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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작가: 무안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0 19:00:00
심미연은 무심결에 휴대폰을 꽉 쥐었다.

시어머니가 그녀에게 리우를 떠나라고 하는 건, 온지유를 위해 걸림돌을 치워주는 걸까? 마치 이전에 그녀가 누군가를 시켜 수액에 유산약을 주입했던 것처럼 말이다. 온지유가 임신했으니 그녀의 아이는 죽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내가 통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머님한테 직접 전화하게 할게!”

수화기 너머로 거칠어진 숨소리를 들은 온지유는 속으로 크게 흡족해하며 말했다.

“내가 임신했으니, 넌 무조건 나한테 양보해야 해. 알겠어?”

심미연은 힘껏 심호흡을 하고 나서 답했다.

“지한 씨가 리우의 대표예요. 해고 건은 지한 씨가 직접 말하라고 하세요!”

강지한이 가라고 하면 그녀는 주저 없이 떠날 것이다.

온지유는 콧방귀를 뀌었다.

“심미연, 너 지금 어머님한테 대놓고 대드는 거야? 아니면 강씨 가문의 늙은이가 널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녀는 속으로 심미연이 문소영과 갈라서길 바랐다. 그래야 강준형이 보호하고 싶어도 못 보호할 테니까. 심미연이 집안에서 쫓겨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강지한의 합법적인 아내가 될 수 있고, 뱃속에는 강지한의 아이까지 있으니 강씨 가문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지위는 강지한 바로 다음이다.

온지유는 강지한과 함께하는 수많은 장면을 마음속에서 그려봤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장면들이었고, 강지한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강렬해졌다.

심미연은 온지유가 강준형을 그렇게 험담하는 걸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한 씨와 결혼한 3년 동안, 제가 여기까지 온 건 할아버지 도움 아니라 제 힘입니다! 팀장님, 마지막으로 말씀드릴게요. 본인 위치를 똑바로 하세요! 지한 씨와 저는 부부고, 리우는 저희 거예요! 제가 떠나는 건 아무나 결정할 수 없고 오직 지한 씨만 할 수 있어요!”

온지유가 리우에 온 첫날부터 심미연은 자신이 언젠가 해고당하리란 걸 예감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을 뿐이다. 그렇지만 온지유 앞에서만큼은 절대 기죽지 않을 것이다.

임현은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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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처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은 리우에 온 첫날부터 심미연이 봐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임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심미연의 사과를 받겠는가.“전에 제가 리우에서 어떤 신분이었든 앞으로도 마찬가지고, 이건 임현 씨 혼자만 알고 계시면 돼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심미연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모님이라고 부르지도 말고 계속 변호사님이라고 부르면 돼요.”사모님이라는 호칭도 그저 하나의 호칭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임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로펌의 다른 사람들은 줄곧 온지유를 미래의 사모님으로 떠받들어왔는데, 진짜 사모님은 이미 모두 곁에 있었다고 말이다.심미연이 너무 꽁꽁 잘 숨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즉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었을 소식을 말이다.하지만 임현은 걱정되었다. 이제 심미연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함부로 대할 수는 없고, 당연히 어느 정도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로펌 사람들은 눈치가 빠른 편이라 언젠가 이 변화를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러면 심미연의 비밀을 지키기 어려울지도 몰랐다.“임현 씨, 오늘 사건 꼼꼼히 검토해 봤나요?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면 승률을 더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심미연이 임현에게 물었다.법정에서는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관건이다. 상대방이 언제든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내세울 수 있다. 강한 멘탈과 빠른 대응력이 없으면 승소하기란 정말 어렵다.“아니요...”임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심미연을 따라 법정에 나갔을 때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갑자기 의견을 묻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생각해 보지 않았어도 괜찮아요. 다음에 사건 자료를 정리할 때는 좀 더 고민해 보세요.”만약 심미연이 리우를 떠나게 된다면 임현은 혼자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가능한 한 많은 걸 익혀두는 게 그녀에게 유리했다.임현은 심미연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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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8화

