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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4 10:56:36
나는 진정우 말대로 가만히 있었지만 어느새 그를 더 세게 붙잡고 있었다.

쿵쿵...진정우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가까이 들려오자 내가 그의 품에 기대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두려움에 정신이 팔려 그런 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에게 더 기대고 있었다.

한참 후, 리프트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자 나는 천천히 그에게서 몸을 떼었다. 그때 진정우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새로 오신 분이 또 계셨네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그의 품에서 물러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조나연이 서 있었다. 그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나는 급히 리프트에서 내렸다. 조나연은 특유의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원 씨, 오랜만이에요.”

나는 그녀처럼 여유롭게 인사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내 말투가 조금 예의 없어 보였을 수도 있지만 지금 임신 중인 그녀가 이곳에 있는 건 위험했다. 아직 개장도 안 됐고 안전 점검도 다 끝나지 않은 현장이었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그 누구도 그 책임을 질 수 없었다.

조나연의 남편을 잃은 과부였으니 아이는 더 소중했다. 하지만 조나연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일하러 왔어요.”

그 말을 듣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강 대표님이 보내셨어요. 안전 점검을 제가 직접 맡아달라고 하셨거든요.”

조나연의 말을 듣자 나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강유형 씨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네요. 여기에 임신부를 보내다니요.”

내 말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조나연이 혼자 온 게 아니었다. 현장 직원들과 프로젝트팀 그리고 이소희와 강진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조나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이곳은 임신하신 분이 있을 자리가 아니니까요.”

