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311 챕터

제141화

나는 왜 우는지 몰랐지만, 그냥 마음이 저릿저릿한 느낌이었다.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서 나를 관심해 주는 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나타나서일 수도 있고, 놀이동산을 그만둬서도 정신이 그쪽에 가 있다는 것을 진정우가 알아줘서일 수도 있었다.쪽지를 반복적으로 쳐다보다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테이블 위에 보온 도시락과 그릇에 담겨있는 계란후라이를 발견했다.이순간 나는 쪽지를 가슴에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나에게 아침을 준비해 준 진정우에게 나는 감사의 인사로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고마워요.]아주 간단한 감사의 인사였지만 응당하다는 식으로 그의 성의를 받을 순 없었다.문자를 보내고 어제 야시장에서 구매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이순간 나는 무엇이라도 기대하고 있듯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고 비서님.”“으흠.”고준석은 목을 가다듬었다.“윤 팀장님, 새로운 일자리 찾으셨나요?”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무슨 일인데요?”고준석은 또 목을 가다듬더니 대답하는 대신 질문했다.“입사하셨나요?”나는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아, 아니에요. 그냥 관심 차 여쭤보는 거예요.”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고 비서님께서 저한테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그냥 여쭤보세요.”고준석은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있는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굳이 재촉하지 않고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바꿔놓고 계속해서 물건을 정리했다.“대표님께서 윤 팀장님이 입사하신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고준석은 한참동안 고민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하나도 놀랍지 않았지만, 고준석이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이 정도로 간단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여 그만 행동을 멈췄다.“왜요. 또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요?”“역시 대표님이랑 오래 함께하셔서 바로 아시네요.”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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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나는 강유형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었는데 진정우가 중간에서 큰 역할을 해줬으면 했다.고준석과의 통화를 마친 나는 계속해서 집 안을 정리했다. 어제저녁 진정우가 덮었던 핑크색 이불은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로 침대 위에 놓여있었다.나는 갑자기 진정우가 이 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어 피식 웃고 말았다.생활은 매일 같이 어려움이 닥쳐오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웃음 포인트가 나타나기 마련이었다.고준석이 한 말로 마음이 복잡해져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마음에 두지 않고 담담하게 회사 해고통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집 안 구석구석을 다 정리하고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까지 주었지만, 핸드폰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차를 끓여놓고 베란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아래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궁금한 마음에 아래를 힐끔 내려다보았더니 가구센터 직원들이었다.그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얼마 안 지나 집주인 아줌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아, 새로 이사 오신 분한테 새로운 가구를 준비해 주셨나 보네.’갑자기 어제저녁 나를 미행한 소개팅남이 생각나 이웃집에 집주인 아줌마가 말한 그 남자가 입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위험이 닥쳤을 때 문 두드려서 도움을 요청하면 모르는 체하지는 않을 것이다.다시 의자에 앉아 책 보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자, 집주인 아줌마가 웃으면서 인사했다.“지원 씨, 미안해요.”집주인 아줌마가 임대 이야기가 잘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길래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이때 나는 활짝 열린 이웃집 문을 통해 발견한 준비된 가구들을 보면서 물었다.“언제쯤 입주하시는 거예요?”“아마도 오늘일 거예요.”집주인 아줌마는 말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급하지 않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부터 전화 와서 입주하고 싶다지 뭐예요. 그러면서 가구 같은 걸 미리 준비해달라고 하더라고요.”나는 맞장구를 쳐주었다.“그렇게 급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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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안리영과 한창 이야기 나누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집주인 아줌마가 오늘 입주할 수도 있다더니, 지금 왔나 보네.’“리영아, 새로 오신 이웃분한테 인사해야 하나?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도움을 청하기도 좋잖아.”내가 안리영한테 물었다.“이웃이 남자라면서. 이제 막 입주했는데 바로 문 두드리러 가면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안리영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그런가?”안리영이 대답했다.“당연하지.”‘그래. 그러면 우연한 만남을 기대해 보지, 뭐. 이웃과 만날 확률은 그래도 많으니까.’하지만 예상했던 거와는 달리 앞으로 며칠동안 만나보지 못했고, 진정우 역시 다시는 오지 않았다.‘소개팅남이 다시 찾아와서 복수할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나는 갑자기 진정우에 대한 호감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주말 저녁까지 해고통지 전화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도 내일은 정상적으로 입사하기로 했다.