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씨, 물건 확인하고 사인 부탁드립니다.”퀵서비스 직원이 말하며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을 내게 건넸다.순백의 장미!내가 좋아하는 꽃이었다. 나의 꽃 취향을 아는 건 나와 친한 사람 몇 명뿐이다.처음 떠오른 건 역시 강유형이었다.매년 내 생일마다 그는 순백의 장미를, 평소에는 흰 장미를 보내곤 했다.하지만 오늘은 내 생일도 아닌데 왜 갑자기 꽃을 보낸 걸까?잠시 멍하니 서 있는 동안, 퀵서비스 직원은 꽃을 다시 내게 건넸다.주문이 밀려 보이는 그가 헐떡이며 기다리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꽃을 받았다.“누가 보낸 거예요? 혹시 남자 친구?”언제나처럼 참견을 놓치지 않는 허진호가 뒤에서 물었다.부정하려는 순간, 꽃다발 속에 꽂혀 있던 카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허진호가 번쩍 허리를 굽혀 카드를 주워 건네며 말했다.“여기요.”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누나, 굿모닝. 좋은 하루!”이 ‘누나’라는 단어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건 조태혁, 그 짜증 나는 얼굴이었다.도대체 어떻게 이 녀석이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 걸 알았을까?잠깐 고민하다가 금세 답이 나왔다. 분명 조나연이 알려준 것이다.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정말 이 남매, 대단하다.조나연은 내 약혼자를 빼앗더니, 이번엔 동생을 시켜 나를 유혹하려고? 이러다 내가 정말 받아주면 조나연은 더 기분 나빠지겠지?“누가 보낸 건가요?”허진호가 끈질기게 물었다.나는 그를 놀려줄 생각으로 웃으며 말했다.“저를 좋아하는 연하남이요.”“네?”허진호는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나는 그의 반응을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부장님, 남자 친구가 보낸 거예요? 정말 예쁘네요!”“부장님은 역시 특별해요. 흰색 장미를 좋아하시다니!”...동료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장난을 쳤다.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평범하거나 눈치 없는 사람이면 어떻게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었겠어요?”이 한마디로 그들의 입을 막고 모두를 일하러 돌려보냈다.나는
Last Updated : 2024-12-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