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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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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온지유는 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해 봤지만 도대체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이를 악물며 나지막이 말했다.“지한 씨, 나 토할 것 같아. 나 좀 부축해 줄래?”온지유가 토할 것 같다고 하자 강지한은 전에 심미연이 자신에게 토했던 일을 떠올렸다.온지유는 임신하고 나서 자주 토했다.그런데 심미연도 영문도 모르게 토했다.혹시 심미연이 정말 임신한 건 아닐까.강지한은 갑자기 침묵했고 온지유는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전에 그는 그녀 앞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오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토할 것 같아?”온지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으음 하는 소리를 냈다.강지한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부축해서 화장실로 데려갔다.온지유는 깜짝 놀랐다.화장실에 데려와서 뭘 하려는 거지?“토할 것 같다며? 왜 안 가?”정신이 번쩍 든 온지유는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강지한은 흡연 구역으로 가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심미연은 토할 때 조금도 참지 못하고 바로 토해버렸다.하지만 온지유는 참을 수 있었다.왠지 심미연이 보였던 증상이 더 임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지유는 화장실에서 백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온 팀장님, 무슨 일이세요?”백현지는 알랑거리는 목소리였다.온지유에게 잘 보여 한 자리 차지하려고 백현지는 갖은 아양을 떨었다.“지금 당장 심미연한테 가서 이렇게 말해...”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 말했다.“이래도 괜찮을까요?”백현지는 망설였다.“하라는 대로 해! 뭐가 문제야!”온지유는 싸늘한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백현지는 잔뜩 겁먹은 채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병원에서 나가면 바로 승진시켜 줄게!”온지유는 미끼를 던졌고 백현지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네! 금방 갔다 올게요!”전화를 끊고 온지유는 차갑게 웃으며 속으로 욕했다.“바보 같은 년!”그러고는 휴대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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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심미연이 백현지가 부르는 소리에 나가보니 마침 남자가 온지유을 안고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자기라는 본처가 있는데도 저렇게 스스럼없이 껴안고 가다니.정말 자기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 두 장을 빠르게 찍고 돌아서니 백현지가 얄밉게 웃고 있었다.심미연은 백현지가 한심하게 느껴졌다.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좋아하다니.“심 변, 대표님과 온 팀장의 다정한 모습을 보니 많이 힘들죠?”백현지는 눈이 가늘어지도록 웃었다. ‘심미연은 이젠 포기하겠지?’“멍청하다고 하는 것도 칭찬인 줄 알아요!”심미연은 그 말을 던지고 백현지를 지나쳐 걸어갔다.백현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화를 냈다.“심미연, 당신이 뭔데 날 욕해요!”그녀의 인식 속에서 심미연은 내연녀였다.내연녀는 그녀에게 욕할 자격이 없었다.심미연은 백현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사무실로 돌아갔다.임현은 막 타온 차를 들고나오다가 백현지의 옆을 지나가면서 작게 말했다.“누가 내연녀인지도 모르면서. 그쪽은 멍청한 게 아니라 바보예요! 변호사님이 아주 참아주신 거지!”그러잖아도 화가 잔뜩 나 있던 백현지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분노하여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 했다. 임현은 일부러 피하는 척하다가 차를 백현지에게 쏟아버렸다.옷을 입고 있었지만 백현지는 뜨거움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앗... 뜨거워!”임현은 짐짓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화났으면 나한테 화내면 되잖아요. 왜 내 차를 엎어서 날 데우려고 하는 건데요? 정말 못됐어요!”봉변을 당하고도 되려 누명을 쓰자 백현지는 임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임현, 너...”욕을 다 하기도 전에 심미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세게 때려요! 나 지금 동영상 찍고 있으니까!”백현지는 깜짝 놀라서 손을 얼른 내렸다.직장 동료를 폭행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죄가 될 터였다.임현은 백현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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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심미연은 생각을 거두고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저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임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체 무슨 일이지? 미연 언니 표정이 너무 안 좋은데.’로펌을 나서자마자 심미연은 눈물을 쏟아냈다.택시 기사는 넋이 나간 듯 우는 그녀를 보고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참지 못하고 위로했다.“슬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에요. 힘내세요.”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활짝 핀 베니 벚꽃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온지유가 좋아한다고 강지한은 온 서울 가로수를 베니 벚꽃으로 도배해 버렸다.‘온지유한테는 정말 잘해주네!’운전기사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삶이 힘들면 견뎌내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남편이 잠든 사이에 묶어놓고 실컷 두들겨 패서 화풀이하세요. 상간녀가 찾아와 도발하면 주거침입으로 신고해서 널리 알려지게 하고요. 손님만 떳떳하면 쪽팔리는 건 바람난 남편하고 그 여자뿐이에요!”슬픔에 잠겨 있던 심미연은 운전기사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운전 기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가족이 아프면 모든 걸 쏟아부어 치료해 주세요. 살릴 수 있든 없든 후회만 남기지 않으면 되거든요!”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아플 때 돈이 아까워 제대로 치료해 주지 못하고, 결국 그들이 떠난 뒤에야 후회하곤 한다.