출근룩을 정리하고 있을 때, 이소희한테서 연락이 왔다.“언니, 왜 놀이동산 일을 하나도 관심하지 않는 거예요?”“신경 쓰지 않으려고요.”사실 신경 쓰지 않을수가 없었는데 진정우가 건넨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쪽지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나는 그제야 진정우를 많이 믿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이소희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언니, 진 기사님 이제는 저희 야간근무 못하게 해요.”“네?”나는 의문이 가득했다.‘조명 테스트를 하려면 낮에 1차 테스트를 진행하고 저녁에 2차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야간근무를 안 하고 어떻게 한다는 거지?’“진 기사님께서 마지막에 한 번에 테스트하자고 하더라고요.”이소희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러면 어떡해.’‘마지막 테스트 때 문제가 생겨서야 수습하다 보면 다른 테스트가 통과된 부분에도 영향이 미칠 텐데. 테스트하면서 진행하자고 했던 거, 나랑 같이 상의한 뒤에 결정 내린 일이었잖아. 왜 갑자기 바꾸는 거지?’나는 말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소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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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이어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아직 열리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이때 문이 열리고, 회색 잠옷을 입고있는 진정우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새로 온 이웃이 정우 씨였다니. 요 며칠 날 보러오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아예 맞은편에 이사 온 거였네. 야간 근무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왜 이사 온 사실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지? 수도관을 수리해 줄 때부터 맞은편에 이사 오기로 마음먹었던 거야.’나는 진정우를 보는 순간 깨닫는 것이 많았다.“들어오세요.”나한테 들켜버린 진정우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이웃집에 이사 온 것은 잘못한 일도 아니지만 나는 평온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그래서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진 기사님,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시죠?”“들어오시면 말씀드릴게요.”진정우가 안으로 들어오라면서 몸을 비켜주자, 나는 이를 꽉 깨문 채 안으로 들어갔다.나를 위해 이곳에 이사 온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가지고 논 듯한 느낌이 들어 화가 났다. 전에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안의 모습에 나는 들어가자마자 멈칫하고 말았다.원래 있었던 물건들은 온데간데없이 전체 거실에는 소파 하나만 놓여있었다.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마치 도둑맞은 집처럼 텅 비어있었다.“방 안에 있던 물건은요?”내가 본능적으로 묻자 진정우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언제 와보셨어요?”늘 내 물음에 똑바로 대답하지 않는 진정우의 모습에 나는 또 놀아났다는 생각에 힘껏 그를 째려보았다.진정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을 가리키더니 말했다.“다 저 방에 넣어뒀어요.”‘그런데 이 큰 거실에 필요한 물건이 소파뿐이라고? 사람 사는 곳이라면 TV랑 테이블 정도는 있어 줘야 하지 않나? 물컵도 놓을 수 있고 핸드폰도 올려놓을 수 있잖아. 너저분한 것이 싫은 사람이었다면 청평에 있는 우리 부모님 집에서는 왜 방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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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고 말았다.“저희 둘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친구 사이도 될수 없을 것 같네요. 저는 다른 사람을 찾아볼게요.”우두커니 서 있던 진정우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말했다.“어떤 사람을 찾고 싶은데요?”나는 본능적으로 후퇴했지만 내가 뒤로 물러날수록 진정우는 나한테 더욱 가까이했다.“다시 소개팅할 거예요? 아니면 아는 오빠나 친구를 찾을 거예요?”질투심이 가득한 말투였다.“정우 씨!”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을 때, 더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손으로 막았다.“저 지원 씨한테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인데 지원 씨가 거절한 이상 치근덕거리지 않을 거예요.”‘응?’나는 당황하고 말았다.진정우는 차가운 표정과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저는 이제 아무 상관도 없는 이웃이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셔도 돼요.”나는 할 말을 잃었다.‘내 생각이 불순하다는 건가?’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진정우가 먼저 말했다.“아까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뻘쭘해하고 있던 나는 마침 할 말이 생겼다.“지금이 몇 시인데 벌써 퇴근하신 거예요? 놀이동산 쪽에 있는 일은 이미 다 끝냈어요?”“아니요.”진정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나는 장난스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진 기사님, 일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퇴근한 걸 보면 이 프로젝트를 사전에 끝낼 수 있는 거 맞아요?”“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에요.”진정우의 확고한 말투에 내 입도 따라서 움찔거렸다.“그런데 이제 와서 테스트방식을 바꿨다가 마지막 테스트 때 문제가 생기면 시간 낭비하는 거잖아요.”“저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제가 전적으로 책임질 거예요.”진정우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나는 그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몰랐지만 메인 테스터로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2초간 망설이다 한마디 했다.