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2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4 10:56:37
그는 내게 반한 걸까?

이 남자는 겉모습만큼이나 마음도 강직해서 미모 따위에 흔들릴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는 다 똑같다는 말이 역시 맞나 보다.

이미 내가 진정우를 흔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더 요염하게 웨이브 진 긴 머리를 넘겼다. 그러자 진정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고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의 감정 변화를 뭐 때문인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굳이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진정우 씨, 제 부탁 들어줄 건가요?”

“뭐라고요?”

그는 내 몸에서 시선을 떼며 물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술 취한 게 아니라 그가 취한 거였나?

아니, 알고 있었다. 그는 그냥 일부러 그러는 거였다.

“제 남자친구가 되어 줘요, 임시로.”

어젯밤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진정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 곳을 응시했다.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오늘의 대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고준석이 강유형이 내게 청혼하려고 한다고 한 게 떠올라서 혹시 대관람차에서 청혼하려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관람차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려던 그때 진정우가 입을 열었다.

“임시라는 게 무슨 의미죠?”

“그러니까 잠시 동안만 제 남자친구 역할을 해달라는 거예요. 강유형 대표의 미친 짓이 끝나면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니 왠지 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설명했다.

“우리가 진짜 사귀는 게 아니라 그냥 강유형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둘이 교제 중인 것처럼 연기하는 거예요.”

“제가 왜 그런 일을 해줘야 하죠?”

진정우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사실 이런 제안 자체가 창피했다. 어젯밤 안리영의 부추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강유형의 미친 행동이 아니었다면 나도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 내 얼굴에 흩날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제 곁에 당신만큼 적합한 사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3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진정우 씨, 저는 분명하게 얘기했어요. 우리의 목표가 다르다면 그만둬요.” “하지만 당신은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그가 물었다. “맞아요.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부담스럽네요.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내 말에 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그가 나를 붙잡거나 타협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나를 과대평가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녕히 계세요. 제가 무례했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를 몰고 떠나면서 마치 도망치는 기분이 들었다. 진정우의 시야에서 벗어난 것 같아 차를 멈추고 숨을 고르며 어젯밤 술기운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했다. 아무나 부탁할걸. 하다못해 신지태를 남자친구 역할로 부탁하는 게 나았을 텐데 괜히 진정우를 끌어들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하나 사서 부모님 묘지로 갔다. 그동안 명절이나 부모님 기일 외에는 잘 오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어릴 적 꿈에서 자주 부모님을 만나다 보니 그리워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묘비 앞에 이미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꽃이 시든 걸 보니 누군가가 최대한 보름 안에 다녀간 것 같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십 년이 넘었는데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 외엔 강 씨 아버지와 강 씨 어머니뿐이었다. 혹시 그분들이 다녀가신 걸까? 그렇다면 왜 강 씨 어머니는 말하지 않으셨을까? 의아해하면서도 내가 강유형과 갈등을 빚고 있는 걸 생각해 보면 강 씨 어머니가 잊어버렸거나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시든 꽃을 한쪽으로 치우고 내가 가져온 꽃을 놓았다. 묘비에 새겨진 부모님의 젊은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리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저 보고 싶으신가요? 요즘 자주 꿈에 나타나세요.” “엄마, 아빠, 저 강유형과 헤어졌어요. 죄송해요. 엄마 아빠와 강유형 부모님의 소원대로 강유형과 결혼하지 못했어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4화

    “며칠 후면 네 삼촌 생일이잖아. 올 거지?” 강 씨 어머니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 이제 곧 강 씨 아버지 생신이 다가온다는 걸 떠올렸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잊지 않을 것이다.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생일은 모두 알람에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강 씨 가문에서 지내며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항상 미리 준비해왔다. 비록 의지해 사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스럽게 지냈다. 혹여 어디선가 부족하게 보이면 나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까 봐 신경 썼다. 순간 멍하니 대답하지 않자 강 씨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지원아, 알다시피 우리는 늘 너를 딸처럼 여겨왔어. 매년 생일에 네가 보내준 선물과 축하를 받았는데 이번에 네가 안 오면 삼촌이 많이 서운해할 거야.” 사실 나는 가지 않으려 했지만 선물은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물으니 곤란했다. 특히 최근 강유형이 미친 사람처럼 구는 걸 생각하면 내가 강 씨 가문에 가면 그가 갑자기 날 데려가려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안 간다고 말하면 강 씨 어머니가 또 설득할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 “당연히 갈 거예요, 이모.” “그럼 다행이다. 네가 안 오면 삼촌이 생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 강 씨 어머니의 말은 일종의 압박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강 씨 어머니는 다시 물었다. “강유형이 한 짓은 우리가 이미 혼내고 나무랐어. 더는 너에게 못된 짓을 하지 않았지?” 그 말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강유형이 최근 벌인 짓을 그들이 모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들이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그들이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그러지 않았어요.” 사실 있었더라도 강 씨 어머니는 전화를 통해 나를 달래기 위해 강유형을 꾸짖고 벌을 주겠다고 약속할 뿐이었다. 그러나 강유형은 이미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누가 말려도 막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강 씨 어머니가 아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5화

