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307 챕터

제131화

“뭐라고요?” 나는 충격을 받았고 이어서 욕이 튀어나왔다.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 “윤 팀장님, 강 대표님이 요즘 정말 좀 미친 것 같아요.” 고준석의 말에 나는 바로 이해했다. 그동안 예복이나 반지를 예약하는 등의 일들도 아마 그가 고준석에게 지시한 것이리라. “강유형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저를 역겹게 만들려는 건가요?”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고준석은 잠시 침묵했다. “누님, 저도 강 대표님이 뭘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강 대표님도 누님을 잃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정말로 누님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고준석 씨”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른 사람이야 뭐 그렇다 쳐도 당신마저 그렇게 말하다니. 고준석 씨는 진짜 강유형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해요?” 고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준석 씨, 강유형이 미쳐 가든 말든 저는 그 사람 곁에 있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윤 팀장님, 사실 저는 그때부터 자책하고 있었어요. 그 사건이 없었다면 누님과 강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멀어지지 않았을 텐데요.” 고준석은 그 사건에 대해 아직도 자책하고 있었다. “고준석 씨, 오히려 저는 당신한테 고마워요.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저는 결심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알아둬요. 제가 강유형과 헤어진 이유는 그 사건 하나 때문이 아니에요. 얼어붙은 감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당신도 이건 잘 알잖아요.” “하지만 결국 마지막 결정적 한 방을 제가 도운 셈이죠...” 고준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로 말했으니 고 비서님도 더 이상 자책하지 마요. 만약 강유형이 오늘 비서님이 한 일로 해고한다면 그냥 떠나요. 세상은 넓고 비서님 능력이라면 더 나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그를 위로했다. “윤 팀장님은 혹시 새로운 직장 찾으셨나요?” 고준석이 물었다. “제 능력을 믿고 있죠. 직장 찾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나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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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그는 내게 반한 걸까? 이 남자는 겉모습만큼이나 마음도 강직해서 미모 따위에 흔들릴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는 다 똑같다는 말이 역시 맞나 보다. 이미 내가 진정우를 흔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더 요염하게 웨이브 진 긴 머리를 넘겼다. 그러자 진정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고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의 감정 변화를 뭐 때문인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굳이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진정우 씨, 제 부탁 들어줄 건가요?” “뭐라고요?” 그는 내 몸에서 시선을 떼며 물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술 취한 게 아니라 그가 취한 거였나? 아니, 알고 있었다. 그는 그냥 일부러 그러는 거였다. “제 남자친구가 되어 줘요, 임시로.” 어젯밤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진정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 곳을 응시했다.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오늘의 대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고준석이 강유형이 내게 청혼하려고 한다고 한 게 떠올라서 혹시 대관람차에서 청혼하려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관람차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려던 그때 진정우가 입을 열었다. “임시라는 게 무슨 의미죠?” “그러니까 잠시 동안만 제 남자친구 역할을 해달라는 거예요. 강유형 대표의 미친 짓이 끝나면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니 왠지 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설명했다. “우리가 진짜 사귀는 게 아니라 그냥 강유형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둘이 교제 중인 것처럼 연기하는 거예요.” “제가 왜 그런 일을 해줘야 하죠?” 진정우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사실 이런 제안 자체가 창피했다. 어젯밤 안리영의 부추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강유형의 미친 행동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 내 얼굴에 흩날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제 곁에 당신만큼 적합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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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진정우 씨, 저는 분명하게 얘기했어요. 우리의 목표가 다르다면 그만둬요.” “하지만 당신은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그가 물었다. “맞아요.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부담스럽네요.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내 말에 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그가 나를 붙잡거나 타협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나를 과대평가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녕히 계세요. 제가 무례했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몰고 떠나면서 마치 도망치는 기분이 들었다. 진정우의 시야에서 벗어난 것 같아 차를 멈추고 숨을 고르며 어젯밤 술기운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했다. 아무나 부탁할걸. 하다못해 신지태를 남자친구 역할로 부탁하는 게 나았을 텐데 괜히 진정우를 끌어들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하나 사서 부모님 묘지로 갔다. 