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직서는 무효야.”강진혁은 마치 모든 걸 결정할 권리가 있는 사람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물론 그가 이럴 권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강유형이 내 퇴사를 허락했다 해도, 강진혁은 아버지를 통해 내 사직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도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퉁명스럽게 말했다.“오빠, 대표님이 이미 동의하셨어요.”지금 강유형이 KS 그룹의 실질적인 대표니까, 강진혁이 아직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몇 초 뒤 강진혁이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어?”이곳으로 이사 온 걸 아는 사람은 이소희와 진정우뿐이지만, 강진혁이라면 그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두고 지켜봐 온 사람이니, 내 번호도 기억하고 사는 곳 정도는 금방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오빠, 놀이공원은 제가 2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프로젝트예요. 이제 남은 일은 오빠가 맡아주세요.”“지원아...”“더는 할 말 없어요.”나는 그의 말을 끊고 전화를 끊었다. 죽에서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재료가 많지 않아 간단히 끓인 죽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노트북을 꺼내 죽을 먹으면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KS 그룹에서 쌓은 몇 년의 경력이라면 충분히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이력서를 모두 제출하고 죽도 다 먹었지만, 옆집은 여전히 짐 정리를 끝내지 않은 듯했다.식사를 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소파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고 방해받지 않도록 휴대폰은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다.얼마나 잤을까? 깨어나 보니 주변이 너무나 조용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고요함이 낯설게 느껴졌다.휴대폰을 보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바쁘게 지내던 평소와 달리 이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게 어색했다.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었다. 이소희, 강유형 어머니, 그리고 모르는 번호에서 세 번이나 걸려 와 있었다.진정우에게서 온 전화가
Last Updated : 2024-11-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