    “그래? 그럼 누굴까? 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꽤 되었고 예전 친구들도 이미 부모님을 잊은 지 오래야. 그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러 올 리가 있겠니?” 강 씨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사람이 떠나면 차가워진다는 말이 딱 맞았다. 예전에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지만 강 씨 어머니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원아, 혹시 누군가가 실수로 잘못 놔둔 걸 수도 있잖니?” 강 씨 어머니는 그렇게 내게 덧붙였다. 나는 묘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사진도 있고 이름도 있는데 실수로 잘못 올 수 있을까? 그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말 같았다. “아마도 그렇겠죠.” 나는 강 씨 어머니에게 맞장구쳤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해서 말할 것이 뻔했다. 이제 강 씨 어머니 가족이 보낸 것이 아니란 걸 확신했고 부모님 옛 친구들도 아니라면 이 꽃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방법을 찾아 알아봐야 했다. “지원아, 괜한 걱정 말고 내가 나중에 삼촌에게 물어볼게. 혹시 옛 친구 중 누군가가 갔는지.” 강 씨 어머니는 나를 달래주려 했다. 나는 대충 대답하고 강 씨 어머니는 다시 한번 강 씨 아버지 생일에 꼭 오라고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손에 든 꽃을 사진으로 찍고 SNS에 올리며 ‘이건 누구의 추억일까?'라고 적었다. 그러자 안리영이 내 게시물을 보고 전화했다. 요즘 그녀는 정말 한가한지 SNS를 볼 시간도 있는 모양이었다. “무슨 상황이야?” 안리영이 물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누군지 궁금해.” “너 진짜 강 씨 가문에 갈 거야? 그건 말 그대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잖아.” 안리영은 내 얘기를 듣고 꽃보다는 그 사실에 더 주목했다. “안 가면 이상하고 가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돼.” 나도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남자를 한 명 데리고 가야 해. 혹시 문제가 생겨도 너를 지켜줄 수 있고 강유형과 강 씨 가문 사람들의 미련도 끊어놓을 수 있을 거야.” 안리영은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6화

    저녁 무렵 카페에서 내가 두 번째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쯤에서야 소개팅 상대가 도착했다. 그는 비대한 체형도 아니고 머리가 벗어진 것도 아니었으며 청량한 물빛 셔츠를 깔끔하게 입고 있어 전혀 기름지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과도 잘 일치해서 다행히 속은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지각은 호감도를 크게 떨어뜨렸고 다행히도 진짜 연애를 할 생각이 아니라 단지 강유형을 피하기 위해 잠시 그를 빌리려는 거였기에 그러려니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사실 소개팅이 아니라 전 남자친구를 빌리고 싶어서 나왔거든요.” 나는 솔직하게 내 의도를 밝혔다. 남자는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자친구를 빌린다고요?” “네, 진지하게 연애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상 급히 남자친구가 필요해요.” 나는 상세히 설명했다. 남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가 기분이 상한 건가 싶어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아, 돈이 많으신가 보네요.” 남자는 미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돈에 흥미를 느끼는 반응이 약간 불쾌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고 곧바로 제안을 꺼냈다. “비용은 일당으로 드릴 수도 있고 매달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아가씨는 얼마나 지불할 생각이신가요? 그리고 이 렌털은 단순히 겉모습만 필요한 건가요 아니면 전부 포함인가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경험이 많고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봤다는걸. 또 내가 남자친구 렌털을 이용한 첫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냥 겉모습만입니다.” 그는 전부 포함하길 원하지만 내가 허락할 리 없었다. “만약 친밀한 접촉이나 신체 접촉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죠?” 남자는 프로처럼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쪽 분야에서 일해 본 분이신 것 같네요. 이전에는 어떤 조건으로 하셨는지 말씀해 주시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7화

