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비열하군.”강유형이 낮게 으르렁대며 진정우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마음 아파할 겨를도 없이 급히 다가가려는 순간, 진정우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강 대표가 말하는 비열함이란 당신이 지원이에게 이렇게까지 정성을 다한 적이 없어서겠죠.”강유형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진정우, 네가 이런 유치한 쇼로 지원이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지원이는 이런 환상 따위 좋아하지 않아. 알겠어?”내가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맞다, 한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우리가 막 연인이 되었던 첫 밸런타인데이에 그는 나에게 어떤 선물도, 심지어 저녁 한 끼도 준비하지 않았다.다음 날 신지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신지태가 우리 첫 밸런타인데이를 어떻게 보냈냐고 장난스럽게 물었을 때 나는 정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그 후, 강유형이 내게 사과하며 그저 깜빡 잊었다고 말했고 나는 억지로 “난 이런 거 안 좋아해”라며 넘어갔다.하지만 세상에 꽃과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그는 그저 주지 않았을 뿐이다.“지금도 지원이가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진정우의 낮고 단호한 물음에 강유형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그는 분명히 봤을 것이다.그리고 그 눈물이 무엇 때문인지도 알 것이다.진정우가 AI로 부모님을 재현해 낸 감동, 그로 인해 솟구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그를 향한 감동의 눈물이었다.진정우의 사랑은 사소한 것들 속에서 빛났다.정성스러운 한 끼의 식사, 묵묵히 나를 지켜주는 것, 나만을 위해 준비한 조명 쇼까지...강유형은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돌리고 진정우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지원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우린 10년을 함께했고 지원이는 나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어.”진정우는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강유형은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믿기 어렵겠지? 지원이 왼손 중지에 있는 작은 흉터를 봤어? 그게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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