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560 챕터

제241화

과거에 강유형과의 실패가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정말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남자가 나를 이렇게 안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유가 궁금했다.“진정우.”나는 그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그리고 그의 등을 천천히 감싸안았다. 옷 너머로 손끝을 살짝 세워 그의 등을 눌렀다.그 순간, 진정우의 몸이 더욱 긴장되는 게 느껴졌다.그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지원아...”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나는 그의 품에 더 바짝 다가갔다. 샤워 후 얇은 잠옷만 걸친 내 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이 정도로 했는데도 진정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정말 내가 매력이 없는 거겠지.“지원아.”그가 나를 다급히 부르더니, 나를 살짝 밀어냈다.어깨를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의 목젖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떨리는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마치 방금 전까지 전력 질주를 한 사람처럼.나는 그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대담해지기도 했다.“너무 늦었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그 순간 내 마음은 싸늘해졌다.그리고 분노와 수치심, 실패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냥 간다고? 네가 못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매력이 없어서?”그는 문밖으로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 나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붉어진 눈과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을 것이다.분명 분노와 부끄러움이 섞인 얼굴이었겠지.진정우는 이글거리는 검은 눈동자로 나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닫으며 다가왔다.그의 손이 내 머리를 감싸며 나를 진하게 끌어안았다.나는 눈앞이 어두워졌고 이때 뜨거운 입술이 나를 덮쳤다.그 열기와 함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그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따뜻했고 강렬했다.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열정이었다.“괜찮겠어?”그의 낮고 떨리는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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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잘 자. 내 여자 친구!]반쯤 잠든 상태에서 진정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이 30분 동안 그는 뭐 했을까?혹시 소설 속처럼 차가운 물로 샤워라도 한 걸까?아까 그 긴급한 상황을 떠올리니, 차마 답장할 수 없었다.그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마 나도 냉수 샤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몸 안에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계속 올라왔다.욕망의 문은 한 번 열리면 메꾸기 어렵다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된 날이었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에 아침 일찍 깼다.하지만 내가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진정우보다는 늦었다.그는 이미 밖에서 아침 러닝을 하고 있었다.정말이지, 이 남자의 체력과 에너지는 끝도 없는 것 같다.그런데... 이런 그가, 그런 일에서도 체력이 대단하지 않을까?내 머릿속이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자꾸 그쪽으로만 향했다.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그러고 보니, 다 안리영 때문이다.어젯밤 그 황당한 제안이 떠올랐다.화가 난 나는 지금 몇 시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배 안 고파? 나랑 아침 먹자.”어젯밤 진정우가 끓여준 죽은 먹었지만 밤새 생각이 많아서인지 배가 고팠다.평소 같았으면 진정우에게 말하면 아침을 준비해 줬겠지만 오늘만큼은 피하고 싶었다.어쩐지 나 자신이 괜히 이기적인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 어색한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민망했다.다른 연인들도 이 ‘다음 단계’를 거치고 나면 나처럼 혼란스럽고 민망해질까?아, 왜 이리 한심한 생각만 드는지 모르겠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아직 손가락에서 휴대폰을 놓지도 않았는데 안리영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어머, 보아하니 어젯밤은 별거 없었나 보네.”그녀는 통화 연결과 동시에 날 놀리기 시작했다.“다 너 때문이야. 너 아니었으면 내가 아침부터 배고파서 허둥댈 일도 없었잖아.”나는 먼저 그녀를 탓했다.안리영은 흰 가운을 입은 채, 병원 휴게실의 의자에 반쯤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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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전에 해본 적 있잖아. 전과자라니까.”진정우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이 사람, 자기가 아는 거면 그냥 넘어가면 되지 굳이 말로 꺼내야 해?진짜 눈치 없네.“지원아.”그가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그렇게 대담하게 나쁜 짓을 해놓고 끝나고는 겁쟁이가 되는 건 여전하네. 어릴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나는 반박하려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쁜 짓이라면... 설마...’어젯밤 내가 잠옷 입고 문 연 걸 그냥 우연이라 생각한 게 아니라 일부러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세상에 너무 창피해!나는 손에 쥔 차 열쇠를 꽉 쥐었다.그리고 속상함에 목소리를 높였다.“누가 나쁜 짓 했다는 거야? 잘못한 건 정우 씨잖아! 당신이야말로...”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차가운 입술이 내 입술을 막아버렸다.아침 운동을 막 마친 그의 입술은 약간 차가웠지만 몹시 부드러웠다.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눈을 감은 그의 긴 속눈썹이 보였다.