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Bab 761 - Bab 770

780 Bab

제761화

“좋아, 나도 오늘 하루는 구 교수님의 것이야.”안리영은 까치발을 들어 그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끝낼 리 없었던 그는 그녀의 입술을 붙잡고 진하게 키스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가까운 곳에 멈춰 섰던 한 차량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사라진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구안석의 핸드폰은 무음 상태였다. 그는 온전히 안리영과 함께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석양 아래에서 자전거를 함께 탔다.마치 오늘 하루 구안석이 온전히 그녀만의 사람이 된 듯했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었다.사실 그의 핸드폰은 무음이었지만 안리영의 핸드폰은 진동이 울렸다. 소희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안리영 씨, 구안석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전화하라고 하세요.]문자 속의 날카로운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는데 아마 구안석에게 이미 여러 번 전화를 한 것 같았다.석양이 지는 잔디밭 위,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앉아 있었다. 안리영은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전화해 봐.”구안석은 그녀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녀가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수백 개의 낮과 밤을 이겨내고 만나게 된 이 순간을 그녀가 그리워했듯이 그 역시 그녀를 그리워해왔다.“괜찮아, 별일 아니야. 게다가 지금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이 있겠어? 난 오늘 하루 온전히 너와 함께하기로 했잖아.”그의 대답에 안리영은 감동했다. 그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고 그녀를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니까. “구 교수님 최고야.”그녀는 먼저 그에게 입을 맞췄다.지는 석양 아래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슬쩍슬쩍 쳐다봤지만 전혀 상관없었고 부끄러울 것 하나 없었다.그 순간 소희연이 전화를 걸어왔고 그 벨소리에 두 사람의 입맞춤이 멈춰버렸다.“받아 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그녀는 구안석에게 핸드폰을 건넸다.그는 전화를 받아 들고 스피커폰을 켰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희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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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남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였다. 아무리 구안석 교수처럼 올곧은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안리영은 얼굴이 붉어진 그를 보며 깔깔 웃었다.그녀는 구안석을 데리고 유희연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로 갔다.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검토한 후 구안석은 담담하게 말했다.“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수술은 권장하지 않아. 단순히 심장 문제뿐만 아니라 뇌경색도 함께 진행되고 있거든.”안리영도 의사 었기에 의사가 쉽게 희망을 끊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안석이 이렇게 단정 짓는다는 건 더 이상의 진단은 무의미하다는 뜻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가 지원이랑 이야기해 볼게. 최후의 희망이라도 붙잡을지는 가족들이 결정할 문제야. 그래도 만약 그들이 수술을 원한다면 도와줄 수 있어?”구안석은 정말 바빴기에 잠시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안리영도 그걸 알고 있었다기에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단지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원이랑 상의해 볼게.”“알겠어, 만약 정말 필요하면 말해. 조수한테 일정 조율하라고 할게.”구안석은 결국 수락했만 안리영은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귀국한 이후 그녀와 함께 있어 주긴 했지만 얼마나 바쁜지 그녀도 느낄 수 있었기에 지도 교수님과의 마찰까지 감수하며 그녀를 위해 시간을 내는 그의 희생이 달갑지만은 않았다.그녀도 의사라 바쁘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구안석이 왜 이렇게까지 바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안석, 정말 그렇게 바빠?” 그녀가 무심코 물었다.구안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그의 죄책감 어린 표정을 보며 안리영은 미소 지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나 이해해. 가자, 어차피 오늘은 네가 내 거잖아.”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감쌌다. 키 차이 때문에 구안석은 자연스레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웃으며 유희연 부모님의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병동을 벗어나자마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소희연이 눈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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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구안석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거나 다름없었다.이번엔 구안석도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도 재능이 있지만 세상은 복잡하고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안리영은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걸 원치 않았다. 소희연의 말에는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게다가 단순히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구안석의 앞길이 막힌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도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소 교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가 봐.”안리영이 한발 물러섰다.소희연의 말에 휘둘려서가 아니라 오로지 구안석을 위해서였다.구안석은 입술을 달싹이며 손을 들어 안리영의 뺨을 어루만졌다.“일 끝나면 바로 올게, 오래 안 걸릴 거야.”“응!” 안리영이 가볍게 끄덕였다.구안석이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속삭였다.“기다려.”안리영은 이마를 그의 가슴에 살짝 비볐다.“얼른 다녀와. 빨리 와야 해.”