인생은 한 번뿐이고, 돈은 없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사람은 떠나면 그걸로 끝이다.그러니 ‘그때 이렇게 할 걸’이라는 후회 속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보다,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편이 낫다. 결과가 어떻든, 적어도 남은 삶은 후회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테니까.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 고마워요.”이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운전기사는 말이 많아서 줄곧 이야기했다.차에서 내릴 때 심미연의 기분은 훨씬 나아져 있었다. 그녀는 기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위층으로 올라가 외할머니 병실 문 앞에 서니 의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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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시골로 보내졌던 2년 동안 외할머니는 항상 심미연을 ‘콩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해 주셨다. 집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가 낳은 달걀과 오리 알은 모두 심미연의 차지였다.그 당시 외할머니는 시골에 살면서도 여름과 겨울 할 것 없이 한복을 입으셨다.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기품이 있어서 심미연은 외할머니가 시골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콩이야, 이리 와. 얼굴 좀 보자!”외할머니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막 깨어난 터라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고 정신도 맑지 않았다. 분명 짧은 몇 마디였지만 양수청은 온 힘을 다해 말하고 나서 숨을 헐떡였다.심미연은 황급히 다가가 앉아서 외할머니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숨을 고르도록 도와주었다.외할머니는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야위어 있었지만 얼굴 윤곽이 아름다웠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젊었을 때는 분명 절세미인이었을 것이다.“우리 콩이 정말 예쁘구나.”양수청은 심미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애틋함과 미안함을 느꼈다.이 몇 년 동안 자신의 목숨은 콩이가 돈을 들여 연명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콩이에게 자신은 짐일 뿐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죽으면 다 해결이 될 것을.콩이도 그녀 때문에 온갖 설움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양수청을 안으며 말했다.“외할머니, 어서 빨리 나으세요. 그럼 제가 여행 데려가 드릴게요. 평생소원이 오로라 보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약속을 어겼으니 제가 모시고 갈게요!”“오로라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봐야 하는데 그 사람이 약속을 어겼으니 나는 안 갈 거야.”양수청은 말이 느렸고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끊어서 말했다.“콩이야, 나 그냥 죽게 해 줘. 이렇게 너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이 망가진 몸뚱이는 너무 약해서 이제 흙에 들어갈 때도 된 듯했다.심장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심미연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고 곧 양수청의 환자복을 적셨다.“외할머니, 외할머니는 나으실 거예요! 안 돌아가실 거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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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심미연은 흠칫 놀랐다.그녀는 할머니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할머니는 지한을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을까?’심미연의 반응은 양수청의 눈에 묵인으로 보였다.양수청은 마음이 무겁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다 그녀의 잘못이었다. 손녀를 힘들게 만들었으니.양수청은 심미연이 강지한과 결혼한 이유가 분명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매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병원비가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심미연이 아무리 일을 해도 그 돈을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콩이야, 만약 그가 널 사랑하지 않고 네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와 헤어지거라.”사람은 꼭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외할머니, 저 잘 지내요. 걱정 마세요. 그보다 아이 이름을 지어주시겠어요?”심미연은 강지한과의 결혼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외할머니가 슬퍼하실까 봐 걱정되었다.외할머니는 겉으로는 저렇게 말씀하셔도 속으로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길 바라실 것이었다.양수청은 심미연이 말하는 동안 눈빛에 생기가 없는 것을 보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거짓말을 밝히지는 않고 그저 안쓰러워했다.자신이 죽으면 손녀는 그 사랑 없는 남자를 떠날 수 있겠지.순간, 양수청은 이미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아이 이름은 아이 아빠가 짓도록 하렴. 이 나이에 무슨 좋은 이름을 생각해 내겠니!”“외할머니….”심미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그녀는 의사가 들어온 줄 알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그때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미연아, 근무 시간에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화가 난 것이 분명한 말투였다.심미연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고 남자의 분노에 찬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그가 또 심한 말을 할까 봐 급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며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물었다.“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왔어?”강지한은 온몸에서 냉기를 뿜으며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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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심미연은 그가 침묵하자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그의 손을 잡아끌고 병상으로 향했다.