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251 - Chapter 260

311 Chapters

제251화

허진호는 전화를 끊고 깊게 숨을 내쉰 후,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앉으세요, 윤 부장님.”그가 손짓하며 권했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허진호는 또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즘 고급 인재를 구하기가 정말 힘드네요.”아까 통화 내용을 얼핏 들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물었다.“우리 회사 기술 인력이 많이 부족한가요?”“네, 어제 기술팀 엔지니어 한 명이 퇴사를 얘기했어요. 원래도 기술 인력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정말 답이 없죠.”허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보기 드물게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평소 늘 여유롭고 낙천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그였기에 이런 모습은 낯설었다.나는 요즘의 인력 시장 문제를 자연스럽게 언급했다.“요즘 국내 인력 시장이 많이 양극화되고 있잖아요. 고학력 인재는 넘치는데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급 기술 인재는 부족하고 단순 노동자는 많지만 현장에 들어가 진짜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든 상황이에요.”허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정확합니다! 윤 부장님은 업무 능력만 좋은 게 아니라 사람 보는 눈도 있으시네요. 다재다능하시네요.”그의 과장된 칭찬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향이 준비한 계약서를 꺼냈다.“이 회사 자료를 검토해 봤는데 신생 회사임에도 경영진 구조나 향후 발전 가능성이 괜찮아 보입니다. 게다가 협력 의지도 확실히 느껴지고요.”허진호는 계약서를 받아 들여다보며 말했다.“좋아요. 제가 한 번 살펴본 뒤 결정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아줌마와의 약속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말했다.“허 대표님, 오늘 점심에 잠시 외출할 일이 있어서 오후에 조금 늦게 들어올 것 같습니다.”허진호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윤 부장님, 그런 건 굳이 보고 안 하셔도 돼요. 알아서 하세요.”“감사합니다.”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허진호가 다시 나를 불렀다.“윤 부장님, 아까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인재 시장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던데 혹시 기술 분야의 인재를 아시거나 추천해 주실 만한 분이 있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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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윤지원 씨, 물건 확인하고 사인 부탁드립니다.”퀵서비스 직원이 말하며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을 내게 건넸다.순백의 장미!내가 좋아하는 꽃이었다. 나의 꽃 취향을 아는 건 나와 친한 사람 몇 명뿐이다.처음 떠오른 건 역시 강유형이었다.매년 내 생일마다 그는 순백의 장미를, 평소에는 흰 장미를 보내곤 했다.하지만 오늘은 내 생일도 아닌데 왜 갑자기 꽃을 보낸 걸까?잠시 멍하니 서 있는 동안, 퀵서비스 직원은 꽃을 다시 내게 건넸다.주문이 밀려 보이는 그가 헐떡이며 기다리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꽃을 받았다.“누가 보낸 거예요? 혹시 남자 친구?”언제나처럼 참견을 놓치지 않는 허진호가 뒤에서 물었다.부정하려는 순간, 꽃다발 속에 꽂혀 있던 카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허진호가 번쩍 허리를 굽혀 카드를 주워 건네며 말했다.“여기요.”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누나, 굿모닝. 좋은 하루!”이 ‘누나’라는 단어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건 조태혁, 그 짜증 나는 얼굴이었다.도대체 어떻게 이 녀석이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 걸 알았을까?잠깐 고민하다가 금세 답이 나왔다. 분명 조나연이 알려준 것이다.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정말 이 남매, 대단하다.조나연은 내 약혼자를 빼앗더니, 이번엔 동생을 시켜 나를 유혹하려고? 이러다 내가 정말 받아주면 조나연은 더 기분 나빠지겠지?“누가 보낸 건가요?”허진호가 끈질기게 물었다.나는 그를 놀려줄 생각으로 웃으며 말했다.“저를 좋아하는 연하남이요.”“네?”허진호는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나는 그의 반응을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부장님, 남자 친구가 보낸 거예요? 정말 예쁘네요!”“부장님은 역시 특별해요. 흰색 장미를 좋아하시다니!”...동료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장난을 쳤다.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평범하거나 눈치 없는 사람이면 어떻게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었겠어요?”이 한마디로 그들의 입을 막고 모두를 일하러 돌려보냈다.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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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연하남.’나는 연하남이 보낸 꽃이라고 콕 짚어 말했다.그리고 진정우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1초, 2초, 3초가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어라?이게 무슨 상황이지?혹시 화난 건가?아니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답답한 마음에 다시 문자를 보내려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그리고 썼던 글을 지웠다.‘다른 사람이 준 꽃에 화를 낸다면, 그건 강유형과 뭐가 다를까?’예전에 학교 다닐 때도, 회사에 다닐 때도 나를 좋아한다고 접근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그럴 때마다 강유형은 화를 냈고 심지어 나를 탓했다.내가 너무 잘난 척을 한다느니, 왜 사람들한테 오해 살 행동을 하냐느니.결국 나는 스스로를 억누르며, 남자들과 거리를 두곤 했다.그런 억울한 날들은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했다.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휴대폰이 울렸다.메시지가 아닌 전화였다.나는 살짝 찌푸린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왜?”“왜 문자 안 봐?”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엔 약간의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나는 휴대폰을 다시 열어봤다.