    심미연은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유가 뭐야?”‘온지유가 한마디 했다고 바로 휴가를 주는 거야?’“몸이 안 좋다며. 병원에 좀 더 있어.”강지한의 답변은 배려심 많은 이유처럼 들렸지만 심미연은 발밑에서부터 한기가 스며들 뿐이었다.예전이라면 감동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몸속까지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지한 씨, 편애는 당연히 할 수 있어. 근데 아무것도 모르고 남 말만 믿고 날 죄인 취급하는 건 아니지 않아? 이번 일은 리우 직원 중 누군가가 일부러 날 곤란하게 했고, 난 그냥 조금 반격했을 뿐이야. 근데 온지유 전화 한 통에 내일 출근하지 말라고? 이게 말이 돼?”심미연은 억울함에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휴가를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지한 씨가 날 사랑하든 말든 난 아직 지한 씨 아내야. 내 체면은 지한 씨와도 이어져 있어. 온지유가 정신을 못 차린다 쳐도, 지한 씨 머리까지 안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리우 직원들은 온지유를 미래 사모님으로 여기며 알랑대고 있다. 평소 심미연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이들은 얼른 그녀가 나가떨어지길 바라며 온지유에게 험담을 부풀려 전했을 것이다.온지유는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서 심미연을 겨냥하고, 강지한은 심미연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인물이다.강지한의 한 마디로 온지유는 목적을 달성하고, 심미연은 온지유가 권력을 과시하는 희생양이 된 꼴이었다. 생각만 해도 우스웠다.“심미연, 넌 왜 자꾸 지유 탓만 해? 너 자신부터 돌아봐. 지유는 줄곧 네 칭찬을 하면서 나한테 너랑 싸우지 말라고 했어. 근데 넌 지금 하는 말이나 행동이나 그게 뭐야?”심미연은 헛웃음을 지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 손에 있는 사건들 다 처리한 뒤에 휴가 들어갈게. 그러면 됐지?”‘온지유가 나를 칭찬을 했다고?’웃기는 소리다. 그건 그냥 겉치레 말일 뿐이다. 눈치 있는 사람이면 바로 알 텐데, 강지한은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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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 이제 들어갈게. 너 먼저 가.”신하린은 등 돌리고 두어 걸음 갔다가 다시 달려와 심미연을 꼭 안으며 숨 가쁘게 말했다.“미연아, 나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네 병원 바꿨어. 이제 병실에 몰래 들어와서 널 해치려는 사람 걱정 안 해도 돼!”그렇게 말한 뒤 신하린은 재빨리 달려가 버렸다.심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가가 붉어졌다.겨우 그 사람에게서 벗어난 신하린이 그녀를 위해 다시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성인이 된 그녀가 둘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갔는지 모를 리 없었다.‘신하린, 정말 바보 같아...’...인하병원, VIP 병실.온지유는 아직 얼굴이 부어 있어 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뱀독은 제거했지만 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상태였다.요 며칠 뱃속이 불편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스러웠다.그녀는 이 모든 불편과 고통을 심미연 탓으로 돌리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지한 씨, 미연 씨가 한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오늘 리우에서 기분 상했다잖아. 지한 씨가 남편이니까 화풀이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아? 이따 가서 좀 달래줘.”온지유는 살기가 서린 강지한의 얼굴을 보고도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넌 계속 걔 편만 들고, 걔는 널 마음에 안 들어 하잖아! 앞으로 내 앞에서 걔 칭찬하지 마. 듣기 싫어!”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빛도 점점 험악해졌다.요즘 심미연은 왜 이렇게 성질이 거센지 의아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배짱이란 말인가?“둘이 부부잖아. 서로 이해하고 품어줘야지.”온지유는 강지한의 말을 듣지 않고 듯 계속 부드럽게 말했다.“이번에 미연 씨가 리우에서 의뢰인이랑 싸우고 소란 피운 건 사실 영향이 커. 며칠 쉬게 한 뒤, 일이 잠잠해지면 다시 출근하게 하는 게 오히려 보호하는 거야.”강지한은 미간을 주무르며 답했다.“심미연은 네가 말한 대로 처리할게. 의뢰인 쪽은 네가 사람 시켜서 얘기할 거야. 리우가 무료로 소송 맡아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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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0화