나는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바로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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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제가 지금 말로만 독한 게 아니라 정말 독하게 나갈 수도 있어요. 그렇게 걱정되신다면 나연 씨를 데려가세요. 아니면...”나는 강진혁을 보며 덧붙였다.“제가 사람을 붙여서 24시간 지켜보게 할까요?”강유형은 내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듯 대답했다.“좋지. 조 팀장이 직접 보살피면 걱정이 없겠는데.”“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저도 바빠서요.”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조나연이 마침 입을 열었다.“저한테 그렇게 적대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제 안전은 제가 잘 지킬 테니까요.”“나연 씨가 지금 건강하시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겠죠. 하지만 여긴 언제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에요.”내 말에 옆에 있던 이소희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속으로 웃음을 참는 듯했다.“아까 대표님이 전화로 그러셨잖아요. 사람 하나 붙여서 24시간 보호하라고요. 근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밤에 나연 씨 곁에서 지켜줄 사람은 따로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예전에는 남편을 잃은 그녀를 동정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강 실장님.”나는 강진혁을 보며 말했다.“강 실장님도 막 오셨으니 나연 씨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면서 익히세요. 물론 보호도 잘 해주시고요.”강진혁은 내 말에 잠시 멍해졌다.“지원아, 너...”“강 실장님.”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회사에서는 강 실장님이 저보다 높은 분이지만, 이 현장에서는 제가 책임자입니다. 여기서는 제 지시에 따라 주셔야 해요.”이건 강유형이 나에게 준 권한이었다. 지금까지는 쓸 일이 없었지만 이제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니 처음으로 이 권한을 쓰게 됐다.강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조나연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 괜찮습니다. 제 안전은 제가 잘 지킬 수 있어요.”그녀도 강유형과 강진혁의 관계를 모를 리 없었다. 강유형과 얽힌 사이에 괜히 강유형이 오해라도 할까 봐 강진혁과 함께 다니는 걸 꺼리는 게 분명했다.“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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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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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로 돌아가니 강유형이 사무실에 있었다.“대표님, 이건 제 사직서입니다. 퇴직 절차는 이미 인사부에 제출했어요.”나는 준비해 둔 사직서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강유형은 사직서를 잠시 훑어보더니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점점 더 대담해지는구나.”아직도 내가 단순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와 다툰 적도 크게 언성을 높인 적도 없었다.처음에는 그의 집에 얹혀살면서 눈치를 보았고 그 후에는 그를 좋아하게 되어 다투는 일조차 꺼렸었다.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였다. 고집도 있고 투정도 부렸었다. 하지만 강유형 집안에 들어가면서 ‘투정’이라는 단어는 내 삶에서 사라졌다.“충동적으로 사직을 한 것 같아요? 대표님께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나요?”나는 담담하게 물었다.강유형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이번에는 솔직해지고 싶었다.“대표님, 솔직히 말해요. 우리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한 건 항상 당신이었죠. 나는 당신에게 그냥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작은 인형’ 같은 존재였잖아요. 당신이 바쁘거나 즐거울 땐 나를 아예 잊어버리고요.”“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참 무정하군.”그는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는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며 비웃음을 지었다.“그래요. 제가 무정하죠.”“무슨 태도야. 내가 너한테 무슨 죄라도 지었어?”강유형이 불쾌한 듯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는 차분히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니요. 제 마음이 변한 건 제가 무정해서겠죠. 제가 이렇게 떠나려는 것도 제 탓이죠.”내가 그렇게 말하자 강유형의 얼굴이 굳어졌다.“비꼬지 마.”“어떻게 말해야 대표님 기분이 좀 나아지실까요?”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리실 테죠. 뭘 해도 마음에 안 들고, 뭘 말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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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형은 나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미 얘기했잖아. 그날은 술에 취해서 실수였다고. 정신이 좀 혼란스러웠어.”“한 번 실수한 사람은 또 실수할 수 있어. 난 그런 실수를 절대 용납 못 해.”나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강유형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잘난 척하지 마.”그의 이런 태도에 나는 더 실망했다. 예전에 왜 그를 좋아했는지 이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정신이 나갔던 걸까?“너 그냥 나 떠나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다른 남자 만나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그는 여전히 자기합리화에 빠져 있었다. 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말했다.“그래, 네 생각대로 해. 자존심 강한 네가 배신을 용납 못 하겠지. 그럼 나 같은 사람은 그냥 놔주는 게 낫잖아. 우리 서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잖아.”나는 이렇게라도 끝내고 싶었지만, 내 말이 오히려 그의 화를 돋운 듯했다. 강유형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억지로 키스하려 했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피했고, 그가 조나연과 키스했던 게 떠올라서 화가 나고 역겨웠다.하지만 내가 피할수록 강유형은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나를 책상 위로 밀어붙이고 손을 거칠게 내 옷 속으로 넣었다.“나랑 키스하기 싫다 이거지? 그럼 누구랑 하고 싶은데? 정우? 너 그 자식이랑 잤어?”그의 저속한 말과 행동에 모욕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의 손이 내 허리까지 올라오자,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그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유형의 동작이 멈췄다. 그는 충격을 받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마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걸 보고서야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붉은 피 한 방울이 내 눈가에 떨어지자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그건 강유형의 뜨거운 피였다. 그 피가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나는 떨리는 손을 멈추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러자 강유형은 내 뒷머리를 단단히 잡고 차갑게 속삭였다.“지원아, 잘 들어둬. 넌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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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6화

    “네, 누구세요?”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무심코 강유형을 쳐다보았다.그는 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멀리 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저는 하트시그널 보험사의 A8338번 직원입니다. 4년 전, 윤지원 씨와 강유형 씨가 저희 회사 사랑 보험에 가입하셨고 이제 보험 만기일이 다가와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이 말을 듣고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본능적으로 진정우를 보았다.그는 내 옆에서 자리를 피하고 내가 전화를 받을 때는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는 내게 충분한 개인 공간을 주고 있었다.진정우는 정말 세심하다. 나에게 필요한 안전감도, 여유도 모두 제공해 주고 있었다.“실례지만 두 분 지금 연애 중인가요, 아니면 결혼하셨나요?” 상대방이 조심스레 물었다.그 말에 나는 다시 강유형을 쳐다보았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지원 씨?” 상대방이 내 대답을 기다리며 다시 물었다.나는 침을 삼키는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네, 듣고 있어요. 저희... “‘이미 헤어졌어요’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강유형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원 씨?” 상대방이 또 나를 부르며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봤다. “왜 남자 쪽은 묻지 않나요?”“묻긴 했습니다. 다른 동료가 강유형 씨와 연락 중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니 강유형 역시 이 전화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엔 정말 재밌는 일이 많다.나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우리는 헤어졌어요.”“확실한가요?” 상대방의 말투가 불쾌하게 들렸다.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진정우를 쳐다보며 손에 낀 반지를 살펴보았다.“저는 이미 결혼했어요.”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원 씨. 만약 강유형 씨도 같은 답을 하셨다면, 이 사랑 보험 계약은 보험 규정에 따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5화