구안석이 떠나고 소희연도 가기 전 안리영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그와 나란히 걸어갔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안리영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분명 그녀 스스로 허락한 일이었지만 왠지 모를 싸늘한 기운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이제 돌아갈 마음도 없어져서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휴게실로 향했다.“안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당직을 서던 간호사가 그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안리영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어제 입원한 산모 상태 좀 보려고요. 상태가 어때요? 가족은 곁에 있나요?”그 말을 듣자 간호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마세요. 남편 쪽에서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오늘은 친정엄마가 오셨는데 계속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간호사는 그러면서 고개를 저었다.“요즘 이런 무책임한 일들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결혼이랑 출산 자체가 싫어질 지경이에요.”안리영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주임이라 단순히 업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이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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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구안석은 안리영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똑같은 자동 응답뿐이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뭔가 이상했다. 안리영이 수술 중이라면 전화를 못 받을 수는 있어도 신호조차 가지 않는 일은 없었다.‘혹시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 걸까?’하지만 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언제든 수술 호출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그때, 소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교수님.”구안석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녀를 바라봤는데 눈빛이 차가웠고 말조차 없었다.그런 반응을 알면서도 소희연은 모른 척했다.“교수님, 민 어르신 가족분들이 아직 궁금한 게 있다고 하세요.”구안석은 냉정하게 응수했다.“방금 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나? 더 뭘 묻겠다는 거지?”소희연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어딘가 체념이 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목소리만큼은 마치 구안석을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저도 알아요. 하지만 가족들이 원래 그렇잖아요. 환자 상태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고 싶어 하고, 혹시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계속 묻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하지만 이런 태도는 구안석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기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네가 설명해. 난 가봐야겠어.”아까부터 이유 모를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오늘 안리영과 헤어진 순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불길한 예감이 지금은 더욱 강하게 그를 휘감고 있었다.안리영이 그를 여기 보내는 걸 허락했음에도 그는 어째서인지 계속 불안했다.“교수님.”소희연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이왕 온 김에 몇 분만 더.”그러나 이번에는 차가운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놔.”소희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가 자신에게 이렇게 냉정하게 구는 게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그녀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단 한 마디도 더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가 구안석이기에 그녀는 매번 참고 또 참아왔다.그러나 거침없이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그가 끝내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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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늦은 밤까지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구안석은 결국 내게 전화를 걸었다.“지원 씨, 리영이랑 같이 있어요?”“아니요.”나는 아직도 반쯤 잠에 취해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건 잊지 않았다. “왜요? 리영이 안 보여요?”“방금까지 일하느라 바빴어요.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아마 집에 갔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한 후 구안석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안리영의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그는 안리영의 아버지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안석이?” 전화가 연결되었고 안성수의 목소리에는 아직 잠귀가 묻어 있었다.“아저씨, 저 구안석입니다. 혹시 리영이 집에 갔나요?”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 리영이가 꽤 오래 집에 안 왔는데. 왜? 너희 싸웠어?” 안성수의 반응은 지극히 평범했다.“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아저씨, 저도 오늘 막 돌아왔거든요.” 구안석은 급히 해명했다.하지만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도 안성수는 구안석이 이렇게까지 전화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걸 눈치챘다.거듭된 추궁 끝에 구안석은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고 안성수는 바로 그를 꾸짖었다.“이렇게 중요한 일인데 말을 빙빙 돌리면 어떡해! 우리 딸한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구안석은 할 말이 없어 그저 더듬거리며 말했다.“저랑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어요. 병원에 있었고요.”“난 내 딸이 지금 어디 있는지만 알고 싶다.” 안성수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리영이 무슨 일이야?” 옆에서 조민영도 깨어나 걱정스럽게 물었다.하지만 안성수는 답하지 않은 채 다시 한번 딸의 번호를 눌렀다. 여전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제야 와이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리영이가 병원에도 없고 집에도 없어. 