그의 높고 곧은 콧대와 선명한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나는 순간 멍해졌다.키스가 끝나고 그는 천천히 몸을 뗐다. 하지만 두 손은 여전히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앞으로 그런 나쁜 짓은 내가 할게.”그가 낮고 부드럽게 속삭였다.내 얼굴이 더 뜨거워졌고 이제는 목까지 빨개진 것 같았다.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리영 씨 만나러 가는 거 진짜 별일 아니지?”그가 다시 묻자 나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 여전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걸까?강유형과 사귈 때는 사람들 앞에서 종종 놀림을 받아도 웃으며 넘겼다.그가 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거나 어깨를 감싸거나 가끔 볼에 뽀뽀해도 별로 부끄럽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왜 이렇게 작은 행동 하나에도 숨이 막힐 것처럼 부끄럽고 어색한 걸까?진짜... 왜 이러는 거야.“원래는 너 주려고 토마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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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왜 그래?”“정우 씨!”나와 진정우는 동시에 말을 꺼냈다.“오늘 떠난다고 했지? 어디 가는 거야?”나는 그에게 뛰어가면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그는 내가 갑자기 차에서 뛰어나온 것에 약간 놀란 듯 눈썹을 찌푸리더니 내 말을 듣고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왜. 내가 도망갈까 봐?”그의 농담에 내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나는 일부러 화난 척하며 말했다.“진짜 어디 가냐니까?”“일단 안 가기로 했어.”진정우의 답변은 내 질문과는 거리가 멀었다.“뭐라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원래는 떠나려고 했어. 여기 일도 끝났고 미련 같은 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지.”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몸을 약간 숙였다.“왜냐하면 이제 여자 친구가 생겼거든.”그의 말이 내 심장을 쿵 하고 울리게 했다. 마치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기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하지만 내가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의 손이 내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다음 순간 나는 그의 품 안으로 강하게 끌려갔다.그는 턱을 내 머리 위에 얹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내가 그냥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떠나야 한다면 꼭 너한테 말하고 네가 허락해야 떠날 거야.”내 심장은 이미 두근거림을 넘어 폭발 직전처럼 뛰고 있었고 온몸이 화끈거렸다.이른 아침부터 이런 강렬한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버거운 존재였다.뭔가 대답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어머나, 이게 뭐야!”놀란 나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그의 품에서 급히 빠져나왔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볼 사람은 다 봤고 뒤이어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껴안고 있는가 했더니 우리 지원이랑 정우였네?”“아줌마...”나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이웃들 눈에는 이미 나와 진정우가 공식 커플로 보이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친밀한 장면까지 목격되다니 정말 부끄러웠다.“이른 아침부터 나오셨네요.”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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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예전에 조태혁이 나를 오해했던 게 떠오르자 나는 이번 기회에 복수나 해보자고 생각하며 말했다.“손 좀 놓지? 안 그러면 널 성희롱으로 신고한다.”“참!”조태혁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신고해 봐.”그의 겁먹지 않는 태도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이런 뻔뻔한 사람과 더 엮이기 싫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누나, 오랜만이야. 더... 예뻐진 거 같네.”“꺼져!”내가 손을 빼려고 다시 힘을 줬지만 그는 손을 더 꼭 잡고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누나의 화끈한 성격도 여전하네.”조태혁은 정말로 뻔뻔한 자식이었다.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쳤다.“태혁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어디 여자나 꼬실 시간이 있어? 빨리 와!”아까 그렇게 급하게 뛰어온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한데 그는 전혀 급한 기색도 없이 내 손을 여전히 잡고 있었다.“누나, 요즘 솔로라며? 내가 한번 대시해봐도 돼?”그 말이 내 속을 뒤집었다.내가 싱글?그게 누구 때문인데?바로 네 누나 때문이라고!네 누나가 내 약혼자를 빼앗아 가더니 이제는 동생이 나한테 대시하겠다고?정말 참 대단한 집안이네.그들에게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어서 나는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좋아. 근데 네 누나한테 먼저 물어봐. 허락하면 한번 생각해 볼게.”“정말?”그의 눈이 반짝거렸고 그 순간 나는 움찔했다.설마 이 녀석이 진심인 건가?지금 나는 이미 진정우와 사귀고 있으니 절대 다른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보니 화가 치밀었고 나는 바로 발을 들어 그의 발등을 세게 밟았다.“으악!”그러자 조태혁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손을 놓고 발을 부여잡고 빙글빙글 돌았다.나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그를 매섭게 노려본 뒤 자리를 떠났다.“누나! 난 진짜 누나를 원해! 이런 누나 같은 여자가 너무 좋아!”그는 아픈 발을 부여잡고도 병원 로비에서 그렇게 소리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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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그 순간 나의 눈꺼풀이 두 번 크게 떨렸다.‘왼쪽 눈이 떨리면 돈이 들어오고 오른쪽 눈이 떨리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들었는데...’