    내가 그런 말을 했지만 이건 사적인 일이 아닌가?진정우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걸 알아차린 듯 바로 설명해 줬다. “내가 그 사람한테 말한 거야.”“아, 그렇구나.” 나는 대답하고 계속 죽을 먹었다. 그런데 두어 숟갈 먹고 나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너 허 대표님하고 그렇게 친해? 내가 대신 휴가를 부탁했더니 대표님이 그냥 허락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나한테 말까지 했잖아?”진정우는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야.”“친하지 않다고? 내가 보기엔 마치 네가 그 사람의... 대표님 같아.”진정우가 한마디만 하면 허진호는 절대 거절할 리가 없어 보였다.“비슷한 거지.” 진정우가 의외로 그렇게 대답했다. “허 대표님이 나한테 새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돈을 벌어줘야 하니까내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어.”대단하네!나는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역시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이게 바로 진짜 실력이지.“우리 늦지 않았어?” 나는 밥을 다 먹고 물어봤다.“괜찮아. 늦으면 그냥 항공편 변경하면 돼.” 진정우는 정말 나를 방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하지 않아? 나 좀 재촉해줘도 될 텐데.”“네 마음대로 하게 하고 싶어.” 진정우가 또 닭살이 돋는 멘트를 하자 나는 당황해서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만을 털어놨다. “어제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준비했을 텐데.”“어제... 내가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진정우의 말에 나도 순간 뜨끔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진정우는 살짝 웃으며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천천히 해. 부족한 것 있으면 가서 사면 돼.”“일찍 말했으면 내가 준비 안 했을 텐데.” 내가 그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진정우는 화내지 않고 또 한마디 했다. “근데 나는 네가 물건 정리하는 모습 보는 게 좋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4화

    “왜 안 받아?” 내가 무심코 물었다.“받을 거야.” 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자지 말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어.”나는 깜짝 놀랐다.“아침 벌써 준비했어?”나는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정우는 이미 아침을 다 준비하고 내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침대에 돌아와서 나와 함께 공부한 거였다. 역시 뛰어난 사람은 항상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구나.“응, 내가 계란 죽을 끓였어. 일어나서 좀 먹어.” 진정우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사랑받는 느낌은 정말 좋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진정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나는 손을 이불에서 빼내며 내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한정판이라고 묘사했다.그리고 다시 SNS를 놀다가 잠시 후에야 일어났다. 그런데 진정우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나는 안리영이 준 약이 반 통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전에 약을 4분의 1만 썼던 것 같은데 그럼 진정우가 사용한 건가? 언제였지?혹시 내가 자고 있을 때?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왜 아직도 안 씻었어?” 진정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어색하지 않게 하려면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말이 나와버렸다. “너 기다리느라 그래.”진정우가 잠깐 멈칫하다가,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분명, 내 말이 그에게 어떤 자극을 준 거였다. 나는 더 이상 아침에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서둘러 씻고 그에게 말했다. “빨리 죽 끓여 놓고 나오는 대로 밥 차려줘.”“안 늦었어.”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늦었다고 해?” 내가 그를 비꼬며 말했다.“10시 비행기야, 시간 충분해.” 진정우의 말에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나는 원래 거울 속에서 그를 보고 있었는데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3화