그리고 연락이 안 돼.”“지원이한테는? 둘이 친하잖아. 혹시 거기 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민영의 말에 안성수는 곧바로 내게 전화를 걸었다.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나는 너무나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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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안리영 같은 소리 하네.”용준호는 여전히 입이 험했다. 늘 가벼운 놈이었지만 적어도 안리영에 대해선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럼 도대체 누구지?’‘강진혁인가?’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 의심할 사람은 둘 중 하나뿐이다. “용준호 씨,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제 사람 건드리지 마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 겁니다.”나는 진정우를 지킬 때처럼 단호하게 경고했다. 용준호는 헛웃음을 흘리더니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윤지원, 내가 널 너무 봐줬나 보네?”나도 가볍게 비웃으며 받아쳤다. “당신이 됐든 당신 부하가 됐든 당장 연락해서 안리영을 무사히 돌려보내요.”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전화를 끊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명 내 말이 용준호에게 먹힐 거란 확신은 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런데 지금 나 대신 안리영을 찾아줄 사람이 없다. 예전엔 진정우가 있었고 신지태를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한 사람은 멀리 떠났고 다른 한 사람은 이미 발을 뺐다. 방 안에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서 김지영의 방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 일이 용준호의 짓이라면 그녀에게 가서 해결을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용준호가 분명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지영을 건드릴 수 없다. 그녀는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니까. 김지영을 이용해서 안리영을 구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용준호가 아니라고 했으니 아직 그녀를 움직이게 할 때가 아니었다. 가슴이 조여왔고 불안과 초조함이 정신을 마비시켰다. 심지어 진정우를 잃었을 때조차 이렇게까지 무너지진 않았다. 안리영은 나에게 그 이상이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켰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코앞에 있는 사람. 노크 소리에 강유형이 마치 잠들지 않았던 것처럼 곧바로 반응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그는 어깨에 걸친 옷을 여미며 자다 깬 척했다. “미안해, 늦은 시간에.”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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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강유형은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데려다줄게.”나는 다시 거절하려 했지만 강유형이 한 마디 덧붙였다.“이렇게 늦은 밤에 네가 혼자 가는 건 위험해.”‘여기가 절인데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속으로 투덜거리던 찰나 그가 이어서 말했다.“벌레나 뱀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그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런 거 진짜 무섭단 말이야!’10년을 함께했으니 그가 내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그의 말을 듣고 문득 안리영이 뱀이 들어있는 택배를 받은 게 생각나 누가 보냈는지 그에게 말해주었다.강유형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미친놈들이네.”정말 그랬다. 그래서 더더욱 안리영이 걱정되는 거다.강유형은 낮게 읊조렸다.“그 자식은 너한테 손을 대지 못하니까 네 주변 사람들을 노리는 거야.”그가 말하는 ‘그 자식’이 누군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었다.강진혁의 그 온화하고 점잖아 보이는 얼굴이 떠올라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게 딱 맞아. 설마 그가 그런 길을 선택할 줄이야.”강유형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설마 그가 나 때문에 그렇게 그런다고 생각하는 거야?”“그것도 이유 중 하나야.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자식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나에 대한 질투지.”그는 시선을 내리깔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코를 가렸다.“왜 그래?”내가 본능적으로 묻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재채기 나올 것 같아서.”그런데 그의 손가락 사이로 새빨간 피가 배어 나왔다.“재채기하다가 코피가 난다고?”나는 그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그가 너무 마른 것 같았다.“강유형, 대체 너 왜 이래?”그는 다른 손으로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코를 막고는 고개를 젖히고 이마를 툭툭 쳤다.“아무 일도 아냐. 요즘 너무 건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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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17층 옥상의 루프탑, 밤바람이 쌩쌩 불어와 안리영의 얼굴을 할퀴듯 스쳐 갔다.눈은 가려졌고 손발까지 묶여 있어 아무것도 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고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여기가 어디지?”그녀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힘겹게 물었다.몸이 축 처지는 걸 보니 분명 약을 먹인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누가 한 짓인지,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바람의 세기를 보아 꽤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대답은 없었다.‘설마 여기 아무도 없는 건가?’다시 입을 떼려던 순간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맥주 캔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터져 나와 그녀가 깜짝 놀랐다.그녀는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 애썼다.“누구, 누구세요?”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대신 느릿느릿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는데 걸음걸이가 일정치 않고 휘청이는 듯했다.안리영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거기서 더 움직이면 떨어질 거야.”