    온지유는 속으로 깜짝 놀라며 무심결에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둘이 사이 안 좋았잖아. 지한 씨가 왜 심미연 편을 들어주지? 심미연 그 천한 년이 분명히 나 몰래 지한 씨를 유혹한 거야. 뻔뻔하네!’“몸조리 잘하고 회복되면 퇴원해. 어머니한테 말해뒀으니 네가 가서 같이 지내. 성 비서한테 영양사랑 도우미 구하라고 했어. 돌아가면 널 보살펴줄 사람 있으니 신경 쓸 거 없어.”강지한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나갈 준비를 했다.요즘 회사가 정말 바빴다. 지자체 입찰 건도 마쳐야 하고 해외 지사도 상장 준비를 해야 한다.“지한 씨, 나 어머님이랑 같이 살기 싫어. 혼자 살면 안 돼?”온지유는 정말 문소영과 한집에서 지내기 싫었다.문소영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뱃속 아이에 대한 비밀을 알아챌까 걱정이었다. 이 아이는 애초부터 강지성의 아이가 아니니까.강지한은 그녀 말을 듣고 돌아보며 물었다.“왜?”그는 전에 온지유가 일 안 하면 굶는다길래 먹고살 걱정 없게 해주려고 한 말이었다. 이제 와서 왜 또 싫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의사가 임신 기간 내내 기분 좋게 지내야 한다고 했어. 그래야 아이한테 좋대. 근데 어머님이랑 같이 있으면 사이가 안 좋을 것 같고, 그러면 아이 키우는데도 안 좋아!”온지유는 다급하게 설명했다.그녀는 강지한이 진짜로 문소영과 살게 할까 봐 두려웠다.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성 비서한테 매달 생활비 넣으라고 할게.”온지유는 잠시 안도했지만 곧 다시 불안해졌다.“네가 내게 생활비 보내는 건 명분이 없잖아. 나중에 미연 씨가 알면 법적 수단으로 돈 돌려달라 할 거야!”온지유는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사실 빨리 강씨 가문의 정식 안주인이 되고 싶었지만 이런 말은 못 했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일단 갈게. 이건 다시 생각해 보자.”병실을 나서며 강지한은 이번 달 심미연에게 생활비 2000만 원 더 주라고 성무진에게 말하는 걸 깜박했다고 생각했다.‘회사 돌아가면 바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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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51화

