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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Author: 꽃길
나는 강유형이 한 말을 웃으며 넘겼다.

“설마 나 대신 걔랑 착각한 거야?”

“나... 나는...”

나는 그의 말을 바로 잘랐다.

“강유형, 나랑 키스한 게 몇 번인데?”

내 말을 들은 강유형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우리는 3년 넘게 사귀었지만 손잡고 포옹한 것 말고는 스킨십이 거의 없었다.

가끔 손이나 볼, 이마에 입맞춤했고, 입술에 닿을 때도 겨우 스치는 정도였다.

내 말에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머리를 헝클며 말했다.

“그래, 내가 한 번 실수로 걔한테 키스한 거 맞아. 근데 진짜 그 순간 충동이었고 아무 의미도 없어.”

“그럼 자고 나서야 의미가 생긴다는 거야?”

내가 비꼬듯 묻자 강유형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내가 그렇게 천박한 놈으로 보여? 그런 놈이었으면 진작에 너랑 잤겠지. 오늘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거고.”

나는 잠깐 당황했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은 내가 그와 잤으면, 지금처럼 문제 삼지도 않았을 거라는 뜻인가?

무슨 논리야? 아직도 조선 시대에 살고 있는 줄 아나? 여자가 남자 하나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안 잔 거 아니야?”

그의 말이 더는 상처로 와닿는 것이 아니라 그를 반격할 무기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강유형은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윤지원, 계속 이렇게 할 거야?”

“뭘?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네가 자꾸 얽매이고 과거를 들추니까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끝났다고? 네가 나랑 헤어진 게 결국 진정우 만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너희 둘의 과거를 이미 다 알고 있었어. 청평에선 같이 살았잖아.”

강유형이 내가 청평에서 지내던 일을 알고 있는 건 놀랍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도 그 얘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나와 진정우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다고 생각할 줄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래, 그러든지. 어차피 정우를 만난 건 너랑 헤어진 후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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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안석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거나 다름없었다.이번엔 구안석도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도 재능이 있지만 세상은 복잡하고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안리영은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걸 원치 않았다. 소희연의 말에는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게다가 단순히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구안석의 앞길이 막힌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도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소 교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가 봐.”안리영이 한발 물러섰다.소희연의 말에 휘둘려서가 아니라 오로지 구안석을 위해서였다.구안석은 입술을 달싹이며 손을 들어 안리영의 뺨을 어루만졌다.“일 끝나면 바로 올게, 오래 안 걸릴 거야.”“응!” 안리영이 가볍게 끄덕였다.구안석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속삭였다.“기다려.”안리영은 이마를 그의 가슴에 살짝 비볐다.“얼른 다녀와. 빨리 와야 해.”구안석이 떠나고 소희연도 가기 전 안리영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그와 나란히 걸어갔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안리영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분명 그녀 스스로 허락한 일이었지만 왠지 모를 싸늘한 기운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이제 돌아갈 마음도 없어져서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휴게실로 향했다.“안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당직을 서던 간호사가 그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안리영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어제 입원한 산모 상태 좀 보려고요. 상태가 어때요? 가족은 곁에 있나요?”그 말을 듣자 간호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마세요. 남편 쪽에서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오늘은 친정엄마가 오셨는데 계속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간호사는 그러면서 고개를 저었다.“요즘 이런 무책임한 일들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결혼이랑 출산 자체가 싫어질 지경이에요.”안리영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주임이라 단순히 업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이런 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62화