강지한은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내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침대 옆에 다다르자 심미연은 허리를 굽히고 양수청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외할머니, 이쪽은 강지한이에요.”그러고는 강지한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강지한도 허리를 굽히며 양수청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이제야 시간을 내서 찾아뵈어 죄송합니다.”양수청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다시 심미연을 보며 말했다.“너희 둘 다 이렇게 잘생겼으니, 아이를 낳으면 정말 예쁘겠구나!”그녀는 아주 천천히 말했지만 심미연의 심장은 꽉 조여드는 듯했다. 아까 외할머니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는데 어쩌다 말씀하신 걸까.“예전에는 미연이가 어려서 너무 일찍 아이를 낳는 게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 2년 정도 기다렸어요. 이제는 저희도 임신 준비 중입니다. 내년에는 아이를 낳도록 노력하겠습니다.”강지한은 물샐 틈 없이 대답하며 심미연을 다정하고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심미연은 그가 살갑게 부르는 소리에 머릿속으로 아찔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남자의 깊은 애정과 여자의 수줍음, 이런 모습은 누가 봐도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었다.양수청은 이 모습을 바라보며 전에 어떤 여자가 보여준 로펌에서 찍힌 영상을 떠올렸다. 그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는 다정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고 자신의 손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까웠다.그녀는 손녀를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를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이 남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이만큼은 낳아 곁에 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자신의 몸이 이렇게 약하지 않았다면 손녀에게 이런 식으로 아이를 갖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아이가 있어야만 자신이 죽고 나서도 손녀가 삶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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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의료진은 재빨리 병실로 들어왔다.“지금 환자분 응급 처치를 해야 합니다. 보호자분은 나가주세요!”심미연은 병실에 남고 싶었지만 강지한에게 이끌려 나왔다.병실 밖에 서 있는 심미연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했다.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강지한은 휴대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심미연에게 말했다.“의료팀을 먼저 보내 할머니를 치료하게 하고 무진에게 다른 전문의를 찾아 함께 진찰하게 할 거야. 외할머니는 분명히 나으실 거야.”심미연은 붉어진 눈으로 강지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마워!”강지한은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눈물 좀 닦아. 미연아, 넌 내 와이프이니 내가 돕는 건 당연한 일이지. 만약 네가 내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난 네 외할머니의 생사에 전혀 관심 없었을 거야!”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었다.서울에는 심미연의 외할머니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가 외부인에게 선심을 쓸 리는 없었다.심미연은 그의 말 속 암시를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그는 이런 조건으로 그녀를 억지로라도 얌전히 강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에 붙잡아 두려는 것이었다.일단 그녀가 미르 파크에서 나가 이혼을 요구하면 그는 바로 의료팀을 철수시키고 외할머니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나 이혼을 안 하자니 억울하고 답답했다...“당분간 휴가 내고 병원에서 외할머니 곁에 있어.”강지한이 담담하게 말했다.휴가라는 말에 심미연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지한 씨, 방금 병실에 들어왔을 때 한 말은 무슨 뜻이지? 그리고 우리 외할머니는 원래 많이 좋아졌었는데, 오늘 온지유가 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 화가 나서 다시 기절하셨어. 전에도 온지유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갔었는데! 지한 씨, 온지유 제대로 관리해. 미친개처럼 뛰쳐나와 사람 물지 못하게!”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온지유은 얼굴도 그렇게 맞고 몸도 안좋은데 어떻게 네 외할머니를 찾아왔겠어! 네 외할머니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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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그래서 임신은 일단 강지한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조금만 기다려. 지유의 일만 다 정리되면 더 이상 만나지 않을게. 알았지?”강지한은 온지유를 만나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몰랐지만 심미연이 이런 요구를 제기했고 자신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전제에서는 들어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아직 온지유의 미용실 자리도 못 구했고 사준 집은 아직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이것들만 해결되면 그도 온지유에게 더 이상 빚진 것이 없으니 그녀를 만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했다.하지만 심미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온지유는 살아있는 한 사고를 칠 테고 이런저런 일로 강지한이 그녀를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자신은 외할머니 때문에 아직 강지한과 완전히 갈라설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심미연은 반박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그럼 온지유 일이 정리되고 나서 아이 얘기해.”그가 정말 온지유와 완전히 끝낸다면 임신 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게 숨길 수밖에 없었다.강지한은 인상을 찌푸렸다.“미연아 왜 지유랑 잘 지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거야? 