린을 잠시나마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이진영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며 번호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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