    남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였다. 아무리 구안석 교수처럼 올곧은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안리영은 얼굴이 붉어진 그를 보며 깔깔 웃었다.그녀는 구안석을 데리고 유희연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로 갔다.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검토한 후 구안석은 담담하게 말했다.“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수술은 권장하지 않아. 단순히 심장 문제뿐만 아니라 뇌경색도 함께 진행되고 있거든.”안리영도 의사 었기에 의사가 쉽게 희망을 끊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안석이 이렇게 단정 짓는다는 건 더 이상의 진단은 무의미하다는 뜻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가 지원이랑 이야기해 볼게. 최후의 희망이라도 붙잡을지는 가족들이 결정할 문제야. 그래도 만약 그들이 수술을 원한다면 도와줄 수 있어?”구안석은 정말 바빴기에 잠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안리영도 그걸 알고 있었다기에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단지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원이랑 상의해 볼게.”“알겠어, 만약 정말 필요하면 말해. 조수한테 일정 조율하라고 할게.”구안석은 결국 수락했만 안리영은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귀국한 이후 그녀와 함께 있어 주긴 했지만 얼마나 바쁜지 그녀도 느낄 수 있었기에 지도 교수님과의 마찰까지 감수하며 그녀를 위해 시간을 내는 그의 희생이 달갑지만은 않았다.그녀도 의사라 바쁘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구안석이 왜 이렇게까지 바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안석, 정말 그렇게 바빠?” 그녀가 무심코 물었다.구안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그의 죄책감 어린 표정을 보며 안리영은 미소 지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나 이해해. 가자, 어차피 오늘은 네가 내 거잖아.”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감쌌다. 키 차이 때문에 구안석은 자연스레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웃으며 유희연 부모님의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병동을 벗어나자마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소희연이 눈에 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61화

    “좋아, 나도 오늘 하루는 구 교수님의 것이야.”안리영은 까치발을 들어 그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끝낼 리 없었던 그는 그녀의 입술을 붙잡고 진하게 키스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가까운 곳에 멈춰 섰던 한 차량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사라진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구안석의 핸드폰은 무음 상태였다. 그는 온전히 안리영과 함께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석양 아래에서 자전거를 함께 탔다.마치 오늘 하루 구안석이 온전히 그녀만의 사람이 된 듯했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었다.사실 그의 핸드폰은 무음이었지만 안리영의 핸드폰은 진동이 울렸다. 소희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안리영 씨, 구안석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전화하라고 하세요.]문자 속의 날카로운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는데 아마 구안석에게 이미 여러 번 전화를 한 것 같았다.석양이 지는 잔디밭 위,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앉아 있었다. 안리영은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전화해 봐.”구안석은 그녀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녀가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수백 개의 낮과 밤을 이겨내고 만나게 된 이 순간을 그녀가 그리워했듯이 그 역시 그녀를 그리워해왔다.“괜찮아, 별일 아니야. 게다가 지금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이 있겠어? 난 오늘 하루 온전히 너와 함께하기로 했잖아.”그의 대답에 안리영은 감동했다. 그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고 그녀를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니까. “구 교수님 최고야.”그녀는 먼저 그에게 입을 맞췄다.지는 석양 아래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슬쩍슬쩍 쳐다봤지만 전혀 상관없었고 부끄러울 것 하나 없었다.그 순간 소희연이 전화를 걸어왔고 그 벨소리에 두 사람의 입맞춤이 멈춰버렸다.“받아 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그녀는 구안석에게 핸드폰을 건넸다.그는 전화를 받아 들고 스피커폰을 켰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희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안리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60화

    구안석이 안리영을 안아 올려 빙글빙글 돌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 한복판,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의 모습은 마치 드라마보다도 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듯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들에게 쏠렸고 심지어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안리영은 마치 아이처럼 구안석의 품에서 한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바로 뒤에서 나왔던 소희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그들 곁을 지나쳤다.안리영도 그녀를 보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오직 구 교수님만 있으면 됐으니까.“안 선생님! 남자친구 진짜 잘생겼어요!”인파 속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소리쳤다.안리영이 바라보니 낯이 익은 여성이 아이를 안고 서 있었다.아마도 자신이 분만을 도왔던 산모일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안리영은 거리낌 없이 구안석의 어깨에 기댄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제 남자친구예요!”“안 선생님, 두 분 행복하세요! 그리고 우리 애처럼 귀여운 아기도 얼른 낳길 바라요!”이보다 더 강력한 덕담이 있을까.안리영은 익살스럽게 OK 사인을 그려 보였다.“알겠어요!”이 짧은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달콤한 순간을 전혀 방해하지 못했다. 둘은 손가락을 맞잡은 채 공항을 나섰다.“화났지?”구안석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지난번 일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안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화났어. 근데 이제 용서해 줄래.”다른 사람들 눈에 안리영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당당한 의사였지만 구안석 앞에서는 그냥 사랑에 빠져 있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구안석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가볍게 입 맞췄다.“우리 리영이 진짜 넓은 마음을 가졌네.”“나 그런 거 싫어.”안리영은 단호했다.넓은 마음과 착한 심성의 전제는 결국 자기희생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일할 때 이미 충분히 넓은 마음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었기에 구안석 앞에서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여자이고 싶었다.구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59화

