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유형이 한 말을 웃으며 넘겼다.“설마 나 대신 걔랑 착각한 거야?”“나... 나는...”나는 그의 말을 바로 잘랐다.“강유형, 나랑 키스한 게 몇 번인데?”내 말을 들은 강유형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우리는 3년 넘게 사귀었지만 손잡고 포옹한 것 말고는 스킨십이 거의 없었다.가끔 손이나 볼, 이마에 입맞춤했고, 입술에 닿을 때도 겨우 스치는 정도였다.내 말에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머리를 헝클며 말했다.“그래, 내가 한 번 실수로 걔한테 키스한 거 맞아. 근데 진짜 그 순간 충동이었고 아무 의미도 없어.”“그럼 자고 나서야 의미가 생긴다는 거야?”내가 비꼬듯 묻자 강유형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내가 그렇게 천박한 놈으로 보여? 그런 놈이었으면 진작에 너랑 잤겠지. 오늘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거고.”나는 잠깐 당황했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그 말은 내가 그와 잤으면, 지금처럼 문제 삼지도 않았을 거라는 뜻인가?무슨 논리야? 아직도 조선 시대에 살고 있는 줄 아나? 여자가 남자 하나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그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안 잔 거 아니야?”그의 말이 더는 상처로 와닿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반격할 무기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강유형은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윤지원, 계속 이렇게 할 거야?”“뭘?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네가 자꾸 얽매이고 과거를 들추니까 이렇게 된 거지.”나는 냉정하게 말했다.“끝났다고? 네가 나랑 헤어진 게 결국 진정우 만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너희 둘의 과거를 이미 다 알고 있었어. 청평에선 같이 살았잖아.”강유형이 내가 청평에서 지내던 일을 알고 있는 건 놀랍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도 그 얘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나와 진정우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다고 생각할 줄이야.“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래, 그러든지. 어차피 정우를 만난 건 너랑 헤어진 후였
Last Updated : 2024-11-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