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그녀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안리영은 묶인 손을 더듬어 앉아 있는 곳을 살폈다. 손끝에 걸린 것은 창턱과 비슷한 감촉,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옥상에 있는 거야?’무심코 몸을 움직이려다 멈췄다. 지금 자신이 정확히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눈앞에 서 있을 남자에게 물었다.“당신 누구예요? 왜 날 여기에 데려온 거예요?”“왜냐고? 네가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남자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되받았다.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그 목소리에 안리영은 눈살을 찌푸렸다.기억을 더듬던 순간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너희가 내 와이프와 아이를 죽였어. 그게 이유야.”그 말에 안리영의 머릿속이 번쩍했다.며칠 전 그 산모의 가족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긴 했지만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더 이상 병원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진 않았다. 그래서 이젠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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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내가 사라진 걸 누군가 눈치채긴 했을까? 누군가 날 구하러 올까?’하지만 이제 남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당신 말대로 제가 당신 와이프와 아이를 대신해 목숨을 내놔야 한다면 거부할 수도 없겠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제 말 몇 마디만 들어줄 수 있을까요? 제 부모님이 저를 찾으러 오면 꼭 전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요.”이 남자가 와이프와 아이를 위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 보면 그만큼 그녀들을 사랑했고 깊은 정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안리영은 더 이상 서론을 늘어놓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제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아요. 저를 낳을 때부터 병을 얻으셨죠. 만약 제가 잘못되면 절대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 주세요. 엄마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워요. 그리고 아빠는...”“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분이에요. 또 엄청 눈물도 많으시죠. 제가 사라졌다는 걸 아시면 틀림없이 우시겠죠.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꼭 전해주세요. 다음 생에도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다시 함께할 거라고 해줘요. 그리고 지난주에 아빠가 고향에서 나는 채소를 드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직접 캐러 가지 못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보내드렸어요.”“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연세가 많으셔서 제가 없다는 사실을 도저히 감당 못 하실 거예요. 그러니 절대 말씀하지 마세요. 혹시라도 저를 찾으시면 제가 병원에서 수술하느라 바쁘다고 하거나 해외 연수를 갔다고 해 주세요.”“그리고 제 남자친구도 있어요. 그는 너무 바빠요. 바빠서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적도 없죠. 그러니 다음번에 여자친구를 사귀면 이렇게 바쁘게 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어느 여자가 손도 못 잡아보는 연애를 좋아하겠어요?”“이런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고 있었어?”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그러나 안리영은 속으로 기뻤다. 그의 반응을 보니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다는 뜻이었다.가족을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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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경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그가 온 것이었다.하지만 누가 됐든 간에 구해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리영의 공포는 한결 가라앉았다.그녀도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방금까지 유창하게 떠들며 납치범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혹여라도 한 마디라도 잘못 내뱉어 납치범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망설임 없이 자신을 아래로 던져버릴 것 같았으니까.“헛소리 집어치워. 당장 꺼져! 안 그러면 이 여자랑 같이 뛰어내린다.”연시훈이 조시언을 향해 위협적으로 소리쳤다.조시언은 목이 졸려 있는 안리영을 힐끗 바라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납치범을 응시했다.“지금 뛰어내리면 넌 아무것도 얻지 못해. 하지만 리영이를 놓아주면 병원에서 네가 받아야 할 보상금을 내가 직접 챙겨주지. 거기에 더해 내 개인 돈으로 2억을 얹어 줄게.”그는 말뿐이 아니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그대로 던지자 지퍼도 잠그지 않은 채 가방에서 새 지폐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와 연시훈의 발치에 떨어졌다.잠시 정신이 멍해진 연시훈은 이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네 돈 따위 필요 없어! 난 내 와이프랑 아이를 원한다고!”그의 말과 오늘 저지른 일은 마치 절절한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했다.그러나 조시언은 비웃음을 흘렸다.“연시훈, 맞지? 나한테 그런 가식적인 연기 따위는 통하지 않아. 내가 돈을 들고 왔다는 건 이미 네가 어떤 놈인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야.”안리영은 연시훈의 몸이 순간 굳어지는 걸 느끼자 조시언이 제대로 짚어낸 걸 알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죽은 와이프랑 아이에 대한 사랑 운운하더니 결국 다 헛소리였던 거야? 그냥 감성 코스프레였던 거라고?’그런데 지금까지 연시훈은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만약 조시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돈을 요구할 생각이었던 걸까?’그때 연시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 말을 믿을 수 없어! 날 속이려고 그러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혼자 왔을 리도 없어. 경찰을 데리고 왔을 거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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