    그렇게 되면 강 대표한테는 말할 수 없다. 사무실에 돌아온 뒤, 성무진은 문을 닫고 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가서 강지한에게 알린 다음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사실 그의 매달 월급은 꽤 높은 축이지만 업무 강도가 세고 또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요즘 바쁘고 힘든 데다가 강지한의 컨디션도 안 좋은 바람에 그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해서 머리가 한 웅큼씩 빠지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 왠지 서른도 안 되어 대머리가 될 것 같았다.오전 근무가 끝난 뒤 그는 냉큼 컴퓨터를 끄고 강지한의 사무실로 향했다.“대표님, 가실까요?”박유진 쪽에서 이미 식당을 예약해서 12시까지 가면 된다.하여 지금 출발해도 12시가 넘을 것 같았다.“이 서류만 보고.”강지한은 성무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서류만 봤다.하여 그는 옆에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맞다, 이번 달부터 심미연에게 매달 5000만 원 씩 생활비로 보내.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미용실을 매물로 내놨는지 확인하고 내놨으면 그걸 사서 지유에게 넘겨.”방금 고민해 봤는데 매달 온지유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미용실 하나를 넘겨서 직접 운영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미용실로 돈을 벌게 되면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성무진은 당연히 이유를 묻지 않았다. 강지한의 결정이라 당연히 물을 이유도 없었다.그러다 문득 심미연이 안쓰러웠다.포브스 랭킹 3위 안에 드는 최고 부자와 결혼했지만 그에게 주는 생활비 5000만 원으로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의 가방 하나도 사지 못한다. 문서를 보고 있는 강지한이 혹시나 그의 속내를 알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그는 서류에 사인한 뒤 다시 펜 뚜껑을 닫고 일어서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성무진은 그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식당 룸 안에서 박유진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모든 행동에 우아함이 배어있어 한눈에 봐도 귀하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 들어 괜스레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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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진은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 자기도 모르게 술잔을 꼭 쥐었다.강지한은 불과 몇 년 만에 이노하이브를 세계 500강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포브스 랭킹에도 올린 사람인데 이대로 아무 계획도 없이 손 놓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이런 사람은 특히 차갑고 냉정해서 동정심이나 연민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었다.심미연은 그와 같이 사는 게 가뜩이나 고통스러울 텐데 만약 이 화를 전부 그녀에게 돌린다면 그의 말대로 심미연만 고생하게 된다.그것만 생각하면 박유진은 가슴이 아파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절대 그 고통을 심미연에게 안겨줄 수 없었다.하여 박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신 뒤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하는 게 뭐예요?”강지한은 괴로워하는 박유진의 모습이 이상하게 짜증 났다.그 원인이 바로 자기 아내인 심미연 때문이란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애틋한 사이인 것 같았다.“듣자 하니 지금 바렐 그룹에서도 정부 프로젝트에 참석한다고 하던데 그쪽에서 먼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어떨지요?”현재 바렐 그룹은 가장 강력한 이노하이브의 경쟁그룹인데 만약 그들이 물러서면 이노하이브에서 이 프로젝트를 단번에 먹어버릴 수 있다.여기서 중요한 건 박유진이 회사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마침 주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근데 이 프로젝트를 잃게 되면 박유진이 이사회에 빨리 발을 붙이는 게 어쩌면 어려워질 수 있다. 강지한은 과연 박유진이 그만큼 심미연을 사랑하는지 떠보고 싶었다.“네! 그럴게요.”하지만 박유진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회사와 심미연중에서 당연히 심미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또한 그는 지금 이 프로젝트를 잃는다고 해도 빠르게 바렐 그룹을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자기 능력에 대해 자신 있었다.순간 강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금 바렐 그룹에 제대로 발도 못 붙이는 상황인데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이다니!그만큼 심미연이 그에게는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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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한은 차를 잡고 있던 손이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갑자기 움켜잡힌 듯 그의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창밖의 밤은 깊고 먹물처럼 어두웠으며 실내의 조명은 흐릿하게만 그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 그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이 일을 심미연에게도 말한 걸까?’‘그렇지 않다면 심미연은 왜 이렇게 단호하게 이혼을 결심한 걸까?”강준형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경고했잖아. 그 애 일에 너무 개입하지 말라고! 근데 넌 내 말을 그냥 흘려들었지!” 강준형의 목소리는 낮고 강렬했으며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강지한의 가슴을 거듭 내리치며 파고들었다. 강지한은 잘 알고 있었다. 강준형이 진성과 온지유에 대해 언급한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고 분명 예전부터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는 일이면 심미연도 다 알고 있는 걸까?’강지한은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침묵을 지켰다. “온지유는 겉으로 보기엔 여린 듯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강준형의 말에는 약간의 무력함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나는 젊은 후배의 일을 이렇게 뒤에서 평가하는 게 본의는 아니었지만 네가 그저 이 늪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미연이까지 잃었다는 걸 보고는 그냥 지켜볼 수가 없더라. 혹시 넌 생각해 본 적 있어? 그 애의 착한 모습이 어쩌면 그저 교묘하게 짜놓은 덫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 목표는 바로 너고”강준형은 그 말을 하던 중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은 마치 세월을 넘는 깊은 한숨처럼 약간의 세월의 흔적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강지한, 그거 알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은 대부분 가장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겨져 있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걸 미리 읽을 수는 없단다.” 그 순간 공기가 마치 얼어붙은 듯했고 밖에서 가끔 들려오는 밤바람의 속삭임만이 이 공허함을 채우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강지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9화