    “그런 일은 많지 않아요. 사실 소개팅은 여전히 뜻이 맞는 짝을 찾기 위한 게 주요한 목적이죠.” 그의 말을 들으니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뜻이 맞는 짝이라고? 아마 나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은 것뿐일 텐데. 다들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머리를 쓰면 무자본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정말 남자친구로 빌리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한 번 만나보면서 교제할 생각은 없는 건지 궁금한데요?” 남자는 다시 내게 물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커피를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일반적으로 영리한 여성들은 교제를 선택하죠. 그러면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맞지 않으면 그냥 헤어지면 되니까요. 모두 그렇게 하면 당신은 손해 아니에요?” 나는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나 기회를 주진 않죠. 상대의 조건도 보고 선택할 사람만 선택해요.” 그의 의도는 이해했다. 나를 꽤 괜찮은 상대로 보고 있으니 무비용으로 한 번 시험해 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까 말한 서비스 요금에 VIP 할인 혜택 같은 건 없나요?” 솔직히 그가 부른 가격은 꽤 비쌌다. 손을 잡는 것만 해도 하루에 5만 7천 원이라니 강유형 앞에서 연기를 하려면 필수적일 텐데. “없습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협상 불가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 조건은 다 이해했어요.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동안 다른 일 받으셔도 괜찮고요. 혹시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이건 거절하셔도 됩니다.” 이 말을 하면서 문득 이게 소개팅이 아니라 완전히 사업 상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습니다.” “조건이 제 기준에 맞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좀 만나보고 결정할게요. 우수한 지원자를 고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비즈니스 협상에서 숙련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좋은 소식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8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때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누구야?” “저예요!” 세 글자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이어지는 발소리와 함께 설명이 들려왔다. “오늘 저녁 카페에서 당신이 만난 소개팅 상대예요.” 그 남자라니? 나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그가 나를 따라왔다니 오히려 더 무서웠다. 복도에 불이 나가 어둑어둑했고 겨우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 덕분에 바로 앞 몇 걸음 정도만 볼 수 있었다. 아직 그 남자가 계단을 다 오르지 않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에 꼭 쥔 열쇠를 더 세게 쥐고 방어 태세를 갖추며 물었다. “왜 날 따라왔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나쁜 의도는 없어요. 당신 같은 여자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잖아요.” 그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남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설명에 황당함이 치밀었다. 이렇게 나를 깜짝 놀라게 해서 내가 안전해진다고? 우리는 그저 한 번 본 사이였고 계약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나를 따라왔고 보호해 주겠다니...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미 내 집까지 따라왔으니 그를 자극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온화하게 그를 달래며 물러나게 하기로 했다. 나는 속으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고맙네요. 신경 써줘서. 저는 이제 다 왔으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내가 말을 하는 사이 남자는 계단 모퉁이를 돌아 나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목이 좀 마른데 물 한 잔 주실래요?” 그의 유치한 핑계를 듣고 속이 들끓었다. 나는 손에 쥔 열쇠를 더욱 단단히 쥐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너무 늦었어요. 불편하네요.” 그는 계단을 한 걸음 더 올라오며 말했다. “우리가 사귀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 마음속 불안이 극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9화

    그가 이번엔 집 앞까지 나를 찾아왔다니 이번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무슨 일이죠?” “승낙하죠.” 그의 짧은 대답은 순간 내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 그가 뭘 승낙했다는 거지? “당신 부탁을 받아들인다고요. 임시 남자친구 역할을 하겠다고요.” 진정우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가 내 제안을 거절했던 말을 떠올리니 이번 변화가 좀 의외였다.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는요?” “제가 안 바꾸면 당신은 또 이상한 남자랑 소개팅이라도 해서 오늘처럼 또다시 스토킹 당할 거예요?” 진정우의 말투는 처음에는 무심했지만 뒤로 갈수록 강한 분노가 섞였다. 어둠 속에서 그의 불만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억지로 맞춰주다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만 불편한 거 아닌가요?” 진정우가 내 농담을 알아듣고는 내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뒤는 난간이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가 팔을 뻗어 내 뒤쪽을 받치며 나를 그의 품 안에 가두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접근에 나도 모르게 숨이 빨라졌다. “진정우 씨...” “이런 상대랑 소개팅을 간 거예요? 그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다니, 윤지원 씨 참 바보 같네요.” 그의 목소리가 귀 옆에서 울렸다. 그의 말은 꾸짖는 듯하지만 왠지 따스한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말이 가슴을 울리고 가슴 깊숙이 떨림이 전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진정우와 나는 다시 침묵 속에 빠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내 귀에 생생히 들렸다. 잠시 후 그는 팔을 풀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밤늦게 혼자 들어오는 거 금지예요. 알겠죠?” “네.” 이번에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나를 구해줘서, 또 내 부탁을 들어줘서. 덕분에 나는 강 씨 가문 가족과 강유형을 더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다. 그는 아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40화

