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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작가: 무안안
심미연은 재빨리 감정을 추슬러내고 강지한을 돌아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가 전화해서 오늘 저녁 너랑 나 보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는데, 심서연의 결혼 문제를 의논하겠다나 봐.”

“오늘 저녁 몇 시? 어디서 먹는데?”

강지한은 연달아 물었다.

심서연과 박유진의 결혼이라니 당연히 직접 개입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일 당장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도 박수를 칠 것이다.

“난 안 가.”

부모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걸 아는데 뭐 하러 가겠는가.

“근데 네 엄마가 나를 초대했잖아?”

강지한은 손을 뻗어 심미연의 뺨을 살짝 집으며 물었다. 박유진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기분 상한 건 아닌가 싶었다.

“심씨 가문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봤자 사람들 심기만 불편해질 테니 갈 이유가 없지.”

이미 슬픈 감정을 털어낸 심미연은 말할 때 옅은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어릴 적 심서연이 실종됐을 때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들은 어린 그녀를 독종이라며 증오했다. 명백히 그녀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강지한은 그녀의 담담한 표정을 보며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후 입을 떼며 말했다.

“집안사람들이 널 안 좋아하는 건 네가 나를 본가에 자주 데리고 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날 데려가기만 하면 너한테 아부하느라 바쁠걸?”

심씨 가문 입장에서는 그에게 부탁할 일들이 있을 테니, 그가 심미연을 아낀다는 태도만 보이면 그녀에게 굽실거릴 게 뻔했다.

“난 굳이 아부 받고 싶지 않고, 잘 지내고 싶지도 않아. 평생 이렇게 살 거야. 굳이 누굴 기쁘게 할 생각 없어.”

강지한과 결혼한 지난 3년간 심미연은 깨달았다. 아무리 잘해줘도 진심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자신답게 사는 게 낫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강지한은 잠시 불안해졌다. 혹시 앞으로는 자신도 비위를 맞춰주지 않겠다는 뜻인가 싶었다.

시간을 확인한 심미연은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

“일단 날 로펌에 데려다줘. 이러다 늦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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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심서연의 마음은 촘촘한 바늘에 찍힌 것처럼 불편했고, 모든 근심걱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실오라기처럼 그녀의 몸을 숨 막히게 감싸는 것 같았다.그녀는 강지한의 그윽한 눈빛에서 약간의 감정 변화를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거울처럼 잔잔한 두 눈을 통해 내심의 변화를 읽어낼 수 없었다.강지한이 뭔가를 알아챘을까 봐 심서연은 은근히 조마조마해졌다. “아빠, 왜 말이 없어요?”앳된 목소리가 울려서야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강지한은 품에 안긴 딸의 얼굴을 보며 갑자기 딸이 심미연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착각일까? 그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빠, 왜 이런 눈빛으로 저를 봐요?”어린아이가 품에 안긴 채로 나긋나긋하게 물었다.강지한은 생각을 접고 싱긋 웃으며 부드럽게 아이를 달랬다.“우리 상미가 너무 예뻐서 아빠가 좀 더 봤을 뿐이야!”강상미는 예쁜 두 눈을 깜박였다.“엄마도 예쁜데 아빠는 왜 엄마를 보지 않아요?”심서연은 수줍은 얼굴로 강지한을 바라봤다. 지난 3년 동안 강지한이 자신을 봐주기를 바랐지만 그의 모든 눈빛은 강상미에게로만 향해 그저 질투할 수밖에 없었다.강지한은 심서연의 시선을 피하며 그저 강상미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아빠는 눈이 너무 작아 상미밖에 보이지 않아!”심서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런 결과를 진작 알고 있어서인지 이젠 마음도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아빠, 거짓말! 아빠는 눈이 커요.”강상미는 손으로 그의 눈을 가렸다.강지한은 그녀의 작은 손을 떼지 않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는데 기분이 좋음을 보아낼 수 있다.강상미는 그의 천사였다. 만약 강상미가 없었다면 그는 아마 이 세상에서 없어졌을지도 모른다.“상미야, 장난치지 말고 손을 치워. 아빠가 길을 보지 못하면 넘어질 수 있거든.”심서연이 곁에서 호통을 치자 강상미는 순순히 손을 내려놓으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13화