나는 묘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었다.그렇다고 난 아무 대책도 없이 나설 순 없었다.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신지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태 오빠, 나 지금 용준호 만나러 가. 혹시 모르니까 좀 챙겨줘.”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 답장은 없는 걸 봐서는 아마 지금 훈련 중일 것이다.그래. 훈련 중일 거야. 게으름 피우며 자고 있을 리는 없지. 신지태는 곧 있을 대회를 위해 연습과 체력 훈련에 매진 중이었다.답장이 없더라도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면 분명 메시지를 확인할 테고 어차피 용준호를 만나러 가기까지 시간이 있었다.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가속 페달을 밟아 세상 요양원으로 향했다.네가 요양원에 도착했을 때 용준호의 거대한 랜드로버는 이미 요양원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멀리서 보니 그는 팔을 휘저으며 체조인지 태극인지 알 수 없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진지하게 운동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폼만 잡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것보단 나아 보였다.아마 내가 늦었다는 걸 이렇게 은근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나는 차에서 내려 빠르게 걸어가며 예의를 차렸다.“늦어서 죄송합니다. 대표님.”그는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아름다운 미녀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지.”그의 농담 섞인 말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그는 갑자기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이렇게 들어가려고?”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곧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야 말았다.‘아차, 빈손으로 왔네.’하지만 솔직히 말할 순 없어서 난 핑계를 적당히 둘러댔다.“죄송해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꽃집이 문을 안 열었어요.”그는 피식 웃으며 짧게 웃었다.“하! 정말 그럴싸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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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용준호가 한 걸음 내게 다가오자 나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그는 웃으며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되어줘.”나는 그 말에 멍해졌지만 이내 비웃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아침부터 이런 농담은 좀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대표님도 잘 알잖아요.”용준호는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농담 아니야. 내 여자 친구가 돼야 우리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그의 말에 나는 굳어버렸다.이건 분명히 여자 친구라는 명목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거였다.이래서 아까 떨리던 눈꺼풀이 그냥 떨린 게 아니었구나.용준호는 자세히 설명했다.“아마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평생 의심이 많으신 분이야. 아무도 믿지 않지. 특히 지금은 위치가 다르니까 더 그래. 아버지에게 접근하려는 사람 중에 진심이 없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시간 낭비를 막으려고 가족 외에는 아무도 안 만나.”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비웃었다.이건 핑계에 불과했다.“그리고 말이야. 나 사실 너한테 첫눈에 반했어. 나야 이름값처럼 이런저런 연애를 많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다 장난이었어. 결혼할 마음도 없었고 우리 아버지도 절대 허락 안 하셨을 거야.”그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이런 말을 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너는 달라. 너는 정직하고 단아해 보이는 사람이야. 딱 집안 살림 잘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그런 사람 같아. 그래서 너를 진지하게 만나고 싶어.”그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고 그 눈빛은 뜻밖에도 진심처럼 느껴졌다.어제는 재벌 2세가 나를 쫓아다니겠다더니 오늘은 바람둥이가 진지하게 고백이라니.나에게는 왜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몰리는 걸까?하지만 나는 이미 진정우과 사귀고 있었다.이 모든 일이 진정우의 존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대표님의 진심은 잘 알겠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어요.”나는 그의 직접 거절했으나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건 너무 뻔한 핑계 아니야? 지난번에 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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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네 생각에는?”용준호가 또다시 내게 되물었다.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만 가볼게요.”그러면서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그에게 돌려주려 했다.하지만 그는 손을 들어 받는 시늉을 하더니 꽃잎 하나를 떼어 코끝에 가져가며 향을 맡았다.“이야기해 봐. 대체 왜 우리 아버지를 만나려는 거야?”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아버지에게 보여줄 물건 때문에 찾아온 줄 알더니 이제는 내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이제 와서 더 숨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나는 솔직하게 이유를 털어놓았다.내 말을 들은 용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나는 그러는 용준호가 뭔가 이상했다.“왜요?”“네가 그 일로 우리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는 거라면 만나도 소용없어. 우리 아버지는 절대 너한테 알려 주지 않을 거야.”그의 말투는 마치 아버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숨길 이유가 있을까?