    나는 진정우를 바라봤고 진정우도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둘만 있는 방 안에서 공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했다. 전에 호텔 방에서 함께 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널찍한 방에서 우리는 숨 쉴 공간조차 좁게 느껴졌다. 진정우는 나와 몇 초 동안 눈을 맞추고 나서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소파에서 자는 게 맞겠어요.” “그래요...” “윤지원 씨의 방은 진짜 남자친구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겠죠. 저는 소파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진정우의 말에 어쩐지 그를 홀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나에게 부담을 주려는 것도 느껴졌다. 그 역시 정말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교묘한가 싶다.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나는 그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로 하고 짧게 대답한 후 빠르게 부모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 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만약 진정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 혼자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도 정말 제대로 막아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다행이었다. 진정우가 마침 나를 찾아온 것이. 진정우를 떠올리며 문 쪽을 바라봤지만 문은 닫혀 있어 바깥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소파에서 자고 있을까? 문밖에서 그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면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아직 깨어 있는 건 분명했다. 그의 발소리를 들으니 어린 시절 부모님이 외출할 때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익숙한 소리였지만 지금은 이 소리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진정우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을 나가 보려고 기다리다가 결국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잠에서 깼다. 문을 열면서 내가 부모님 방에서 잠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우가 이 집에 있다는 걸 떠올리며 소파를 힐끗 바라보았다. 진정우는 정말로

    최신 업데이트 : 2024-11-14

최신 챕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11화

    진정우와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소영이 마당의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다.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날리며 그 장면이 마치 꿈처럼 비현실적이었다.진소영은 책에 몰입해 있었고 우리가 내린 것도 몰랐다. 이때 도성운이 크게 외쳤다.“소영아, 누가 왔는지 봐봐!”“성운 오빠, 엔진 소리가 어찌 크던지 단번에 오빠인 줄 알았어요.”진소영이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성운은 조금 어색해하며 머리를 긁었다.“나만 온 거 아닌데. 다른 사람도 있어.”진소영은 책을 계속 읽으며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성운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가볍게 그를 막으며 사뿐사뿐 진소영에게 다가갔다.“이 책 저번에 같이 읽었잖아?”지난번에 봤던 오래된 연애 소설 책이었다. 진소영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고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언니!”나는 환하게 웃었고 진소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내 뒤에 있는 진정우를 보고 급히 책을 던져두고 그에게 달려갔다.“오빠!”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우가 진소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평소에도 진소영을 많이 챙겼다. 나는 그들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진소영이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 「링」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이 많이 갈라지고 색이 바래 있었기에 분명 여러 번 읽은 책일 거다.내용이 궁금해져서 책을 넘기다 진소영이 다가와서 책을 빼앗으려 했다.“안 돼요. 보지 마세요.”그녀는 책을 빼앗으며 말했다.“왜? 이 책에 비밀이라도 있어?”진소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언니는 오빠랑 연애 중인데 이런 소설을 보면 안 되죠.”그녀의 얼굴이 빨개지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아, 그럼 연애 초보인 너에게 딱 맞는 교과서겠네.”“언니!”진소영은 얼굴을 붉히며 나를 쏘아봤다.나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책을 그녀에게 돌려줬다. 그때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들어와 물 좀 마셔.”나는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정우가 물을 꺼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10화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저녁노을이 빨갛게 물든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떨렸다.“이건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야!” 내가 감탄하며 말했다.“나도 그래.” 그러자 진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이제 별로 감동이 없었다.그런데 차에 앉아 그의 SNS를 보니 조금 전에 본 노을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글귀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옆에 있어서.]한눈에 보면 사진과 글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를 떠올리니 그 의미가 확 와닿았다. [이건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야, 네가 옆에 있어서.]진정우는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형, 이번에 결혼식 하려고 돌아온 거야?” 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는 진정우의 친구였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우리를 데리러 왔다.“아니. 이번은 아니야.” 진정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말은 다음에 한다는 뜻인가?“형수님 미인이시네.” 그 남자가 나를 몇 번이나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그럼.”진정우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어쩐지 부끄러워졌다.“형수님 나는 도성운이라고 해요“ 그 남자가 친근하게 자기를 소개했고 나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윤지원이라고 합니다.”“알아요. 알아요.” 도성운은 두어 번 반복하며 말했다. “소영이가 매일 말하더라고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알죠. 형수님 이름이 윤지원이란걸.”나는 그제야 부끄러움을 좀 떨쳐내고 있었는데 도성운은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그래요? 그럼 앞으로 아마 자기 소개할 일 없겠네요.”“그러묭. 이렇게 예쁜 분이 오면 다들 한 번에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계속되는 칭찬을 들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현명할 것 같았다.그런데 진정우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보니까, 네가 먼저 분위기 잡은 것 같네.”도성운은 진정우를 많이 존경하고 따라 배우고 싶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9화