    내가 두 손 모아 인사하는 이모티콘을 보냈지만 안리영은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다. 몇 마디 더 보내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급한 일이 생겨 불려 간 것 같았다.내 예상은 맞았다. 1385번째 천사의 엄마가 갑자기 대출혈을 해서 안리영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녀가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동이 틀 무렵이었다. 손과 수술복에는 아직 피가 묻어 있었고 이번 응급 처치는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산모는 고비를 넘겼다.“산모 가족 중 한 분, 제 사무실로 오시라고 해 주세요.”안리영은 간호사에게 지시하며 곧장 탈의실로 향했다.산모가 갑작스럽게 대출혈을 일으킨 원인은 다름 아닌 분노 때문이라는 걸 수술하는 과정에 이미 파악했었다.그녀가 화가 난 건 산모가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모진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산모의 남편은 좋은 거 먹이고 마시게 하면서 10달을 공들였는데 고작 이런 쓸모없는 딸을 낳았다면서 원망했고 마침 딸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2천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안리영은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게 아니었지만 매번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아직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산모의 남편이 먼저 들이닥쳤고 안리영한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난 동의한 적 없어. 저 여자가 수술받은 비용 난 인정 못 해.”그 말에 안리영은 그대로 폭발했고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한 번 더 말해봐요.”안리영의 손에 묻은 피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풍기는 기세에 눌린 건지 남자는 순간 움찔했지만 그래도 계속 투덜댔다.“어쨌든 난 인정 못 해.”“인정 안 하기만 해 봐요.”안리영이 콧방귀를 뀌자 그는 움찔했지만 계속 강하게 밀어붙였다.“인정 못 해. 애 낳고 피 좀 흘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병원에서 돈 벌려고 괜히 호들갑 떠는 거지.”그 뻔뻔한 태도에 안리영은 더욱 화가 치밀어서 그대로 남자의 코앞까지 손가락을 들이밀며 쏘아붙였다.“당신 와이프가 당신 자식을 낳았어요. 그런데 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58화

    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건 여전히 그의 뒷모습뿐이었다.환한 달빛 아래 그 익숙한 실루엣이 또렷하게 보였다. 가깝지만 멀기만 한 거리였다.“강유형, 고마워.”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김지영한테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김지영이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준 것도 그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는 조용히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그가 한때 나를 사랑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그 순간 나는 머리 위로 빛나는 달을 바라보며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강유형과 함께한 10년의 시간을 이제는 놓아주기로 했다.다들 말하길, 헤어진 연인은 마치 젊은 날을 헛되이 버린 것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왔지만 쉽게 잠들 수 없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찍어 SNS에 올렸다.[이제는 놓아줄 거야.]그 순간 안리영이 바로 좋아요를 눌렀고 메시지를 보냈다.[뭘 놓아준다는 거야?][과거.]잠시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아직 안 자? 혹시 이제 막 수술 끝났어?][야근 중.]그녀의 말과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작고 붉은 얼굴의 신생아 사진과 짤막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1385번째 천사야.]그 숫자는 그녀가 지금까지 받아낸 아기들의 수를 뜻했는데 그녀의 성과와도 같은 숫자였다.사진 속 갓난아기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고 아이를 갖고 싶다는 감정이 불쑥 치밀어 올라 안리영과의 채팅창을 끄고 진정우의 카톡을 열어 메시지를 작성했다.[돌아와 줘. 우리 아기 갖자.]하지만 메시지는 끝내 답이 없었다. 그가 답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답장을 기다리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정말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그의 답장을 받고 싶었다.[기다려.]그 한마디 말이다.그사이 안리영이 몇 번이나 메시지를 보냈지만 내가 계속 답을 하지 않자 마지막으로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잠들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57화