    박유진은 당황해서 강상미의 말을 막으려 했는데 이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지한 씨, 바쁘니까 시간 내서 우리를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박유진은 고개를 들어 다가온 여자를 바라봤다. 심서연이다. 방금 심태하에게 손찌검을 했던 사람이다.설마 심태하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에 아까 손을 쓰려고 했을까? 그렇다면 이 여자가 더는 상처 주지 못하게 심태하를 잘 지켜야 할 것이다.심서연은 그제야 박유진을 보더니 안색이 확 변했다.전에 심서연은 박유진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그가 3년 동안 소식이 없자 이미 어딘가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줄이야.“아저씨, 토끼를 돌려줄 수 있어요?”강상미는 박유진 손에 들린 찌그러진 인형을 보며 망가질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돌려달라고 말했다.박유진은 손에 든 토끼 인형을 다듬어준 후 강상미에게 돌려줬다.“좋아하는 물건은 잘 지켜야 하지 상처받게 해서는 안 돼. 알았지?”강지한이 심태하에 대해 조사를 할까 봐 걱정스러웠지만 그들이 경성에 돌아오기로 선택했으니 다시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차라리 침착하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지난 3년 동안 박유진은 현재 눈앞에 차려진 행복을 지키는 방법을 배웠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강상미는 토기 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박유진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며 떠나려고 할 때 언뜻 심서연을 보았다.심서연도 그곳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교한 메이크업을 한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지만 그 깊은 눈동자에는 소용돌이 같은 악랄함과 모략이 숨겨져 있었다.갑자기 마주친 눈빛은 마치 예리한 두 칼날이 공중에서 소리 없이 부딪힌 것처럼 파문을 일으켰다.그녀의 눈빛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던 박유진은 갑자기 놀라운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이렇게 예쁜 강상미가 정말 심서연의 친딸이란 말인가?생각하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이런 생각이 싹트자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12화

    강 대표님은 작은 아가씨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했다. 어떤 것은 먹으면 몸에 해로울 것 같았고 심지어 어떤 것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성무진, 빨리 전화로 케이크를 주문해서 하늘 하우스로 보내라고 해.”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성무진은 잠시 생각을 끊고 얼른 대답했다.“네.”역시, 조금 전까지 아가씨가 케이크를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하던 대표님이 지금은 케이크를 주문하라고 한다.강 대표님은 이렇게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강지한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문을 나서자마자 낯익은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박유진?3년 전 그는 건강이 회복된 후 이 세계에서 사라진 것처럼 소식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 갑자기 여기서 볼 수 있을 줄이야.그럼 혹시...심미연도 살아있다는 걸까?그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튀어나왔을 때 그는 갑자기 멍해졌다. 심미연이라는 이름을 마음속에 깊숙이 감춘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강지한은 가장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 동안 심미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자신을 억제했다. 지금 갑자기 그녀 생각을 하자 명치끝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박유진 씨!”강지한은 아픈 가슴을 참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박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칠흑처럼 검은 눈으로 그의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죠?”심태하의 얼굴을 떠올리며 박유진은 경성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돌아서자마자 만나게 된다니.“건강은 어때요?”강지한은 넌지시 질문했지만 스스로도 왜 말을 걸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저는 좋아요.”박유진은 말을 마친 후 계속해서 앞으로 걸었다.뒤돌아서서 그의 뒷모습을 보던 강지한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심미연을 잊었어요?”그는 예전에 박유진이 심미연을 깊이 사랑했던 것을 떠올랐다.심미연이 죽었다. 설마 벌써 심미연을 잊은 게 아닐까?강지한은 가슴 막힌 것처럼 불편했다.박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를 돌아봤다.“미연이가 떠나자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11화

    성무진은 강지한의 질문에 어쩔 수 없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텅 빈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아이가 있다는 건 웬 말인가?‘하지만 강 대표님은 왜 한 아이가 손짓했다고 하지?’잠시 머뭇거리다가 성무진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혹시 대표님은 아가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환각이 생긴 것이 아닐까요?”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아이를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강지한의 차가운 눈빛이 성무진의 얼굴에 드리우며 쌀쌀하게 말했다.“내가 아픈 것 같아?”그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마저 구분 못 할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성무진은 입을 다물었다. 아픈지 아닌지는 그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분위기가 싸늘해졌을 무렵,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휴대폰을 꺼내 발신자 번호를 보던 강지한은 먹구름이 진 것처럼 어두웠던 얼굴이 금세 맑아졌고 입꼬리마저 씩 올라갔다.전화가 연결되고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어디 있어요? 왜 아직도 안 와요? 약속을 지키지 않잖아요. 흥!”마지막에는 화를 내는 것처럼 콧소리를 냈지만 부드럽게 들렸다.강지한의 마음은 얼음이 녹아내린 것처럼 따뜻해져 목소리마저 부드러워졌다.“미팅이 있어서 늦었어. 미안해, 하지만 이미 주차장에 도착했으니까 이 분 후면 곧 만날 수 있어.”강지한의 웃음 어린 표정을 바라보며 성무진은 작은 아가씨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작은 아가씨가 없었더라면 강지한은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강지한은 전화를 끊은 후 두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성무진을 흘겨보았다.“사라고 했던 케이크는 어딨어?”성무진은 난처한 표정이다.“사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가씨가 케이크를 드시면 충치가 더 심해진다고 했어요.”‘실은 케이크 한 조각을 먹어도 충치가 생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대표님은 작은 아가씨의 일이라면 너무 신경 쓰잖아.’“내가 그런 말을 했어?”강지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네.”성무진은 했던 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하는 강 대표님이 이젠 환각이 생기는 것은 물론 기억력도 떨어졌다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10화