그가 보낸 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솔직히 나 기분 안 좋아. 근데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뭐 다른 사람이 꽃 선물 할 수도 있지. 하지만 네가 좋아하면 안 돼.][그리고 그런 말 하지 마. 나 불안하단 말이야.]문자를 읽고 나니, 그는 참 솔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나는 문득 할 말을 잃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그가 다시 물었다.나는 잠시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화난 건 아니야. 그냥...”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솔직히 말했다.“질투가 좀 나서.”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질투? 진정우가 질투한다니. 사진 찍어서 보여줘 봐.”그는 민망했던지 화제를 돌렸다.“점심 뭐 먹을 거야?”나와 함께 먹고 싶은 걸까? 아니면 도시락이라도 챙겨줄 생각인가?하지만 나는 이미 아줌마와 약속이 있었기에 그의 데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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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아줌마는 오늘 식사 자리에 누가 참석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만약 미리 알았다면 나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겁이 나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과 마주치면 난 전혀 밥맛이 없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지원아, 드디어 왔구나.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아줌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나는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에게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다. 대신 나는 살짝 돌려서 말했다.“아줌마, 저는 오늘 아줌마랑 단둘이 식사하는 줄 알았어요.”“원래는 우리 둘만 있는 자리였는데 말이야...”아줌마가 강유형과 조나연 쪽을 힐끔 보며 말을 이었다.“우연히 만났어.”우연이라고?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이런 말을 믿으라고 하는 건가.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냥 돌아서면 아줌마를 난처하게 만들 테고 내가 아직 미련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게 뻔했다.그래서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우연이네요.”“우리가 방해한 것 같네요.”조나연이 말에 끼어들었다.방해라고 느낀다면 제발 자리를 피했으면 좋겠는데 뻔뻔하게 앉아 있는 그녀가 참 신기할 따름이다.처음 그녀를 봤을 때는 생긴 것처럼 순수한 사람인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얼마나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나는 그녀에게 굳이 체면을 세워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당신들이 이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면 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내 말에 조나연의 표정이 굳었고 강유형의 얼굴도 어두워졌다.강유형은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이제 주문 좀 해도 될까?”그제야 아줌마가 나만 기다렸다는 말은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런데 참 이상한 건 조나연이 이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줌마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이 상황이 그녀에게 얼마나 굴욕적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럼 이제 음식 시켜. 초코 우유도 시켜줘.”아줌마가 내 손을 잡고 옆자리에 앉히며 말했다.강유형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했다.“지원아, 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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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나는 굳이 손을 대지 않고 직원이 알아서 처리하길 기다렸다.그런데 직원이 움직이기도 전에 강유형이 초코 우유 두 잔을 집어 들었다.그는 한 잔을 내 앞에 놓고 다른 한 잔을 들고 아줌마를 향해 말했다.“엄마, 혈당이 높으시잖아요. 제가 땅콩 우유로 따로 준비해달라고 했어요.”아줌마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강유형은 이미 다른 잔을 조나연에게 건네고 있었다.조나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깨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그 모습은 정말 누가 봐도 연민을 자아낼 만했다.나조차도 한순간 흔들릴 뻔했으니 말이다.아줌마도 그런 모습을 보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후로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나온 음식들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게다가 아줌마는 매번 내 접시에 음식을 올려주셨다.마치 내가 두 팔을 다 다쳐 스스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된 듯했다.그에 반해 강유형과 조나연은 그저 묵묵히 앉아 있는 인형처럼 멍하니 있었다.솔직히 나조차도 이 상황이 조금 불편했다.만약 내가 그들 입장이었다면 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속이 더부룩해져 병원에 갈지도 모르겠다.아줌마의 끊임없는 음식 권유에 결국 나는 더는 못 먹겠다고 하며 잠시 쉬겠다는 핑계를 대면서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떠났다.그런데 화장실로 가는 길에 강유형이 따라 나왔다.“우리 엄마 너무 심하잖아.”그의 얼굴은 불만으로 굳어 있었다.나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아줌마께 직접 말씀드려.”그는 얼굴을 더 굳히며 말했다.“엄마가 네 편을 들어주는 거잖아. 너도 그건 알잖아?”“그럼 알지.”나는 솔직히 대답했다.“넌 이미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왜 우리 엄마를 부추겨서 조나연을 괴롭히게 해? 내가 말했잖아. 조나연에 대한 모든 건 내 책임이고 엄마가 이렇게 하면 나만 더 죄책감을 느낄 뿐이라고.”강유형이 화가 난 듯 말하자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되받아쳤다.“강유형, 네가 내게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나?”