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 내 여자 친구!]반쯤 잠든 상태에서 진정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이 30분 동안 그는 뭐 했을까?혹시 소설 속처럼 차가운 물로 샤워라도 한 걸까?아까 그 긴급한 상황을 떠올리니, 차마 답장할 수 없었다.그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마 나도 냉수 샤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몸 안에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계속 올라왔다.욕망의 문은 한 번 열리면 메꾸기 어렵다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된 날이었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에 아침 일찍 깼다.하지만 내가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진정우보다는 늦었다.그는 이미 밖에서 아침 러닝을 하고 있었다.정말이지, 이 남자의 체력과 에너지는 끝도 없는 것 같다.그런데... 이런 그가, 그런 일에서도 체력이 대단하지 않을까?내 머릿속이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자꾸 그쪽으로만 향했다.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그러고 보니, 다 안리영 때문이다.어젯밤 그 황당한 제안이 떠올랐다.화가 난 나는 지금 몇 시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배 안 고파? 나랑 아침 먹자.”어젯밤 진정우가 끓여준 죽은 먹었지만 밤새 생각이 많아서인지 배가 고팠다.평소 같았으면 진정우에게 말하면 아침을 준비해 줬겠지만 오늘만큼은 피하고 싶었다.어쩐지 나 자신이 괜히 이기적인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 어색한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민망했다.다른 연인들도 이 ‘다음 단계’를 거치고 나면 나처럼 혼란스럽고 민망해질까?아, 왜 이리 한심한 생각만 드는지 모르겠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아직 손가락에서 휴대폰을 놓지도 않았는데 안리영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어머, 보아하니 어젯밤은 별거 없었나 보네.”그녀는 통화 연결과 동시에 날 놀리기 시작했다.“다 너 때문이야. 너 아니었으면 내가 아침부터 배고파서 허둥댈 일도 없었잖아.”나는 먼저 그녀를 탓했다.안리영은 흰 가운을 입은 채, 병원 휴게실의 의자에 반쯤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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