    그녀는 2년 동안 여러 가지 신분을 만들어냈다.그러나 이것들을 그녀는 아직 신하린에 알리지 않았다.“그럼 좋지.”신하린은 한숨을 돌렸다.“너와 이진영 사이는 지금 어때?”지난 3년 동안 신하린은 그녀에게 이진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그러나 그녀는 뉴스에서 이진영에 관한 기사를 많이 보았다.이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혼인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유나의 아버지가 갑자기 일인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후 한유나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나중에 한유나도 무슨 이유인지 연구소를 떠났다.1년도 안 되어 한유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수저에서 불쌍하고 초라한 여자로 변했다.그런데도 이씨 가문은 줄곧 파혼을 제기하지 않았다.전에 그녀는 몰래 한유나의 아버지에 대한 일을 조사한 적이 있다.그러나 이 일에 관한 내막은 비밀에 부쳐져 그녀도 알아낼 수 없었다.바로 이러하므로 그녀는 이 일이 더욱 의심스럽다고 느꼈다.그는 심지어 이런 변고가 이진영과 관련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했다.“이미 오랫동안 안 만났어.”신하린은 이 말을 할 때 마음이 평온했다.그녀와 이진영 사이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고 결말은 없을 것이다.그래서 3년 동안 이렇게 질질 끌었어요.“그럼 무슨 생각이야? 다른 타산은 있어?”어쨌든 그녀는 신하린이 행복을 찾기를 바랐다.“나는 지금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돈 버는 게 더 재미있어.”신하린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웃었다.“남자를 만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그녀의 품에 안긴 심태하가 갑자기 입을 열고 묻자 신하린은 말문이 막혔다.세 살짜리 아이가 중점을 잘 알고 있으니 참 대단하다고 탄복했다.심미연은 이미 심태하의 이런 화법에 익숙해져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냥 연애한단 말이야.”신하린은 세 살짜리 아이가 연애가 뭔지 어떻게 알겠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심태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가 바로 엄마가 만나는 남자예요.”심미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아니야. 그런 적 없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9화

    심태하는 그제야 방금 그 여자를 만났던 상황이 생각나서 얼굴을 가리켰다.“화장실 입구에서 이상한 아줌마를 만났는데 저를 끌고 가면서 욕하더니 제 얼굴을 꼬집으며 내가 남자아이의 옷을 입었다고 핀잔했어요.”그는 강상미를 만난 일은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또 여동생을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심미연은 깜짝 놀라며 급히 물었다.“그 아줌마 어떻게 생겼어?”“그 아줌마는 못생겼어요! 늙다리 도깨비 같았어요!”심태하는 그녀에게서 당한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가 예쁘다는 말을 할 리가 없었다.심미연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심태하는 나이는 어리지만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성격이니 누가 그를 괴롭히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그 여자가 심태하를 왜 욕하고 꼬집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박유진은 아이의 얼굴을 돌렸다. 방금 그도 주의하지 않았는데 그때야 뽀얀 얼굴에 붉은 자국이 있는 것을 보았다.“너희들 먼저 차에 타. 나 전화하고 올게.”박유진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심미연은 그가 틀림없이 그 여자를 조사하러 갔으리라는 것을 알고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캐리어를 밀고 신하린과 함께 황급히 떠났다.심태하는 순순히 신하린의 목을 껴안고 나른하게 물었다.“엄마, 우리 어디 살아요?”“아니면 나랑 살래?”신하린은 얼른 말을 받았다.심미연이 웃으며 말했다.“너 내가 지금 아주 부자라는 걸 잊었지? 집이 마음대로 살아도 될 정도로 많아.”신하린도 따라 웃었다.“맞아, 우리 명의의 디자인 회사, 로펌이 참 많지. 나도 부자였어.”3년 전, 심미연은 그런 방식으로 경성을 떠났다. 신하린은 그녀가 정말 죽은 줄 알고 혼자 오랫동안 슬퍼했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이의 사진을 담은 메일을 받았다.그때에서여 그녀는 비로소 심미연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이어서 두 사람은 연락이 닿았고그녀는 심미연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심미연은 그녀에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8화