    “알았어.” 진정우는 여전히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이제야 네가 왜 서른이 넘도록 연애를 안 했는지 알겠어. 네가 너무 재미없잖아.”“너도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해?”그는 가볍게 내게 물었다. 연애라는 부분에서 그는 약간 둔한 면이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네가 여자 마음을 잘 달래주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야.”그는 몇 초 동안 조용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내 생각엔 달래는 건 속인다는 뜻이야.”그의 참신한 대답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내가 널 달래줘야겠어?”진정우가 다시 물었다. 어떤 여자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나는 과거 강유형이 나를 대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니, 지금처럼 해. 난 너의 방식이 좋아. 너는 정말 특별하니까.”그의 품에 더 깊숙이 기대며 덧붙였다.“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줄 거야?”진정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말했다.“안 하면서 뭘 물어?”그 순간,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불 안에서 내 손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만지며 말했다.“윤지원, 나와 결혼해 줄래?”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네 프러포즈이야?”“아니, 완전한 건 아니지만 맞기도 해.”그의 애매한 대답에 나는 그를 살짝 때리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고 상상했던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 한때 나는 내 인생 첫 프러포즈는 강유형이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진정우였다.그 말을 들으니 얼마 전 강유형이 나를 위해 준비한 놀이공원 프러포즈 이벤트가 떠올랐다.나는 가지 않았지만 이후 몇몇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들은 그걸 단순히 오픈 이벤트의 리허설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2화

    온몸이 이불에 휩싸인 채 침대로 돌아오고 나서야 내가 괜히 이상한 상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 번 더 군인 출신인 진정우의 자제력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했다.그는 단순히 나를 씻겨준 것뿐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깨끗하게 씻겨준 것.이미 그의 능력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승부욕이 발동해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정우, 너 혹시... 안 되는 거 아니야?”이 말은 남자에게 치명적인 모욕이다. 어지간한 남자는 이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없겠지만 진정우는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얌전히 있어. 그리고 더 이상 애쓰지 마. 아무 소용 없으니까.”내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그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살짝 상처받았는데...”나는 일부러 힘없이 실망한 척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그러자 그가 이불을 살짝 당겨 내 얼굴을 드러내며 내 볼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내가 안 되는 게 아니고 네가 날 끌어당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널 다치게 할까 봐 조금 더 기다리는 거야.”그의 말에 내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럼 내가 너랑 가까워지기만 하면 다칠 것 같으면 너 평생 나한테 손도 안 댈 거야?”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응, 참아야겠지.”“...”나는 다시 이불을 덮어버렸다. 그러자 그는 이불째 나를 품에 안았다.“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말에 내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그는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조금만 쉬어. 나 샤워하고 올게.”분명 찬물 샤워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찬물 샤워하러 간다.”“...”정말 원칙 하나는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나를 상처 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나는 그가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렀다.“진정우.”“응?”“너, 진짜 최고야.”그리고는 창피해서 혀를 쏙 내밀고 이불 속으로 숨었다. 그러자 그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1화

    진정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는 내가 모든 원칙을 포기해도 괜찮은 사람이니까.”그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평범하게 말했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로 깊은 사랑을 담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내지 않아도, 문장 하나하나가 사랑이었다. 나는 코끝이 찡해졌고 전을 먹으며 입안 가득 찬 상태로 웅얼거렸다.“진정우, 이리 와봐.”“왜?”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오라면 오라니까.”나는 괜히 고집을 부렸다. 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소파에 앉자마자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잠시 놀란 듯 멈췄고 내가 말했다.“네 어깨에 기대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부드러운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진정우가 나를 침대에 눕히며 물었다.“오늘 여기서 잘까, 아니면 네 방에서 잘까?”“여기서 잘래!”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문득, 밤마다 푸쉬업을 하고 찬물 샤워를 하던 그가 떠올랐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근데 오늘 밤에는 푸쉬업 금지야.”그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일부러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얘긴 다시 꺼내지 마.”나는 그의 품에 안기며 그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안 하면 안 꺼낼게.”진정우의 목젖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장난치지 마.”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못 참겠어?”나는 한층 대담하게 물었다. 진정우는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장난은 이제 그만. 그리고 나를 더 자극하지 마.”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낮아진 목소리였다.“너도 원하고 있잖아.”나는 점점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지원아...”그는 나의 손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의 티셔츠 끝자락을 잡아 올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지원아.”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잠겨 있었다. 나는 그의 귀에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난 이제 다 나았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0화