    심미연은 이미 구연궁에서 살기로 결심한 상태였고 강준형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알았어요. 이제 많이 늦었으니 먼저 돌아가서 쉬세요. 제가 자리를 잡고 나면 찾아뵐게요.”“알겠다!” 강준형은 그녀의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을 보며 가슴이 저렸다. ‘참 좋은 아이인데.’이렇게 떠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마음이 짠했다. 하지만 그녀가 강지한에게 계속 상처받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강지한은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했다!심미연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짐을 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떠날 결심이 이미 서 있었기에 그녀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심미연!” 강지한은 그녀를 따라가려 했지만 강준형이 지팡이를 들어 그의 다리를 쳤다. “거기 서라! 따라가면 안 된다!”“할아버지...” 예전에는 분명히 온전하셨던 정신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미련을 두는 걸까?강준형은 기사에게 심미연을 데려다주게 하고 강지한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강지한, 네가 무슨 면목으로 그 애를 붙잡고 있어? 미연이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남편인 네가 소식 하나 없었잖아. 미연이는 홀로 외할머니를 보내며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버텼단 말이다. 미연이의 마음속 아픔은 네가 상상도 못 할 거야.”그 3일 동안 그는 심미연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졌다. 그런 착한 아이가 이제는 무감각해졌으니.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딘 걸까. 강지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손을 내려놓았다. 강준형의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자신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그래도 그는 여전히 심미연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네가 정말로 착한 사람이라면 그애를 놓아줘라! 그 애가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강준형은 강지한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며 더 이상 두 사람을 엮어주려 하지 않았고 그저 강지한에게 놓아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지한은 말없이 몸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8화

    “미연아, 내가 이번 일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 나가지 말고 내 말을 먼저 들어줄래?” 강지한은 억누른 화를 속으로 삼키며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가 급히 진주에서 돌아온 게 심미연을 보내려 온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이번엔 그의 잘못이었다!심미연은 짐가방을 단단히 붙잡고 아무 감정 없이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그녀가 10년 동안 사랑해 온 사람이었고 평생 그를 사랑할 거라 믿었지만 결국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사랑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다.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고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신이 그녀에게 좋은 길을 마련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지한 씨, 내가 당신에게 준 기회는 이미 다 끝났어.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떠날 거야.” 그녀의 표정은 아무 감정이 없이 가볍고 담담했다. 외할머니의 죽음 이후 그녀는 강지한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다. 사람은 한 번 마음을 놓으면 다시 맞닥뜨릴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었다. 앞으로 강지한의 모든 것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네가 정말 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할아버지 생각은 해봤어? 건강도 안 좋은데 네가 떠난다고 그러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되지 않아?”강지한은 심미연의 결단을 보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할아버지를 방패 삼아 막으려 했다. 심미연이 할아버지를 그렇게 아끼는 만큼 그녀는 그가 아프고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지한은 확신했다.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물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할아버지는 내가 이혼하는 걸 지지하셔.”예전엔 할아버지의 건강 때문에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했지만 이번엔 강지한의 행동은 너무 지나쳤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이혼을 반대하셔도 그녀는 할 것이었다. 더 이상 강지한과 그런 날들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이제 외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7화

    심미연은 일어나 멀리 있는 곳을 응시했다. 그 시선은 마치 지금 자신이 가게 될 길이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가득 찬 새로운 여정이 펼쳐지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한편 강준형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서서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속 깊이 뭔가를 잃은 듯한 아쉬움과 함께 손녀의 앞날을 향한 무한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강씨 가문의 저택은 다시 한번 고요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오늘 밤 심미연이 내린 결단은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깊은 파문을 일으켜 새로운 삶의 여정이 시작될 것을 예고했다. 미르 파크로 돌아온 심미연을 반기며 임혜자가 서둘러 다가왔다. “사모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바로 준비할게요!” 심미연은 미소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요.”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드실 때 말씀하세요!” “네. 그럼 저는 올라가 볼게요.” 임혜자는 그녀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더 말라가는 사모님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손바닥만큼 작아 보일 정도였고 그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심미연은 윗층으로 올라와 빠르게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보낸 3년의 세월 동안 짐이라고는 고작 하나의 여행 가방에 담길 만큼 간단했다. 짐을 끌며 문을 나서던 그녀는 잠시 멈추어 침실을 뒤돌아보았다. 그 방을 바라보는 마지막 시선이었다. 임혜자는 그녀가 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다가갔다. “사모님, 어딜 가시려고요?” 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 이 집을 떠나려고요.” “사모님, 왜 이러세요!” 임혜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 울먹이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가지 마세요!” 하지만 심미연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단호히 짐을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마음속 결단을 전달하는 듯했다. 가방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6화