    심태하는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벌리고 여자의 팔을 깨물고 욕했다.“미쳤어요?”이렇게 세게 잡으면 손목이 부러질 것이다.다시 생각해 보니 다행히 자신이었다. 조금 전 그 어린 여동생이었다면 얼마나 아팠을까.“강상미, 누가 물어뜯고 욕하라고 했어!”여자는 심태하의 얼굴을 받쳐 들고 험상궂은 눈빛으로 심태하를 바라보았다.“빨리 나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너를 작은 방에 가둘 거야!”심태하는 크게 울기 시작했다.“살려줘요. 이상한 아줌마가 사람을 죽여요!”그가 목청을 높여 소리치자 곧 사람들이 에워쌌다.“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어!”“아이에게 이렇게 모질게 굴다니, 틀림없이 친자식이 아닐 거야!”“어떤 계모들은 정말 독해. 며칠 전에 뉴스에서 한 계모가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씻는 것을 보았어!”몰려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은 여자는 화가 나서 심태하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강상미, 너 오늘 해 보자는 거야?”돌아간 후 혼내주기로 했다.“계속 손을 놓지 않는다면 아동 학대로 고소할 거예요!”심태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에워싸고 구경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여자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계집애가 오늘 무슨 약을 잘못 먹었기에 감히 나와 맞서는 거야!”화가 난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손을 놓았다.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그녀가 3년 넘게 유지해 온 부드럽고 착한 이미지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었다.‘그건 안 돼!’심태하는 자유를 얻자 그녀를 힘껏 걷어차더니 캐리어를 끌고 재빨리 사람들 속을 비집고 도망쳤다.그는 먼저 엄마를 찾아 여동생을 구하러 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심태하는 단숨에 출구로 달려가 엄마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덥석 안았다.“와, 우리 아들 키 컸네. 잘생겼어!”심태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응하고 통통한 팔뚝으로 황급히 여자의 목을 안았다.“양엄마, 왜 왔어요?”“나도 왔어.”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자 심태하는 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7화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잠깐만 기다려요.”어린 소년은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예쁜 여자를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가, 출구에서 기다릴게.”여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어 유난히 아름다웠다.“알았어요.”소년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캐리어를 밀고 화장실로 갔다.“심태하, 캐리어 이리 줘.”여자가 그를 불렀지만 아이는 이미 멀리 가고 있었다.여자는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세 살짜리 아이가 담도 크고 아이디어도 많다.그녀가 출산 후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 아이가 그녀에게 희망과 힘을 주어 그녀를 살아남게 지탱했다.이 3년여 동안, 그녀는 줄곧 하늘이 그녀에게 이런 아이를 준 것에 감격해 왔다.심태하는 캐리어를 밀며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며 입으로는 계속 소리쳤다.“앞에 있는 여동생, 잠깐만!”결국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서 앞의 소녀를 따라잡았다.“꼬마야, 너 이름이 뭐야?”심태하는 숨을 헐떡이며 예쁜 큰 눈으로 눈앞에 공주처럼 차려입은 소녀를 바라보며 마치 이 아이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강렬한 익숙함을 느꼈다.소녀는 그를 보고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누구야? 나는 너를 몰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말을 거는 낯선 사람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랬어.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했어!”소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갔다.심태하는 얼른 손을 뻗어 여자아이를 붙잡았다.“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심태하라고 해. 우리 어머니는 심미연이라고 하는데 너의 이름은 뭐야?”소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말을 받았다.“나는 강상미라고 해.”목소리가 부드럽고 귀여워 유난히 듣기 좋았다.“너의 이름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야. 그럼 내가 너에게 작은 선물을 줄게. 상미야, 나 좀 기다려 줘.”심태하는 쪼그리고 앉아 트렁크를 열고 작은 토끼 인형을 꺼내 강상미의 손에 건넸다.“이건 우리 엄마가 여동생을 위해 준비한 건데 너에게 줄게.”아버지는 그에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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