    이 상황, 얼마나 민망했을지 상상이 간다. 물론 진정우는 예외였다.“잠시만요.”진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천천히 물티슈를 꺼내 내 손을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 죽이 좀 뜨거우니까 급하게 먹지 말고.”문가에 서 있는 강진혁은 들어오기도, 물러서기도 난감해 보였다. 그 어색한 분위기가 나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내 말은 진정우에게 얼른 강진혁을 챙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진정우는 자리를 뜨기 전에 모든 음식 포장을 풀고 식기를 내 앞에 정갈히 놓아주었다.문가에 서 있던 강진혁은 그야말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애정 행위를 강제로 목격한 셈이었다.아마 나를 짝사랑하는 그의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강 실장님, 무슨 일이 신가요?”진정우는 문가로 걸어가며 강진혁에게 물었다.강진혁은 병실 밖으로 나갔고 그가 진정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듣지 못했다.진정우는 약 3분 후에 돌아왔는데 그의 평온한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가 표정을 드러내지 않자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래서 나는 죽을 먹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별일 아니야.”그의 대답은 꽤 건조했다. 아마도 그 자신도 느꼈는지 덧붙였다.“나를 스카우트하려고 하더군.”“스카우트? 어디로? KS그룹?”강진혁은 아직 총괄 감독에 불과하다. 스카우트 같은 건 인사 부서나 그룹 회장이 해야 할 일 아닌가?혹시 이미 강유형의 자리를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만약 그렇다면, 아까 그가 내게 한 말은 다 무슨 뜻이었을까?내게 심리적 준비를 시키려는 걸까, 아니면 나를 떠보려는 걸까?“어디로 간다는 얘기는 없었고 그저 내 생각을 물어봤어.”진정우는 덤덤하게 답하며 의자에 앉았다. 나는 죽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뭐라고 대답했는데?”“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어.”그의 대답은 직설적이고 단호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너무 솔직하고 귀여워서.”칭찬을 듣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299화

    “오빠, 강유형은 성인이에요. 본인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죠.”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강유형을 회사에서 내보내든, 관계를 끊든, 그건 전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아버지랑 그렇게 싸우는 걸 보니 속이 타더라. 그리고 그가 회사에서 나가면 회사에도 영향이 클 거야.”강진혁은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요?”그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지원아, 난 한 번도 회사를 관리할 생각을 해본 적 없어. 그러지 않을 거였으면 애초에 회사를 떠나지도 않았겠지.”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나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다만 내 생각을 덧붙였다.“회사의 일은 삼촌께서 알아서 계획하고 계실 거예요. 강유형이 떠난다고 해서 회사가 멈추는 건 아니죠.”나는 이성적으로 말하며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더했다.“세상은 누구 없어도 돌아가게 돼 있어요.”강진혁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던 거야.”“오빠, 아마 너무 걱정되니까 그런 거겠죠.”나는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을 덧붙였다.강진혁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원아, 네가 4년 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4년 전?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도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그걸 성장이라고 하죠.”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강진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맞아. 네가 정말 많이 컸다, 우리 꼬마 지원이.”그의 말에 가슴 한쪽이 찡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내가 강가에 들어왔을 때, 강유형과 강진혁은 종종 나를 이렇게 부르며 장난스럽게, 때로는 애정을 담아 나를 놀리곤 했다.그런데 그 말을 들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오빠, 이런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세요. 너무 관여하면 오히려 안 좋아요.”그의 ‘꼬마 지원이'라는 말에 잠시 감정이 흔들렸지만 나는 결국 한마디 덧붙였다.강진혁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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