그동안 명절이나 부모님 기일 외에는 잘 오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어릴 적 꿈에서 자주 부모님을 만나다 보니 그리워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묘비 앞에 이미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꽃이 시든 걸 보니 누군가가 최대한 보름 안에 다녀간 것 같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십 년이 넘었는데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 외엔 강 씨 아버지와 강 씨 어머니뿐이었다. 혹시 그분들이 다녀가신 걸까? 그렇다면 왜 강 씨 어머니는 말하지 않으셨을까? 의아해하면서도 내가 강유형과 갈등을 빚고 있는 걸 생각해 보면 강 씨 어머니가 잊어버렸거나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시든 꽃을 한쪽으로 치우고 내가 가져온 꽃을 놓았다. 묘비에 새겨진 부모님의 젊은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리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저 보고 싶으신가요? 요즘 자주 꿈에 나타나세요.” “엄마, 아빠, 저 강유형과 헤어졌어요. 죄송해요. 엄마 아빠와 강유형 부모님의 소원대로 강유형과 결혼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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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며칠 후면 네 삼촌 생일이잖아. 올 거지?” 강 씨 어머니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 이제 곧 강 씨 아버지 생신이 다가온다는 걸 떠올렸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잊지 않을 것이다.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생일은 모두 알람에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강 씨 가문에서 지내며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항상 미리 준비해왔다. 비록 의지해 사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스럽게 지냈다. 혹여 어디선가 부족하게 보이면 나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까 봐 신경 썼다. 순간 멍하니 대답하지 않자 강 씨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지원아, 알다시피 우리는 늘 너를 딸처럼 여겨왔어. 매년 생일에 네가 보내준 선물과 축하를 받았는데 이번에 네가 안 오면 삼촌이 많이 서운해할 거야.” 사실 나는 가지 않으려 했지만 선물은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물으니 곤란했다. 특히 최근 강유형이 미친 사람처럼 구는 걸 생각하면 내가 강 씨 가문에 가면 그가 갑자기 날 데려가려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안 간다고 말하면 강 씨 어머니가 또 설득할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당연히 갈 거예요, 이모.” “그럼 다행이다. 네가 안 오면 삼촌이 생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 강 씨 어머니의 말은 일종의 압박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강 씨 어머니는 다시 물었다. “강유형이 한 짓은 우리가 이미 혼내고 나무랐어. 더는 너에게 못된 짓을 하지 않았지?” 그 말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강유형이 최근 벌인 짓을 그들이 모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들이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그들이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그러지 않았어요.” 사실 있었더라도 강 씨 어머니는 전화를 통해 나를 달래기 위해 강유형을 꾸짖고 벌을 주겠다고 약속할 뿐이었다. 그러나 강유형은 이미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누가 말려도 막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강 씨 어머니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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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그래? 그럼 누굴까? 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꽤 되었고 예전 친구들도 이미 부모님을 잊은 지 오래야. 그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러 올 리가 있겠니?” 강 씨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사람이 떠나면 차가워진다는 말이 딱 맞았다. 예전에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지만 강 씨 어머니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원아, 혹시 누군가가 실수로 잘못 놔둔 걸 수도 있잖니?” 강 씨 어머니는 그렇게 내게 덧붙였다. 나는 묘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사진도 있고 이름도 있는데 실수로 잘못 올 수 있을까? 그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말 같았다. “아마도 그렇겠죠.” 나는 강 씨 어머니에게 맞장구쳤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해서 말할 것이 뻔했다. 이제 강 씨 어머니 가족이 보낸 것이 아니란 걸 확신했고 부모님 옛 친구들도 아니라면 이 꽃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방법을 찾아 알아봐야 했다. “지원아, 괜한 걱정 말고 내가 나중에 삼촌에게 물어볼게. 혹시 옛 친구 중 누군가가 갔는지.” 강 씨 어머니는 나를 달래주려 했다. 나는 대충 대답하고 강 씨 어머니는 다시 한번 강 씨 아버지 생일에 꼭 오라고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손에 든 꽃을 사진으로 찍고 SNS에 올리며 ‘이건 누구의 추억일까?'라고 적었다. 그러자 안리영이 내 게시물을 보고 전화했다. 요즘 그녀는 정말 한가한지 SNS를 볼 시간도 있는 모양이었다. “무슨 상황이야?” 안리영이 물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누군지 궁금해.” “너 진짜 강 씨 가문에 갈 거야? 그건 말 그대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잖아.” 안리영은 내 얘기를 듣고 꽃보다는 그 사실에 더 주목했다. “안 가면 이상하고 가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돼.” 나도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남자를 한 명 데리고 가야 해. 혹시 문제가 생겨도 너를 지켜줄 수 있고 강유형과 강 씨 가문 사람들의 미련도 끊어놓을 수 있을 거야.” 