나를 이런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지 말아줘.”그는 심미연과 온지유가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쁜지 꼭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심미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나왔다.“그 말은 온지유한테 가서 해야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 그쪽인데!”물론, 강지한이 그 말을 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좋아, 내가 물어볼게!”강지한은 즉시 대답했다.심미연은 그저 자신을 달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어쨌든 온지유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가 공정하게 행동할 거라고 순진하게 믿을 리 없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타났다. 의사가 입을 떼려는 순간, 강지한이 먼저 말했다.“곧 의료진이 올 겁니다. 환자 차트랑 검사 결과 넘겨주세요.”의사는 심미연을 슬쩍 쳐다봤다.예전부터 그녀가 뭔가 특별해 보이긴 했지만 설마 서울에서 그렇게 유명한 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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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휴대폰 벨 소리가 강지한의 생각을 끊었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온지유의 번호였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지한 씨, 누가 병실에 뛰어 들어와서 나를 때렸어. 너무 무서워!”온지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이야?”“나도 몰라. 갑자기 병실로 뛰어들어와서 나를 때리고 도망갔어!”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무진한테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할게.”“여기 와서 나 좀 지켜주면 안 돼? 나 지금 너무 무섭단 말이야!”온지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는데 정말 무서운 것 같았다.“나 지금 일이 있어. 무진이를 보낼게.”그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수화기 너머 온지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빌어먹을 심미연이 대체 지한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왜 나한테 이렇게 차가워진 거지? 안 되겠다. 심미연에게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야!’강지한은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고 나서 심미연을 찾아갔다.병실 안.지금 막 깨어난 양수청은 몹시 쇠약해져 말할 기운조차 없었다. 심미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심미연은 그런 외할머니를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외할머니, 몸 잘 추스르세요. 꼭 빨리 나으셔야 해요!”그녀는 입을 열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다.양수청은 입술만 뻐끔거릴 뿐 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물만 주르륵 흘러내렸다.심미연은 마음이 아파 외할머니의 손을 꽉 잡았다.“할머니, 무슨 말 하고 싶은지 다 알아요. 저도 잘살 거예요. 그리고 아이... 나도 꼭 있을 거예요!”양수청은 심미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들었지만 반도 못 들고 금세 힘없이 떨어졌다.심미연은 고개를 숙여 할머니의 입에 귀를 가까이 대었다.“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콩이야, 여길 떠나!”양수청은 온 힘을 다해 몇 마디를 내뱉었다.심미연이 양수청을 보니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그녀는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할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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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심미연은 잠시 망설이다 그에게 물었다.“내가 휴가를 내는 건 온지유의 뜻이야 아니면 어머니 뜻이야?”온지유가 했던 말들을 그녀는 한 자 한 자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내 뜻이야!”강지한은 그녀의 뺨을 꼬집었다.“집에서 임신 준비하라고!”심미연의 동공이 수축했다.“정말 아이를 갖고 싶어?”왠지 강지한이 자신을 떠보는 것 같았다.마음이 불안했다.“아까 이야기하지 않았어? 우리 아이 갖자고.”강지한은 단순히 심미연이 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굳건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이혼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여자를 찾고 싶지도 않았다.설령 심미연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평생 같이 살고 싶었다.“아까도 말했잖아. 애 낳으려면 당신이랑 온지유가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당신들 아직 계속 만나고 있는데 무슨 애를 낳아? 그리고 나 내일부터 하린의 작업실에 출근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임신 준비는 아직 급하지 않아!”심미연은 무덤덤한 표정에 차분한 말투였다.강지한이 떠보는 건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그녀는 아이를 낳겠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었다.첫째, 강지한과 온지유의 관계는 아직 애매했고 이대로라면 못 참고 이혼할 게 뻔했다.둘째, 강지한이 자신에게 휴가를 주려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장기 휴가라면 일자리를 구해야 할 것이고 임신 준비에 동의한다면 집에 있어야 할 텐데 그녀는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유의 일을 다 정리하고 나면 안 만난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애 낳는 거로 나더러 지유의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거야?”강지한은 화가 나서 얼굴이 좋지 않았다.심미연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당신 마음속에 아이는 단지 강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도구일 뿐이니 낳기만 하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지?”“집에 가정부도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전문 육아 도우미, 영양사도 부를 거야... 네가 키우고 싶으면 키우고 싫으면 그들에게 맡기면 돼. 그때 네가 출근하고 싶다고 해도 난 말리지 않을 거야! 그런데 뭐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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