“정우 씨, 비록 제가 퇴사해서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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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새벽 5시.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새로운 일자리에 임하려고 아침부터 일어나 요가까지 했다.6시. 샤워를 마치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진정우한테서 온 문자였다.[아침밥 준비해 뒀어요. 키는 지원 씨 집 문손잡이에 있어요.]나는 이 문자를 보자마자 멈칫하고 말았다. 문을 열어보니 정말 키가 걸려 있었고, 진정우의 집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아침밥이 준비되어 있었다.어제저녁, 나는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그를 도와 먹어주기로 했다.‘그런데 오늘 이 아침밥은 어떻게 된 일이지? 무료로 도우미 아줌마라도 하겠다는 건가?’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침밥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그래도 문자로 물어보기로 했다.[무슨 뜻이에요? 알바라도 하고 싶어요?][네. 지원 씨가 알아서 팁 같은 거 주면 좋죠.]‘말을 잘 받아치는데?’이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는 나는 잠깐 고민했다.[정우 씨, 너무 선 넘는 거 아니에요? 저희는 가짜 연애를 하고 있다고요.][연애는 가짜라고 해도 연기 기간에 지원 씨 건강은 제가 책임져야죠. 아니면 또 시간 내서 지원 씨를 보살펴야 하잖아요.]그의 보살핌 따위 필요 없는 나는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괜히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연기만 하면 되니까 제가 죽든 살든 정우 씨랑 상관없어요. 다음부터 저를 위해 요리를 안 하셔도 돼요. 해도 어차피 안 먹을 거예요.]내가 너무 냉정해서가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보살핌에 익숙해지지 말아야 했고, 또 가능성 없는 일에 목매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아침밥은 나름대로 맛이 좋았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서 그런지 출근길에 힘이 났다.회사로 가는 길에 아직 해고통지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만나서 직접 말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 때문에 기분이 확 나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에 가보기로 했다.“윤 부장님, 환영해요.”제일 먼저 허진호가 눈에 들어왔고, 그가 반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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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하지만 나는 실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KS 그룹에서도 안방마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면서 가만히 놀고먹지는 않았다.일주일 동안 나는 모든 고객의 자료와 회사자료를 한번 다 훑어보았고, 또 각 마케팅 부서 직원들의 2년간 업무 상황과 반년 동안의 KPI도 알아보았다.나는 다시 업무를 분배했고, 보너스와 벌칙 제도까지 내놓았다.다들 처음에는 의욕이 활활 타오르다 마지막에는 의욕을 잃는다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하는 목적은 열심히 하는 만큼 얻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회사에 헌신하는 것도 강유형의 압력도 무시하고 나를 채용한 은혜를 보답하기 위함이었다.내가 한창 자신감 넘쳐있을 때, 직원을 통해 현재 담담하고 있는 고객들이 전부 계약해지를 제출했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이미 얘기가 끝난 고객들도 갖은 이유를 대면서까지 계약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순간 나는 강유형의 짓이라고 생각했다.회사에 압력을 주지 못해 고객을 뺏는 비겁한 방식으로 회사에서 나를 포기하기를 바라는 거였다.이번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허진호한테 보고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신경 쓰지 마세요. 그분이 뺏어갈 수 있는 고객이라면 애초에 저희 고객이 아닌 거예요. 또다시 찾으면 되죠.”나는 80%의 고객이 강유형 쪽으로 유실되었다는 보고서까지 보여주었다.“괜찮아요. 윤 부장님만 빼앗아 가지 않으면 잃어버린 고객만큼 윤 부장님께서 또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허진호는 유난히 나한테 믿음이 강했다.사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의 태도가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부대표님, 대표님께 보고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나는 설명을 늘려놓기 시작했다.“다른 뜻은 없지만, 고객을 이렇게 많이 유실했는데 보고드리지 않았다가 대표님께서 갑자기 이 일을 따지기 시작하면 부대표님께서 난처해하실까 봐요.”피식 웃기만 하는 그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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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메모를 확인했더니 강두식의 생일이 3날밖에 남지 않았다.생일날에 이런 말을 하기에는 민폐가 되는 것 않아 미리 생일을 축하해 줄 겸 찾아뵙기로 했다. 이러면 생일날에 또 만날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강진혁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놀이동산을 떠나서부터 한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피부가 너무 까매져서 날 못 알아보는 거야?’강진혁이 먼저 자신을 비웃는 모습에 나는 갑자기 진정우가 생각나 피식 웃고 말았다.“아줌마가 보시면 마음 아파하시겠어요.”“아니. 엄마가 그러는 데 더 남성적으로 변했다고 했어.”강진혁은 하는 말마다 나를 웃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더 남성적으로 변하긴 했네요.”강진혁이 자기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비록 강진혁이 일부러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이런 말을 했지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랐다.나는 강두식을 만날 일이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아줌마 아저씨는 잘 지내세요?”“응. 다들 너 보고 싶어 하셔.”이 말에 나는 마음이 씁쓸해지는 느낌이었다.예전에는 퇴근해서 강씨 가문으로 가면 매일 볼 수 있었지만 나와서 독립한 뒤로 한번도 뵈러 간 적 없었다.