    그가 진지하게 내게 농담하는 건가?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잖아!그래서 나는 그가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오히려 순수하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가 싶었다.“안 믿으면 한번 해봐?”진정우의 뜨거운 시선에 내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나는 그를 한 번 꼬집으며, 일부러 화난 척했다.“너 계속 듣고 싶어? 안 듣고 싶으면 말 안 할 거야.”“듣을거야!”나는 창밖을 보며, 강진혁이 그때 나에게 했던 말을 진정우에게 전했다.그는 내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한 듯 물었다.“너 걱정되는 거야?”“응, 하지만 나는 강유형이 걱정돼서 그런 게 아니야. 회사가 걱정이야.”내가 그렇게 바로잡자, 진정우는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알아, 너는 이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거라고 느끼는 거지?”진정우는 정말 나를 너무 잘 안다.“너의 걱정이 틀린 건 아닐 거야. 혹시 강진혁이 돌아오는 것도 이미 다 계산된 일일 수도 있어.”진정우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럴 수도 있어?”내가 의심하고 있었던 부분을 진정우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니, 조금 충격을 받았다. 강진혁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안다. 그는 늘 나와 강유형을 위해 양보하며, 언제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으니까.게다가 강진혁은 4년 전에 회사를 떠나고 얼마 전에 돌아왔다. 그렇게 회사를 걱정한다면 굳이 4년 전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 거야.”진정우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지원아, 사실 너는 남자들에 대해 잘 몰라.”나는 그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그럼 남자의 입장에서 말해봐.”“강진혁이 너 좋아하지?”진정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응, 나도 이제야 알았어. 예전엔 몰랐고 이번에 돌아와서야 알게 된 거야.”나는 사실대로 말했다.“그는 너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강유형이랑 비슷한 시기에 좋아했을 거고 그 감정은 강유형보다 더 강했을 수도 있어.”진정우는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8화

    그걸 물어볼 필요도 없잖아?누구나 속고 사는 걸 좋아하진 않으니까.나는 그를 바라보며 민감하게 물었다.“혹시, 앞으로 나를 속이려고 하거나 이미 나한테 뭔가 숨긴 거 있어?”진정우는 잠시 침묵했다.“...아니.”그 두 마디가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내 입장을 밝혔다.“너무 싫어.”그러자 그의 목젖이 조금 움직였다.“알겠어.”만약 그가 나를 속인다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때 공항 대기실에 비행기 탑승 안내가 나왔고 해외행 비행기였다.나는 본능적으로 강유형을 떠올렸다. 그가 짐을 끌고 보안 검색대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해외에 무엇을 하러 가는 걸까?사업 얘기라도 하러? 아니면... “우리 이제 보안 검색대 쪽으로 가자.” 진정우가 내 생각을 끊으며 말했다.“어!” 나는 대답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잠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강유형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진정우가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진정우의 표정에서는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 불안하고 조금 죄책감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가자.”우리는 보안검색을 무사히 통과하고 비행기도 무사히 탑승했다.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기 전, 내 휴대폰에 한 통의 미처 읽지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강유형이었다.[안전 비행.]그 문자를 보며, 예전에 그가 출장을 갈 때마다 내가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그때마다 나는 항상 그렇게 보내곤 했다.어느 날, 강유형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너 그런 말 너무 촌스럽잖아. 다음엔 다른 말로 보내봐. 새로 배운 거 있으면 알려줘.”그 이후로 나는 그 말을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안전 비행.]그 문구는 평범하고 진부하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말이었다.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이후로, 나는 가까운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늘 그 말을 떠올린다.다시 볼 수 있을지라는 두려움이 함께 밀려오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유형은 내 마음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7화