안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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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저녁 무렵 카페에서 내가 두 번째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쯤에서야 소개팅 상대가 도착했다. 그는 비대한 체형도 아니고 머리가 벗어진 것도 아니었으며 청량한 물빛 셔츠를 깔끔하게 입고 있어 전혀 기름지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과도 잘 일치해서 다행히 속은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지각은 호감도를 크게 떨어뜨렸고 다행히도 진짜 연애를 할 생각이 아니라 단지 강유형을 피하기 위해 잠시 그를 빌리려는 거였기에 그러려니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사실 소개팅이 아니라 전 남자친구를 빌리고 싶어서 나왔거든요.” 나는 솔직하게 내 의도를 밝혔다. 남자는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자친구를 빌린다고요?” “네, 진지하게 연애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상 급히 남자친구가 필요해요.” 나는 상세히 설명했다. 남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기분이 상한 건가 싶어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아, 돈이 많으신가 보네요.” 남자는 미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돈에 흥미를 느끼는 반응이 약간 불쾌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고 곧바로 제안을 꺼냈다. “비용은 일당으로 드릴 수도 있고 매달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아가씨는 얼마나 지불할 생각이신가요? 그리고 이 렌털은 단순히 겉모습만 필요한 건가요 아니면 전부 포함인가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경험이 많고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봤다는걸. 또 내가 남자친구 렌털을 이용한 첫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냥 겉모습만입니다.” 그는 전부 포함하길 원하지만 내가 허락할 리 없었다. “만약 친밀한 접촉이나 신체 접촉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죠?” 남자는 프로처럼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쪽 분야에서 일해 본 분이신 것 같네요. 이전에는 어떤 조건으로 하셨는지 말씀해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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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그런 일은 많지 않아요. 사실 소개팅은 여전히 뜻이 맞는 짝을 찾기 위한 게 주요한 목적이죠.” 그의 말을 들으니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뜻이 맞는 짝이라고? 아마 나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은 것뿐일 텐데. 다들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머리를 쓰면 무자본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정말 남자친구로 빌리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한 번 만나보면서 교제할 생각은 없는 건지 궁금한데요?” 남자는 다시 내게 물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커피를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일반적으로 영리한 여성들은 교제를 선택하죠. 그러면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맞지 않으면 그냥 헤어지면 되니까요. 모두 그렇게 하면 당신은 손해 아니에요?” 나는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나 기회를 주진 않죠. 상대의 조건도 보고 선택할 사람만 선택해요.” 그의 의도는 이해했다. 나를 꽤 괜찮은 상대로 보고 있으니 무비용으로 한 번 시험해 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까 말한 서비스 요금에 VIP 할인 혜택 같은 건 없나요?” 솔직히 그가 부른 가격은 꽤 비쌌다. 손을 잡는 것만 해도 하루에 5만 7천 원이라니 강유형 앞에서 연기를 하려면 필수적일 텐데. “없습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협상 불가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조건은 다 이해했어요.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동안 다른 일 받으셔도 괜찮고요. 혹시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이건 거절하셔도 됩니다.” 이 말을 하면서 문득 이게 소개팅이 아니라 완전히 사업 상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습니다.” “조건이 제 기준에 맞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좀 만나보고 결정할게요. 우수한 지원자를 고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비즈니스 협상에서 숙련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좋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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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때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누구야?” “저예요!” 세 글자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이어지는 발소리와 함께 설명이 들려왔다. “오늘 저녁 카페에서 당신이 만난 소개팅 상대예요.” 그 남자라니? 나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그가 나를 따라왔다니 오히려 더 무서웠다. 복도에 불이 나가 어둑어둑했고 겨우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 덕분에 바로 앞 몇 걸음 정도만 볼 수 있었다. 아직 그 남자가 계단을 다 오르지 않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에 꼭 쥔 열쇠를 더 세게 쥐고 방어 태세를 갖추며 물었다. “왜 날 따라왔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나쁜 의도는 없어요. 당신 같은 여자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잖아요.” 그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남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설명에 황당함이 치밀었다. 이렇게 나를 깜짝 놀라게 해서 내가 안전해진다고? 