    옷의 재질을 손끝으로 느끼는 순간 값비싼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넘겨주었고 그 순간 나는 묘한 감동과 함께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나는 그녀를 이용하려 했는데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사모님, 이 옷 너무 귀한 거라서 받을 수 없습니다.”나는 정중히 거절했다.“귀하다니, 그냥 옷 한 벌일 뿐이야.”그녀의 태도와 모든 걸 초월한 듯한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와 진정우의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나는 아무 말 없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일 있어?” 그녀가 내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다.나는 입술을 꾹 눌렀다. “사모님, 제 이름은 윤지원입니다.”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나는 순간 멍해졌고 그녀는 이내 덧붙였다.“네 사진을 본 적이 있으니까.”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침대에 앉아 천천히 설명했다.“전에 우리 아들이 널 마음에 두고 있어서 당연히 알아봤지. 하지만 네 사진을 보자마자 우리 아들이 안 될 거라는 걸 알았어.”‘그랬구나.’나는 그녀의 온화한 눈빛을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사모님, 사실 오늘 사모님 뵈러 여기 왔어요.”“그럼 앉아서 얘기해 봐.” 그녀는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솔직히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었다.나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녀 곁에 앉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질수록 마음도 열리는 법이니까.“사모님, 저는 지금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나는 더 숨길 것도 없이 내 처지와 진정우의 상황을 모두 털어놓았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회장님과 용준호가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저와 그것을 함께 없애버릴 겁니다. 살아남으려면 사모님의 도움이 필요해요.”그녀는 어느새 손에 염주를 들고 한 알 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56화

    “콜록, 콜록...”감기가 걸렸는지 한밤중에 기침이 나왔다. 나는 기관지가 약해서 감기에 걸리면 꼭 기침을 심하게 한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닌 데다 산속은 기온이 낮아 금세 병이 도진 것 같다.“콜록, 콜록...”목을 손으로 감싸 쥐었지만 뭔가 이물질이 걸린 듯한 답답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물을 마셨음에도 기침이 가라앉지 않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한밤중에 울리는 노크 소리는 섬뜩한 법이지만 여기는 절이라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내가 묻기도 전에 문밖에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옆방에 있는 운약 스님이네.”운약은 김지영의 법명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불교에 심취해 이미 속가 신도가 된 상태였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공손히 합장했다.“스님.”“기침이 심하더구나. 그래서 목에 좋은 비즙을 가져왔어.”김지영은 온화한 인상이었다. 머리를 가지런히 묶었는데 정수리 부분이 살짝 부풀어 있었고 이마는 둥글고 넓었다. 단번에 복이 많고 인자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런 그녀가 잔혹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 온갖 악행을 저지른 아들을 두었다.이렇게 직접 마주한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감사합니다, 사모님. 한밤중에 신경 써 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나는 그녀가 내민 배청을 공손히 받으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힘들게 찾았던 걸 갑작스럽게 찾게 된다는 게 이런 뜻인 것 같다.마침 그녀와 연결고리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는데 감기 덕분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접점을 만들게 되다니.‘역시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몸이 냉한가 보구나. 산속은 기온이 낮은데 젊은 아가씨들은 대개 옷을 얇게 입더라고.”김지영은 내 이불을 흘낏 보며 조용히 말씀하셨다.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네, 두꺼운 옷을 가져오지 못했어요.”이 말에도 나름 계산이 있었다. 일부러 조금 안쓰러운 척해야 그녀와 더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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