그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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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진정우가 허진호와 함께 있다니? 그럼 진정우가 대표님인가? 마침 성도 진 씨인데 말이야.’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전에 이미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의심은 했었지만 그때마다 둘 다 아무렇지 않게 부인했었다.그런데 이렇게 딱 걸리니 이제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해졌다.“정우 씨!”내가 그를 불렀다.걸음을 멈춘 진정우와 허진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나는 물고기 연못 옆에 반쯤 웅크리고 있었고 그들은 내가 있는 곳을 바로 보지 못한 것 같았다.허진호가 진정우를 툭 치며 말했다.“누가 우리를 부르네요? 근데 이 목소리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정우가 빠르게 내 쪽으로 걸어왔다.“위험해요.”그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런데 그는 내 손을 잡는 대신 팔을 뻗어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연못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놨다.“식사하러 온 거 아니었어?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나를 내려놓으며 그가 물었다.그는 이곳이 식당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내가 식사하러 왔을 거라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그의 행동에 잠시 멍해졌다가 몇 초 후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넌... 허진호 씨랑... 아는 사이야?”“응.”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방금 알게 됐어.”그 순간 허진호도 다가왔다.“보니까 윤 부장님 남자 친구가 정우 씨였군요. 정우 씨가 면접 때 말했던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윤 부장님이었나요?”그제야 진정우와 허진호가 같이 있는 이유를 이해했다.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진정우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빨랐다.믿기지 않아 그를 바라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다만 목소리는 살짝 낮췄다.“내 여자 친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서 옆에서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나는 말문이 막혔다.그의 낮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허진호는 그 말을 들었는지 웃으며 말했다.“윤 부장님, 새 동료를 환영해야 하지 않겠어요?”진정우가 벌써 채용됐다는 건가?그가 실력이 뛰어난 건 알지만 이렇게 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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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강유형의 말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나연아, 네 말이 뭔 뜻인지는 알아. 우리 엄마가 널 싫어하는 건 네가 뭘 해도 안 바뀔 거야.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힘들어지니까.”조나연은 한참 고민한 끝에 그런 결론을 내린 듯했다.하지만 강유형의 사과는 지나치게 비굴해 보였다.솔직히 오나연도 딱히 뭘 그렇게 잘못한 게 없었다.굳이 꼽자면 너무 사랑한 죄밖에 없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런 굴욕까지 견디고 있으니 말이다.“내가 힘든 건 상관없어. 내 선택이니까. 근데 너까지 이렇게 힘들 필요는 없어.”강유형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짜증이 섞여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조나연은 여전히 연약한 모습을 보였고 강유형 앞에서는 그 모습이 더 심해졌다.그녀가 정말로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이며 동정을 얻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조태혁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강유형의 입에서 조태혁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그의 의도를 단번에 깨달았다.“태혁이? 뭐가 어쨌다는 건데? 또 사고 쳐서 네가 뒷수습이라도 해야 해?”조나연은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러자 강유형이 비웃으며 말했다.“너 진짜 몰라?”“몰라.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조나연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조태혁이 윤지원을 쫓아다니고 있어.”강유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순간 진정우가 나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는 살짝 찌푸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난 뭐라도 말하려던 참에 조나연이 급히 말했다.“그럴 리 없어.”강유형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윤지원 사무실로 꽃까지 보냈대.”조나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말했다.“아마 그냥 장난쳤겠지. 태혁이는 원래 그런 애잖아. 그리고 전에 윤지원이 태혁이한테 이상한 짓 했다면서...”“뭐?”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그 일은 이미 끝났고 경찰 조사 결과도 조태혁의 거짓말로 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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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좀 지나갈게요. 두 분 비켜주시겠어요?”나는 자연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강유형은 미동도 없이 나를 응시했고 조나연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옆으로 물러나 길을 내주었다.그녀가 강유형의 팔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그를 데려가 버릴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지원아, 어서 와서 먹자.”내가 룸에 들어서자 아줌마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나는 자리에 앉으며 일부러 물었다.“아줌마, 우리 둘만 남은 거예요?”“원래부터 우리 둘만 있는 자리였지. 근데 눈치 없이 끼어드는 사람들이 문제야.”아줌마의 말엔 조나연과 강유형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줌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줌마와 아들 사이가 더 멀어질지도 몰라요.”