우리는 그저 한 번 본 사이였고 계약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나를 따라왔고 보호해 주겠다니...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미 내 집까지 따라왔으니 그를 자극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온화하게 그를 달래며 물러나게 하기로 했다. 나는 속으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고맙네요. 신경 써줘서. 저는 이제 다 왔으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내가 말을 하는 사이 남자는 계단 모퉁이를 돌아 나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목이 좀 마른데 물 한 잔 주실래요?” 그의 유치한 핑계를 듣고 속이 들끓었다. 나는 손에 쥔 열쇠를 더욱 단단히 쥐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너무 늦었어요. 불편하네요.” 그는 계단을 한 걸음 더 올라오며 말했다. “우리가 사귀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 마음속 불안이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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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그가 이번엔 집 앞까지 나를 찾아왔다니 이번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무슨 일이죠?” “승낙하죠.” 그의 짧은 대답은 순간 내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 그가 뭘 승낙했다는 거지? “당신 부탁을 받아들인다고요. 임시 남자친구 역할을 하겠다고요.” 진정우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내 제안을 거절했던 말을 떠올리니 이번 변화가 좀 의외였다.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는요?” “제가 안 바꾸면 당신은 또 이상한 남자랑 소개팅이라도 해서 오늘처럼 또다시 스토킹 당할 거예요?” 진정우의 말투는 처음에는 무심했지만 뒤로 갈수록 강한 분노가 섞였다. 어둠 속에서 그의 불만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억지로 맞춰주다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만 불편한 거 아닌가요?” 진정우가 내 농담을 알아듣고는 내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뒤는 난간이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가 팔을 뻗어 내 뒤쪽을 받치며 나를 그의 품 안에 가두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접근에 나도 모르게 숨이 빨라졌다. “진정우 씨...” “이런 상대랑 소개팅을 간 거예요? 그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다니, 윤지원 씨 참 바보 같네요.” 그의 목소리가 귀 옆에서 울렸다. 그의 말은 꾸짖는 듯하지만 왠지 따스한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말이 가슴을 울리고 가슴 깊숙이 떨림이 전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진정우와 나는 다시 침묵 속에 빠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내 귀에 생생히 들렸다. 잠시 후 그는 팔을 풀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밤늦게 혼자 들어오는 거 금지예요. 알겠죠?” “네.”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나를 구해줘서, 또 내 부탁을 들어줘서. 덕분에 나는 강 씨 가문 가족과 강유형을 더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다. 그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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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나는 진정우를 바라봤고 진정우도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둘만 있는 방 안에서 공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했다. 전에 호텔 방에서 함께 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널찍한 방에서 우리는 숨 쉴 공간조차 좁게 느껴졌다. 진정우는 나와 몇 초 동안 눈을 맞추고 나서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소파에서 자는 게 맞겠어요.” “그래요...” “윤지원 씨의 방은 진짜 남자친구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겠죠. 저는 소파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진정우의 말에 어쩐지 그를 홀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나에게 부담을 주려는 것도 느껴졌다. 그 역시 정말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교묘한가 싶다.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나는 그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로 하고 짧게 대답한 후 빠르게 부모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 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만약 진정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 혼자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도 정말 제대로 막아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다행이었다. 진정우가 마침 나를 찾아온 것이. 진정우를 떠올리며 문 쪽을 바라봤지만 문은 닫혀 있어 바깥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소파에서 자고 있을까? 문밖에서 그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면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아직 깨어 있는 건 분명했다. 그의 발소리를 들으니 어린 시절 부모님이 외출할 때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익숙한 소리였지만 지금은 이 소리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진정우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을 나가 보려고 기다리다가 결국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잠에서 깼다. 문을 열면서 내가 부모님 방에서 잠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우가 이 집에 있다는 걸 떠올리며 소파를 힐끗 바라보았다. 진정우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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