    온지유는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그의 심장박동을 들으며 순간 마음 한편에서 감동이 살짝 밀려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만약 그녀가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육현성이 이런 말을 한 순간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다! 온지유의 침묵은 육현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는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있었고 어쩌면 그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자신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결국 그것은 그의 착각일 뿐이었다. “현성 오빠, 저는...” 온지유는 육현성이 괴로워하는 것을 느꼈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말하지 않아도 돼요! 나도 알아요. 지유 씨, 자기 자신을 강요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요.” 결과를 알게 된 육현성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앞으로 자주 만날 수는 없을 거예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당연히 그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 “현성 오빠, 나랑 이제 아예 연락고 안 해줄 건가요?” “지유 씨, 미안해요. 그냥 내가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요즘 육씨 가문이 엉망진창이라 육현성도 정신없이 바빴기에 온지유를 위로할 여유가 없었다. 온지유는 입술을 꽉 깨물며 갑자기 눈가가 붉어졌고 이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알겠어요!” 그녀는 육현성 같은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현성이 떠나자마자 강지한이 도착했다. 온지유의 붉어진 눈을 보고 또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하며 울었다고 생각했다. “유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눈에 안 좋다고 울지 말랬잖아.” 강지한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달래야 했다. 온지유는 육현성의 다정함이 떠오르며 울음을 참지 못하고 더 크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고 강씨 가문의 저택에서. 심미연은 단정한 원피스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5화

    ‘차라리 돌아와서 직접 아는 게 낫겠어.’ “성 비서,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지한의 목소리가 예리해졌다. 성무진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알게 된 사실을 모두 전했다. 강지한의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잠시 멈칫했다. 그날 전화로 심미연에게 온지유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었지만 그때 그는 뭐라고 말했지? 그는 심미연이 거짓말을 한다고 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심미연은 전화하지 않았고 그는 그저 그녀가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그를 피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큰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아마 슬픔에 잠겨 있었겠지.’‘그래서 내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대표님.” 성무진은 전화기 속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자 조심스럽게 부르며 물었다. “알았어. 그럼 여기까지 하자.” 강지한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차들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며 심미연이 혼자서 외할머니의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남편이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으며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 할아버지의 전화를 다시 떠올리니 아마 할아버지도 심미연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화가 너무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던 거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강지한은 창가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온지유의 전화가 다시 울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또 무슨 일이야?”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한 씨, 나 무서워.”온지유는 반쯤 진심이고 반쯤 아닌 듯 말하였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강지한은 신속하게 응답했다. “지한 씨, 내가 일 방해한 건 아니야?”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4화

    생각을 정리하던 강지한은 결국 그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에서 울려 퍼지는 건 차가운 신호음뿐이었다.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바쁜 신호음만이 들려왔다. 강지한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심미연이라는 여자는 진짜 단 한 번도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잘못한 것도 그렇게 당당할 수가 있다니. 그녀가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면 그 역시 그녀를 찾을 필요 없이 돌아가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강지한은 화면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 여자가 또 할아버지에게 고자질이라도 한 건가?’ ‘이젠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그를 혼내려는 걸까?’ 지난번에 매를 맞은 뒤로 최근 너무 바빠서 상처도 신경 못 썼더니 이제 염증이 나서 며칠째 고통스러웠다. 한참 후 강지한은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강지한! 너 요즘 어디에 가 있었냐? 왜 전화는 한 번도 받지 않는 거냐?”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거의 울부짖는 듯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저 요즘 진성에 출장 갔었어요. 핸드폰을 계속 켜놓고 있었는데 왜 안 받았겠어요?” 강지한은 늘 그렇듯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는 정말로 전화를 꺼본 적이 없었다. “그럼 그쪽에 계속 있어! 평생 돌아오지 마!” 강준형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출장을 갔을 뿐인데 전화가 계속 안 된다니. 그게 단순한 우연일까?강지한처럼 예리한 사람이 왜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한 걸까? 강지한은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생각하고 있을 때 온지유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 그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무슨 일이야?” “지한 씨, 지금 어디야? 나 혼자 병실에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 와서 좀 같이 있어 줄래?” 온지유의 목소리엔 떨림이 섞여 있었고 그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알았어. 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3화