“오늘 뵈러 가려고요.”나는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아저씨한테 할 말도 있고요.’강진혁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굳이 속이려고도 하지 않았다.“유형이가 요즘 미친 듯이 제가 입사한 회사를 건드리려고 발악하고 있거든요. 심지어 고객들마저도 다 빼앗아 가는 추세예요.”강진혁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전혀 놀라지도 않았다.다음 순간 그가 이렇게 말했다.“이미 아버지한테 말씀드렸어. 그리고 네가 퇴사하는 것도 극구 반대하셨어.”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강진혁이 계속해서 말했다.“사실 오늘 아버지 부탁 때문에 너 보러 온 거야. 지원아... 회사로 돌아와.”나는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임무를 완수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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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그동안 강씨 가문에서 지내면서 나는 강두식이라는 사람과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공과 사가 확실한 그였기 때문에 강유형이 무슨 실수를 범하면 매번 혼내고 했다.하지만 나는 강유형이 여전히 미친 듯이 고객을 뺏는 행위가 떠올라 감탄하고 말았다.“아저씨 경고도 먹히지 않았나 봐요.”강진혁도 이 말에 숨긴 뜻을 알아채고 물었다.“유형이가 아직도 멈추지 않았어?”“아니요. 제가 다니는 회사를 아주 짓밟아 버릴 생각인가 봐요.”나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화가 나서가 아니라 회사 또는 고객에 영향이 갈까 봐서였다.“너무 심했네.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야겠어.”강진혁도 화가 난 모양이다.“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어요. 마침 생신 선물을 준비했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강진혁은 눈이 반짝거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그래. 오늘 가려고? 마침 같이 가면 되겠네.”기대에 찬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오늘이긴 한데 데리고 갈 사람이 있어요.”“누군데?”강진혁은 여전히 기대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친구야?”“네. 남자친구요.”내가 한 말에 강진혁은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멘탈이 바사삭 털리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김희연이 말해줬기 때문에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처를 줄 바에 희망 고문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한참 지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원아... 남자친구가 누군데?”“진정우 씨요!”강진혁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지원아...”“오빠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제 행복을 가지고 장난칠 사람이 아니에요.”나는 마음에 찔리는 말을 내뱉었다.강진혁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난 네가 이렇게 빨리 유형이와의 감정을 정리했을 거라고 믿지 않아.”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알고 있으면서 왜 나를 좋아하는 거지? 아, 출국할 때부터 나를 좋아한 건가?’몇 년 동안 외국에 있은 것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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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나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본능적으로 이런 신체접촉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가 하도 꽉 쥐고 있는 바람에 피할 수도 없었다.이런 컨트롤 당하는 느낌이 너무 싫은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오빠...”강진혁은 내 말도 채 듣지 않고 말했다.“지원아. 유형이는 내 동생이라 뭐라 하지 못하겠지만 걔 때문에 너의 원칙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그의 손을 통해 긴장감과 떨림을 느낄수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두운 눈빛과 진지한 말투는 나를 애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지원아,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 장난이 아니야. 꼭 신중했으면 좋겠어. 잘못했다간 네가 다칠 수도 있어.”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순간 진정우가 나의 가짜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강씨 가문과 인연을 끊고 싶은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아니면 진정우가 남자친구라고 연기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수도 있었다.“오빠, 난 3살짜리 어린애가 아니야. 난 내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아.”내가 그에게 반박했다.“그러면 진정우랑 서로 알고 지낸 지 며칠이나 됐는데?”강진혁은 화가 났는지 목소리가 더욱 진지해졌다.그가 믿지 않길래 나는 파격적인 소식을 들려주기로 했다.“서로 알고 지낸 지는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청평군으로 갔을 때 이미 확정된 거예요.”강진혁은 나의 친오빠와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너무 심한 말은 하기 싫었다.강진혁도 이 정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라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 어깨를 꽉 잡았다.그는 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아무 말 없이 실망스럽고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이 눈빛을 읽은 나는 움찔하고 말았다.“오빠,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 거예요. 저랑 정우 씨는 만날 운명이었어요.”나는 강진혁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그는 여전히 내 어깨를 잡고 있었지만, 아까처럼은 꽉 잡지 않았다.우리 둘이 대치하고 있을 때, 어디서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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