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바보 아니에요. 매달 드리는 돈도 다 알고 있어요. 2년 동안 손에 적어도 4, 6억은 있어야 하잖아요.”“온하나, 내가 머리 검은 짐승을 키웠네. 네 말대로면 난 돈 한 푼 쓰지 말라는 얘기니?”온하나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나희경의 얼굴을 보면서 꾹 참고 말했다.“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건 우리 아빠 병원비잖아요.”“차우빈 돈이 그렇게 많은데 네 아빠 병원비가 걔 옷보다 비싸겠어? 그런 남자한테 시집간 여자는 평생 놀고먹어도 되는데 넌 이혼이나 하겠다고 난리야. 얼굴 좀 예쁜 것 말고 네가 가진 게 뭐야? 가서 잘 구슬려서 조금씩 뜯어내는 것만 해도 네가 평생 먹고 살 수 있겠다.”온하나는 나희경의 태도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자기 양어머니조차 이런 말을 한다니. 자신과 차우빈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좋게 말해서 부부지 사실은 돈과 몸이 오가는 거래였다.하긴,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모든 사람이 차우빈이 그녀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온하나는 입술을 깨물며 떨면서 말했다.“엄마, 차우빈과 내가 무슨 사이든 엄마랑 아빠는 결국 부부잖아요. 제때 병원비 내주세요.”“집에 와서 날 화나게 하지 마. 네 아빠는 네가 치료하겠다고 고집부린 거야. 병원비도 네가 알아서 해. 시집까지 간 애가 내 집에 자꾸 오지 마.”차우빈이 4억을 준다고 했어도 나희경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고 있었다.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유는 온하나에게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하지만 온하나가 차우빈과 이혼을 고집하면 돈줄이 끊어질 테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온하나는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나희경은 그녀가 이혼을 원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온하나가 알고 있는 나희경이라면 분명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3년 전 그녀는 이미 온대훈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온하나가 줄곧 손을 놓지 않았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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