    “그럼 어머니가 계획한 대로 하세요.” 이진영은 어머니와 대립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모든 결정은 이씨 가문을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한 대로 그들은 이씨 가문의 명예를 누렸으니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선택할 수 없었던 일이니까. “넌 먼저 한유나 씨와 연락하고 다시 전화해 줘. 저녁 식사는 취소할게.” “알았어요!” 이진영은 전화를 끊고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그 연기 속에는 그 여자의 눈부시고 매혹적인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담배 한 개비를 마저 피우고 나자 여자의 얼굴도 사라졌다. 그는 살짝 웃으며 비서에게 한유나의 번호를 찾게 한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전화기에서 여자의 자만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당신의 소개팅 상대 이진영이에요.” “무슨 일이죠?”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냉담했다. 이진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태도지?’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별일 없으면 그냥 끊을게요. 바빠요.” “소개팅 상대로 만나려면 점심에 얼굴 한 번 봐야죠. 어디죠? 데리러 갈게요.” 이진영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고 아무 감정이 없었다. “연구소로 와요.” 그녀는 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진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생각했다. ‘역시 대가문의 따님답게 감히 나를 명령하네.’ “제가 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 그녀는 말을 끝내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바쁜 신호음이 들려오자 이진영은 코웃음을 치며 미소를 흘렸다. ‘잘난 척은 끝내주네.’ 그때 강지한의 전화가 걸려 왔고 이진영은 잠시 응급실에 있는 심미연을 떠올리며 망설인 뒤 전화를 받았다. “구도심 사람들 다 동의했어. 지금 와서 계약서에 사인해.” 강지한은 매우 지친 목소리였다. “내일은 안 돼?”그는 오늘 일정이 꽉 찬 상태였다. “오늘 밤에는 경성으로 돌아가야 해!” 강지한은 무의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2화

    이진영은 신하린의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것을 보고 살짝 눈을 좁혔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신하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 여자가 혹시 자기가 여기서 뭔가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이 병원이 자기가 소유하는 곳이라 해도 그런 식으로 무모하게 행동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는 건 비밀스러움이 주는 그 자극적인 느낌이 있어 확실히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늘 밤 당신 집에 가야 되나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올래요?” 신하린은 이제 거짓말도 입을 열자마자 술술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사실 남자도 그녀가 진심을 말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속마음을 말하면 상처가 될 테니까. “내가 네 집 하나 샀어. 일이 끝나면 같이 가서 보여줄게.”이진영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가 사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신하린은 그가 주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에게 뭔가를 받는다는 건 자존심이 상할 뿐이었다. “너 그곳 너무 좁아. 할 때 별로야.” 이진영은 손을 뻗어 신하린을 품으로 끌어안으며 그녀의 매혹적인 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비서한테 큰 소파랑 넓은 침대로 바꾸라고 했으니까 오늘 밤 한 번 써보자.” 조금 조롱이 섞인 말투였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은근히 기대가 치솟았다. 신하린의 얼굴은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남자가 정말 끝까지! 하루 종일 그런 생각만 하는 거냐고.’ “너 밥 해줄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거기는 부엌도 넓고 기계도 다 새것으로 준비됐어...” 마지막 말은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이듯 말했고 신하린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고 귀까지 붉어졌다. ‘이 남자는 정말 너무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신하린을 잠시나마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이진영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며 번호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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