    “여긴 공항이야, 사람들이 많고 아이들도 있는데.” 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런데도...” 내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러자 진정우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하고 싶어.”그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강유형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질투하는 거겠지.진정우는 강유형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그런 걸까?그 생각이 들자 나는 결심하고 눈을 감았다. 심장은 요동치며 공항 대기실에서 진정우의 입맞춤을 기대했다.하지만 그의 입술이 다가오는 대신 내 손에 무게감이 느껴졌다.눈을 뜨고 보니 내 손에 작은 가방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이게 뭐야?”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진정우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내가 열어보라고 손짓했다.내가 의아한 마음으로 가방을 열자 그 안에는 두 장의 카드와 하나의 증명서가 들어 있었다.그 카드와 증명서는 그가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었다.“이게 무슨 의미야?” 나는 다시 물었다.진정우는 녹색의 책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이건 내가 군 복무를 마친 증명서야. 그리고 이건 내 열정이 담긴 헌혈 증서야. 이 카드들은 내 전 재산이야.”나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전 재산을 보여주는 장면이 떠올랐다.진정우는 내게 재산을 넘기려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신념까지도 함께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특히 빨간 헌혈 증서를 보자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이걸 왜 준비한 거야?” 나는 조금 울컥하며 물었다.“너에게 주는 믿음이야. 이게 사랑 보험보다 더 실용적이야.”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강유형과 사랑 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을 안 것 같았다.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내게 주는 것이 모든 것 같았다.“이 두 개는 내가 가질게. 하지만 카드는 네가 갖고 있어.”나는 그가 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돈에 욕심이 없다. 만약 돈에 눈이 먼 여자라면 나는 강유형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진정우는 카드를 받지 않고 조금 난처한 듯 말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6화

    “네, 누구세요?”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무심코 강유형을 쳐다보았다.그는 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멀리 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저는 하트시그널 보험사의 A8338번 직원입니다. 4년 전, 윤지원 씨와 강유형 씨가 저희 회사 사랑 보험에 가입하셨고 이제 보험 만기일이 다가와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이 말을 듣고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본능적으로 진정우를 보았다.그는 내 옆에서 자리를 피하고 내가 전화를 받을 때는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는 내게 충분한 개인 공간을 주고 있었다.진정우는 정말 세심하다. 나에게 필요한 안전감도, 여유도 모두 제공해 주고 있었다.“실례지만 두 분 지금 연애 중인가요, 아니면 결혼하셨나요?” 상대방이 조심스레 물었다.그 말에 나는 다시 강유형을 쳐다보았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지원 씨?” 상대방이 내 대답을 기다리며 다시 물었다.나는 침을 삼키는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네, 듣고 있어요. 저희... “‘이미 헤어졌어요’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강유형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원 씨?” 상대방이 또 나를 부르며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봤다. “왜 남자 쪽은 묻지 않나요?”“묻긴 했습니다. 다른 동료가 강유형 씨와 연락 중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니 강유형 역시 이 전화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엔 정말 재밌는 일이 많다.나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우리는 헤어졌어요.”“확실한가요?” 상대방의 말투가 불쾌하게 들렸다.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진정우를 쳐다보며 손에 낀 반지를 살펴보았다.“저는 이미 결혼했어요.”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원 씨. 만약 강유형 씨도 같은 답을 하셨다면, 이 사랑 보험 계약은 보험 규정에 따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5화