대답하지 않겠다는 건 결국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렇다면 나는 더더욱 만나야 하고 진실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제가 끝까지 만나겠다고 한다면요? 대표님께서 말하지 못할 비밀이 없을지도 모르잖아요.”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용준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정말 고집 세네. 꼭 벽에 머리를 부딪쳐야 아픈 줄 알겠어? 그래. 그럼 내가 우리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 허락하면 널 안으로 데려가 줄게.”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고 스피커폰을 켰다.“무슨 일이냐.”전화 너머로 들려온 용 회장의 목소리는 굵고 단호했다.“별건 아니고 사람 하나 데려가려고요. 여자예요.”용준호는 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말을 아꼈다.“쓸데없는 여자 좀 데리고 오지 말라고 몇 번 말했잖아!”용진표의 목소리는 한층 날카로워졌다.그러자 용준호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그런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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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마침 그런 생각이 스치던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정말이지 어색함의 끝판왕이었다.용준호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원 씨,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여? 날 그렇게 못 믿으면서 왜 굳이 이곳으로 온 거야?"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그러자 용준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덤덤히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그렇게 말하고는 차에 올라타더니 한순간에 떠나버렸다.불어오는 바람이 내 옷자락을 흔들고 머리를 흐트러뜨렸다.정말이지 이 남자는 마음이 바뀌는 속도가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다.십 분 전만 해도 나한테 고백하고 나를 따라다니겠다고 했던 사람이 단지 한 통의 전화 때문에 이렇게 태도를 바꾸다니.하지만 난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이제 더 이상 그가 나에게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속이 편해졌다.용준호가 떠난 뒤 나는 다시 요양원의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삼촌이 오늘의 중요한 손님일까?그 생각에 나는 망설이다가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원아, 너한테 마침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아줌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아줌마, 무슨 일이세요?”“같이 점심 먹으려고. 전에 자주 가던 일품 레스토랑으로 와줄래? 11시에 맞춰 오면 돼.”아줌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약속을 잡아버렸다.나는 일단 거절하지 않고 대화의 흐름에 따라 아줌마에게 물었다.“삼촌도 오세요?”“아니. 네 삼촌은 오늘 외출했어. 아마 오후쯤에나 돌아오실 거야.”아줌마의 말에 나는 의심이 들었다.삼촌은 회사 업무를 강유형에게 넘긴 뒤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분이었다.“먼 곳으로 가신 거예요?”“아니. 그냥 옛 친구 만나러 가셨어. 매번 만나면 꼭 차 마시고 바둑 두시곤 해.”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손으로 휴대 전화를 꽉 쥐었다.아마도 내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삼촌이 바로 오늘 용진표가 말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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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나는 결국 가기로 했다.어쩌면 아줌마에게서 우리 부모님 교통사고의 진실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나는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면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줌마와 약속한 시간까지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그래서 나는 회사로 향했다.“좋은 아침입니다. 윤 부장님!”허진호가 활짝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마치 내가 보기만 해도 그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했다.“좋은 아침이에요. 허 부대표님.”“윤 부장님, 오늘 기분 좋아 보이는데요? 혹시 연애라도 시작하신 건가요?”그의 농담 섞인 질문에 문득 어제 진정우와 있었던 달콤한 순간들이 떠올라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허 부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요.”사적으로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내 연애사를 굳이 밝힐 이유는 없었다.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물러나자 나는 곧장 사무실로 들어갔다.오늘은 월요일이라 부서 주간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회의 중 각자 지난주의 성과를 보고하던 중 직원 중 한 명인 이한석이 내게 계약서를 내밀었다.“윤 부장님, 이번에 새로 협의한 조명 업체와의 계약서입니다. 신생 회사인데 현재 우리 기술 지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계약 세부 사항 한 번 검토해 주세요.”내가 계약서를 펼쳐 보니 회사가 설립된 지 채 한 달도 안 됐다.“설립한 지 한 달도 안 됐네요?”“네. 아주 신생 회사입니다.”이한석은 눈치 보며 답했다.신생 회사와의 협업은 3년 이상 운영된 회사와 비교했을 때 리스크가 훨씬 컸다.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내가 반대할까 봐 이한석은 말을 이어갔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협의하면서 서비스 비용을 미리 조정했어요. 계약금 50%를 선불로 지급하고 협업이 절반 진행될 때 25%를 추가 지급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 완료 후에 정산받기로 했습니다.”그의 말을 듣고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진짜 협력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가 보네요.”“맞아요. 진심으로 의욕을 보이더라고요. 제가 거절하면 오히려 미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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