사실 나도 이들을 감싸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삼촌과 아줌마가 나를 얼마나 아껴줬는지 알기에 그들이 화목하길 바랄 뿐이었다.“그건 자기가 자초한 짓이지.”아줌마는 여전히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였고 더 이상 끼어들지 않고 눈앞에 있는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근데 화장실 간다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정우 씨를 만났어요.”내가 솔직히 대답하자 아줌마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혹시 내가 널 데려갈까 봐 쫓아온 거 아니야?”“아니에요. 회사 대표님이랑 같이 식사하러 왔더라고요.”나는 간단히 설명했다.아줌마는 식탁을 돌리며 맛있는 음식을 내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지원아, 진정우는 사람도 좋고 조건도 괜찮아서 나랑 네 삼촌도 마음이 놓여. 그런데 말이야...”말끝을 흐리는 아줌마의 의도를 금방 알아챘다.“아줌마는 진정우의 집안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그렇지. 아줌마랑 삼촌은 네가 힘들게 사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돈 없고 집안이 어려우면 정말 고생스러운 삶을 살게 돼.”아줌마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말에는 아줌마가 젊은 시절에 겪은 고생이 담겨 있었다. 강유형의 말에 의하면 삼촌과 아줌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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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난 자신이 딸로서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만 알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아줌마는 살짝 굳은 표정을 짓고 내 손목을 꼭 잡으며 말했다.“지원아, 우리 이 얘기하지 않기로 했잖니? 다 지난 일이야.”“아줌마, 저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감당할 수 있어요. 그냥 말씀해 주세요.”내가 아줌마의 손을 반대로 꼭 잡자 아줌마의 손이 약간 떨렸다.“이미 지난 일이야. 왜 굳이 이걸 다시 꺼내는 거야?”몇 초간 침묵한 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 부모님이에요. 이 세상에서 제게 유일한 가족이잖아요.”나의 부모님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그분들이 돌아가신 후 나도 고아가 되었다.아마도 내가 했던 말이 아줌마를 자극한 것 같았다.아줌마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나랑 네 삼촌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네 엄마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고 네 아빠는 겨우 숨만 붙어 있었어. 네 아빠는 네 삼촌 손을 붙잡고 네 이름만 되뇌었지...”아줌마는 목소리가 떨렸고 하던 말을 멈췄고 내 마음도 그녀의 말에 아프게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건 정말 끔찍한 상처였다.아줌마가 이 이야기를 꺼내기 싫어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아줌마는 내가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했다.“우린 네 아빠가 줄곧 널 걱정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에게 널 부탁한 거겠지.”아줌마가 낮게 속삭였다.아줌마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난 마음이 더욱 쓰렸다.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건 단순히 슬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나는 가슴속의 고통을 꾹 참으며 나는 다시 물었다.“그 사고가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나요? 다른 차와 부딪힌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아줌마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차가 대형 탱크로리 트럭을 들이박았어.”아줌마의 말을 들으니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그런 사고 영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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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아줌마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그래. 당시 계약서에 곧 서명할 예정이었어.”바로 아버지의 노트북에서 발견한 그 계약서였다.“그럼 사고 때문에 서명하지 못한 건가요?”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숨이 턱 막히고 가슴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그때 아줌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계약은 네 아빠와 네 삼촌이 함께 사업하면서 맺는 첫 번째 계약이었어.”‘뭐라고? 그 계약서는 원래 삼촌의 몫도 포함된 것이었단 말인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네.’“네 아빠랑 네 삼촌이 광화 그룹의 용진표랑 계약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 같이 낚시도 하고 레이싱도 하고 심지어는 용진표가 미친 듯이 제안한 스카이다이빙도 따라갔어.”아줌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용진표는 원래 조폭 출신이라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걸 잘했어. 그런데 네 아빠랑 네 삼촌은 사업을 위해 용진표를 잡아야만 했기에 목숨 걸고 그와 어울렸지. 한 번은 용진표가 네 아빠와 네 삼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했는데 갑작스럽게 태풍을 만났어. 배에는 구명조끼가 두 개밖에 없었고 네 아빠와 네 삼촌이 서로 자신이 입지 않겠다고 다투며 용진표와 상대방에게 줬어. 그 일이 있고 난 뒤, 용진표는 더 이상 네 아빠와 삼촌을 괴롭히지 않고 계약을 주기로 했어. 계약서를 받은 후 네 삼촌이 네 아빠더러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피라고 했어. 네 아빠가 뜻밖으로 정말 계약서의 이상한 내용을 발견한 거야. 그래서 용진표는 내용을 수정해 다시 계약서를 우리한테 주었고 네 아빠와 네 삼촌이 서명하러 가는 길에 네 아빠가 사고를 당한 거야.”아줌마는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말해주며 당시 상황을 되짚어 주었다.‘모든 것이 이렇게 된 것이었구나. 내가 두려워했던 그런 일은 아니었네.’그러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내가 두려워했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삼촌과 아줌마는 내가 내 부모님처럼 여길 정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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