    내가 그런 말을 했지만 이건 사적인 일이 아닌가?진정우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걸 알아차린 듯 바로 설명해 줬다. “내가 그 사람한테 말한 거야.”“아, 그렇구나.” 나는 대답하고 계속 죽을 먹었다. 그런데 두어 숟갈 먹고 나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너 허 대표님하고 그렇게 친해? 내가 대신 휴가를 부탁했더니 대표님이 그냥 허락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나한테 말까지 했잖아?”진정우는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야.”“친하지 않다고? 내가 보기엔 마치 네가 그 사람의... 대표님 같아.”진정우가 한마디만 하면 허진호는 절대 거절할 리가 없어 보였다.“비슷한 거지.” 진정우가 의외로 그렇게 대답했다. “허 대표님이 나한테 새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돈을 벌어줘야 하니까내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어.”대단하네!나는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역시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이게 바로 진짜 실력이지.“우리 늦지 않았어?” 나는 밥을 다 먹고 물어봤다.“괜찮아. 늦으면 그냥 항공편 변경하면 돼.” 진정우는 정말 나를 방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하지 않아? 나 좀 재촉해줘도 될 텐데.”“네 마음대로 하게 하고 싶어.” 진정우가 또 닭살이 돋는 멘트를 하자 나는 당황해서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만을 털어놨다. “어제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준비했을 텐데.”“어제... 내가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진정우의 말에 나도 순간 뜨끔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진정우는 살짝 웃으며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천천히 해. 부족한 것 있으면 가서 사면 돼.”“일찍 말했으면 내가 준비 안 했을 텐데.” 내가 그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진정우는 화내지 않고 또 한마디 했다. “근데 나는 네가 물건 정리하는 모습 보는 게 좋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4화

    “왜 안 받아?” 내가 무심코 물었다.“받을 거야.” 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자지 말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어.”나는 깜짝 놀랐다.“아침 벌써 준비했어?”나는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정우는 이미 아침을 다 준비하고 내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침대에 돌아와서 나와 함께 공부한 거였다. 역시 뛰어난 사람은 항상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구나.“응, 내가 계란 죽을 끓였어. 일어나서 좀 먹어.” 진정우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사랑받는 느낌은 정말 좋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진정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나는 손을 이불에서 빼내며 내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한정판이라고 묘사했다.그리고 다시 SNS를 놀다가 잠시 후에야 일어났다. 그런데 진정우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나는 안리영이 준 약이 반 통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전에 약을 4분의 1만 썼던 것 같은데 그럼 진정우가 사용한 건가? 언제였지?혹시 내가 자고 있을 때?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왜 아직도 안 씻었어?” 진정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어색하지 않게 하려면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말이 나와버렸다. “너 기다리느라 그래.”진정우가 잠깐 멈칫하다가,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분명, 내 말이 그에게 어떤 자극을 준 거였다. 나는 더 이상 아침에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서둘러 씻고 그에게 말했다. “빨리 죽 끓여 놓고 나오는 대로 밥 차려줘.”“안 늦었어.”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늦었다고 해?” 내가 그를 비꼬며 말했다.“10시 비행기야, 시간 충분해.” 진정우의 말에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나는 원래 거울 속에서 그를 보고 있었는데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3화

    “알았어.” 진정우는 여전히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이제야 네가 왜 서른이 넘도록 연애를 안 했는지 알겠어. 네가 너무 재미없잖아.”“너도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해?”그는 가볍게 내게 물었다. 연애라는 부분에서 그는 약간 둔한 면이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네가 여자 마음을 잘 달래주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야.”그는 몇 초 동안 조용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내 생각엔 달래는 건 속인다는 뜻이야.”그의 참신한 대답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내가 널 달래줘야겠어?”진정우가 다시 물었다. 어떤 여자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나는 과거 강유형이 나를 대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니, 지금처럼 해. 난 너의 방식이 좋아. 너는 정말 특별하니까.”그의 품에 더 깊숙이 기대며 덧붙였다.“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줄 거야?”진정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말했다.“안 하면서 뭘 물어?”그 순간,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불 안에서 내 손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만지며 말했다.“윤지원, 나와 결혼해 줄래?”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네 프러포즈이야?”“아니, 완전한 건 아니지만 맞기도 해.”그의 애매한 대답에 나는 그를 살짝 때리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고 상상했던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 한때 나는 내 인생 첫 프러포즈는 강유형이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진정우였다.그 말을 들으니 얼마 전 강유형이 나를 위해 준비한 놀이공원 프러포즈 이벤트가 떠올랐다.나는 가지 않았지만 이후 몇몇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들은 그걸 단순히 오픈 이벤트의 리허설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DMCA.com Protection Status